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사는 사회가 유토피아가 아닌 한, 인류의 상상력은 영원히 마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상력의 원천은 결점이 풍부한 세상이기에, 많은 창작자들은 끊임없이 작품을 통해 세계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그 통찰력과 상상력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창구는 바로 SF 소설이다. 그 때문에, SF 소설은 영화나 드라마로 자주 각색되곤 한다. 최근에는 국내 SF 소설들의 판권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한다. 또한,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삼체>는 류츠신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뛰어난 상상력에는 많은 돈을 투입할 가치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곧 영화화나 드라마화를 앞둔 SF소설을 몇 가지 소개한다. 공개 전, 미리 읽어보고 비교해 보는 것도 좋겠다.
에드워드 애슈턴 「미키 7」 →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이 2025년 1월 28일로 국내 개봉일을 확정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원작 소설 「미키 7」을 미리 읽고 영화를 관람하려는 예비 관객들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에드워드 애슈턴의 「미키 7」은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우주 개척 업무에 투입된 ‘미키’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키’는 남들이 꺼리는 일들을 도맡는 ‘익스펜더블’로, 그는 마치 소모품처럼 사용된다. 만약 그가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어 죽는다면 다시 또 다른 ‘미키’가 생성되어 소모품으로써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기능한다. ‘미키 7’는 그가 총 6번의 죽음을 맞았음을 뜻하는데, 봉준호는 이 작품을 각색하며 미키를 10번 더 죽였기에 영화의 제목은 <미키 17>이 되었다. 영화의 주인공 ‘미키 17’은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에 관해 “세상을 구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SF지만 인간에 관한 이야기”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앤디 위어 「프로젝트 헤일메리」 →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마션」으로 ‘천재 작가’ 칭호를 얻은 앤디 위어의 또 다른 작품 역시 영화화될 전망이다. 그가 2021년에 발표한 SF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출간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영화화를 확정했다.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마션」을 잇는 SF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설은 작가가 ‘수많은 자료조사와 수학적 계산을 거친 작품’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물리학 법칙에 철저히 기반한 작품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구는 나날이 기온이 떨어져, 인류가 모두 멸종할 위기에 놓인 상태. 이윽고 미지의 생명체가 태양의 온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며, 이 생명체를 조사하기 위해 ‘헤일메리’ 호가 출발하게 된다.
최근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올 6월 영국에서 촬영을 시작한다는 소식과 26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영화는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을 맡고 제작에도 참여했으며, <21 점프 스트리트>(2012)를 공동연출한 필 로드와 크리스토퍼 밀러가 연출한다. 또한 영화 <마션>(2015) 각본을 집필한 드루 고다드가 이번에도 각색에 참여한다.
마샤 웰스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 → 애플tv+ 10부작 시리즈 <머더봇>

「머더봇 다이어리」는 총 7권에 달하는 장편 SF 소설이다. 2017년 1권(「머더봇 다이어리: 시스템 통제불능」)을 시작으로 2023년에 마지막 완결작(「머더봇 다이어리: 시스템 붕괴」)이 발매되었는데, 1권인 「머더봇 다이어리: 시스템 통제불능」은 ‘SF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휴고상을 비롯한 각종 상을 휩쓸었다.
소설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는 ‘살인 로봇’이지만 인간을 구하는 ‘머더봇’의 이야기를 다룬다. 머더봇이 왜 머더봇인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살인을 할 수는 있지만 그저 소시민으로 살아가기를 택한’ 로봇이기 때문에 그렇다. 머더봇은 로봇이지만 드라마를 정주행하기를 좋아하고, 매우 내향적이어서 인간들과 교류하기를 꺼리며, 자신이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간들에게 숨기고 있다. 마샤 웰스 작가는 인류학을 전공한 인물이기도 한데, 그 때문에 이 소설은 SF라는 장르의 외연에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내포한 작품이기도 하다.
「머더봇 다이어리」는 애플tv+가 10부작 시리즈 <머더봇>으로 영상화할 예정이다. <어바웃 어 보이>를 연출한 크리스 와이츠와 폴 와이츠 형제가 연출, 각본, 제작을 담당하고, 데이빗 다스트말치안(<듄>)과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고질라 VS. 콩>)가 출연한다.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中 단편 ‘스펙트럼’ → 김보라 감독의 장편영화
김초엽 「지구 끝의 온실」 → 스튜디오드래곤의 드라마

몇 년 새 일어난 국내 SF 소설의 붐은 김초엽 작가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2020년을 전후로 국내 SF 소설계에는 젊은 신진 여성 작가들이 다수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김초엽이나 정세랑, 천선란 등이 그 예다. 이들의 작품은 SF라는 장르 속에 인간과 사회, 관계에 관한 성찰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1993년생인 김초엽 작가는 포스텍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으로 석사를 마쳤다. 그가 2019년에 발간한 단편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는 7편의 SF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중 ‘스펙트럼’은 영화화를 예정하고 있다.
단편소설 ‘스펙트럼’은 노년의 생화학자가 사고로 태양계를 떠돌던 중, 한 외계 생명을 만나 진실하게 소통하고 이해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스펙트럼>(가제)의 연출은 <벌새>의 김보라 감독이 맡을 예정으로, <D.P.>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의 클라이맥스 스튜디오가 제작한다. 소문에 따르면, 제작비 약 200억의 대작이 될 전망.
한편, 김초엽 작가의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 역시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2022년, 스튜디오드래곤이 「지구 끝의 온실」의 영상화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더 글로리> <사랑의 불시착> 등 다수의 웰메이드 작품을 선보인 국내 최고의 드라마 제작사다.
「지구 끝의 온실」은 김초엽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더스트’라는 재난이 한차례 휩쓸고 간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소설은 더스트 시대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과 더스트 종말 이후를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인간과 관계, 사랑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