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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등 5월 둘째 주 개봉작 전문가 별점

씨네플레이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감독 웨스 볼

출연 오웬 티그, 프레이아 앨런, 케빈 두런드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과거의 영광을 찾고자 하는 인간 vs 미래로 나아가길 택하는 유인원

★★★

지난 <혹성탈출> 시리즈의 탁월한 리더 시저(앤디 서키스)의 시대가 끝나고 수세대가 지난 지구의 주인은 유인원이다. 인간들은 에코로 불리며 하등한 존재로 숨어 살고, 유인원 부족들은 문명을 일구고 마을을 이룬다. 독수리 부족의 노아(오웬 티그)는 우연히 만난 인간 소녀 노바(프레이아 앨런)와 오랑우탄 라카(피터 메이컨)를 통해 과거 인간 문명과 시저의 유산에 대해 알게 된다. 길 위의 모험과 독재자 프록시무스(케빈 듀런드)에 대한 저항을 통한 노아의 성장이 새 시리즈의 주된 줄기. 이 과정에서 노아는 시저가 그러했듯 인간과의 공존을 고민하게 된다. 이전 트릴로지가 인간 중심 사고를 뒤집어놓는 유인원들의 반격을 그렸다면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오랜 침묵을 깬 인간들의 반격을 예고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새로운 캐릭터 매력 다 합쳐도, 시저 아우라 하나 넘지 못하는

★★★

어째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아우라는 뽐내는 건, 전편에서 퇴장한 시저다. 리부트 3부작의 정신을 잘 계승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임팩트 있는 새로운 인물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새 주인공 노아에게는 시저가 지녔던 카리스마와 매력이 부족하다. 노아가 각성하는 과정의 빌드업이 부실한 까닭이고. 전형적인 영웅 서사를 따를 뿐 독창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사 시저’를 사칭하는 빌런 프록시무스의 경우 설정은 흥미로우나, 깊이감은 충분히 부여받지 못하면서 소모된 인상이 짙다. 기술력은 또 한 번의 진화를 보여주지만, 기대했던 감정적 터치는 희미해진 뜨뜻미지근해진 새 출발. 

 


악마와의 토크쇼

감독 캐머런 카이네스, 콜린 카이네스

출연 데이빗 다스트말치안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욕망의 무대를 내달리는 짜릿한 호러 롤러코스터

★★★☆

지나온 과거를 향수와 낭만이 아닌 야만과 괴기함이 가득했던 시대로 낯설게 바라보기. 파운드 푸티지와 페이크 다큐멘터리 사이에 위치한 이 영화는, 엄청난 활력의 최면을 거는 듯한 마력이 있다. 현실과 욕망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각자의 줄타기를 하는 등장인물들은 모두 현실과 그 너머 사이의 경계를 흐리는 오컬트 장르의 특성에 조응한다. 악마는 있을지언정 순진하기만 한 희생양은 결코 없는 심야 토크쇼라는 욕망의 무대 위에서 속임수와 초자연 현상을 넘나드는 재미가 짜릿하게 난무하는 롤러코스터. 시청률과 개인의 성공에 목숨을 거는 미디어의 폭력성을 조회수와 ‘좋아요'에 집착하는 소셜 미디어의 풍경으로 치환해도 다를 것이 없다는 게 이 영화의 진정한 공포일 것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아날로그 호러의 맛

★★★☆

한 줄 요약하면 ‘생방송으로 악마를 보았다’ 쯤이 될까. 파운드 푸티지 TV 형식을 차용한 영화는 1970년대 심야 토크쇼, 핼러윈, 악마 숭배, 악령 들린 소녀, 초심리학 등을 버무려 관객을 총체적 난국의 생방 현장으로 초대한다. 처음엔 알고도 속겠냐는 심정이었다가 최면에 걸린 것처럼 영화에 빠져든다. 시침 뚝 떼고 긴장감을 몰고 가는 연출이 예사롭지 않다. 오컬트 호러 장르에 생기를 불어넣는 영화, 묘한 기운에 이끌려 한 번 더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영화다. 

 


미지수

감독 이돈구

출연 권잎새, 반시온, 박종환, 양조아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상실의 시대

★★★☆

이돈구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 <미지수>는 불친절하게 시작해 관객의 마음을 슬며시 적신다. 전혀 상관없는 것 같은 두 개의 스토리라인은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내고, (주인공 캐릭터의 이름이기도 한) ‘우주’의 의미가 떠오른다. 그러면서 <미지수>는 영화 자체가 하나의 메타포가 되어, 우리 사회가 경험한 수많은 ‘참사’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만든다. 일상과 판타지, 멜로와 SF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결합된, 독특한 서사의 결을 지닌 작품.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이돈구 감독의 영역 확장

★★★

이돈구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 영화. 데뷔작 <가시꽃>(2013)부터 강렬한 장르 영화를 만들어온 그가 이번엔 상실을 주제로 멜로, 판타지, SF를 시도한다. 초반부는 감독의 장기인 스릴러가 강하게 작동하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멜로, 가족 드라마로 흐른다. 거대 자본의 영역이기도 한 SF 장르를 치유의 영역으로 승화시키고, 독립 영화 안에서 개성껏 소화하는 이돈구 감독의 역량을 다시금 주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