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너무 잘한 나머지 은퇴설이 도는 배우들이 있다? 둘도 없을 희대의 쓰레기 캐릭터부터 외모나 이미지는 생각하지 않고 충격적인 비주얼로 망가짐을 택하기까지, 최근 작품 속에서 소위 미친 연기로 은퇴설에 휩싸인 배우들을 모아봤다.


이이경 <내 남편과 결혼해줘>
최고 시청률 13.9%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자극적인 막장 스토리로 매회 높은 화제성을 기록한 드라마에서 주목받은 건 주연을 맡은 박민영도, 나인우도 아니다. 막말은 기본, 외도와 폭행과 살인까지 저지른 쓰레기 남편 '박민환'을 연기한 배우 이이경이다. 박민환은 전생에서 위암에 걸린 아내 강지원(박민영)을 두고 강지원의 친구 정수민(송하윤)과 바람을 피운 인물. 몸싸움 끝에 강지원을 살해해 강지원이 과거로 회귀하게 되는 계기를 만든다. 과거에서도 다를 바 없다. 이이경은 드라마 초반 올누드(?) 장면으로 알몸 투혼도 모자라 회차가 지날수록 늘어나는 악행과 가스라이팅, 폭언, 폭력적인 면모까지 다채로운 악역의 모습을 선보이며 열연을 펼쳤다. 이이경의 내일이 없어 보이는 악행들은 드라마의 몰입력을 높여주는 일등 공신으로 활약하며 시청률 견인에 큰 힘이 됐다. 리얼한 연기로 은퇴설이 돌기도 했던 이이경은 "시청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은퇴 없이 더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가 되겠다"라며 종영 소감을 전했다.


안재홍 <마스크걸>, <LTNS>, <닭강정>
은퇴설의 시초가 된 배우? <마스크걸>의 안재홍이다. 안재홍은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주오남 캐릭터를 맡아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을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탈모 머리에 통통한 몸, 홀로 19금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는 오타쿠적 기질까지 웹툰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외향뿐이랴. 불쾌감마저 유발할 정도로 안재홍 특유의 현실적인 연기가 몰입감을 더하며 '아이시떼루!' 등 <마스크걸>의 모든 명대사와 명장면을 차지했다. 이로 인해 온라인상에서는 '안재홍 이번 작품이 은퇴작'이냐는 말이 퍼지며 바이럴이 되기도 했다.


안재홍은 이에 그치지 않고 과감한 시도로 한 발 더 나아갔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다. 제작발표회에서 "(은퇴 후) 복귀작이다"라며 여유롭게 우스갯소리까지 한 그는 복귀작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과감한 19금 연기를 선보였다. 안재홍은 7년 차 섹스리스 부부이자 불륜 커플을 미행, 협박해 돈을 버는 사무엘 역을 맡아 이솜과 함께 수위 높은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첫 시작부터 높은 수위의 키스신과 베드신을 선보이는 등 안재홍의 필모그래피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낯선 모습이었다.

그리고 3월. 안재홍의 은퇴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마스크걸>에 이어 또다시 웹툰 싱크로율 100%에 달하는 모습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하루아침에 닭강정이 된 딸을 찾기 위한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이다. 안재홍은 닭강정이 되어버린 민아(김유정)을 짝사랑하는 인턴사원 고백중 역으로 출연한다. 분홍색 셔츠 의상부터 외적인 모습까지 웹툰 속 고백중의 모습과 완전히 일치하는 싱크로율을 선보인 안재홍은 캐릭터에 대해 "'나를 보고 그렸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썹 모양까지 닮았다"라며 "(캐릭터와) 운명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멜로가 체질>에 이어 이병헌 감독과 두 번째 만남인 <닭강정>은 오는 3월 1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임시완 <소년시대>
작정하고 망가진 배우가 여기 또 있다. 이이경, 안재홍과 함께 은퇴설 트로이카로 불리는 <소년시대> 임시완이다. <소년시대>는 1989년 충청남도, 안 맞고 사는 게 일생일대의 목표인 병태가 불법 댄스 교습소를 운영하다 걸린 아버지로 인해 옆 동네 부여로 야반도주하게 되고 얼떨결에 전학 간 학교에서 부여 짱으로 둔갑하게 되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코미디 드라마다. 임시완은 만 35세의 나이로 첫 코미디 연기에 도전, 그야말로 짠한 찌질미의 극치를 선보이며 '온양 찌질이'로 거듭나는 등 웃음을 선사했다.
얻어맞은 얼굴은 기본이거니와 2:8 가르마에 왁스로 잔뜩 눌러 버린 머리, 찰지게 소화하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 등 임시완은 우스꽝스럽고 다양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했다. 연출을 맡은 이명우 감독까지 그의 다음 작품을 걱정했을 정도. 임시완의 연기 변신은 1회부터 웃음을 자아내며 입소문 탔고, 쿠팡플레이는 전례없던 드라마 히트로 첫 주 대비 전체 시청량 2,914% 수직 상승하며 그야말로 초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다. 임시완은 기세를 몰아 3월 2일 첫 공개되는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 5 1회 호스트로 낙점, 수위 높은 웃음을 선사할 전망이다.

* 드라마 <나의 해피엔드>,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손호준 <나의 해피엔드>
손호준 또한 최근 뻔뻔한 불륜남 연기로 안방극장 시청자들로부터 욕을 먹은 바 있다. 장나라와 6년 만에 부부로 재회한 부부로 재회한 <나의 해피엔드>에서 손호준은 극과 극의 대비를 이루는 쌍둥이 허순영, 허치영 형제를 연기해 1인 2역에 도전했다. 극 중 허순영이 아내 서재원(장나라)의 대학 시절 동기였던 친구 권윤진(소이현)과 불륜을 저지르며 본격적인 전개를 맞이했는데, 무엇보다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서재원에게 미안함 없이 당당한 태도로 불륜을 고백하는 장면이 시청자들로부터 분노를 사며 은퇴설을 불러일으켰다.

은퇴작 의심과 별개로 손호준이 작품을 통해 화제가 된 다른 이유도 있다. 손호준의 최근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특이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그가 '단명의 아이콘'이라는 것. 그는 SBS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에서 시즌 1에 이어 시즌 2에 주연 캐릭터로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3회 만에 폭발 사고로 죽음을 맞으며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긴 바 있다. 더불어 차기작인 <나의 해피엔드>에서도 10회 만에 음독으로 인해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며 조기 하차하였다. 두 작품 연속 캐릭터 사망으로 조기 하차라는 신기록을 세운 그. 과연 다음 작품에선 어떤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길지, 손호준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