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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 쓰러져도 책임 안 짐! BIFAN에서 만나는 미타니 코키의 작품 세계

씨네플레이
미타니 코키 감독
미타니 코키 감독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영화, 연극, TV 등 매체를 넘나들며 웃음을 전파해 온 일본 코미디계의 대부, 미타니 코키의 작품 세계를 볼, 웃음의 시간인 기획전 ‘미타니 코키의 인생대극장’을 마련한다. 미타니 코의 웃음의 철학과 방법론을 직접 만나 들을 수 있는 마스터클래스를 비롯해 대표작 <멋진 악몽>(2011)을 비롯해 국내 미개봉작 <갤럭시 가도>(2015) <기억에 없습니다>(2019)까지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 마스터클래스에 앞서 미타니 감독의 작품 세계를 미리 돌아본다.


최근 일본에서 가장 웃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2017)의 우에다 신이치로를 빼놓을 수 없다. 미타니 코키를 설명하기 위해 우에다 이야기부터 먼저 꺼낸 이유는, 도대체 이 천재적 코믹의 감각은 어디서 나왔지 싶은 그런 우에다 감독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영향을 받은 연출가’를 묻는 질문을 당연히 물었고, 그때 그가 쿠엔틴 타란티노, 웨스 앤더슨에 이어 일본 감독 중 꼽은 감독이 미타니 감독이었기 때문이었다. 아! 영화 찍다 환장하는 소동극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포복절도 웃음이 신선하면서 익숙했던 데는 우리에게 90년대 일본영화 팬들이라면 모두 경험한 집단 웃음의 기억이 있었지.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그게 바로 코믹 소동극의 레전드 격인 작품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1997)였었다. 라디오 생방송 중 벌어지는 좌충우돌 해프닝을 그린 이 영화는 할리우드 클래식 코믹 소동극의 틀을 빌려 와, 한정된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일본인들 특유의 특성을 결합한 코믹 소동극으로, 우에다 감독 이전에 이미 한국 코믹 영화에도 이후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이었다. 아마 지금껏 이런 류의 소동극을 소개할 때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같은’ 이란 수식어를 심심찮게 봤을 텐데, 미타니 감독 이전에는 할리우드 클래식 영화에서나 볼 법했던 이런 류의 영화를 단번에 소개할 수식어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미타니 감독 영화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선셋 대로>(1950)나 <뜨거운 것이 좋아>(1959) 같은 빌리 와일더의 클래식 코믹 소동극과 차이라면, 미타니의 소동극은 속도 면에서 혼을 빼놓을 정도로 정신없이 빠른 템포인데다, 다종다양한 캐릭터가 내뱉는 재치 있는 대사의 물량이 만만치 않은, 보다 현대화된 소동극이라는 점이었다. 굳이 정리하자면 빌리 와일더 식 골격에 타란티노와 가이 리치 영화의 인물들을 조합해, 찰리 채플린 같은 휴먼 코미디로 완성되는 세계라고 할까.

〈더 우쵸우텐 호텔〉
〈더 우쵸우텐 호텔〉
〈더 우쵸우텐 호텔〉
〈더 우쵸우텐 호텔〉

 

영화에 한정해 미타니 월드의 ‘세팅 값’을 분석해 보면 이렇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가 라디오 방송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간 군상의 관찰기였다면, <더 우쵸우텐 호텔>(2006)은 새해를 앞둔 호텔에서 벌어지는 관리인들과 투숙객의 좌충우돌이었다. 이 뼈대를 가지고 도입할 수 있는 곳은 무궁무진하다. 한정된 공간이라면 어디든 미타니 식 소동극을 그릴 준비가 된다. 가령 법정으로 가면 살인사건과 유령이 결합된 황당한 코믹극 <멋진 악몽>(2011)이, 우주를 배경으로 햄버거집을 오픈하면 다종다양한 외계인이 모이는 <갤럭시 가도>(2015) 같은 얼토당토않지만 누구도 흉내 내지 않을 미타니 식 SF가 되고, 부패한 일본 정치판을 모델로 하여 총리, 내각, 언론 모두를 대상으로 희화화 하면 <기억에 없습니다>(2019) 같은 정치 코믹 소동극이 되는 식이다.

〈멋진 악몽〉
〈멋진 악몽〉

캐릭터가 옴짝달싹하지 못할 상황을 만들어 놓기. 그러니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불러와 급기야 주인공이 상황 안에서 길을 잃고 스스로 자폭하는 순간을 포착하기. 아이러니로 점철된 해프닝을 통해서 인간의 다종다양한 이중성과 집단의 구조적인 모순을 파헤치기. 3단계쯤으로 진행되는 미타니 식 전개는 그의 대표작인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이후 미타니 코키 감독의 모든 작품에 통용되는 특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바탕 소동을 거치는 동안 대부분 부족했던 인간성을 회복하고 휴머니즘적인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도 그의 작품의 특징이라, ‘따뜻한 소동극’이라 명명되는데, 가령 <기억에 없습니다>는 부패한 총리가 시민이 던진 돌에 맞아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신이 천하의 나쁜 놈이라는 사실까지 까먹고 개과천선하는 이야기다. 짐 캐리의 <예스 맨>(2008)이나 라미란의 <정직한 후보> 시리즈 같은 계보의 한 가운데 있는 작품으로 이런 류의 영화라면, 미타니의 지대한 영향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휴머니즘의 바탕에 대해 그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을 영화에 그려내려 한다. 그 기본에 바로 ‘웃음’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희극은 인간이 인간을 보고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인간을 표현하기 때문에 웃길 수 있지만, 한편으로 인간 존재는 슬프고 외롭기도 하니 그 측면도 담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한 기억이 난다.

〈멋진 악몽〉
〈멋진 악몽〉

사실 영화로만 폭넓은 미타니 식 웃음의 세계를 한정해서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더 우쵸우텐 호텔>, <매직아워>(2008), <갤럭시 가도>, <기억에 없습니다>를 비롯해 연극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 그리고 드라마 <후루하타 닌자부로> <임금님의 레스토랑> <신센구미!> <사나다마루> 까지 매체를 가리지 않고 활동을 하는데, 이런 그를 두고 영화계에서는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욕심내고 싶겠지만, 연극 무대로 가면 ‘그의 창작의 원류가 연극이라 영화도 연극 형식에 바탕을 두었다’고 해석되는 감독이며, 대하드라마, 형사물 같은 TV 시리즈에서는 해당 분야의 덕력을 반영한 정교한 시리즈를 내놓는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흥행과 작품성을 인정받는 창작물을 쉬지 않고 내놓고 있다. 게다가 작가, 연출가 활동 외에도 그는 기타노 다케시와 더불어 예능에 고정 출연하는 방송인인데, 사이드 잡이라고 하기엔 이것 역시 놀랍게도 본격적인 활동 중 하나다.

 

 

〈갤럭시 가도〉
〈갤럭시 가도〉

 

1986년 드라마 <초소녀! 하루히 원더 사랑>으로 작가 데뷔 후 그는 드라마를 안 쓸 땐 영화를, 영화를 안 쓸 땐 연극을 쓰고, 남는 시간에 방송 출연을 해야만 소화가 가능한 스케줄을 근 40년간 유지해 온 슈퍼히어로 급 창작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에겐 ‘천재 작가’라는 수식이 먼저지만, 이 정도 작품을 내놓자면 천재성을 뛰어넘는 노력과 노동 없이는 도무지 불가능한 일정으로 지금도 필모그래피를 갱신하고 있는 중이다. 그가 영화, 방송, 연극, 미디어를 넘나들며 이 모든 걸 지치지 않고 관장하는 핵심 키워드, 그 중심에는 ‘웃음’이 있다. “웃음이 없는 작품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항상 어떻게 하면 사람을 웃길 수 있을까 고민한다”라는 미타니 코기 감독은 일본영화의 ‘웃음의 계보도’에서 웃음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감독이다.

〈갤럭시 가도〉
〈갤럭시 가도〉

 

<멋진 악몽> 이후 ‘미타니 사단’으로 불리며 협업하고 있는 배우 후카쓰 에리도는 “일본에는 코미디 영화가 거의 없어서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코미디라는 걸 알고 싶었다”라며 그와의 작업이 코믹의 세계로 직통하는 지름길임을 밝히기도 했다. 이 독특한 코믹의 세계관은 미타니 감독의 작품을 흥행하게 만드는, 믿을 수 없는 배우 군단의 출연을 가능하게 하는데, 사토 고이치, 고바야시 타카시, 카토리 싱고, 츠마부키 사토시, 마츠가네 요네코 등 열거할 수 없는 많은 대표 일본 배우들이 엄청난 캐릭터 군단에서 작은 역할이 주어지더라도 그의 작품이라면 줄 서서 출연하기를 마다 않는 이유다. 작업 기간 외에는 따로 만나거나 사교를 하지 않는 데다, 과묵한 성격으로 알려진 그는 특별히 친분에서 시작하거나, 친분을 더하지 않고도 오롯이 작품의 특징 만으로 배우, 스태프들을 모으는 자력을 잃지 않는다.

〈기억에 없습니다〉
〈기억에 없습니다〉

 

근면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 그의 창작력에 딱 맞는 요소를 하나 더 붙여 보자면 이렇다. 미타니 코키의 이름인 코키(幸喜)는 스모광이었던 아버지가 스모 선수 타이호 코키의 이름을 땄는데, 코기는 ‘행복과 기쁨’을 의미한다. 신기하게도 이름 자체가 그의 작품의 스타일이자 핵심 요소를 설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끝으로 몇 해 전 미타니를 만났을 때 기억 한 토막. 바삐 돌아가는 내한 일정 중, 타이핑을 하던 기자들의 빠른 손놀림을 한참을 묻고 궁금해하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거의 원작이라곤 없는 창작물로 그 많은 다종다양한 캐릭터를 뚝딱 만들어 내나 싶은데, 그는 ‘사람 관찰’을 매우 즐겨 하고 거기서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사람이 무엇을 보고 웃는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데 결국 사람은 사람을 보고 웃어요. 사람이 하는 몸짓이나 말투나 사용하는 말을 통해서 웃게 돼요.”

〈기억에 없습니다〉
〈기억에 없습니다〉

 

미타니가 자신의 웃음 철학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설파한 대목이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연극 <웃음의 대학>은 ‘웃음’의 기능을 진지하게 파고든다. 검열이 판을 치는 세상, 희극이 금지된 상황에서 작가에게 코믹극을 쓰지 못하게 말리던 검열관은 일주일간 작가를 취조한 끝에 “난 지금까지 이렇게 재미있는 세상이 있는지 모른 채 살아왔다. 일주일 동안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라고 말한다. 작가가 견지해 온 웃음이 결국 검열관의 가치관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웃음이 세상을 치유할 수 있다는 순진한 믿음을 잊지 않고 그걸 설파하는 웃음 치료사처럼, 그는 매 작품 이렇게 웃음의 순기능을 잊지 않고 전개해 나간다.

과장이 아니라 먼 훗날 일본의 국민감독, 미타니가 빠져 버린 일본 영화계가 ‘웃음을 잃게 될’ 위기론을 겪게 돼도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우위를 선점하는 지금의 흐름에서 미타니의 착한 소동극을 여전히 기다리는 이유다.


<멋진 악몽>

8일 16:30 CGV소풍 5관 코드 521

10일 19:30 CGV소풍 6관 코드 731

<갤럭시 가도>

7일 20:00 CGV소풍 9관 코드 435

<기억에 없습니다>

7일 13:00 한국만화박물관(마스터클래스) 코드 412

10일 14:00 부천시청 어울마당 코드 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