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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버〉 등 8월 둘째 주 개봉작 전문가 별점

씨네플레이

 

 

 


리볼버

감독 오승욱

출연 전도연, 지창욱, 임지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돈과 약속

★★★★

오승욱 감독과 전도연 배우가 <무뢰한>(2015)에 이어 두 번째 만난 영화 <리볼버>는 액션 장르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과는 달리, 장르적 관습과 거리를 둔 일종의 도덕극이다. 누명을 쓴 대가로 돈을 받기로 한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보상을 받기 위해 행동에 나선다. 여기에 여러 캐릭터들이 뒤얽히는데, 일반적으로 이러한 과정에선 액션과 폭력의 장르적 쾌감이 수반되기 마련이지만 <리볼버>는 이 부분을 자제한다. 대신 마치 성장 영화처럼, 알지 못했던 과거와 자신의 현재에 대해 조금씩 깨닫는 주인공을 보여준다. 담담하면서도 힘 있는 미장센과 서사를 느낄 수 있는 작품.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무뢰한들의 비정성시

★★★

손쉽고 경쾌하게 발사되는 총알보다는 진득하게 참고 끝까지 주시하는 장전 자체에 더 가깝게 정체를 둔 영화다. 섣부른 말보다는 정교한 이미지로, 속도감 있는 질주보다는 우회를 택한 ‘얼굴들의 누아르’. 서로의 인정사정 볼 것 없는 무뢰한들의 세계를 거니는 여정에서 수영(전도연)은 목표가 뚜렷한 탐정이자 과묵한 복수자이고 모두에게 응원받을 수는 없는 죄인이다. 그 독특한 포지션에 놓인 수영이 마주친 사람들의 말과 표정과 기억이 그에게 묻어나고 입혀지는 과정을 탐색하는 의외의 재미가 있다. 각 캐릭터의 밀도가 아주 높다고는 하긴 어려우나, 각 배우들에게 흥미롭게 시선이 머무는 장면들이 확실히 존재한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총이 불을 뿜기 전

★★★

제목만 봐서는 화려한 총격 액션을 떠올리기 쉽지만 <리볼버>는 총이 발사될 때의 쾌감보다 그전의 긴장감에 주목한다. 대가를 약속받고 연인의 죄를 대신해 복역하고 나온 수영(전도연)은 약속과 달리 빈손이다. 입주를 앞뒀던 아파트는 남의 명의가 되어 있고, 돈을 주기로 했던 사람은 사라졌다. 수영은 제 몫을 찾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는데 하나같이 무뢰한들에 수영을 통해 벌어질 이해득실만을 따진다. 오승욱 감독이 영화의 제목을 두고 “수영이 대가를 찾기 위해 직진하는 과정 속에서 만나는 인물들을 총구에 하나씩 장전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힌 것처럼 이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을 때 당장이라도 격발될 것 같은 텐션이 탁월하다. 스치기만 해도 인연은 형성하는 캐릭터들의 화학작용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장르 영화 문법을 비틀며 호기롭게 ‘탕!’

★★★☆

약속받은 돈을 받지 못한 여자가 떼인 돈에 얽혀 있는 ‘무뢰한’들을 하나둘 넘고 넘어 자기 몫을 되찾으려는 이야기. 무엇 하나 ‘익숙한 길’로 가지 않는다. 멋들어진 액션을 뽐낼 조건이 만발한 상황임에도 영화는 장르적 문법을 비틀며 ‘자기만의 길’을 간다. 인물들 ‘서사’엔 여백을 주고 그들 각각의 ‘성격’에 힘을 주고 있기에, 결말에서 오는 쾌감이 약한 데 반해 인간군상들이 자아내는 기이한 무드를 만나는 맛이 있다. 여러모로, 색다른 질감을 자아내는 영화란 의미다. 이러한 연출의 개성이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것들과 마찰음을 일으킬 수 있으나, 누군가에겐 흥미로운 영화적 체험으로 남을 법하다. 무표정에서도 표정이 읽히는 ‘형용모순’의 상황을 온몸으로 살아낸 전도연이라는 총알이 이번에도 강렬하다.

 


이오 카피타노

감독 마테오 가로네

출연 세이두 사르, 무스타파 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두 소년 이야기

★★★☆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세네갈을 떠난 두 소년 세이두(세이두 사르)와 무사(무스타파 폴)가 겪는 거친 현실의 이야기. 꿈을 찾아 인생을 건 16세 소년은 그들을 착취하기 위한 수많은 사기꾼들을 만난다. <고모라>(2008) <리얼리티: 꿈의 미로>(2012)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두 차례 수상했던 이탈리아의 마테오 가로네 감독은 이 척박한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도, 그 안에 마치 쉼터 같은 판타지 장면을 결합시킨다.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캐릭터들에 대한 감독의 따스한 연민의 마음이 담겨져 있는 작품.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신인배우상을 수상했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아웃 오브 아프리카, 편견을 넘는 현실적 탈주

★★★☆

주인공들의 경로는 전쟁과 기근이 아닌 경제적 불안정과 꿈을 이루고픈 갈망 때문에 시작된다. 난민 착취 경제를 생생한 시청각의 세계로 구현해 관객의 눈앞에 가져다 놓는 동시에, 고전적 성장 스토리의 결을 더한 점은 기존 이주민이나 난민 영화들과 조금은 다른 노선이다. 시혜적 시선을 경유해 인물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천신만고의 여정 안에서도 최소한의 인간성을 지키고, 자기 자신의 존재를 목청껏 외치는(“IO CAPITANO”, 나는 선장입니다) 주체로 담아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울림이 있다. 잔혹한 현실과는 충격적이리만치 대비되는 아름다움과 판타지의 정서는 이 영화를 한층 인상적으로 만든다. 미디어의 통계 아래, 정치적 발언 아래 숫자와 부정적 단어들로 납작하게 축소됐던 모든 존재들에게 삶이 있었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작품.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이민자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

마테오 가로네 감독은 장편 데뷔작 <이민자들의 땅>(1996)에서 이탈리아로 온 제3세계 이민자들의 삶을 다룬 바 있다. 28년이 지나 거장이 된 감독은 꿈을 이루기 위해 이탈리아로 향하는 세네갈 두 소년의 이야기를 로드무비 형식으로 그린다. 불법 이민자들이 밀입국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들에게 자행되는 온갖 범죄 행위와 인권 유린 참상을 지켜보게 된다. 주인공 소년은 혹독한 시련과 마주하면서도 존엄한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엔 마술적 리얼리즘이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이 있고, 소년의 마지막 외침은 20년이 넘도록 해결되지 못한 이민자 문제를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한다.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 

감독 마에다 테츠

출연 히로세 스즈, 오니시 리쿠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우연과 운명

★★★

동명의 만화를 각색한 작품으로, 셰어하우스에서 우연히 함께 살게 된 사람들이 운명적으로 얽히게 되는 이야기다.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이야기의 몰입도가 꽤 좋은 영화로, 여기에 히로세 스즈를 비롯한 배우들의 매력이 활기를 불어넣는다. 많은 영화에서 다룬 ‘가족사의 아픔’을 다루면서, 부모 세대의 잘못에 의해 트라우마를 입은 자식 세대들이 그것을 극복하고 나름의 화해를 시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간간이 등장하는 엉뚱한 요소들은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원작의 감동이 영화에도 흐른다 

★★★

타지마 렛토의 인기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우연히 만난 고등학생 나오타츠와 회사원 치사가 자신들의 부모에 얽힌 과거를 알게 되고, 그럼에도 서로를 성장시키고 응원하는 드라마다. 주인공을 연기한 히로세 스즈와 오니시 리쿠가 원작 캐릭터의 매력을 잘 살렸다. 일상 만화인 원작의 잔잔하고 따뜻한 정서를 영화가 고스란히 잇는다. 포틀래치 덮밥을 비롯해 치사가 만든 음식들이 영화에선 더욱 먹음직스럽다. 

 


디베르티멘토

감독 마리-카스티유 망시옹-샤르

출연 울라야 아마라, 리나 엘 아라비, 닐스 아르스트럽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마에스트로의 조건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여성에겐 유리천장과도 같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도전하는 주인공 자히아(울라야 아마라)의 고군분투 스토리다. 여성이며 가난하고 음악인 집안도 아니며 이민족(아랍계)인 자히아는 지휘자가 될 수 없는 조건을 두루 갖췄지만, 딸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아버지와 편견을 지니지 않은 스승, 그리고 그를 믿고 악기를 연주하는 단원들의 힘으로 지휘봉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잔재주 부리지 않고 정공법의 이야기로 전진하는 영화. 라벨의 ‘볼레로’가 영화를 열고 닫는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즐길 수밖에 없는 실화 음악 영화 

★★★☆

세계적인 지휘자 자히아 지우아니의 실화 영화. 그가 이민자 출신, 여성이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자신의 오케스트라 ‘디베르티멘토’를 결성해 지휘자의 꿈을 실현하는 과정을 여성, 음악, 이민자, 성장 영화로 보여 준다. 클래식 음악 팬들이라면 자히아의 스승인 전설적인 지휘자 세르주 첼리비다케 캐릭터의 등장이 무척 반가울 것이다. 무난한 클래식 음악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 음악에 대한 열정과 음악으로 하나 되어 서로를 변화시키는 음악도들의 이야기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바꿔놓는다. 

 

 


조선인 여공의 노래

감독 이원식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숨겨졌던 노동의 역사

★★★

1910년부터 1950년까지 오사카의 방직 공장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역사를 담은 다큐멘터리. 현재의 관점에서 당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재연하는 방식을 통해 1세기 전의 역사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재일 한국인’의 시작점을 보여주는 일종의 디아스포라 영화면서, 척박한 현실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았던 강인한 여성들의 들풀 같은 삶을 다양한 방식의 증언을 통해 전달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완결성 높은 역사 다큐멘터리

★★★☆

일제강점기에 오사카 방적 공장에서 일했던 조선인 여공들의 고난과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잊힌 역사를 기억하게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화법에 이끌린다. 주로 인터뷰와 영상 자료로 구성된 역사 다큐멘터리에서 나아가 다양한 방법으로 역사를 기록한다. 재일교포 4세 배우가 생존 증언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프레젠터 역할과 재연 연기를 보여주고, 역사학자인 일본인 목사가 적극적인 안내자로 나선다. 배우들은 연기와 증언자들의 일기를 낭독하는 방식으로 여공들의 목소리를 대신한다. 차별과 학대, 폭력에 맞서 여성, 조선인, 노동자로 주체적인 삶을 살았던 조선인 여공들을 반드시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극장총집편 봇치 더 록! 전편

감독 사이토 케이이치로

목소리출연 아오야마 요시노, 스즈시로 사유미, 미즈노 사쿠, 하세가와 이쿠미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결속밴드의 음악을 극장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

걸스 밴드 애니메이션 <외톨이 THE ROCK!>의 극장판. 극장총집편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TV 애니메이션 12화 중에서 전반부를 편집한 내용으로 오프닝 영상과 극장판을 위한 오프닝곡, 엔딩곡을 새롭게 선보인다. ‘결속밴드’ 네 멤버들에게 집중한 전개와 결속밴드의 연주 장면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극장판의 매력이다. 극장판에서 원제목을 찾은 <봇치 더 록!>이 새로운 청춘 성장 음악 애니메이션으로 떠오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