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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을 이을 웰메이드 재난영화 〈트위스터스〉 정이삭 감독, 데이지 에드가-존스, 애슐리 J. 샌드버그

성찬얼기자
〈트위스터스〉 스틸컷

 

이제 영화도 묵은지의 시대가 온 것일까. 과거 전 세계를 흔든 영화의 속편이 현 시대 관객들의 환호를 받는 광경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다. <탑건>처럼 속편이 20여 년만에 도착한 <트위스터> 얘기다. 1996년 <트위스터>로부터 28년 만에 속편으로 찾아온 <트위스터스>는 1편처럼 토네이도를 추적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북미 개봉 후 호평받아 흥행 다크호스에 선 <트위스터스>는 속편이지만 1편의 인물이 아닌 모티브나 구성을 중점적으로 가져와 1편을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장점으로 무장했다.

 


(왼쪽부터) 데이지 에드가-존스, 정이삭 감독, 슐리 J. 샌드버그 제작 총괄 프로듀서

 

8월 7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트위스터스>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엔 영화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 케이트를 연기한 데이지 에드가-존스, 제작자 애슐리 J. 샌드버그가 참석했다. <트위스터스> 전 세계 투어의 마지막 장소 서울에 도착한 이들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전하며 기자들을 맞이했다. 북미에서 개봉해 호평과 흥행 모두 잡고 8월 14일 한국 상륙을 준비 중인 <트위스터스>를 주역들의 입을 빌려 미리 만나보시라.

 


정이삭 감독이 <트위스터스> 적임자인 이유

정이삭 감독의 장편 데뷔작 〈미나리〉

정이삭 감독은 데뷔작 <미나리>로 영화계와 관객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미국땅을 밟은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라는 자전적 영화를 선보인 정이삭 감독은 드라마 <만달로리안>의 한 에피소드를 연출한 후 장편영화 차기작으로 <트위스터스>를 선택했다. <미나리>와는 작품의 규모부터 스타일까지 모두 달랐기에 관객들의 궁금증과 불안감을 자아냈던 선택. 그러나 정이삭 감독은 <트위스터스>로 블록버스터 또한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정이삭 감독을 연출자로 발탁한 건 결과적으로 성공이지만, 소박한 <미나리>를 만든 정이삭 감독에게 <트위스터스>라는 명작의 속편이자 블록버스터를 맡기기 위해선 제작자 입장에서 무언가 확신이 필요했을 텐데. 이런 질문에 샌드버그는 "이번 영화는 지역을 이해하는, 이런 커뮤니티에 살아본, 그리고 토네이도 경험자를 찾아야 했다"고 입을 열었다. 1편에 이어 오클라호마주, 토네이도가 자주 일어나는 지역을 배경 삼은 작품이기 때문. 정이삭 감독이 자란 곳은 오클라호마의 경계를 맞댄 아칸소인데, 토네이도가 빈번하게 일어나 경보가 울려도 토네이도 구경하러 가는 사람이 많았다고. 다만 정이삭 본인은 직접 본 적이 없었으나 영화 촬영 중 토네이도 경보로 일정이 중단됐을 때 기후 자문위원과 함께 토네이도를 직접 보러 갔다고 털어놨다. 샌드버그는 또 <만달로리안>을 제작한 루카스필름의 지인이 정이삭 감독을 "거대한 스케일에서도 탁월한 감독"으로 말했다며 "스크립트의 부족한 부분도 채워줄 수 있는 감독"임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태풍 쫓기, 직접 해보고 싶다

데이지 에드가-존스

(왼쪽부터) 케이트, 하비, 타일러

데이지 에드가-존스는 이번 영화에서 할리우드 블루칩의 면모를 과시한다. 그가 연기한 케이트는 1편의 조(헬렌 헌트)처럼 토네이도에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그런 그가 동료 하비(안소니 라모스)의 권유에 다시 토네이도를 쫓고, 그 과정에서 타일러(글렌 파월)를 만나 자신의 과거를 극복하는 과정은 드라마 <노멀 피플>,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로 일찍이 주목 받은 데이지 에드가-존스의 연기력에 감탄케 한다. 에드가-존스는 "이런 스케일의 영화에 나오고 싶었는데, 그것도 정이삭 감독님과 함께 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케이트처럼 직접 토네이도 추적에 나선 적은 없지만 안전하게 준비한 상태로 꼭 해보고 싶다고 덧붙이며 케이트 못지 않는 용감함을 과시했다.

 


(왼쪽부터) 정이삭 감독, 데이지 에드가-존스, 애슐리 J. 샌드버그 제작 총괄 프로듀서

한국어 대사, 일부러 자막 넣지 않아

정이삭 감독

정이삭은 <트위스터스>에 짧지만 강렬한 한국 대사를 넣었다. 토네이도가 다가온다는 소리를 들은 한 사람이 "대박이야"라고 말한 것. 정이삭은 영화에서 이 대사를 한 단역 배우가 자신의 친구이자 제작진 중 한 명이라고 설명하며 "한국을 위해 넣어야 한다고 둘이 의기투합했다"는 일화를 밝혔다. 당시 촬영 중 엑스트라를 한 명 더 투입하게 됐는데 한국어 하는 한국인으로 결정했다고. 심지어 정이삭은 "(한국어를 모르는) 관객들이 무슨 뜻인지 찾아볼 수 있도록 일부러 (영어 자막을) 넣지 않았"다.

 


겨울인데도 여름옷 입고 찍은 액션히어로 배우들

토네이도 카우보이 타일러 역 글렌 파월
토네이도 연구팀 케이트 역 데이지-에드가 존스, 하비 역 안소니 라모스

<트위스터스>는 1편처럼 주역 캐릭터를 중심으로 토네이도를 추적하는 팀이 그려진다. 토네이도를 일부러 따라다니며 위험천만한 상황을 즐기는 일명 '토네이도 카우보이' 타일러팀과 케이트, 하비가 이끄는 연구팀이다. 이들은 각자 팀간의 시너지를 내면서 동시에 상대팀과의 차별화로 서로를 빛낸다. 샌드버그 프로듀서는 "겨울인데도 여름옷을 입고 찍어야 했다. 그러나 누구도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며 배우들의 투지를 언급했고, 정이삭 감독 또한 "실제로 생동감 있게 나온 건 액션히어로 같은 배우들의 도움도 있다"고 출연진의 노력에 감사를 보냈다.

 


토네이도,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 많아

정이삭 감독

 

<트위스터스>는 토네이도를 통해 급격히 변화한 기후 문제를 짚는다. 그러나 이를 전면에 그리지 않는 탓에 일각에선 이런 소재를 사용하면서 기후 문제를 등한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정이삭은 "준비 단계에선 나도, 스튜디오도 기후변화 문제를 묘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과학자들과 얘기해보니 기후문제가 심각해지는 것과 별개로 기후 변화 이후 토네이도 발생률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줄어든 건 아니지만 과학자들이 논의 중인 불확실한 것을 영화에서 사실처럼 말하면 안되겠다 싶었다"는 이유로 기후 변화에 대한 문제 제기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 변화는) 우리가 반드시 얘기해야 하는 주제"라고 덧붙였다.

 


데이지 에드가-존스

토네이도, 인간 내면의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데이지 에드가-존스

인간이 감히 대항하기 어려운 자연재해에 케이트는 뛰어든다. 그런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데이지 에드가-존스는 어떤 식으로 영화에 접근했을까. 그는 토네이도를 "인간 내부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표현하는 장치"라고 여겼단다. 토네이도를 통해 상실감과 인물의 트라우마가 전해지는 만큼 '극복하고 싶은 내적 괴물'로 상정했다. 그래서 인물들이 토네이도에 매료돼서 쫓는 것까지 설득력있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두려워하고 극복하고 싶으면서 동시에 공존하고 싶어하는 것. 매 장면 토네이도가 상징하는 것이 있다 생각한 데이지 에드가-존스는 그렇기에 "자연이 아름다우면서도 그것을 극복하는 것"의 중요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한강 라면 먹고 싶어

데이지 에드가-존스

 

<트위스터스> 전 세계 투어의 마지막 장소 서울에 도착한 세 사람은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데이지 에드가-존스와 애슐리 J. 샌드버그는 입을 모아 "쇼핑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에드가-존스는 "한강 산책도 하고 싶고 한강 라면도 먹고 싶다"며 "내일 있을 시내투어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이삭 감독은 아내와 딸도 한국에 함께 왔고, 어머니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밝히면서 어머니의 이사 소식을 전해 현장을 웃음으로 채웠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