
<웡카>는 영국의 유명 작가 로알드 달의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은 세계 최고의 초콜릿을 만드는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으로 가는 황금 티켓을 거머쥔 다섯 명의 아이가 웡카의 공장을 견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멜 스튜어트 감독의 <초콜릿 천국>(1971)과 팀 버튼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으로 두 차례에 걸쳐 영화화되었다. 앞선 두 영화는 원작의 스토리를 충실하게 각색하면서 독자적인 세계관으로 관객들을 인도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패딩턴> 시리즈를 만든 폴 킹 감독의 <웡카>는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가 되기 전 꿈을 이루기 위해 전진했던 청년 시절의 웡카를 다루면서 사실상 오리지널 스토리에 가까운 서사를 보여준다. 2024년 우리의 곁에 새로 돌아온 <웡카>와 이전의 두 영화의 연관성과 차별점, 또 세 명의 배우가 캐릭터 ‘윌리 웡카’를 연기하며 무엇이 달라졌는지 살펴보았다.
<초콜릿 천국>(1971)

멜 스튜어트 감독의 영화 <초콜릿 천국>은 로알드 달의 아동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처음으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로알드 달이 직접 각본을 썼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명목상 올려둔 것에 가깝다. 그가 각색한 후 무분별한 재작업이 이루어지면서 로알드 달은 이 작품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원작과 달리 <초콜릿 천국>은 (원제가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인 것처럼) 찰리가 아닌 윌리 웡카의 시점으로 서사를 진행한다. 초콜릿과 사탕 제조업자 윌리 웡카는 그의 유명한 '웡카 바' 초콜릿 속에 다섯 장의 황금 티켓을 숨겨둔다. 이 티켓을 찾는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을 견학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평생 초콜릿을 공급받을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다. 웡카의 이벤트는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켰고, 아이들은 웡카의 황금 티켓을 찾으려고 혈안이다. 결국 다섯 명의 어린이가 황금 티켓을 거머쥐고 보호자 한 명과 함께 베일에 싸인 웡카의 공장에 들어선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고 몹시 슬퍼졌다. 혹시라도 이 영화가 보고 싶어진다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감상하기를 바란다. 매우 시니컬한 진 와일더 버전의 웡카를 보고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는 동심마저 잃을지도 모른다. 진 와일더의 웡카는 등장할 때부터 지팡이를 짚고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힘없는 모습으로 나온다. 웡카 공장의 철제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 앞에 다다르자, 그는 지팡이를 놓고, 넘어질 듯한 시늉을 취하다가 이내 앞구르기 퍼포먼스를 보여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거짓된 모습만 드러내며 자신의 이미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진 와일더는 시선을 조금 위로 향하게 둔다. 그의 초점 없는 눈동자는 좀처럼 인물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한다. 그의 관심은 아름다운 공장을 둘러보며 들떠 있는 아이들에게 향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 안에 머물러 있다. <초콜릿 천국>에서 웡카의 모든 것이 다 반쪽만 있는 사무실 미장센은 그의 염세적이고 반사회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로알드 달은 이 작품과 함께 진 와일더의 웡카 연기를 탐탁지 않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진 와일더는 뮤지컬 장면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다. <초콜릿 천국>에서 노래 ‘Pure Imagination’(순수한 상상)이 나오는 장면은 사실상 진 와일더의 연기에 모든 것을 기대고 있다. 진 와일더는 노래와 함께 익살스러운 계단춤을 선보이고,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공장과 대조되는 내면의 우울함을 표현해내며 웡카의 양면성을 드러낸다. ‘Pure Imagination’은 다른 곡 ‘Oompa Loompa’와 함께 <웡카>에서 리메이크되었다. <웡카>에서 휴 그랜트가 연기한 움파룸파는 팀 버튼판의 움파룸파보다 <초콜릿 천국>에서 초록색 머리에 주황색 얼굴을 가진 움파룸파 군단과 더 닮아 있다. 이 영화에서 움파룸파의 뮤지컬 장면은 탐욕스러운 아이들을 꾸짖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며, 환상적이기보다는 교화적이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팀 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윌리 웡카에게 원작에서는 없었던 인물 배경 서사를 더한다. 윌리는 억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낸다. 그의 아버지 윌버 웡카는 유명한 치과 의사였고, 이 때문에 윌리는 초콜릿과 사탕을 먹지 못한다. 어느 날 윌리는 아버지가 미처 없애지 못한 초콜릿을 처음 맛보고 흠뻑 빠진다. 이후 그는 쇼콜라티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집을 나온다.

팀 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시각적인 측면에서 멜 스튜어트의 작품보다 스케일이 더 커졌으며, 알렉스 맥도웰의 놀라운 프로덕션 디자인으로 연신 시각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 거대하고 환상적인 세계의 주인인 웡카는 정작 행복해하지 않는다. 조니 뎁의 웡카는 불우했던 유년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해 허우적거린다. 그는 거의 항상 미소를 장착하고 있지만, 그 특유의 웃음소리와 미소는 가장된 것만 같다. 또 단정한 단발머리는 어린 웡카의 얼굴 전체를 감쌌던 교정기와 같다. 그는 교정기를 떼고 초콜릿 공장의 주인이 되어서 꿈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잘못된 사랑과 억압 속에 짓눌려서 살아간다.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했던 웡카는 찰리와 함께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되고 가족의 사랑을 깨닫는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잘못된 가족관을 가지고 있던 어리숙한 외톨이 자본가 웡카가 가족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려 깊은 찰리를 후계자이자 친구로 받아들이면서 변해가는 이야기다.
〈웡카〉 (2023)

폴 킹 감독의 <웡카>는 이전의 두 ‘웡카’ 영화가 다루지 않은 꿈을 이루기 전 청년 시절의 웡카 이야기를 그려낸다.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한 새로운 웡카는 <초콜릿 천국>의 냉소적인 웡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미성숙한 외톨이 웡카와 달리 타인을 순수하게 믿는 선한 마음을 지녔다. 오히려 티모시 샬라메의 웡카는 폴 킹 감독의 이전 영화 속 사랑스러운 꼬마곰 캐릭터 ‘패딩턴’과 더 닮았다. 마멀레이드 잼이 듬뿍 발린 샌드위치가 항상 들어 있는 패딩턴의 모자는 <웡카>에서 촛대와 시계, 주전자 등 온갖 잡동사니가 들어있는 웡카의 마술사 모자로 변한다.
(<웡카>의 줄거리와 레퍼런스는 관련 기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영화 <패딩턴> 시리즈는 영국 작가 마이클 본드의 아동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패딩턴 베어'를 주인공으로 하는 실사 영화로 말썽꾸러기 꼬마곰 '패딩턴'이 새로운 가족을 찾아 나서는 모험을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영화에서 패딩턴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가족과 떨어져서 자신을 돌봐 줄 새 가족을 찾아 런던으로 오게 된다. 마찬가지로 웡카도 어린 시절에 사랑을 가득 담아 초콜릿을 만들어주었던 엄마를 잃고, 세계 최고의 쇼콜라티에가 되기 위해 꿈에 그리던 도시에 들어선다. 패딩턴과 웡카는 목적은 다르지만, 둘 다 살던 곳을 떠나 홀로 다른 도시로 온 이방인이다. 두 인물은 낯선 도시에서도 사람들을 경계하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친절하게 타인을 대한다.

둘의 선한 마음은 주변 사람들을 바꾸어 놓는다. <패딩턴>에서 런던으로 건너온 말하는 곰을 보호하게 된 브라운 가족의 가장 헨리는 처음에는 패딩턴을 위험 요소로 생각하고 가족들과 떨어트리려 한다. 위험평가사라는 직업을 가진 그는 가족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늘 통제한다. 그렇게 안전을 최우선시했던 헨리는 어느새 패딩턴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위험에 처한 패딩턴과 가족을 구하기 위해 위험에 정면으로 맞서는 용감한 가장으로 변한다. <웡카>에서도 웡카는 세탁소에 갇혀서 살아가는 고아 소녀 누들의 가치관을 바꾸어 놓는다. 희망을 꿈꾸지 않고, 부조리한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던 누들은 웡카의 꿈을 도와주면서 자신이 처한 현실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다.
이처럼 폴 킹 감독의 영화는 순수한 마음과 친절로 그들의 세상을 바꾸어 내는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그의 영화에서 보이는 희망과 낙관주의는 얄팍한 이해와 공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순수한 마음으로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그의 의지 어린 믿음에서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