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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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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등 2월 넷째 주 개봉작 전문가 별점

씨네플레이

파묘

감독 장재현

출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기꺼이 즐기고픈 험한 상상력의 맛

★★★★

점점 세게. <파묘>의 장단이다. 스산한 기운을 불어넣는 초반부, 미스터리의 반격을 전하는 중반부, 휘몰아치는 후반부까지 더없이 과감하다. 감독의 전작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가 끝내 미지로 남겨두기를 택한 영역이 있었다면, 이 영화는 ‘무덤을 파낸다'는 뜻의 제목만큼이나 성큼 들어가 뿌리를 탐색하고 미지의 땅을 기어이 파낸다. 그 끝에 닿은 상상력은 예상 밖의 당혹스러운 면이 조금은 있으나, 가장 한국적인 색을 입은 오컬트의 결과로 가닿으려던 결과로 충분히 납득된다. 아닌 게 아니라 풍수사와 장의사 그리고 무당 캐릭터까지 가세해 만들어내는 영화적 기세는 실로 대단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잘, 팠다! 이야기도 캐릭터도 분위기도

★★★★

오컬트 장르에 ‘말뚝’ 박고 달려온 장재현 감독의 ‘뚝심’, 깔린 ‘멍석’ 위에서 ‘살풀이’하듯 존재감을 찍어내는 배우들 연기, 감각 좋은 편집과 음향 등 흡입력 있는 여러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제 몫을 해내는 작품이다. 전반부를 견인하는 악령의 스산함과 후반부를 장악하는 ‘험한 존재’의 분위기 온도 차이로 인해 긴장의 ‘맥’이 잠시 끊기기는 하지만, 민족의 한(恨)이라는 감정이 촘촘하게 스며들어 ‘부적’ 역할을 해낸다. 한국 영화의 전반적인 만듦새가 하향 평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만난 작품이라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험한 장르를 파헤치는 뚝심과 진심 

★★★★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한국 오컬트 장르를 진화시켜 온 장재현 감독은 대중을 휘어잡는 이야기로 기대를 만족시키면서 중반부턴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움을 시도한다. 이번엔 풍수지리, 무당, 굿 등 한국 무속신앙에 일본 토속 정령신앙까지 뻗어나가 전작들보다 더 한국적이고 큰 그림을 완성한다. 인상적인 장면들이 수두룩하다. 영화를 보면 최민식의 출연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 김고은의 연기에 압도당한다. 유해진의 자연스러움과 이도현의 에너지도 좋은 파장을 일으킨다. 배우들의 팀플레이가 워낙 좋아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장재현 감독이 다음엔 어떤 작품을 들고 올지 몹시도 기다려진다. 

 


바튼 아카데미

감독 알렉산더 페인

출연 폴 지아마티, 더바인 조이 랜돌프, 도미닉 세사

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우리는 언제나 서로에게서 삶을 배운다

★★★★

주인공 폴(폴 지아마티)의 말마따나 삶은 “닭장의 횃대" 같다. 더럽고 옹색하다. 상실과 열등감, 외로움처럼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의 덩어리들을 껴안고 버티는 일. 그래도 그 필연적인 비루함을 감내하는 것이 나만은 아니라는 것, 모두가 조금씩은 슬프고 아프다는 사실 앞에 겸허히 서로의 온기가 되어주기로 마음먹는 결심이 결코 무의미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폴과 털리 그리고 메리의 여정에서 배운다. 학교와 학교 밖을 떠나, 교사와 학생을 떠나, 우리는 언제나 서로에게서 삶을 배운다.  인생의 어떤 시기를 고여 있는 물처럼 유임(hold over, 영화의 원제는 ‘holdovers’다)하고 있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의 한 시절에 작은 온기로 함께 있기를 택하는 영화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죽은 시인의 사회>와 <사이드웨이>가 만나면

★★★★

모두가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 떠나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꼼짝없이 갇힌 사람들이 있다. 명문 사립학교 바튼 아카데미의 역사교사 폴(폴 지아마티), 문제아 앵거스(도미닉 세사), 그리고 기숙사 식당의 주방장 메리(더바인 조이 랜돌프)는 학교에 남겨진다. 좋든 싫든 크리스마스가 지날 때까지 함께 있게 된 이들의 거리는 조금씩 가까워진다. 상대에게서 뜻밖의 장점을 발견하기도, 숨기고 싶었던 상처를 들키기도 하면서. 함께 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찬찬히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이들이 서로의 어둠을 이해하게 되면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꺼내보게 될 영화.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마음을 휘젓는 연출, 마음을 울리는 연기

★★★★★

어릴 때, 뜨끈한 아랫목에 배 깔고 누워 보던 주말의 명화 느낌이 났다. 단순히 영화 배경이 70년대여서도 아니고, 그 시대 영상 때깔을 영화가 구현하고 있어서만도 아니다. 지금은 희미해진 ‘어떤 감수성’(좋고 나쁨을 말하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지금과는 다른 감수성을 의미한다.)이 영화 전반에 생생하게 수놓아져 있어서다. 서로가 서로의 상극인 줄 알았던 인물들이, 상대가 나와 너무 닮아서 상극이었음을 깨달아가며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는 물론 새롭지 않다. 보편에 가까운 이야기란 의미다. 그런데 이런 보편의 이야기를 잘 그려내는 게 어디 쉬운가. 개성 없어 보일 공산이 큰 흔하디흔한 서사를 알렉산더 페인은, 결이 풍부한 캐릭터들과 당대의 시대상과 인간의 모순과 삶의 허무 등에 넓고 깊게 포개 그만의 향기를 입혔다. 그렇다. 이건, 최상급의 연출력이다. 폴 지아마티의 감탄을 부르는 연기 또한 이 영화에 있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꽁꽁  마음을 녹이는 마스터피스 코미디 

★★★★☆

정통 코미디 드라마는 잘 만들어야 본전이다. <바튼 아카데미>는 본전을 넘어서 마스터피스 반열에 오른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완성도 높은 코미디 영화를 보게 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심어준다. 1970년대 미국 영화 형식을 구현하며 지금시대가 잃어버린 가치들을 따뜻한 코미디로 길어 올린다. 영화의 그릇이 꽤 크고 전달하는 의미와 감정이 깊고 다양하다. 그러니 단순히 크리스마스 영화, 사제지간이 등장하는 성장 영화로 단정하지 말기를.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정확한 연출 세공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폴 지아마티, 도미닉 세사, 더바인 조이 랜돌프의 기막힌 연기 앙상블을 보면 이 배우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오키쿠와 세계

감독 사카모토 준지

출연 쿠로키 하루, 이케마츠 소스케, 칸 이치로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분뇨 속의 연꽃

★★★★

힘 있는 장르 영화나 메시지 강한 작품을 주를 이룬 전작들을 떠올린다면, <오키쿠와 세계>는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꽤 독특한 지점에 있는 작품이다. 19세기 일본을 배경으로, 분뇨업자인 야스케(이케마츠 소스케)와 츄지(칸 이치로)의 질퍽한 삶과, 츄지와 오키쿠(쿠로키 하루) 사이의 로맨스가 어우러진다. 여기에 당대의 시대 배경과, 은근한 사회적 메시지가 결합된다. ‘똥’이라는, 어쩌면 영화에서 금기시(?) 된 소재를 승화시켜 빚어낸 ‘분뇨 속의 연꽃’ 같은 영화. 인분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많은데, 다행히(!) 흑백 영화다.

 

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가장 더러운 곳에서 길어 올려진 고운 것

★★★★

가장 더러운 풍경에서 건져 올린 가장 말간 마음. 그간 에도 시대의 영화들을 익숙하게 장식했던 캐릭터들보다 한참 낮은 사회적 층위에 있는 이들과 함께 올려다본 삶의 모양은 소박하게 아름답다. 거기에는 우물 안 개구리로 살며 ‘세계'라는 말이 그럴싸하게 내포하는 것 따위는 몰라도, 밥벌이를 손수 이어가고 생활인의 품위를 유지하는 꼿꼿함으로 살아가는 풍경이 있다. 낮고 더러운 곳부터 끝을 모르게 넓은 세계로 삶은 순환하며 나아간다. 글은 모르고 말을 잃어도 마음을 전하려는 낭만을 품은 청춘의 생기가 흑백 화면 안에서 단정하게 반짝거린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사회파 거장의 세계에 대한 애정 어린 탐구

★★★★☆

대부분의 ‘똥 이야기’는 재밌다. 한데 ‘똥 이야기’가 이렇게 운치 있을 수 있다니. ‘똥 이야기’를 이토록 아름다운 통찰로 풀어낼 수 있다니.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에도시대 몰락한 사무라이 가문의 딸과 두 분뇨업자 청년, 세 청춘을 내세워 세계를 논한다. 삶의 지속성과 순환성을 흑백 시대극과 블랙 코미디로 잔잔하게 보여준다. 일본 사회파 거장이 세계를 그리는 방식은 한층 부드럽고 느긋하며 견고해졌다. 결국 세계를 움직이는 힘은 사랑과 희망이다. 한편으론 쿠로키 하루의 얼굴로 기억될 영화다. 어떤 장르, 배역을 만나든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이 배우는 어느덧 일본 영화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다. 이케마츠 소스케, 칸 이치로의 생명력 넘치는 연기도 익살과 감동을 퍼 올린다. 

 

 

 


서바이벌 택틱스

감독 박근영

출연 김성령, 최원용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편지 미스터리

★★★☆

처음엔 낯설게 시작하지만, 중반부를 넘어가면 의외로 강하게 몰입하게 된다. 쌍둥이 언니 성희의 죽음을 맞닥트리게 된 성령(김성령)은 보험사 직원 우호(최원용)에 의해 성희가 지닌 편지를 전달받고, 그 사연을 캐 나간다. 사실 이러한 줄거리 요약은 영화를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데, <서바이벌 택틱스>는 서로 무관해 보이는 요소들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낸 독특한 톤과 영화적 공기로 관객에게 어필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영화적 서사와 동떨어져, 살짝살짝 어긋나듯 예상치 못한 전개를 보여주는 작품. 묘한 매력을 지닌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모호한 삶을 인정하기 

★★★

이 영화를 보면 타협하지 않기가 감독의 생존 전술(서바이벌 택틱스)처럼 여겨진다. 제목도, 이야기도, 연출도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의미와 의도를 이해하기보다 보여주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부딪히면서 느끼는 감상이 더 특별할 것이다. 불명확하면서도 당당한 영화의 태도가 바라본 적 없는 곳으로 시선을 유도하고, 관객의 시야를 넓힌다. 

 


벗어날 탈 脫

감독 서보형

출연 임호준, 위지원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깨달음과 영감

★★★

마치 화두 같은 한글 제목보다는 ‘하나도, 둘도 아닌’(Not One and Not Two)이라는 영어 제목이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좀 더 유용해 보인다. 깨달음을 통해 삶의 번뇌에서 벗어나려는 남자와, 예술적 영감을 찾기 위해 애쓰는 여자. <벗어날 탈 脫>은 두 사람의 분리된 채, 현실과 비현실이 뒤엉킨 이야기로 전개되고, 그들이 결국은 하나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고 소박해 보이지만, 서사의 스케일은 큰 작품이다.

 


월레스와 그로밋 더 클래식 컬렉션

감독 닉 파크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언제 봐도 흥미진진한 명작 시리즈 

★★★★

클레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명가 아드만스튜디오의 <월레스와 그로밋> 대표작 세 편을 다시 만난다. 첫 번째 시리즈 ‘화려한 외출’, 1994년과 1996년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전자바지 소동’과 ‘양털 도둑’은 클레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영원한 클래식’이다. 월레스와 그로밋이 좋아하는 치즈를 소재로 한 짧은 미공개 에피소드가 맨 처음에 나와 <월레스와 그로밋>의 오랜 팬들에겐 선물 같은 영화다. 

 


극장판 츠루네: 시작의 한 발

감독 야마무라 타쿠야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백발백중 스포츠 애니메이션 

★★★☆

일본 궁도를 소재한 스포츠 애니메이션 시리즈 <츠루네> 극장판. 2018년 공개한 시즌 1 <츠루네-카제마이고교 궁도부->의 총집편이다. 주인공 미나토와 코치 마사키의 사연을 중심으로 두 인물이 각자의 문제를 극복하고 현 대회에 출전하기까지 내용을 다뤘다. ‘화살을 쏠 때 현이 타앙 하고 울리는 소리(츠루네)’를 온전히 집중해서 즐길 수 있는 것도 극장판만의 매력. 교토애니메이션의 뛰어난 작화와 연출, 탄탄한 스토리가 ‘끝이 없는’ 활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시즌 2까지 공개된 <츠루네> 시리즈가 일본 하이틴 스포츠의 계보를 잇는 명작임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