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동화 작가 로알드 달이 창조한 매력적인 초콜릿 메이커 ‘윌리 웡카’가 돌아왔다. 그는 초콜릿으로 아이의 꿈을 눈앞에 실현해 보이는 괴짜 발명가이자 탐욕스러운 아이들을 혼내는 어른으로 60년 가까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다. <웡카>는 지난 12월 15일 북미 개봉 직후 2주 연속으로 글로벌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으며, 해외 관객과 평단 모두 사로잡았다. 해외 언론의 호평 속에서 드디어 <웡카>가 1월 31일 국내 개봉한다. 티모시 샬라메의 팬층이 두터운 한국에서도 <웡카>는 개봉 전부터 관객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2024년에 새로 돌아온 <웡카>는 <패딩턴> 시리즈를 만든 폴 킹 감독이 연출과 공동 각본을 맡았다. 폴 킹 감독의 <웡카>는 원작 로알드 달의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캐릭터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조한 이야기다. 웡카가 초콜릿 공장을 설립하기 전 꿈과 열정으로 가득 찬 웡카의 청년 시절을 그려낸다. <패딩턴> 시리즈로 따뜻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던 폴 킹 감독과 티모시 살라메 버전의 <웡카>는 어떨지 먼저 살펴보았다.

누더기 외투와 낡은 마술사 모자 차림의 청년 웡카(티모시 샬라메)가 세계 최고의 초콜릿 가게를 열기 위해 달콤 백화점이 있는 도시로 향한다. 그는 7년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초콜릿 레시피를 연마했다. 그가 가진 거라고는 단돈 12 소버린과 낡은 모자뿐이지만 자신의 초콜릿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을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웡카는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머무른 낡은 여관 주인 스크러빗 부인(올리비아 콜맨)의 계략에 휘말려 빚더미에 휩싸인다. 웡카는 빚을 갚기 위해 여관 지하에 있는 세탁소에 갇혀 매일 일을 해야 한다. 감옥 같은 여관살이를 하는 와중에도 그는 초콜릿 메이커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느 날 웡카는 오랫동안 여관 주인에게 붙잡혀 있던 고아 소녀 누들(칼라 레인)에게 자신의 꿈을 털어놓는다. 웡카의 선한 마음과 달콤한 초콜릿에 마음을 연 누들은 그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기로 한다. 한편 달콤 백화점의 실세이자 초콜릿 연합 3인방은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초콜릿 메이커 웡카가 나타나자 자신의 수익에 영향을 줄까 봐 전전긍긍한다. 그들은 웡카가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에 사사건건 훼방을 놓는다.
‘웡카 영화’의 탄생 <초콜릿 천국>(1971)에 바치는 오마주

폴 킹 감독의 <웡카>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가장 먼저 영화화한 멜 스튜어트 감독의 <초콜릿 천국>(1971)에 바치는 오마주다. <웡카>는 <초콜릿 천국>의 여러 장면을 재치 있게 바꾸어 냈다. 그중 하나는 윌리 웡카가 낡은 여관에 들어설 때 등장한다.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12 소버린을 다 쓴 웡카는 세탁소를 함께 운영하는 스크러빗 부인과 블리처(톰 데이비스)의 여관에 머무르기로 한다. 스크러빗 부인은 그에게 여관을 이용하기 전에 계약서에 서명부터 하라고 요구한다. 윌리는 “작은 글씨를 읽어”라는 누들의 말을 듣지 않고, 아코디언처럼 늘어나는 계약서에 서명한다. 윌리는 스크러빗 부인의 계략에 걸려들고, 그녀의 세탁소에 갇혀 일하게 된다. <웡카>의 작은 글씨로 쓰인 계약서 장면은 <초콜릿 천국>에서 배우 진 와일더의 웡카가 공장 견학을 앞두고 아이들을 속이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들은 웡카의 초콜릿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 점점 더 글씨가 작아지고 흐릿해져서 알아볼 수 없는 계약서에 서명한다.
<웡카>는 진 와일더의 웡카가 한 유명한 대사를 재치 있게 뒤틀기도 한다. <초콜릿 천국>에서 웡카는 다섯 명의 아이들에게 공장을 보여줄 생각에 흥분한 나머지 “시간은 너무 많은데, 볼 거리는 적어요”라고 거꾸로 말한다. 그는 이내 잘못 말했다며 자기가 한 말을 뒤집어보라고 한다. <웡카>에서 낙천적인 청년 웡카도 자신의 초콜릿을 소개할 기대감에 부풀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조용히 듣고, 주의 깊게 보세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그 말을 뒤집어보라고 말하면서 원작의 유머를 재해석한다.

<웡카>는 <초콜릿 천국>을 따라서 뮤지컬 장르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뮤지컬 애니메이션 <씽> 시리즈로 실력을 인정받은 조비 탤보트가 음악감독을 맡아 여러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초콜릿 천국>에 삽입된 두 명곡을 재탄생시켜 반가움을 더한다.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초콜릿 천국>의 넘버 ‘Pure imagination’(순수한 상상)이 티모시 샬라메의 버전으로 재탄생한다. 이에 더해 휴 그랜트가 부른 ‘움파 룸파’의 시그니처송 ‘Oompa Loompa’(움파룸파)도 들을 수 있다.
초콜릿과 뮤지컬로 만드는 꿈의 공장


뮤지컬 장르는 영화가 대중의 꿈과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꿈의 공장’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한 대표적인 장르이다. 특히 캐릭터의 희로애락과 꿈을 노래를 곁들인 춤으로 시각화해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면서도 환상적인 이미지와 군무 등의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들을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웡카>는 영화사에 걸작으로 기억되는 여러 뮤지컬 영화를 오마주했다. 먼저 <웡카>의 오프닝 뮤지컬 시퀀스에서 웡카는 도시의 가로등을 한 손으로 잡고 돈다. 그의 모습은 마치 뮤지컬 고전 <사랑은 비를 타고>(1953)의 진 켈리를 생각나게끔 한다. 달콤 백화점과 파스텔톤의 초콜릿 상점들이 즐비한 <웡카>의 도시는 자크 드미의 영화 <로슈포르의 숙녀들>(1967)의 도시와 닮아있다. 특히 <웡카>의 몹신은 <로슈포르의 숙녀들>의 뮤지컬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웡카와 누들이 풍선에 매달려 도시의 밤 위로 떠다니는 장면은 뮤지컬 영화는 아니지만 환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었던 알베르 라모리스의 <빨간 풍선>(1956)과 픽사 애니메이션 <업>(2013)의 한 장면을 오마주한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 위로 웡카와 누들이 함께 부양하는 장면은 <라라랜드>(2016)의 미아와 세바스찬의 환상적인 키스씬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영화사에서 꿈과 희망을 드러내는 수많은 장면을 집대성하고 오마주하는 영화의 방식은 세계 곳곳에서 모은 재료로 초콜릿을 만들어 모두에게 꿈과 용기, 희망을 선사하는 웡카의 캐릭터와 상응한다. 웡카가 꿈꾸는 초콜릿 공장은 말 그대로 꿈의 공장이 된다.
<웡카>는 후반부에 들어서 케이퍼 장르로 전환한다. <웡카>의 케이퍼는 웨스 앤더슨 풍의 연출을 상기시킨다. <웡카>는 웨스 앤더슨의 영화처럼 수직적 움직임과 수평적 움직임으로 가득한 어드벤처다. 웡카가 누들의 도움으로 세탁소를 빠져나오는 장면은 웡카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수직적 움직임을 보여준다. 특히 초콜릿 카르텔의 비밀 장부 절도 시퀀스는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버금갈 만큼 수직적 움직임과 수평적 움직임으로 가득하다.
탐욕으로 얼룩진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선한 영혼 웡카

<웡카>의 빌런인 달콤 백화점의 실세 3인방 슬러그워스, 피켈그루버, 프로드노즈는 초콜릿 카르텔을 유지한다. 그들의 행태는 거대 기업들이 짜고 벌이는 부당 행위인 담합을 보여준다. 그들은 초콜릿 카르텔을 결성해서 자신들의 매출을 지킨다. 또 부패한 성직자들과 한통속이 되어 성당의 지하 금고 안에 비밀 장부를 숨겨둔다. 또 그들은 경쟁자 웡카가 업계에 발도 붙이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웡카가 사람들 앞에서 처음 ‘두둥실 초콜릿’을 선보인다. 이때 달콤 백화점의 실세 3인방이 몰려와 웡카의 초콜릿을 먹어본 후 맛이 너무 복잡하다며 거짓 비방을 한다. 웡카를 만나고 돌아온 초콜릿 연합 3인방은 숨은 조력자인 경찰서장에게 사고를 위장해서 웡카를 죽여달라고 한다.
폴 킹 감독은 이들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그려낸다. 감독은 이 영화에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통렬한 고발을 담은 이유로 “윌리 웡카는 거대한 초콜릿 공장을 운영하지만 근본적으로 탐욕에 반대하는 인물이다. 탐욕과 관대함이라는 책의 주제를 기업의 차원에서 탐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카르텔을 유지하기 위해 범죄를 일삼는 이들에게 굴하지 않는 웡카 캐릭터로 “부패한 세상에서 선한 영혼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