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와 어른은 함께 자란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세계 최초의 아동권리기관으로서, 100년 이상 쌓아온 전문성을 기반으로 아동의 삶과 미래를 바꾸어나가는 데 앞장서 왔다. 전 세계 모든 아동이 건강하게 자라고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보호받으며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원함은 물론, 아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장 취약한 아동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달하고, 그 삶에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자 했다. 그 일환으로 세이브칠드런은 영화와 만났다. 인종, 종교, 정치적 이념을 초월하여 아동 권리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구호개발 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 체벌 근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2015년 처음 아동권리영화제(CRFF: Child Rights Film Festival with Save the Children)를 개최한 것. 매년 아동권리 주간이 있는 11월에 개최하고 있는 아동권리영화제는 아동과 어른이 함께 목소리를 내는 ‘아동권리의 장’으로 발전해 올해 10주년을 맞이한다. 그래서 서두에 꺼낸 말은 “아이와 어른은 영화와 함께 자란다”라고 써도 될 것 같다.
‘좋은 영화는 좋은 질문을 던지고, 좋은 질문은 때론 세상을 구한다. 아이들이 질문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스스로 성장하는 것처럼, 영화로 아동권리를 이야기하는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은 관객분들과 함께 성장했다’고 얘기하는 아동권리영화제는 아동의, 아동에 의한,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확장됐다. 아동권리의 장을 마련하는 아동권리영화제는 물론, 아동 참여로 만드는 ‘세이브더칠드런 오리지널 필름’, 아동권리 리터러시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씨네아동권리학교’까지 “모든 아동은 미래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질문을 상영관 밖으로도 넓히기 위해 애써왔다.

올해는 아동권리영화제 10주년을 맞아 김성호 감독과 함께 발달장애 아동의 현실을 주제로 한 영화를 제작한다. <거울 속으로>(2003)로 데뷔한 김성호 감독은 2014년 아동 서사 영화인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연출한 바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빠와 함께 집이 사라져 버리고 지소(이레)와 동생 지석(홍은택) 남매, 그리고 엄마 정현(강혜정)은 미니 봉고차를 집 삼아 지내게 된다. 그렇게 지낸 지 벌써 한 달이 되고, 딱 일주일만 있다가 이사 갈 거라는 엄마 말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지소는 집을 구하기 위해 친구 채랑(이지원)과 함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계획한다. 개를 훔친 뒤 사례금이 붙은 개 실종 전단지가 뜨면, 개를 데려다주고 집을 장만할 돈을 받을 거라는 완벽한(?) 계획인 것. 그렇게 개를 잃어버려도 금방 다시 사지 않을 어중간한 부자집, 들고 뛰기에 적당한 어중간한 크기의 개를 물색하던 지소는 레스토랑 마르셀의 주인인 노부인(김혜자)의 개 ‘월리’를 목표로 정한다. 당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이웃집 개를 완벽하게 훔치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의 단면을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풍자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훔방’이라는 줄임말 애칭으로 수많은 팬을 낳으며 극장에서 30만 관객과 만났다.


김성호 감독이 제작 및 연출을 맡고 세이브더칠드런이 기획한 영화 <이세계소년>(異世界少年)은 지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기 별로 돌아가려는 ‘지우’의 눈에 비친 현실을 통해, 우리 사회가 장애 아동을 손쉽게 배제하지 않는지 질문을 던진다. ‘개훔방’ 이후 김성호 감독이 걸어온 길 위에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는 ‘개훔방’ 전후로도 옴니버스 영화 <가족시네마>(2012)에서 출산을 앞둔 출판사 직원이 회사의 권고사직 압력에 반발해 파업을 선언하는 이야기인 <인 굿 컴퍼니>를 연출했고, 30년 넘게 반찬가게를 한 엄마 애란(이주실)을 통해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하는 우리의 시선을 돌아보게 만들었던 <엄마의 공책>(2018) 등을 만들며 늘 가족과 사회,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려깊은 시선을 보여줬다. 최근 넷플릭스 10부작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2021)를 통해서도 변함없는 시선을 보여줬는데, 감옥에서 갓 출소한 상구(이제훈)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조카 그루(탕준상)의 후견인이 되고 유품정리업체 ‘무브 투 헤븐’을 운영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람들의 생전의 삶이 깃들어 있는 유품, 그리고 그 작은 삶의 흔적도 세심히 챙기는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소재로 큰 호평을 끌어냈으며 ‘포브스’지가 선정한 ‘2021년 베스트 한국 드라마’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가 곧 선보일 <이세계소년>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 중 하나이며, 더불어 SF영화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포인트다.

아동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는 필름 제작 프로젝트로 시작한 ‘세이브더칠드런 오리지널 필름’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세계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해마다 국내에서 제작되는 단편영화의 수는 1천 편을 훌쩍 넘는데, 그중 아동이 주인공인 작품 수는 채 100편을 넘지 못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그 비율을 전체 영화의 6.3%로 보고 있는데(2022년 기준), 어쩌면 그것이 “우리 사회가 아동을 고민하는 순간이 6.3%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오리지널 필름 제작에 심혈을 기울여온 이유, 그리고 10주년을 맞아 김성호 감독과 만난 이유가 바로 거기 있다.
모든 아동은 차별없이 교육접근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김성호 감독은 “2015년 아동 체벌 근절을 위해 처음 개최된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에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으로 전하고자 했던, 아이들의 인권과 어른들의 책임에 대해 좀 더 성숙한 관점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세계소년>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한 시나리오다. 아이를 키우면서 학교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많은 아이들을 보았다. 다양한 아이들의 수만큼 다양한 장애가 존재한다. 그러한 특성을 장애로 인식하는 순간 또 다른 벽이 세워지고 아이들을 그 안에 몰아넣는다. 아이들의 다양한 특성을 장애라는 벽이 아니라 그들만의 개성 혹은 세상을 배워가는 과정이라 이해하고 너그러움이 필요하다는 믿음을 관객에게 전하고 싶다”는 연출의 변을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 오리지널 필름의 특별한 점은 다음과 같다. (1) 영화 시나리오는 장애 아동과 특수교육 교사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2) 영화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아동권리를 지키는 과정이 되도록 ‘아동 촬영 현장에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현장에서 실행했다. 그리고 참여하신 분들에게는 장애 통합반 아동에게 상영회 티켓 선물 및 후원자 대상 상영회 초대권을 증정하고, 엔딩 크레딧에 성함을 기재하게 되며, 영화 제작 과정을 담은 레터를 발송할 예정이다. 더불어 세이브더칠드런은 ‘장애아동도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다’, ‘모든 아동은 차별없이 교육접근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얘기하는 SF영화 <이세계소년> 제작을 위해, 7월 23일부터 9월 10일까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tumblbug.com/scoriginalfilms)를 통해 펀딩을 진행한다. 줄거리와 캐릭터 등 영화에 대한 상세한 정보도 펀딩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