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플레이가 일냈다. 임시완 주연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소년시대>가 종영 이후로도 인기가 끊이지 않는 것. 첫 공개 이후 종영까지 시청률 2,914% 상승한 <소년시대>는 6주 연속 쿠팡플레이 인기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1월 공개된 <소년시대>는 1989년 충청남도, 안 맞고 사는 게 일생일대의 목표인 온양 찌질이 장병태(임시완)가 하루아침에 부여 짱으로 둔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다이내믹 청춘 활극이다. 찰진 충정도 사투리와 유머, 거침없는 액션과 10대 청소년들의 미묘한 관계성 등이 <소년시대>의 인기 요인이다.
그중에서도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가 <소년시대>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주인공 ‘병태’를 맡은 배우 임시완은 연기 변신을 넘어 팬들도 못 알아볼 정도로 찌질이 캐릭터를 완벽 소화했다. 덕분에 임시완은 배우브랜드 평판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편, 시청자들에게 낯선 얼굴들의 활약도 못지않았다. <소년시대>는 임시완과 이선빈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었다. 극의 연출을 맡은 이명우 감독은 “오디션에만 6개월 이상을 투자했다”며 신인 배우 캐스팅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주요 배역을 제외하고는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없는 신인 위주로 캐스팅하자는 원칙을 세웠다고 전했다. 혹독한 오디션 과정을 통해 선발된 <소년시대>의 신인 배우들은 날개를 단듯 자신의 재능을 뽐냈다. 오늘은 그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존재감을 보여준 3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김정진(양철홍 역)

극 중 부여농고로 전학 온 병태를 아산백호로 오해해 사건의 씨앗을 심은 인물이 있다. 패거리의 리더 ‘양철홍’이다. 부여농고 5인방의 리더이지만 더욱 강한 상대의 곁에서 권력을 유지하려는 호가호위 캐릭터이다. 때문에 양철홍이라는 인물은 충분히 두려운 존재여야 하는 동시에 허술한 면모가 드러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양철홍을 맡은 배우 김정진은 극 초반 강렬한 비주얼로 학급 친구들뿐 아니라 5인방 일원들의 기선을 제압한다. 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빈틈을 드러내며 그 중 최약체로 변모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김정진은 데뷔 1년차의 ‘찐’신인이다. 2022년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으로 데뷔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은 쌍둥이 동생 ‘월우’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복수에 나선 형 ‘일우’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정진은 소년원의 일진 패거리 멤버 백영중 역을 맡았다. <크리스마스 캐럴>에서도 <소년시대>와 같은 짧은 머리를 한 채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캐릭터를 맡은 김정진은 이후 드라마 <모범택시2> ,<미끼>, <악귀>등에서 연기 경력을 쌓았다. 짧은 시간 안에 빠른 성장세를 보인 배우 김정진. 그의 차기작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이시우(정경태 역)

<소년시대> 최고의 빌런 ‘아산백호’ 정경태 역은 배우 이시우가 맡았다. 극 중 정경태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지닌 데다 장병태 역의 배우 임시완과 정면으로 맞붙는 인물이기에 신인 배우에게는 심적 부담이 컸을 것이다. 이시우는 <소년시대>에 캐스팅이 되었을 때 스스로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의심과 함께 두려움이 들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소년시대>에서 이시우가 구현한 정경태는 ‘막강한’보다 ‘유연한’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악역이다. 정경태는 모종의 이유로 아산을 떠나 부여로 온 인물이다. 빵집을 하는 어머니와 단둘이 지낸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서사가 주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절대악’과 같이 단편적으로 묘사되기 쉽다. 그러나 <소년시대>에서 이시우는 정경태가 지닌 다양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소년시대>의 연출을 맡은 이명우 감독은 정경태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양면적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정경태를 캐스팅하는 데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이명우 감독의 의도와 걸맞게 이시우의 ‘정경태’는 선과 악, 그 사이 어느 지점을 넘나들며 극에 스며든다.
이시우는 2017년 옥수수TV <복수노트>로 데뷔했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연기를 공부했고 2020년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를 통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시우는 ENA <종이달>,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를 거쳐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소년시대>에서 자신의 매력을 알렸다. 현재 차기작 <완벽한 가족>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시우. 미스터리 서스펜스 장르인 <완벽한 가족>에서 유일하게 긴장감을 풀어주는 선한 역할이라는 스포를 던져주어 팬들의 기대감을 샀다.
이상진(조호석 역)

배우 이상진이 맡은 ‘조호석’ 역은 장병태에 버금가는 상찌질이 캐릭터로 극의 감칠맛을 더한다. 병태의 진짜 모습을 유일하게 목격한 인물로 그를 압박하는 한편, 매번 맞고 사는 병태에 대한 동질감을 느껴 어느새 친구가 된다. 장병태와 완전한 신뢰를 쌓기 전까지 조호석은 그에 대해 변화무쌍한 태도를 취한다. 시청자들은 조호석이 병태를 돕는 조력자인지, 뒤통수를 치는 배신자인지 알 수 없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이 캐릭터가 단순히 주인공의 친구역에서 머물지 않고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인물로 묘사된 것은 배우 이상진의 몫이 크다.
이상진이 구축한 조호석은 주인공 장병태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중심을 지킨다. 이상진 특유의 무심한 표정과 느릿한 움직임이 호석을 독자적인 캐릭터로 만든 것이다. 더불어 <소년시대>가 추구하는 충청도식 유머를 누구보다 잘 구사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이상진은 “충청도 사투리가 성격과 잘 맞는다”며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2020년 tvN 드라마 <여신강림>으로 데뷔한 이상진은 이후 티빙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넷플릭스 <택배기사> 등 줄곧 좋은 작품에 캐스팅되며 얼굴을 비추었다. 특히 2022년 ENA의 인기 드라마 <신병>에서 소대장 오석진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신병>은 사단장의 아들 박민석(김민호)이 95보병사단 75연대 7대대에 머무르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는다. 이상진이 맡은 캐릭터 소대장 오석진은 원리원칙만을 따지는 융통성 제로의 빌런이다. 2022년 방영한 <신병>은 그 인기에 힘입어 다음 해 시즌 2가 제작되기도 했다.
30세의 늦은 나이에 데뷔한 이상진은 10년의 무명시절을 거쳤다. 독립영화와 연극 무대에서 활약했지만 벌이가 없었다. 편의점, 밀랍 인형 박물관 보안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는 이상진은 ‘연기를 하며 먹고 살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할 정도였다고 간절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촬영으로 힘들어도 꿈꾸던 삶이기에 행복하다는 이상진의 내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