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야 할 일
감독 박홍준
출연 장성범, 서석규, 김도영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비정한 공장
★★★☆
인사팀의 강준희 대리(장성범)는 조선소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일을 맡았다. 엑셀 문서 속에서 숫자를 통해 평가되는 사람들. 그는 타인의 밥줄을 끊는 일을 하며 자신의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 속에서 괴로워한다. ‘비정한 노동 현실’은 오래된, 하지만 여전히 우리들의 엄연한 현실인 테마이다. 박홍준 감독은 자신의 첫 영화에서, ‘현실’에 두 발을 탄탄히 딛고 결코 만만치 않은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힘 있게 관객에게 전달한다.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는 이 영화의 진정성을 끌어올린 중요한 요소. 문제의식과 휴머니즘을 조화시키는 감독의 밸런스 감각이 좋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넓고 깊게 퍼져 있는 노동 현장의 ‘심리적 재난’
★★★☆
노동 현장을 그린 ‘노동 영화’가 다양해지고 있다. 악마화된 갑(회사)과 핍박받는 을(노동자)에 주로 포커스를 맞추던 노동 영화는 언제부터인가 ‘을과 을의 경쟁’을 부추기는 현장(<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다음 소희> 등) 도 살피기 시작했다. <해야 할 일>은 또 다른 지점을 바라본다. 사측, 그중에서도 구조조정 명단을 만들어야 하는 인사팀 대리 준희(장성범)가 주인공이다. 노측과 사측 중간 지점에 끼어 딜레마를 겪는 준희를 통해 영화는 노동 현장의 심리적 재난은 ‘노사 갈등’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당연하지만 우리가 미처 깊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 사회에 유의미한 질문을 던진 이는 박홍준 감독이다. 조선소 인사팀에서 4년간 근무했던 감독의 실제 경험이 녹아있다.
산이 부른다
감독 토마스 살바도르
출연 토마스 살바도르, 루이즈 보르고앙, 마틴 슈발리에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판타지 산악 영화
★★★
파리에 사는 엔지니어 피에르(토마스 살바도르)는 출장지에서 알프스의 풍경에 끌린다. 충동적으로 일상에서 벗어나 그 산 속으로 들어가는 피에르. 이곳 음식점에서 일하는 셰프 레아(루이즈 보르고앙)를 만난다.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자연에 귀의한 주인공이 우연히 만난 여성과 로맨스에 빠지는 이야기 정도로 여겼다면 큰 코 다칠 영화. 후반부에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영화는 미스터리하면서도 독특한 판타지의 세계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일상에서의 탈출’이라기보다, ‘자연으로의 동화’
★★★
절제된 호흡으로 전개되던 영화는 후반부, 초현실주의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감각을 입는다. 생활에 찌든 한 남자의 ‘일상에서의 탈출’을 그린 작품인 줄 알았던 영화가 진짜 담아내고 싶은 건 ‘자연으로의 동화’임을 깨닫게 되는 것도 이 무렵. 토마스 살바도르 감독은 여러 장르를 미스터리하게 뒤섞고 비틀며, 자신이 그려내고자 하는 이야기의 정상에 도달한다.
줄리엣, 네이키드
감독 제시 페레츠
출연 에단 호크, 로즈 번, 크리스 오다우드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성덕 로맨스
★★★
터커 크로우(에단 호크)는 25년 전 마지막 앨범을 내고 홀연히 사라진 뮤지션. 던컨(크리스 오다우드)은 그를 광적으로 추종하며 팬 페이지를 운영한다. 그의 아내 애니(로즈 번)는, 곁에 있는 자신보다 만날 수 없는 스타에게 더 열정적인 남편과 이미 권태기에 들어섰다. 하지만 여기서, 의외의 로맨스가 그를 찾아온다. <줄리엣, 네이키드>는 여전히 멋있는 에단 호크와 은은한 매력의 로즈 번의 어울림이 좋은 로맨틱 코미디다. 흥미로운 설정을 무난하게 이끌고 가다가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감독의 솜씨도 꼽을 만한 부분.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어른들의 성장 영화
★★★
에단 호크, 로즈 번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음악, 음악 영화와 뗄 수 없는 원작자 닉 혼비와 에단 호크의 조합으로 놓고 봐도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영화다. 한물간 록스타와 그를 추종하는 광팬을 남자친구로 둔 여성이 만나 서로에게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로맨틱 코미디와 가족 드라마의 균형도 알맞게 잡힌 편이다. 지나간 시간을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가려는 두 남녀의 이야기와 감정을 자극하는 음악이 용기와 위로로 다가온다.
독립시대
감독 에드워드 양
출연 진상기, 금연령, 이웬 첸, 홍홍, 예숙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타이페이 스토리
★★★★
2007년 세상을 떠난 대만 영화의 위대한 시네아스트 에드워드 양의 작품은, <하나 그리고 둘>(2000)을 제외하면 모두 그의 사후에 한국 관객과 만났다. 2017년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이 물꼬를 튼 후 2019년 <타이페이 스토리>(1985)에 이어 2020년에 <공포분자>(2020)가 개봉되었고, 2022년엔 무려 39년 만에 그의 데뷔작 <해탄적일천>(1983)이 등장했고, <독립시대>(1994)는 나온 지 30년 만에 드디어 우리 앞에 선다. 물질적 풍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허한 내면의 인간 군상들을 통해 동시대 대만 사회를 풍자하는 작품. 수많은 인물들이 여러 갈래의 플롯을 진행시키고 서로 교차하는 구조는 <숏 컷>(1993)이나 <펄프 픽션>(1994) 같은 동시대 세계 영화의 스토리텔링과 일맥상통한다. 에드워드 양의 무르익은 연출력과 이야기 전개 방식이 돋보이는 작품. <마작>(1996)도 빨리 개봉되기를 바란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에드워드 양의 시대는 계속된다
★★★☆
‘대만 뉴웨이브’를 이끈 에드워드 양 감독의 다섯 번째 연출작으로 1994년 작품이다. 일과 사랑, 우정 등으로 복잡하게 얽힌 여덟 명의 등장인물이 서로를 속이고 오해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마작>(1996), 감독의 유작인 <하나 그리고 둘>(2000)과 함께 ‘신 타이페이’ 3부작에 속하는 영화는 1990년대 타이페이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혼란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나간다. 인물들의 대화와 충돌을 통해 인간관, 인생관, 사회관, 예술관 등 가치관이 흔들리는 사회에서 믿음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연출이 거장의 영화답다.
바이크 라이더스
감독 제프 니콜스
출연 톰 하디, 오스틴 버틀러, 조디 코머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쓸쓸하지만 매혹적인 바이크 영화
★★★☆
제프 니콜스 감독이 첫 장편을 연출할 때부터 마음에 품었던 이야기가 17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미국 유명 사진작가 대니 라이언의 동명 사진집에 영감을 받은 영화는 1960년대 미국 중서부 바이크 클럽 멤버들의 일화를 스크린에 펼친다. 바이크 클럽의 흥망성쇠를 따라가면서 1960년대 미국의 저항 문화와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 사라진 것들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되살린다. 여성 화자로 등장한 조디 코머를 비롯해 오스틴 버틀러, 톰 하디, 감독의 페르소나 마이클 섀넌 등 배우들이 뿜어내는 연기 에너지가 이 영화의 핵심 동력이다.
호비와 마법의 카네이션
감독 카와무라 토모히로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중요한 건 감사하는 마음
★★☆
교육용 애니메이션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내 친구 호비>의 극장판 영화. 2020년에 제작되었지만 조금 늦게 한국 극장가에 걸렸다. 부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테마로, 일곱 빛깔 카네이션을 차지하기 위해 마법사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미취학 아동이 주관객층인 영화로,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해 춤을 선보이며 따라하길 유도하고, 퀴즈를 내기도 한다. 뮤지컬 요소도 있다. 관람보다는 체험하는 애니메이션.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인터렉티브 애니메이션의 원조가 돌아왔다
★★★
영유아 교육 애니메이션 시리즈 <내친구 호비>의 일곱 번째 극장판. 3D 캐릭터로 돌아온 호비와 친구들이 소원을 이뤄주는 일곱 빛깔 카네이션을 찾기 위해 거울속 기적의 섬나라로 모험을 떠난다. 엄마, 아빠 등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 갖기’가 이번 극장판의 주제다. 인터렉티브 애니메이션의 원조답게 재밌는 노래와 율동, 퀴즈로 관객 참여를 이끈다. ‘다함께’로 시작하는 지시문들이 마법 주문처럼 영화에 빠져들게 한다.
국외자들
감독 장 뤽 고다르
출연 안나 카리나, 클로드 브라소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지금도 생동하는 영화사의 이름들
★★★★
60년 만에 정식 개봉하는 장 뤽 고다르 감독의 1964년 대표작. 4분 가까이 이어지는 세 주인공의 댄스 명장면을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 팬들에겐 축복과 같다. 기존 영화 관습에 반기를 든 감독의 실험과 도전, 혁신이 낳은 세계 영화사의 걸작이다. ‘누벨바그의 얼굴’이자 감독의 뮤즈였던 안나 카리나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이 현대 영화감독들에게 미친 영향이 이 한 편의 영화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녀들의 카니발
감독 박지선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길을 만드는 여성들
★★★
부산 여성 운동 30년 역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남기기 위해 카메라 앞에 다시 모인 1990년대 1세대 여성노동가들의 회고를 시작으로 여성장애인연대, 여성인권 지원센터 살림, 여성주의 동아리, 스쿨 미투를 이끈 부산 여성 활동가들이 그들의 투쟁사를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기록 작업에 그치지 않고 세대를 뛰어넘는 활동가들의 연대를 끌어낸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한국 여성 운동사 귀한 자료로 남을 작품으로 한국 여성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다.
극장총집편 봇치 더 록! 후편
감독 사이토 케이이치로
출연 아오야마 요시노, 스즈리로 사유미, 미즈노 사쿠, 하세가와 이쿠미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극장판만의 매력을 잃지 않은 후편
★★★
<봇치 더 록!> 전편이 개봉한 지 한 달 반 만에 찾아온 반가운 후편이다. 이번엔 학교 축제 공연을 준비하는 ‘결속밴드’의 새로운 도전이 펼쳐진다. TV 애니메이션 후반부를 재편집한 버전으로 전편에 이어 추가 장면과 새로운 노래들을 삽입해 극장판을 위한 오리지널 스토리가 아니라는 아쉬움을 만회한다. 극장총집편이 <봇치 더 록!>에 열광하는 팬들의 결속을 다지는 의도라면 확실히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