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이드 아웃 2
감독 켈시 맨
목소리 출연 에이미 포엘러, 마야 호크, 루이스 블랙, 필리스 스미스, 토니 헤일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애니메이션의 얼굴을 한 최고의 카운슬러
★★★★
기쁨은 서서히 줄어들고 불안의 영역이 무한대로 늘어나는 기분. 성장하는 모든 존재의 감정을 뒤집어 꺼내본 듯한 놀라운 상상력은 이 시리즈의 여전한 매력이다. 2편 만의 새로운 재미도 확실하다. 사춘기를 맞은 라일리의 마음속에 일어난 재개발 공사 수준의 엄청난 변화들을 목격하는 것은 공감의 황홀경이다. 내가 내 마음을 설명할 수 없던 많은 순간, 캐릭터들을 떠올리면서 울고 웃을 수 있는 영화가 있다는 든든함.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는 애니메이션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 최고의 카운슬러다. 다독임을 받고 싶던 순간에 필요했던 말이, 이 시리즈에 다 있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이불 킥’으로 잠 못 들게 한, 나의 ‘불안’들에게 위로를
★★★☆
전편에 비해 줄어든 기쁨·슬픔의 비중은 단순히 영화적 전략 때문은 아닐 것이다. 부모라는 울타리 안에서 몇 가지 감정만으로 살아가기에 큰 무리가 없는 시기를 지나, 인간은 관계의 확정과 함께 다양한 감정을 만나게 된다. 픽사는 이러한 감정의 생로병사를 세심하게 반영해 낸다.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의 머릿속은 새로운 감정들과 통성명하느라 분주하고, 어수선하며, 결정적으로 불안하다. 아니나 다를까, 컨트롤타워 주인으로 승격한 건 ‘불안’이다. 불안을 빌런인 동시에 빌런이 아니다. 전작의 ‘슬픔’이 그랬듯, 영화는 부정적인 감정 역시 나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게 왜 중요한지는 뭉클하게 설득해낸다. 1편의 빙봉처럼 감정의 심연을 건드리는 신스틸러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서 ‘아쉬움’이 크게 작동했음을 고백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애니메이션의 존재 이유
★★★★
9년 만에 돌아온 <인사이듯 아웃> 속편. 전편 마지막에서 예고한 대로 열세 살 라일리의 본격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새롭게 합류한 감정 캐릭터들은 속편의 무게를 너끈히 떠받친다. 사춘기를 통과한 이들이라면 ‘불안이’ 캐릭터에 감정이입할 수밖에 없다. 전편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기존 캐릭터들의 성장과 세상 모든 어린이들을 응원하는 메시지에 힘을 실어 전편을 뛰어넘는다.
타로
감독 최병길
출연 조여정, 김진영, 고규필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악몽의 밤
★★★
타로 카드를 매개로 연결되는 세 개의 호러 단편이 모인 옴니버스 영화다. 첫 에피소드인 <산타의 방문>은 상황으로, 두 번째 에피소드 <고잉 홈>은 섬뜩한 설정으로, 세 번째 에피소드인 <버려주세요>는 하드고어로 호러의 장르적 재미를 만들어낸다. 처지는 에피소드 없이 다양한 공포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조여정과 고규필과 김진영(덱스)은 매우 적절한 캐스팅이다. 수위를 넘지 않으면서도 나름 거친 맛을 잘 살린 장르 영화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확인해 보고 싶은 일상 공포 스릴러
★★★
우연히 타로 카드를 손에 넣은 세 주인공이 저주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엮은 옴니버스 호러 영화. 크리스마스에 집에 혼자 있는 딸에게 불길한 기운을 느낀 워킹 맘(산타의 방문), 귀갓길에 수상한 택시 기사를 만난 남자(고잉홈), 음식을 주문하는 여성 고객에게 집요한 관심을 받는 배달 기사(버려주세요) 등 평범한 인물들이 일상에서 겪는 두려움과 불안, 공포를 극대화했다. 도시괴담 같은 소재에 반전, 타로가 주는 교훈까지 적절히 엮어 흥미를 이끈다. 조여정, 고규필, 김진영이 흡인력 있는 연기로 각 에피소드를 책임진다.
양치기
감독 손경원
출연 손수현, 오한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폭력과 거짓말
★★★☆
초등학교 교사 수현의 반엔 따돌림당하는 아이 요한이 있다. 가정 폭력의 희생자인 요한은 자신의 결핍을 친절한 선생님 수현을 통해 해소하려 하지만, 수현은 그런 요한이 조금은 부담스럽다. 영화 <양치기>는 현재 한국의 교육 상황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이며, 한편으론 요한이라는 캐릭터는 스릴러의 장르성을 띤다. 어떻게 보면 이질적일 수도 있는 두 요소가 적절히 결합되어 관객을 몰입시키는 영화. 수현과 요한, 두 인물이 겪는 ‘일방적 폭력’의 상황은 곱씹어볼 만한 테마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현실을 고발하고, 어른의 자세를 묻다
★★★
교실은 더는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안전지대가 아니다. <양치기>는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그 사실을 에두르는 대신 불편하고 뾰족한 상황의 경로들을 끈질기게 추적한다. 크고 작은 거짓말과 편견이 뒤엉켜 만들어지는 오해들 속에 인물들은 점차 피해자와 가해자 중 어느 한쪽으로만 명확하게 위치할 수 없는 이들이 된다. 폭력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간혹 성글게 느껴지는 대목이 있지만, 문제의식을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연출의 집념에 먼저 수긍이 간다. 삶을 잠식한 거짓말 사이에서 분연히 어른의 자세를 지켜내려는 인물을 연기한 손수현의 얼굴이 인상적.
다우렌의 결혼
감독 임찬익
출연 이주승, 아디나 바잔, 구성환, 조하석, 유승목, 박 루슬란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한-카자흐스탄의 훈훈한 합작
★★★
카자흐스탄 시골 마을로 간 조감독 청년의 ‘나의 가짜 결혼 원정기’. 고려인 결혼식 다큐멘터리를 찍으려다가 신랑 역할을 하게 된 주인공의 고민과 성장을 코믹하게 그렸다. 가짜결혼식을 꾸미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동극에 카자흐스탄 문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남녀 주인공이 신랑, 신부 역할극을 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흔해 빠진’ 로맨스로 풀지 않고 미래를 고민하는 청춘 드라마에 무게를 실어 공감 폭을 넓힌다. 이주승, 아디나 바잔, 구성환 등 한국과 카자흐스탄 배우들이 유쾌한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다.
기괴도
감독 시미즈 다카시
출연 니시하타 다이고, 야마모토 미즈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두 개의 섬
★★
J-호러의 장인 중 한 명인 <주온> 시리즈의 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공포 영화. 섬 하나를 스캔한, 일종의 메타버스 공간과 실제 공간 그리고 그곳에 얽힌 과거가 엮이며 진행된다. 점진적으로 강해지는 공포의 이미지들은 감독 특유의 여전함을 보여주지만, 각 세계가 뒤엉키면서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내고 장르적 힘이 분산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석연치 않은 J호러
★★☆
<주온> 시리즈로 유명한 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신작. 메타버스와 원혼을 소재로 가상 세계와 현실을 넘나드는 새로운 공포를 시도한다.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을 보면 죽는다는 설정, 저주받은 섬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일들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놀랄 만한 공포를 기대하긴 어렵다. 여러 등장인물을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하고, 사건에 비밀을 밝히는 과정도 지지부진하거나 설명조로 흐른다. 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공포 연출도 익숙한 나머지 답습에 머무르고 만다.
키타로 탄생 게게게의 수수께끼
감독 코가 고가
목소리 출연 사와시로 미유키, 노자와 마사코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요괴 애니메이션 걸작의 탄생
★★★★
원작자이자 일본 요괴 만화의 거장 미즈키 시게루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 TV 애니메이션 <게게게의 키타로> 6기 내용을 바탕으로 주인공 키타로의 아버지 눈알 아버지와 키타로를 기른 미즈키의 인연, 키타로의 탄생 비밀을 밝힌다. 기념작답게 스토리, 작화, 연출에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일본 군국주의,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메시지도 강하게 드러난다. 요괴 애니메이션의 재미를 살리면서 원작에 대한 오마주까지 더해 새로운 팬과 기존 팬 모두를 만족시킨다.
생츄어리
감독 왕민철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동물의 죽음
★★★★
<동물, 원>(2018)에 이은 왕민철 감독의 두 번째 동물 다큐. ‘생츄어리’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을 위한 보호 시설로, 아직까지 우리나라엔 존재하지 않는다. 긴급 상황에서 구조된 동물들이 치료를 받은 후 다시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러기엔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동물들은 결국 안락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생츄어리>는 그런 동물들을 위한 거처인 생츄어리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안타깝게도 죽어가는 동물들의 죽음을 보여준다. 왜 인간은 동물과 공생하기 힘들까. 동물은 어떤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 다큐멘터리. 몇몇 장면은 먹먹하면서 숙연해진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야생동물 보호소의 필요성을 알리는 다큐
★★★☆
한국의 야생동물을 떠올리면 멸종 위기종, 천연기념물 동물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사육 곰, 동물원에서 태어난 호랑이 등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들도 있다. 야생동물 보호소 ‘생츄어리’가 한 곳도 없는 한국에서 야생동물의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조명한 의미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동물 복지를 펼치는 청주동물원의 변화, 동물 안락사에 대한 이해, 야생동물 구조 현장의 모습과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 한국 야생동물 보호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퀸 엘리자베스
감독 로저 미첼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엘리자베스 2세에 관한 유니크한 다큐멘터리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생애를 조명한 일반적인 전기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면 적잖이 당황할 수 있다. 로저 미첼 감독이 여왕을 기억하는 방식은 조금 유별나다. 우선 여왕이 생전에 남긴 방대한 영상 기록물을 키워드에 맞춰 편집한 공력이 놀랍다. 여왕을 조명하는 태도 역시 남다르다. 음악을 곁들여 짓궂게, 때로는 불손하게, 어느 대목에선 냉소적이었다가 또 다른 대목에선 연민, 존경, 애정을 드러내는 식이다. 여왕을 대하는 감독의 복잡다단한 감정과 해석이 ‘영국의 상징’을 한층 더 이해하게 만든다.
밤낚시 (단편)
감독 문병곤
출연 손석구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낚이셔도 좋습니다!
★★★☆
위스키 브랜드 ‘윈저’가 이병헌과 함께 만든 단편 영화 <쉐어 더 비전>(2011)이나 샤넬 등의 브랜드가 거장 감독들과 꾸준히 협업해 만들고 있는 패션 필름의 사례에서 보듯 ‘기업 자본’과 영화계 창의성이 콜라보한 광고성 단편 영화의 존재는 더 이상 새삼스러울 게 없다. 현대자동차가 제작한 <밤낚시>는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 그리고,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다. (현대차를 어떻게든 활용해야 한다는) 영화에 주어진 ‘제한된 옵션’이 결과적으로 형식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돼 그만의 개성과 재미를 획득한 ‘좋은 예’랄까. 외계인 아이디어도, 미술 디테일도, 사운드 조율도 수준급이다. 손석구의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점검하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단편 <세이프>(2013)의 칸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 수상 후 두문불출(?)했던 문병곤 감독이 여전히 무서운 영화계 기대주임을 확인 사살케 하는 결과물이기도. 그래서, 감독님 장편영화는 언제 만날 수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