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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에 영화 2편 제작? 극단의 완벽주의와 집요함으로 작품을 세공하는 감독들

씨네플레이

지난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하정우가 성공한 작품과 실패한 작품의 차이를 설명하며 “300억짜리 영화에 주연배우가 예술하면 안 된다”라 일갈했다. 티켓값이 오르면서 관객들이 흥행작의 속편이라는 안전한 선택을 하고 블록버스터 중심의 관람 행태가 증가하며 배우뿐 아니라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의 중압감도 상당해 보인다. 완벽미를 추구하느라 만든 작품의 숫자가 적어지며 공백기가 길어지는 ‘과작’ 경향이 몇몇 감독에서 도드라지기 때문.

 


조나단 글래이저

최근작: <존 오브 인터레스트> (2023)

 

조나단 글래이저
조나단 글래이저

 

조나단 글래이저 감독은 20여 년 동안 <언더 더 스킨>(2013), <존 오브 인터레스트>(2023) 두 작품만 연출했다. 특히 최근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고 있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프로듀서 제임스 윌슨과 함께 무려 10년의 시간을 들여 만든 작품으로 감독은 영화 제작을 위해 3년간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박물관에 있는 다양한 사료들을 살피고, 피해자들과 생존자들의 증언이 담긴 ‘블랙북’을 꼼꼼히 훑었다. 영화의 밑바탕이 되는 자료들을 최대한 많이 수집하기 위해 10년의 세월이 걸린 것. 그렇게 제작된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제76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비롯한 4관왕, 제96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과 음향상 등을 받으며 전 세계 영화제를 휩쓸었다.

 


나홍진

차기작: <호프> (2024년 크랭크업)

 

영화〈호프〉 촬영 현장. 주연을 맡은 조인성(왼쪽)과 나홍진 감독, 출처=나홍진 감독 SNS
영화〈호프〉 촬영 현장. 주연을 맡은 조인성(왼쪽)과 나홍진 감독, 출처=나홍진 감독 SNS

 

2008년 <추격자>로 흥행성과 작품성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으며 성공적으로 데뷔한 나홍진은 콘티작업과 편집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완벽주의로 유명하다. <추격자> 후 2년 만에 개봉한 <황해>는 미리 잡아 놓은 개봉일로 후반 작업을 한 달 반밖에 하지 못한 채로 영화를 공개했으며 이는 영화의 호불호가 갈리게 되는 원인이 된다. 결국 흥행에 실패한 나홍진 감독은 불면증에 시달렸고, 후회가 남지 않게 석 달을 더 편집한 감독판을 블루레이에 수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후회가 가시지 않아 3년 동안이나 잠을 제대로 못 잤지만, 차기작인 <곡성>을 구상하고 시나리오에 집중하면서 조금씩 화가 가셨다고.

데뷔작 <추격자>(2008)와 두 번째 작품 <황해>(2010)의 간격이 고작 2년이었던 데에 반해 세 번째 영화인 <곡성>은 무려 6년이라는 시간을 쏟았다. 그만큼 감독의 집요함도 깊어졌다. 나홍진은 직접 무속인들이랑 한 달 이상 지내기도 하고, 한국과 일본, 네팔의 종교에 관한 많은 자료를 살폈다. 6년의 제작 기간도 자신한테는 짧았다는 감독의 인터뷰로 인고의 시간을 짐작해 본다.

그와 일한 배우와 스태프들은 하나같이 감독의 집요한 연출 스타일에 혀를 내두르지만, 그는 스스로에게도 엄격했다. <곡성> 촬영 중 피로 누적으로 입원한 감독이 병원에서 촬영장으로 출·퇴근하면서 영화를 완성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감독의 집념에 응답하며 영화는 제69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었고 흥행에도 대성공했다.

2024년 3월 나홍진 감독의 새로운 작품이 크랭크업했다. 제목은 <호프>로, 플러스엠이 배급하고 투자하는 엄연한 한국 영화지만 주연이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부부다. 그 외 황정민과 조인성, 정호연도 출연한다. 2026년 개봉 예정.

 


김태용

최근작: <원더랜드>(2024)

 

김태용 감독
김태용 감독

 

<원더랜드>(2024)가 개봉되기 전 김태용 감독은 20년이 넘는 감독 인생에서 단 3편의 장편만 세상에 내놨다. 거의 7년에 한 편 꼴로 영화를 제작한 셈. 1999년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로 장편 상업 영화계에 데뷔했을 때 그는 공동 연출이었던 민규동 감독과 그해 가장 주목받는 신인 감독이 된다. 시리즈의 전작만큼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작품성에 있어서만큼은 '전작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은 것. 특히 이 영화는 한국보다 국외에서 더 인기를 얻었다. 김태용 감독은 작품들의 저조한 흥행에도 불구하고 해외에도 팬이 많은 편인데 대부분은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를 통해 팬이 된 경우라고. 이후 역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동시에 이끌어낸 영화 <가족의 탄생>(2006), <만추>(2010) 등을 선보이며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탕웨이와의 결혼으로 ‘갓태용’이 된 후 유독 작품이 뜸하다는 관객들도 많지만 장편과 장편 사이 단편, 옴니버스 영화 등을 꾸준히 제작하며 영화를 놓지 않았다. <시선 1318>, <뷰티풀 2012>, <그녀의 연기>, <꼭두 이야기> 등등이 <만추>에서 <원더랜드> 사이의 공백기를 채우는 그의 작품이다.

 


제임스 카메론

최근작: <아바타: 물의 길>(2022)

 

제임스 카메론
제임스 카메론

 

〈아바타〉 시리즈,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어비스〉 등 수많은 히트작을 탄생시킨 전설적인 스토리텔러이자 SF 거장,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뛰어난 상상력과 실행력, 그리고 극단의 완벽주의와 집요함으로 작품을 세공하며 영화인들의 무한한 존경과 관객의 사랑을 독차지해 왔다. 완벽주의와 기술 개발 때문인지 작품 간 간격도 넓다. <타이타닉> 이후로 12년 만에 차기작 <아바타>가 나왔으며, 2009년작 <아바타>로부터 13년 만에 후속편이 나왔다.

하지만 이제 10년 이상 그의 작품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아바타: 물의 길〉(2022) 후속으로 2028년까지 계속될 〈아바타> 시리즈 3, 4, 5편이 차례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창동

최근작: <버닝>(2018)

 

이창동 감독
이창동 감독

 

영화광들 사이에선 ‘충무로 3대 거짓말’이 있다. 박찬욱의 '이번 영화는 진짜 재미있는 오락영화다'와 홍상수의 '이제 좀 쉴랜다', 그리고 이창동의 '나 시나리오 다 썼다'가 그것이다. 이창동 감독은 유아인, 전종서, 스티븐 연이 주연한 2018년작 <버닝> 이후 6년째 장편 영화 연출을 쉬고 있다. 최근 차기작 진행 소식을 전했지만  ‘충무로 3대 거짓말’ 농담의 주인공인 만큼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중이다.

감독은 <초록물고기>(1997)부터 <오아시스>(2002)까지 꾸준히 작품을 만들었지만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5년여의 공백을 거치게 된다. 이후 <밀양>(2007)에서 <시>(2010)가 3년, <버닝>(2018)까지 8년이 걸렸다. 다음 차기작은 10년이 넘지 않길 바라본다.

 


장준환

최근작: <1987>(2017)

 

장준환 감독
장준환 감독

 

시대 고발과 코미디의 절묘한 조합, 치밀한 시나리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까지. '시대를 앞서간 명작' <지구를 지켜라!>(2003)의 장준환 감독의 데뷔는 화려했다. 대종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춘사대상영화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 감독상을 휩쓸고, 모스크바 영화제 감독상과 로테르담 영화제 특별언급상까지 거머쥔 이후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 중 하나로 손꼽혀 왔다.

그러나 관객 7만에 그친 흥행 참패로 차기작 선정이 늦어지며 장준환 감독은 10년의 공백기를 가진다. 그러다 2013년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가 239만 명을 동원하면서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재기에 성공한다. 이후 개봉한 <1987>(2017)로 작품성과 대중성까지 인정받으며 관객 720만을 동원, 마침내 흥행작을 탄생시켰다.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감독으로 분류되지만, 최대 흥행작인 <1987> 이후로 차기작 소식은 딱히 들리지 않는다.

 

문화기획자 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