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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번에 무명 배우를 스타덤에 오르게 한 할리우드 영화

추아영기자

알려지지 않은 무명 배우가 대중에게 자신의 얼굴을 각인시키기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어느 정도 비중 있는 캐릭터를 맡을 수 있는 행운이 따라야 하며, 그 캐릭터가 아이콘이 될 수 있는 시대적인 배경도 따라야 한다. 또 행운이 주어진들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지 못하면 쉽게 잊히고야 만다. 지금은 너무도 친숙한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에게도 무명 시절은 있었다. 그들의 인생을 단번에 뒤바꾼 영화를 소개한다.


휴 그랜트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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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해외판 포스터

 

휴 그랜트는 머천트 아이보리 프로덕션의 영화 <모리스>로 영국 독립영화계에 얼굴을 알린다. 이후 워킹 타이틀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에서 앤디 맥도웰의 상대 역인 찰스 역을 맡아 전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나게 된다. 그는 이 영화로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뮤지컬 코미디 부문)과 BAFTA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그는 영국 신사의 마스크를 지니면서 능글맞고 재치 있는 연기를 잘 소화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지금까지도 그는 할리우드 꽃중년의 매명사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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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휴 그랜트

 

마이크 뉴웰 감독의 영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90년대 미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벌어들인 외국 영화다. 4백4십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6천만 달러 가까이 벌어들이며 크게 흥행했다. 토요일마다 남의 결혼식에 달려가지만, 정작 자신의 진정한 사랑은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남자 찰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워킹 타이틀 제작사는 이 영화 이후 <노팅 힐>로 또다시 대박을 터트리고, 휴 그랜트 역시 이 영화로 사생활 문제를 이겨내고 복귀에 성공한다. 그는 어수룩한 성격을 지녔지만, 따뜻하고 진솔한 행복을 표현하는 연기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레이첼 맥아담스 <퀸카로 살아남는 법>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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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레이시 샤버트, 레이첼 맥아담스, 린제이 로한, 아만다 사이프리드 〈퀸카로 살아남는 법〉

 

레이첼 맥아담스는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서 밉상 여왕벌 레지나 역을 완벽 소화한 후 단번에 할리우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젊은 여배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초창기에 레이첼 맥아담스는 모두에게 선망받는 퀸카이자 발칙한 악역 연기를 주로 선보였다. <핫 칙>에서 30대 남성 좀도둑과 몸이 뒤바뀐 10대 퀸카 소녀 역을 맡아 열연한 덕분에 그녀를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 캐스팅될 수 있었다. 그녀는 이 영화에 이어 니콜라스 스파크스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한 영화 <노트북>에서 라이언 고슬링과 함께 주연을 맡아 흥행에 성공시켰다. 이후 그녀는 로맨스 영화의 단골 여주인공으로 발돋움했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 레이첼 맥아담스
 〈퀸카로 살아남는 법〉 레이첼 맥아담스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2000년대 전설적인 하이틴 영화다. 저예산을 들여 제작했지만 크게 흥행하면서 제작비의 7배에 달하는 수입을 벌어들였다. 영화에서 레이첼 맥아담스는 린제이 로한,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함께하는 싸가지 공주 군단의 여왕벌 레지나로 등장한다. 레지나는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로 남녀 불문 모든 학생들의 우상으로 존재한다. 그녀는 친구 사이에도 상대를 조종할 줄 아는 능력과 특유의 교활함을 발휘해 군림한다. 레이첼 맥아담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를 모함하고, 자신의 전 남자 친구였던 애런(조너선 베넷)과 새로 사귄 친구 케이디(린제이 로한)의 사이에 훼방을 놓을 만큼 악랄하지만, 밉지만은 않은 악역 레지나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크리스토프 왈츠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2009)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포스터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포스터

 

크리스토프 왈츠는 의상 디자이너인 어머니와 무대 제작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연극계의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초창기에 주로 런던의 집에서 독일로 출퇴근을 하며 연극 연기를 이어갔다. 천천히 TV와 영화에서 단역을 맡기 시작했지만, 영어권 영화와 TV 드라마에 진출하려는 그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왈츠는 이런 식으로 30년 동안 연기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가족을 부양했지만, 대중에게 알려지지는 못했다. 그런 그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만나면서 명실상부한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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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크리스토프 왈츠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크리스토프 왈츠

 

크리스토프 왈츠는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나치 독일군 대령 한스 란다 역을 맡아 희대의 악역 연기를 선보이며 단숨에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난다. 한스 란다는 매너 있지만 치밀하고 악랄하게 유태인을 잡아 죽이는 악역으로 전쟁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미국에 붙어 기회주의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도 서슴지 않는 입체적인 캐릭터이다. 크리스토프 왈츠는 독일어와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까지 구사하며 능숙하고도 강렬한 악역 연기를 소화한다. 이 영화로 그는 2009년 칸영화제 남우주연상과 BAFTA 남우조연상,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는 쾌거를 이룬다. 이후 또다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 출연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는다. 그는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 독일 현상금 사냥꾼 킹 슐츠 박사 역을 맡았는데, 이 배역은 타란티노 감독이 왈츠를 위해 특별히 만든 역이다.


라미 말렉 <보헤미안 랩소디> (2018)

〈보헤미안 랩소디〉 포스터
〈보헤미안 랩소디〉 포스터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 역을 맡아 전 세계 관객들에게 각인된 라미 말렉도 빼놓을 수 없다. 라미 말렉은 <보헤미안 랩소디>에 출연하기 이전까지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와 <브레이킹던> 2부작,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마스터> 등 굵직한 작품의 조연과 단역을 마다하지 않고 출연했지만,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2015년 미국의 TV 시리즈 <미스터 로봇>에서 해커 엘리엇 역으로 출연해 미국 내에서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침내 2018년 프레디 머큐리의 전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죽은 프레디 머큐리가 살아 돌아온 듯한 혼신의 연기를 선보여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보헤미안 랩소디〉 라미 말렉
〈보헤미안 랩소디〉 라미 말렉

 

<보헤미안 랩소디>는 전설적인 밴드 퀸의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 영화로 우리나라에서도 994만 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했다. 일부 팬들을 중심으로 N차 관람이 이루어지고, 싱어롱 상영까지 이어지며 장기간 인기를 이어갔다.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라미 말렉은 프레디 머큐리의 외모와 제스처, 걸음걸이까지 완벽 재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마지막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은 실제 공연 장면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며 당시 무대매너까지 그대로 재현해 냈다. 그는 이 영화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타고,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 007 시리즈의 악당으로 캐스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