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세계 각국의 영화인들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는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2013년 <마약전쟁>(2012)과 <블라인드 디텍티브>(2013), 작년 <동방삼협>(1993) 등을 선보인 홍콩 액션영화 마스터 두기봉 감독도 빅네임 중 하나다. 7월 5일 오후, 씨네플레이 주성철 편집장의 사회로 두기봉의 마스터클래스 ‘장르가 두기봉을 만났을 때’가 진행됐다.

두기봉은 마스터클래스에 앞서 상영될 작품으로 2004년 작 <용호방>을 지목했다. 그는 평소 좋아하는 자기 작품 중에서 <참새>(2008)와 더불어 <용호방>을 손꼽아온 바 있다. 간간이 등장하는 액션만큼이나 주연 배우 고천락 곽부성 응채아가 내뿜는 생기에 초점이 맞춰진 청춘영화다. “사실 ‘최고’라고 생각하는 영화는 아직 없습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한 작품을 꼽아달라고 하면 청년 시기를 다룬 <용호방>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2003년은 사스(SARS, 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한 때라 홍콩 역시 경제적으로 좋지 않았습니다. 실업난에 빠져 우울한 시기였죠. 그래서 우울하지만 꿈을 갖고 미래를 위해 달리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두기봉이 호금전과 함께 가장 존경하는 감독으로 추앙하는 일본의 거장이다. 그는 프랑스와 공동제작한 <복수>(2009)의 클라이막스를 구로사와 아키라의 <거미집의 성>(1957)처럼 연출하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용호방>은 유도를 소재로 만든 구로사와 아키라의 <스가타 산시로>(1943)를 느슨하게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님을 통해 영화가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그분의 데뷔작인 <스가타 산시로>에서 열정을 갖고, 꿈을 갖고 도전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용호방> 엔딩 속 태양은 젊은 시절 심취한 일본 영화에 영향을 받아 해가 지면 반드시 해가 뜨는 날이 다시 오고, 태양도 우리 인간을 위해 응원하고 있다는 뜻을 담았다. “해가 지고 뜨는 건 매일 반복되는 일입니다. 매일 슬퍼하는 사람도 있고, 매일 기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매일 행복하게 살고, 다채롭게 사는 게 중요합니다.”

다양한 장르의 상업영화를 연출해온 두기봉은 1996년 영화사 ‘밀키웨이 이미지’(Milkyway Image)를 설립했다. ‘밀키웨이’를 시작하기 이전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진 영화를 찍을 땐 스스로를 엔지니어처럼 느꼈다고. “상업영화를 찍을 때도 많은 사랑을 받긴 했지만 여기서 한 조각 저기서 한 조각 붙여서 만드는 마음이었습니다. 1995년부터 1년간 영화를 찍지 않았습니다. 친구인 위가휘 감독과 다른 사람의 작품을 카피하는 게 아니라, 영화는 나고 나는 영화다,라는 이념을 갖자고 다짐했습니다.” ‘밀키웨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영화에 아무도 투자를 하지 않던 시기가 찾아왔지만 “영화를 찍는 것밖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던 두기봉은 자신을 믿고 회사를 지켜냈고, 본인의 연출작뿐만 아니라 동료 및 후배들인 위가휘, 조숭기, 유국창, 나영창, 유내해, 그리고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 <구룡성채: 무법지대>로 곧 부천을 찾을 정바오루이 등 감독들의 영화도 제작해오고 있다.

두기봉의 최신작은 옴니버스 영화 <칠중주: 홍콩 이야기>(2020) 속 단편 <노다지>다. 일곱 작품 중 유일하게 1997년 반환 이후 홍콩을 그린 작품으로 “필름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다작의 감독으로 알려졌던 만큼 새 연출작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언제 촬영이 끝날지 모르지만 지금 찍고는 있습니다. 각본을 쓰지 않은 채 찍기 때문에 어떤 작품이 될지는 촬영이 끝나야 알 수 있을 겁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그의 평소 스타일을 알고 있는 팬들 사이에서는 큰 웃음이 터졌다. 많은 이들이 바라는 전작들의 속편은 어떨까? “감독에겐 슬픈 시간표가 있습니다. 클라이맥스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죠. 감독이라는 직업은 영감이 오면 바로 만들어야 합니다. 1편을 찍을 때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만들면 결과가 좋지 않을 겁니다.” 객석의 아쉬움을 느낀 걸까. 두기봉은 마지막 멘트로 “제가 주연이 된다면 가능할 것 같다"라는 농담으로 마무리하며, 두기봉과 홍콩영화를 사랑하는 팬들과 함께 한 뜻깊은 시간이었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