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ttle Drummer Boy'라는 영어권의 관용적 표현은 18세기 말엽, 나폴레옹 시대 유럽의 전쟁 양상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배리 린든>(1975)이나 <워털루>(1970), <나폴레옹>(2023) 같은 대형 서사극에서 재현된 바와 같이, 이 시기의 전쟁이란 머스킷 소총으로 무장한 일군의 보병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횡대로 진형을 짜서 일사불란하게 사격과 행군을 수행하는 식으로 전개되었는데, 이때 군대의 사기를 진작시킴과 동시에 명령의 전달을 위한 신호수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북치는 소년’들이었습니다. 미성년에 집을 나온 소년들이 모집되어 복무하곤 했던 이들의 존재는 전투를 소재로 한 낭만주의 회화에 종종 다뤄지고 군의 마스코트로 대우받을 만큼 겉은 화려해보였지만, 실상은 총알받이로 끌려나온 소모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6부작 미니 시리즈 <리틀 드러머 걸>(2018)은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1965),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1), <모스트 원티드 맨>(2014)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품이 영상화된 바 있는 저명한 첩보 소설의 대가 존 르카레의 동명 소설을 개작한 작품입니다. ‘북치는 소년’을 살짝 비틀어놓은 이 제목은 그야말로 작중 찰리(플로렌스 퓨)의 처지를 단적으로 함축하는 표현이 아닐 수 없는데, 주목받지 못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살벌한 국제정세의 파란 한가운데에서 스파이와 테러리스트를 연기한다는 일생일대의 무대를 얻은 셈이지만, 종국에 그녀는 정보기관 모사드가 쓴 각본과 세팅대로 움직여야하는 불행한 꼭두각시 인형에 지나지 않고, 허구의 인물을 연기하지만 그로 인해 스스로마저 영향을 받으며 내적으로 흔들리고, 정체성의 혼란과 위기를 맞기에 이르게 됩니다.
(실제로 존 르카레는 냉전 당시 동독 관련 업무를 담당한 전보기관 MI6 관계자였지만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핵심 모티브가 된, 이른바 ‘케임브리지 5인조’ 사건으로 실명이 누출되어 요원 임무를 그만두게 됩니다. 소설 속 스파이 세계의 무미건조한 사실성은 다분히 경험에 기반한 것.)

<리틀 드러머 걸>은 영국의 BBC, 미국의 AMC에서 2018년 10월에 방영했고, 국내에선 이듬해인 2019년 3월, 왓챠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당시 필자는 일부러 참고 이 작품을 보지 않았는데 (1)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의 전송 비트레이트가 보통 4~5mbps 안팎(넷플릭스가 대체로 10mbps 이상은 찍는 것과 대비되는) 수준으로 제한되다보니 밝은 장면이라면 블록노이즈가 발생하더라도 그나마 좀 낫지만 어두운 장면의 경우는 낮은 비트레이트 할당으로 인해 계조와 디테일마저 망가지기 십상이라 제대로 된 감상이 이뤄질 수가 없으며, (2) 국내 블루레이 제작의 명가인 플레인 아카이브에서 곧 해당 작품의 ‘감독판’ 물리매체 발매를 준비한다는 언급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죽어도 최선의 화질로, 감독의 의도가 관철된 완전한 판본으로 이 작품을 보고 싶다!”는 쓸데없는(?) 고집 때문에 블루레이 발매일 공개만을 고대하고 있었고, 발표 당시에는 그 해 여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그때는 전혀 몰랐습니다. 이 기다림이 3년을 넘긴 2022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는(...)
그러는 와중에 Blu-ray로 예고되었던 <리틀 드러머 걸>의 물리매체 사양은 차세대 초고화질 물리매체 포맷인 4K UHD Blu-ray로 한층 업그레이드되었고, 실제로 받아든 타이틀의 만듦새는 (방망이 깎는 노인 뺨치는) 장인정신으로 이름난 플레인답게 오랜 기다림의 고통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 출중한 것이었습니다. 프레스팩, 에세이북, 아트북, 포토북 등 4권의 소책자를 비롯해 본편에 쓰인 사진, 문서, 지도, 편지, 책을 복각해 3개의 파일에 담아낸 굿즈 세트를 총망라하는 구성물은 물론이거니와 디스크에 수록된 영상의 실질적인 퀄리티는 어지간한 최신 헐리우드 영화 UHD 의 레퍼런스급 타이틀에 필적하거나 상회하는 놀라운 것이었으니. 이쯤에서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화질
BBC 방영 당시에 <리틀 드러머 걸>은 2K 마스터를 기반으로 공개되었습니다. 촬영에 투입된 메인 카메라인 아리 알렉사 SXT와 mini의 해상도가 3.4K이고 이 촬영소스를 2K DI로 마감했는데, 플레인에서 감독판을 4K UHD Blu-ray로 출시하면서 이 타이틀이 업스케일링 4K가 아닌 네이티브 4K, 즉 촬영 소스 단계에서부터 최종 DI까지 4K 해상도로 작업한 결과물이라고 발표하자 처음에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이전에 플레인에서 출시한 <독전>(2018) UHD가 그러했듯 필연적으로 2K 마스터→4K 업스케일링 공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플레인 측의 답변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는데, 감독판은 본래의 3.4K ARRIRAW 촬영소스 단계로 돌아가서 약간의 업스케일링을 가한 4K DI로 재작업한 결과물을 수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담으로 플레인에서 출시 준비 중임을 알린 한국영화 타이틀 중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2021) 역시 비슷하게 소스 단계로 되돌아간다고 하는데, 이 경우는 극장 DCP가 아닌, 레드 제미니와 블랙매직 포켓 카메라의 6K 촬영소스를 4K DI해서 UHD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2K 마스터를 4K 업스케일링하는 것과, 비록 순전한 4K 해상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K 수준은 상회하는 원래의 촬영소스를 4K 마스터로 만드는 것과는 현격한 영상의 질적 차이가 있습니다. 6.5K의 알렉사 65를 제외하면 4.5K 촬영을 지원하며 업스케일링 없이도 4K 이상을 구현하게 된 LF에 이르기 이전 기종인 알렉사 M, XT, (그리고 본 작품의 메인 촬영기종인) SXT 때는 2.8K에서 3.4K 해상도까지를 지원했는데, <007 스카이폴>(2012)이나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같은 작품들이 바로 이런 2.8~3.4K ARRIRAW를 4K DI로 마감한 경우로, 이 영화들의 해상력은 보통의 2K 마스터의 업스케일링 4K 수준은 훌쩍 뛰어넘을 뿐 아니라 흔히 보이는 윤곽선 떨림이나 앨리어싱 현상 같은 부작용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으며, 순전한 4K DI 작과도 실질적인 화질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대등한 수준으로, 업계에선 이 역시 마찬가지로 네이티브 4K로 취급합니다.


근현대사의 현실적인 배경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품의 특성상 <리틀 드러머 걸>은 실사 촬영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CG 합성 빈도가 높은 영상은 CG 해상도가 순전한 실사촬영분의 품위를 따라가지 못하기에 전반적인 화질 저하가 있기 마련인데) VFX가 적용되는 장면의 비중이 전체에서 1% 정도에 지나지 않다보니 원 소스가 머금은 해상력을 훼손 없이 살리는 네이티브 4K화에 유리한 조건이 갖추어진 작품이었습니다. 실제 감상한 영상의 선예도, 해상력은 초고해상도라 부르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는데다, 통상적인 영화보다 긴 호흡의 이야기를 주로 배우와 대사를 통해 풀어나가는 드라마 포맷이다 보니, 정적인 구도에 얕은 심도로 인물과 주변 배경을 유리시키고, 얼굴과 사물에 초점을 맞추는 클로즈업의 활용 비중이 상당히 높아, 배우 얼굴의 잡티, 미세한 모공과 솜털 같은 미세 디테일이 감상자의 시선에 쉽게 부각된다는 점도 UHD 화질의 우수성을 체감함에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이 말고도 <리틀 드러머 걸> UHD가 가지는 또 다른 특이점은 24fps이 아닌 25fps 수록작이라는 것. BBC 채널을 통해 영국에서도 방영하다보니 이 작품은 영국의 방송체계를 따라 유럽식 PAL 프레임 2160p/25fps이 되었는데, 초회 예약구매 한정해 동봉되었던 Blu-ray는 미국 AMC에서 방송한 영향인지 NTSC 프레임 기준을 따라 1080p/24fps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UHD와 Blu-ray 모두 내용상 동일한 편집본, 동일한 프레임수를 수록하고 있지만, 이런 재생 속도의 차이가 있다보니, 전자는 총 365분, 후자는 380분으로 러닝타임이 달라집니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2007)와 <박쥐>(2009)를 기점으로 크게 변화한 박찬욱 감독 영화의 영상 톤은 다소 블랙이 뜨는 감이 있는 낮은 컨트라스트와 화면 전반에 은근히 감도는 청록의 색조로 특징지어집니다. 이러한 기조는 정정훈 촬영감독 대신 김우형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은 <리틀 드러머 걸>이나 김지용 촬영감독이 맡은 <헤어질 결심>(2022)에서도 일관되게 이어지는 성향이라 감독의 확고한 취향으로 미루어 짐작됩니다. 또한 호크 빈티지 74 아나몰픽 렌즈(1970년대 렌즈의 복각본)와 마스터 프라임 렌즈보다 먼저 쓰인 울프라 프라임 렌즈를 사용했던 <아가씨>(2016)에서처럼, <리틀 드러머 걸>에서도 화각이 매우 넓고 프레임 가장자리의 왜곡이 심한, 오래된 구형의 아나모픽 렌즈로 가능한 독특한 효과를 자아내고자 쿠크 크리스털 익스프레스 렌즈(무려 1930년대에 쓰던 빈티지 렌즈를 1980년대에 개조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1983) 촬영 물건으로 김우형 촬영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작중 배경인 1970년대 유럽의 분위기에 맞는 렌즈가 어울려서 선택)를 활용했는데, 그런 의도에 부합되게 필름 촬영작이 아님에도 고전영화를 보는 듯 클래식한 질감의 영상을 얻어냈습니다.


이러한 영상의 특징은 각 디스크 당 3개 에피소드, 180분가량의 영상을 수록하고 있음에도 본편에 용량을 아끼지 않은 덕에 가능했던, 헐리우드 평균인 50mbps를 한참 상회하는 평균 60.13mbps, 재생 도중 심심찮게 8~90mbps 대를 육박하는 높은 비트레이트 할당량이 뒷받침되어 섬세하게 살아나고 있습니다. HEVC 코덱 전송이라도 (특히 한국 같은 경우는 망사용료 문제 때문에 더 제약받고 있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환경이 4~5mbps 수준에 허덕이는 빈곤한 비트레이트 탓에 압축 알고리즘의 효율이 발휘될 여지가 없다시피 한 것과는 극단적이고 대비되는 지점. 쿠팡플레이에서 공개한 <동조자>(2024)처럼 심심하면 윤곽선과 계조가 뭉개지고 무너져 프로젝터 같은 대화면에서는 정상적인 감상이 어려운 수준까지 오는 걸 보다가 <리틀 드러머 걸> UHD를 감상하게 되면 수치상으로나 실제 감상으로나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아니 가뿐히 압도하는 화질의 격차와 재생 안정성에 물리매체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극히 일부 장면에서 색이 칠해진 벽이나 자동차 표면에 미세한 앨리어싱이 관찰되지만 이건 스트리밍 방송 송출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관찰되는 (즉, 카메라 센서의 결함이나 버그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해 생기는) 촬영 소스 자체의 문제로 추정되며, 아주 세심히 보는 게 아닌 이상 감상에 지장을 주지 않는 수준에 그칩니다.
(<리틀 드러머 걸> UHD는 HDR10+와 돌비비전을 모두 수록했습니다. HDR10 기준으로 각 에피소드별 피크 휘도는 대체로 910니트, 880니트 선이지만 낮은 컨트라스트를 기조로 삼는 영상의 특성상, 전반적으로 강렬한 대비 효과보다는, 차분하지만 한결 선명히 눈길에 와 닿는 발전감을 추구한 점잖은 HDR 그레이딩 성향을 갖고 있으며, 덕분에 보급형 디스플레이에서도 톤매핑만 적절히 받쳐주면 무난하게 수록 의도에 가까운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재생 환경의 차이와 영상의 특성 간에 밸런스를 적절히 고려한 제작진의 숙련된 핸들링이 돋보이는 부분.)

음향
오디오는 DTS-HD MA 5.1 채널과 DTS Headphone:X를 지원합니다. 극장 환경을 상정한 게 아닌 6부작 미니 시리즈 방영작이다 보니 애트모스 믹싱을 기대할 건 아니었고, 작품 자체도 드라마 중심이다 보니 전방 채널을 통한 깔끔하고 명확한 대사 전달과 미세한 환경의 오브젝트 효과음, 방향감의 표현이라는 기본기에 충실하다는 것, 그 이상으로 언급할 특이사항은 없다시피 합니다.(멀티채널 유닛이 아닌 시스템에서는 스피커보다 헤드셋으로 듣는 DTS Headphone:X의 체험이 대사 선명도와 음분리도에 있어 더 만족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일부 폭발이나 총격의 잔향도 극 전반에 깔린 먹먹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는 고려에서인지 충격의 전달력이 다소 억제된 감이 있는 절제된 사운드. 그러나 <리틀 드러머 걸>이 국내에 소개될 당시 왓챠가 돌비 디지털 5.1채널은커녕 고역과 저역, 리어 채널을 다 잘라낸 먹먹한 2채널만을 지원했던 걸 상기하면 이 UHD에 와서야 감독과 제작진의 수록 의도대로의 음향이 비로소 가능해졌다는 데서 이 타이틀의 가치는 더 이상 말할 필요없는 것입니다.



서플먼트
<올드보이>(2003) Blu-ray에 별도의 독립된 다큐멘터리 <올드 데이즈>(2016)를 제작해 넣었을 만큼, 영화 본편 뿐 아니라 부가영상에도 정성을 기울이는 플레인답게 <리틀 드러머 걸> UHD의 서플먼트 역시 풍성한 볼륨을 자랑합니다. 본편 에피소드 회차마다 따라오는 박찬욱 감독과 김혜리 평론가의 코멘터리는 물론이거니와, 그 외의 서플먼트도 각 영상의 분량은 짧지만 도합하면 165분으로 별도의 Blu-ray 디스크로 분리, 수록 할 만큼 적잖은 양인데다, 영화 연출의 동기, 배우 뿐 아니라 김우형 촬영감독, 조영욱 음악감독, 정원조 프로듀서와 같이 (단순한 스태프를 넘어 창작 과정의 공동 주체라 할) 참여한 제작진 각각의 의도와 제작비화를 인터뷰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 높은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촬영에 관한 주요 장면의 편집된 코멘터리 : 박찬욱 감독, 김우형 촬영감독’(27:25), ‘음악에 관한 주요 장면의 편집된 코멘터리 : 박찬욱 감독, 조영욱 음악감독‘(25:26)은 각각 촬영 현장에서의 실무와 장면 연출의 아이디어, 방송판과 크게 달라진 음악의 성격과 장면별 음악의 활용 방식 등, 보다 실질적인 내용으로 본편의 감독과 평론가 코멘터리만으로는 미진했던 면을 채워주는, 영화 만들기의 실제에 관심이 있는 시네필에게는 참고가 될 귀중한 자료가 아닌가 싶어집니다.

이 편과 저 편, 그리고 실체와 허상 사이에서 격렬히 진동하는 인물의 심리, 그리고 그 인물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피상적인 선악의 이분법으로 가늠할 수 없는, 분쟁의 역사현실이 지닌 복잡다단한 층위들을 들춰내고 응시한다는 점에서 <리틀 드러머 걸>은 가깝게는 HBO 오리지널 시리즈 <동조자>,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박찬욱 감독 본인의 기념비적 출세작인 <공동경비구역 JSA>(2000)에서 한국계 스위스인, 그리고 여성이라는 ‘경계인’이자 ‘외부자’의 입장으로 남북 분단의 문제에 개입하게 되는 소피 장(이영애) 소령의 캐릭터와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다시 말해 <리틀 드러머 걸>은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조건에서 출발한 박찬욱 감독의 작가적 문제의식, 집단의 이데올로기로 양극화된 정치지형과,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 ‘회색인’, 격렬히 진동하며 일그러지는 개인의 존재라는 라이트모티프(Leitmotiv)를 다른 시공간적 배경에 접목해 보다 보편통시적인 프레임으로 확장시키고자 하는 필모그래피의 발전선상에 놓인 작품인 셈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6부작 미니 시리즈는 드라마로의 외도가 아니라 독립적인 완성도를 지닌 영화 작업의 일환으로 다가옵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의 특별 상영 이외에는 제대로 된 환경에서 감상할 기회가 없었고, 현용 스트리밍 서비스의 열악한 전송 품질 탓에 극도로 열화된 화질과 음질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이 작품을 현세대 최고 품위의 물리매체 포맷, 그것도 감독판에 전 세계에서 유일한 판본으로 만날 수 있었다는 건, 실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3년 동안 애써 참아오며 Blu-ray 발매만을 기다려왔던 필자의 입장에서 그 감격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던 것이었고, 이와 마찬가지로 추후에 <동조자> 7부작도 쿠팡 플레이의 조악한 화질이 아닌 고화질 물리매체 포맷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바람도 품어보게 됩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용의 편의성 말고는 제공되는 품위가 떨어지는 현실에서, (프리미엄 컬렉터스 박스 세트는 아직 품절되지 않았고, 일반판 출시는 요원하는 등) 비록 시장성이 녹록치 않더라도 최선의 영화적 경험을 원하는 관객의 선택을 위해서 고화질 물리매체는 필요하며 존립되어야 한다는 존재 가치와 의의를 주장하는 레퍼런스급 타이틀 중 하나가 바로 이 <리틀 드러머 걸> UHD가 아닐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