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가 ‘BIFAN+ AI’ 공식 행사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올해 BIFAN은 그동안 영화제가 유지해 온 비욘드 리얼리티(XR), B.I.G 산업프로그램, 괴담 캠퍼스 등을 ‘BIFAN+’ 사업으로 통합했다. 여기에 더하여 세계 영상 산업에서 거대한 화두로 떠오른 AI를 주목, 영화 산업의 새로운 미래 해법을 제시하기 위한 ‘BIFAN+ AI’ 공식 사업을 출범했다. ‘BIFAN+ AI 필름 메이킹 워크숍’은 당초 30명의 모집인원에 약 600명의 지원자가 몰리면서 정원을 60명으로 증원했다. 16개의 팀이 2박 3일, 48시간 동안 팀별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창의적이고 기발한 작품을 완성했으며, 오는 14일(일)까지 부천아트벙커B39에서 만나볼 수 있다.
7월 5일부터 7일까지 부천아트센터 소공연장에서 3일간 열린 ‘BIFAN+ AI 국제 콘퍼런스’는, 특히 첫째 날과 둘째 날의 경우 모두 매진되어 부천시 최초로 유료 콘퍼런스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물론 기존의 NAFF 프로젝트 마켓과 괴담 캠퍼스도 피칭 수상작을 발표하며 명성을 이어갔다. 괴담 캠퍼스 피칭의 경우 임승현 감독(한국)의 <기억해>가 ‘이상한 상’, 데비나 소피얀티 감독(인도네시아)이 ‘부천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변화의 길목에 선 올해 BIFAN의 주요한 사업들을 진두지휘하고 조율한 조양일 단장을 만났다. 부집행위원장으로 BIFAN과 처음 인연을 맺은 그는 이제 ‘신사업기획’을 이끌며 BIFAN의 외연 확장이라는 중책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BIFAN에 합류하게 됐나.
신철 집행위원장님이 2018년 BIFAN 집행위원장에 선임되면서 9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하셨고, 나는 12월 4일에 합류했다. 그때는 이미 영화제 예산이 확정된 뒤였는데, 같은 예산으로 추가로 새로운 일을 더 만들어 보라고 하셨다. (웃음) 신철 위원장님이 대표로 있던 신씨네에서 일하며 내 20대를 보냈고 지금도 영화제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으니, 돌이켜보면 거의 30년 동안 그와 함께 일을 해오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맨 처음 BIFAN에 왔을 때 집행위원장의 처남이라고 소문이 났던 기억이 있다. (웃음)
어느덧 5년 차를 맞이한 ‘괴담 프로젝트’의 중심에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유네스코가 2004년부터 문학·음악·민속공예·디자인·영화·미디어·음식 등 7개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성으로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세계의 도시를 선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부산이 영화창의도시, 통영이 음악창의도시, 그리고 부천이 문학창의도시다. 부천이 단위 면적당 도서관 수가 가장 많은 도시라고 하더라. 그리고 양귀자 작가의 「원미동 사람들」의 무대가 되는 등 문학과 인연이 깊다. 그래서 BIFAN도 그에 걸맞은 무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BIFAN의 성격과도 잘 어울리는 ‘괴담’이라는 콘셉트로 이것저것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2019년 내가 참여한 첫 번째 영화제가 끝나고 하반기에 괴담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괴담을 중심으로 한 영화영상 콘텐츠의 괴담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출발했는데, 기획개발 캠프와 단편 제작지원으로 나뉘는 ‘괴담 창작지원’과 괴담집을 발행하는 ‘괴담 아카이브’ 그렇게 두 갈래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는 BIFAN에서 ‘신사업기획’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작년부터는 역시 부천에 있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무언가를 도모하고 있다. 과거 인터넷 소설로부터 영화화가 진행되는 트렌드가 있었다면, 지난 몇 년간은 웹툰으로부터 영화화되는 일들이 많다. 그러면서 괴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부집행위원장이었는데 이제는 ‘신사업기획 단장’이 됐다. 이제 ‘BIFAN+’를 론칭하면서 올해는 NAFF 프로젝트 마켓과 XR 상영과 전시, 그리고 AI 관련 필름 메이킹 워크숍과 콘퍼런스를 더하면서 전체적으로 사업을 맡고 있다.
괴담 캠퍼스 출신 권한슬 감독이 AI 국제 컨퍼런스의 특강에 나서는 걸 보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사업의 선명한 성과라고 할 수 있으니까.
괴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아이디어의 발전도 중요했지만 영화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사업을 연착륙시키는 것도 중요했다. 김영덕 전 프로그래머가 디테일하게 정말 많은 일을 했다. 그가 아니었으면 힘든 사업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나도 충무로 현장 영화인 출신이다 보니 ‘영화인 재교육’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권한슬 감독이 그런 큰 성과를 내고 BIFAN에 귀환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정말 기뻤다.

올해 BIFAN의 핵심 화두라 할 수 있는 AI 영화에 대한 동전의 양면 같은 호기심과 거부감은 여전하다. 혹시 어떤 얘기를 들려주고 싶나.
어제 AI 국제 콘퍼런스에서 ‘영상 콘텐츠 제작의 미래’에 관한 발제를 보다가, 내가 사진을 하나 찍은 게 있다. (사진을 보여주며) 바로 변화에 대한 구성원의 감정 사이클이라는 거다. 역사적으로 낯선 신기술을 접했을 때 안정, 혼란, 부정, 분노, 타협, 실망을 거쳐 수용으로 간다는 거다. 과거 인터넷이라는 게 처음 시작됐을 때는 물론 ‘닷컴 열풍’ 등 모두 기본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게 먼저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권한슬 감독에 대해 약간 ‘돌아이’ 같다고 했던 (웃음) 몇몇 영화인들도, 정작 그의 특강을 듣고는 엄청나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받아 간다고 감격해했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현재 수많은 광고 제안은 물론이고 뮤지컬 제안까지도 받고 있다. 그렇게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그리고 AI 영화라는 게 당장 무슨 세상의 모든 장편극영화를 대체한다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이 영화 제작 공정에 자연스레 녹아든 것처럼 이 또한 그렇게 자리 잡게 될 것이란 얘기다. 어느 순간부터는 ‘혁신’이라는 단어조차 쓰게 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이미 시작된 물결이다.

‘신사업기획 단장’이지만 건네받은 명함에는 ‘이상한 기획단 단장’으로 표기되어 있다. (웃음)
BIFAN은 지난 2022년 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부터 ‘이상해도 괜찮아’(Stay Strange)라는 슬로건을 이어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말이 참 마음에 든다. (웃음) 실제로 ‘이상한 기획단’이라는 걸 만들었고,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상하게 성과를 내면 좋겠다는 다짐이었다. 물론 영화제라는 것이 국비, 도비, 시비라는 공적 자금을 써서 운영되는 곳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무시하며 존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지금보다 더 많은 의미 있는 기획을 창출해 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지칠 때마다 ‘이상해도 괜찮아’라는 말에 큰 위안을 얻는다. 그게 BIFAN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