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기사 카테고리

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영화

〈클래식〉부터 〈덕혜옹주〉까지... BIFAN에서 만나는 손예진의 대표작 6

이진주기자
배우 손예진(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배우 손예진(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손예진이 2년여 만에 돌아온다. 2022년 jtbc 드라마 <서른, 아홉>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가 복귀 무대로 찾은 곳은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이다. BIFAN은 매해 동시대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가 걸어온 흔적을 통해 한국 영화의 현재를 조망하는 배우 특별전을 진행한다. 올해의 주인공은 ‘독보적’인 손예진이다. BIFAN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여러 장르를 망라하며 정형성을 탈피,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한 독보적인 매력의 21세기 대표 배우”(모은영 프로그래머)라며 손예진을 올해의 배우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멜로의 아이콘이자 워너비 스타 그리고 남다른 캐릭터를 구축하는 배우 손예진. 부천이 선택한 손예진의 대표 작품 6편을 훑어보고자 한다.

 

<클래식>(2003)

예매 코드 713 | 상영 시간 7/10 13:30 - 15:42 | 상영관 CGV소풍 6관

〈클래식〉
〈클래식〉

‘청춘 멜로’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한국 영화는 단연코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극 중 지혜(손예진)와 상민(조인성)이 재킷을 둘러쓰고 빗길을 뛰어가는 장면과 주희(손예진)와 준하(조승우)가 재회하는 장면은 한국형 멜로의 교과서와 같다. 2011년 <엽기적인 그녀>로 전지현을 발굴했던 곽재용 감독은 매의 눈으로 손예진을 <클래식>에 캐스팅했고 손예진은 이 작품으로 단번에 멜로 영화의 대표 여배우로 등극했다.

영화 <클래식>에서 손예진은 시대를 뛰어넘어 두 명의 인물을 연기한다. 이야기는 두 갈래로 나뉜다. 1960년대 고등학생 주희와 2000년대 대학생 지혜의 것이다. 두 여자의 사랑은 쉽지 않다. 주희는 약혼자가 있음에도 그의 친구를 사랑하고 지혜는 짝사랑하는 대학 선배를 친구가 유혹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다. 영화는 두 이야기의 얽히고 어긋나는 관계의 끝을 서로 맞닿게 하여 더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손예진은 1960년대 우아하면서도 강인한 주희와 2000년대 쾌활하고 어수룩한 지혜,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청순한 외모뿐 아니라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특히 주희가 파병을 가는 준하와 이별하는 장면을 통해 보여준 손예진의 눈물 연기는 짙은 인상을 남겼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예매 코드 611 | 상영 시간 7/9 13:30 - 15:54 | 상영관 CGV소풍 4관

예매 코드 804 | 상영 시간 7/11 10:30 - 12:54 | 상영관 CGV소풍 6관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내 머리 속의 지우개〉

2002년 <연애소설>, 2003년 <클래식>으로 ‘멜로 전문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손예진은 2004년 <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명실상부 멜로 퀸으로 자리 잡았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약 256만의 관객을 모았다. 일본 단막극 <pure soul: 네가 나를 잊어도>을 원작으로 하는 <내 머리속의 지우개>는 일본으로 역수출하여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 약 30억 엔(한화 250억 원)의 수익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이 기록은 2020년 <기생충> 이전까지 깨지지 않았다.

각자의 상처가 있는 수진(손예진)과 철수(정우성)이 서로를 보듬으며 마음을 키워가고 결혼에 성공한다. 행복한 앞날이 펼쳐질 것이라 믿었지만 수진에게 알츠하이머가 찾아오며 문제가 시작된다. 수진은 점점 철수를 잊어가고 철수는 매번 수진의 기억을 되살리려 노력한다. 당시 겨우 22살의 손예진은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통해 기억을 잃어가며 깊은 슬픔을 느끼는 수진을 완숙한 연기로 표현해냈다.

 

<아내가 결혼했다>(2008)

예매 코드 702 | 상영 시간 7/10 10:30 - 12:29 | 상영관 CGV소풍 4관

예매 코드 906 | 상영 시간 7/12 16:30 - 18:29 | 상영관 부천시청 판타스틱큐브

〈아내가 결혼했다〉
〈아내가 결혼했다〉

축구를 사랑하는 인아(손예진)와 덕훈(故 김주혁)은 친구 같은 부부이다. 하루하루 재밌게 보내던 둘의 관계에 갑작스러운 위기가 찾아온다. 인아가 “또 다른 사람과 결혼이 하고 싶다"라고 한 것. 덕훈은 기겁을 한다. 인아는 치명적인 미소와 함께 계속해서 덕훈을 설득하고 결국 덕훈은 인아의 두 번째 결혼을 허락한다.

16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파격적인 설정의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극 중 손예진의 발칙한 연기는 그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손예진은 <아내가 결혼했다> 이전에도 드라마 <연애시대>(2006)의 이혼녀 은호와 영화 <무방비도시>(2008)의 소매치기 조직 두목 백장미 등 색다른 캐릭터를 맡으며 꾸준히 연기 변신을 시도해 왔다. 그리고 <아내가 결혼했다>에 이르러 지금껏 없던 또 다른 손예진의 얼굴을 드러냈다. 손예진은 능청스러운 연기로 인아의 “하늘의 별도 달도 필요 없으니 남편만 하나 더 갖겠다"라는 비상식적인 요구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는 자칫 비호감으로 머물 수 있는 캐릭터 인아를 아름답지만 추하고, 노골적이지만 귀여운 인물로 재탄생시켰다.

 

<오싹한 연애>(2011)

예매 코드 607 | 상영 시간 7/9 11:00 - 12:54 | 상영관 CGV소풍 10관

예매 코드 822 | 상영 시간 7/11 16:30 - 18:24 | 상영관 CGV소풍 6관

〈오싹한 연애〉
〈오싹한 연애〉

영화 <오싹한 연애>는 마술사 마조구(이민기)와 귀신을 보는 여자 강여리(손예진)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우연히 여리를 보고 호러 마술을 기획하게 된 조구는 여리를 고용해 함께 쇼를 만든다. 이 쇼는 엄청난 흥행을 하고 그렇게 조구와 여리는 1년간 함께 일을 한다. 조구는 여리가 계속 신경 쓰이지만 여리는 계속해서 조구와 동료들에게 거리를 둔다. 알고 보니 여리는 귀신의 방해로 연애는 물론 친구를 만나는 것도 꺼리는 상황. 그의 주변인들은 모두 겁에 질려 도망간다. 하지만 조구는 여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여리의 곁을 지키며 마음을 쌓아간다.

<오싹한 연애>를 호러가 아닌 로맨틱 코미디로 만들어주는 것은 손예진의 과한(?) 귀여움이 묻어나는 코미디 연기 덕분이다. 이 영화에서 손예진은 다소 과장된 연기를 보여준다. <오싹한 연애> 여리는 평소에는 음울하고 소극적이다가 술을 마시면 거침없이 말을 쏟아내거나 스킨십을 퍼붓는 등 다양한 면모를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손예진은 표정과 행동의 낙차가 큰 여리의 모습을 완벽히 소화하며 극의 긴장감을 풀어주고 분위기를 한결 가볍게 만든다.

 

<비밀은 없다>(2015)

예매 코드 522 | 상영 시간 7/8 16:30 - 18:12 | 상영관 CGV소풍 6관

예매 코드 721 | 상영 시간 7/10 16:30 - 18:12 | 상영관 CGV소풍 5관

〈비밀은 없다〉
〈비밀은 없다〉

<비밀은 없다>는 정치가인 김종찬(故 김주혁)과 그의 아내 김연홍(손예진)의 이야기를 담는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 유세를 하던 중 외동딸 민진(신지훈)이 실종된다. 연홍은 즉시 수사를 요청해 아이를 찾으려 하지만 종찬은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이 갈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연홍과 종찬의 사이는 점점 악화되고 결국 연홍은 혼자 아이를 찾아 나선다.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연홍은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2016년 <비밀은 없다>가 개봉했을 당시 확 달라진 손예진이 모습에 모두가 놀랐다. 흐트러진 머리, 희번득한 눈, 살벌한 표정… 대중이 알고 있는 손예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비밀은 없다>에 대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작품’이라 설명하며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은 손예진의 광기를 써먹고 싶어 손예진을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그의 의도처럼 <비밀은 없다>에서 손예진은 섬찟한 얼굴로 극을 장악한다. 특히, 종찬과 뺨을 주고받는 장면에서 손예진은 먹잇감을 노리고 질주하는 맹수와 같은 모습으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덕혜옹주>(2016)

예매 코드 504 | 상영 시간 7/8 10:30 - 12:37 | 상영관 CGV소풍 6관

〈덕혜옹주〉
〈덕혜옹주〉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배우에게 매우 큰 부담이다. 손예진은 영화 <덕혜옹주>에서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역을 맡으며 그의 연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역사적 인물을 맡았다. 책임감과 압박감에 촬영을 앞두고 힘들었다는 손예진은 완성된 영화를 보고는 눈물을 흘렸다고 전하기도 했다.

영화 <덕혜옹주>는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황제의 막내딸 덕혜옹주의 일대기를 그린다. 1919년 일제 강점기의 한가운데 태어난 덕혜옹주는 오빠 영친왕이 일본에 볼모로 잡혀가고 머지않아 아버지 고종까지 독살당해 죽는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나라를 지키고자 했다. 이런 덕혜옹주는 일본의 눈에 가시였고 14살에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덕혜옹주는 일본의 감시와 억압 하에 일본 생활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덕혜옹주는 어머니의 사망, 일본인 소 다케유키(김재욱)와의 강제 결혼, 상하이 망명 실패 등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

극 중 손예진은 덕혜옹주의 약 50년 세월을 연기한다. 일제의 탄압에 당당하던 어린 덕혜옹주가 흐릿한 정신의 노년기를 맞이하기까지 한 인간의 인생을 오롯이 담아냈다. 그렇게 차근히 쌓아 올린 한 인물의 서사가 주는 힘은 결국 빛을 발한다. 37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노년의 덕혜옹주는 그곳에서 조국의 향수를 맡고 과거로 돌아간다. 줄곧 멍하던 덕혜옹주의 눈빛에 생기가 돌아오는 그 순간 관객들의 마음은 요동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