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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 가두지 않고 ‘다름’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아동권리영화제 〈이세계소년〉

성찬얼기자

아동권리영화제가 멈추지 않고 또 한 걸음 나아갔다. 10회를 맞이한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는 영화제에서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필름을 공개했다. 김성호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세계소년>은 김성호 감독과 세이브더칠드런이 그간 영화제의 테마와 주제를, 그리고 앞으로의 아동 권리를 위해 재조명해야 할 부분을 담아낸 단편 영화다. 11월 16일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상영회를 통해 관객과 만난 <이세계소년>, 작품의 묘미와 상영 후 GV에서 진행된 이야기를 전한다.


〈이세계소년〉
〈이세계소년〉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 첫 오리지널 필름 <이세계소년>은 10회를 맞이한 영화제가 내세운 슬로건 '우리의 질문이 세상을 구한다'에서 착안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미스터리 영화로 구성됐다. 전미현 형사(금해나)는 지우(김진영)라는 소년의 실종을 수사하고자 한 초등학교로 향한다. 학교 측의 다소 늦은 신고, 지우를 말할 때 아이들의 반응, 반 아이들 학부모들의 등쌀 등 지우의 실종을 수사하는 모든 과정에서 전 형사는 심상치 않음을 느끼면서도 지우가 어떤 아이인지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이세계소년〉 촬영현장의 김성호 감독(오른쪽)
〈이세계소년〉 촬영현장의 김성호 감독(오른쪽)


"좋은 의미를 담아 만들고 싶었지만, 홍보영화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는 김성호 감독의 말처럼, <이세계소년>은 영화제 오리지널 필름이란 타이틀을 떼고 봐도 무방하다. '지우는 왜 사라졌는가'라는 질문으로 호기심을 동하는 영화는 이후 지우의 평소 모습을 타인이 보는 시선을 통해 재현한다. 그러나 그렇게 지우를 아무리 쫓아가도 쉽게 그 진상에 도달할 수 없는데, 이는 우리가 '다르다'는 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특정 대상을 바라보는 선입견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숙고하게 된다. 그러다 지우에 대해 완전히 다른 증언을 해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미스터리에 숨겨진 한 아이의 진심을 들여다보는 순간 이 영화 제목 '이세계소년'이 뜻하는 의미를 알 수 있다.  
 

전미현 형사(왼쪽)는 사라진 지우의 수사를 맡는다.
전미현 형사(왼쪽)는 사라진 지우의 수사를 맡는다.


30분 내외의 단편인 만큼 본격 미스터리물은 아니지만 미스터리의 요소들이 관객들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하고, 마지막까지 긴장감과 메시지 어느 하나 놓치지 않아 쏠쏠한 재미와 감동을 준다. 무엇보다 아동 관련 여러 이슈를 고민하다 이 소재를 선택한 김성호 감독이 통합반(특수 교육 대상 아동과 비장애 아동을 같이 교육하는 반) 취재와 세이브더칠드런과의 긴밀한 작업으로 세심하게 담아낸 부분이 돋보인다. 극중 비하적 표현이나 속단 없이 장애를 다름으로 포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영화 전반에 도드라진, 아동권리영화제 오리지널 필름의 훌륭한 선례로 인정할 만하다.  
 

〈이세계소년〉
〈이세계소년〉

 


 

〈이세계소년〉 GV 현장
〈이세계소년〉 GV 현장


첫 상영이 끝난 후, 이화정 영화기자가 진행하고 김성호 감독, 전미현 역 금해나, 지우 역 김진영 배우가 참석한 GV가 이어졌다. 이날 현장은 일반 관객, 영화에 참여한 스태프, 크라우드펀딩 참여자가 함께 해 더욱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김진영 배우는 영화 속 모습과 달리 아역 배우스럽지 않은 달변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세이브더칠드런과 김성호 감독이 구성한 '아동 촬영 현장 가이드라인'
세이브더칠드런과 김성호 감독이 구성한 '아동 촬영 현장 가이드라인'

 

 

“(김성호 감독의 가이드라인) 많이 전파됐으면 좋겠다”

-김진영

이번 <이세계소년>은 아동권리영화제의 오리지널 필름인 만큼, 현장에서도 아동 영화인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구비됐다. 세이브더칠드런과 김성호 감독이 함께 구성한 가이드라인은 아동 의견 존중하기, 아동 눈높이에서 대화하기, 아동의 특성(역량) 고려하기, 아동에게 미리 설명하기, 아동의 쉴 권리 지키기, 아동 안전 준수, 긍정적 언어로 칭찬하기, 모든 아동을 아동으로서 대하기,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기, 아동과 어른이 함께 자랄 수 있는 환경 만들기 등으로 채워졌다. 이는 성인 중심의 촬영장에서 아동 영화인이 자칫 옳지 않은 상황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을 보호하는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 대한 질문은 받은 김진영은 “(현장의) 모든 분들이 착하고 다정하셨고 잘해주셨다”며 “(가이드라인이) 전파가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촬영장이 같은 배우로서 동등한 권리를 느낄 수 있는 촬영 현장이 되길 바란다”고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언급했다. 김성호 감독은 “세이브더칠드런이 시켜서 한 것”이라며 농을 던지면서도 전작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연출 당시 아동 영화인 보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던 경험을 토대로 “어른들 위주로 진행되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했다. 현장이 험하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조금 더 정확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으로 보완했다고 밝혔다.

 

〈이세계소년〉상영 후 GV현장. (앞줄 왼쪽부터) 김성호 감독, 김진영, 금해나
〈이세계소년〉상영 후 GV현장. (앞줄 왼쪽부터) 김성호 감독, 김진영, 금해나

 

현장에서 김진영 배우에게도 많은 것을 배워

-금해나

캐스팅 취소나 오디션 등에서 느꼈던 감정, 지우 표현에 도움이 돼

-김진영

 
각각 전 형사와 지우로 이번 영화의 핵심 인물을 맡은 금해나, 김진영은 <이세계소년>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금해나는 “현장에서 지켜야 할 것, 많은 정보를 배웠다”며 아역 배우들과 함께 한 현장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작품을 많이 공부해 온 김진영 배우와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그에게도 많은 것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전 형사를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본인 실적만을 생각하며 일했기에 거친 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지우를 통해 깨닫는 순간은 그때에 맡겨보자고 판단”해 캐릭터에 심층적으로 접근했다. 그의 분석처럼 관객은 현실적인 전 형사와 함께 수사에 동행하며 그의 변화에 공감할 수 있다. 특히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금해나가 보여주는 연기는 상영관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도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김진영은 지우라는 다소 독특한 아이에 대해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는데, 본인 또한 다른 또래들과 다른 모습에 고충을 많았기 때문. 과거 배우 활동 중 캐스팅 취소 연락을 받거나 오디션 당시 불편해하는 시선을 느꼈다는 김진영은 “이런 감정들이 지우를 표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가슴 아픈 기억까지도 솔직하게 털어놓는 의젓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또 영화의 후반부, 지우가 창문 난간에 걸터앉은 장면을 찍을 때 와이어를 메고 있었다는 에피소드와 함께, 와이어를 잡아준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며 이번 영화의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두 차례 상영으로 관객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은 <이세계소년>은 현재 아동권리영화제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제10회 아동권리영화제는 11월 23일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단편영화 경쟁 섹션' 상영으로 이어진다. 해당 단편 섹션은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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