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영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이 10월 1일 개봉한다. 김고은, 노상현 배우가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눈치 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와 세상에 거리 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가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리는 영화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언희 감독은 원작 「대도시의 사랑법」에 수록된 단편 소설 「재희」만을 각색했다. 이언희 감독의 손에서 재탄생한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원작의 유머를 살려내면서도 짧은 분량으로 미처 메우지 못한 두 인물의 일상을 세심하게 덧댄다. 또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두 청춘의 성장을 경쾌하게 그려낸다. 개봉에 앞서 <대도시의 사랑법> 언론 시사 및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장에는 이언희 감독과 김고은, 노상현 배우가 참석했다. 영화의 후기와 함께 기자 간담회 현장을 전한다.

태생적으로 아웃사이더 기질에 유흥 본능을 탑재한 미친X과 게이가 만났다. 불문과 새내기로 맞닥뜨린 둘은 서로의 타고난 기질을 알아보고 둘도 없는 베프가 된다. 학과 행사에 가기 위해 놓친 관광버스를 스쿠터에 탄 몸으로 막아 세우는 ‘오사구’(오늘만 사는 구재희) 재희(김고은). 재희는 일주일에 일곱 번 술을 마시며 클럽을 전전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그녀의 영혼의 단짝 흥수(노상현)도 만만치 않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에 대한 애호를 소신껏 주장하다 동기에게 힙하지 않은 사람으로 낙인찍혀버린 흥수. 그는 자신에게 다가와 “나도 까뮈 좋아해” 한 마디를 날린 그의 교수와 덜컥 마음이 통하고, 그와 길바닥에서 진하게 키스를 나눈다. 한편 재희와 흥수에 관한 교내 소문은 점점 무성해지고 그럴수록 둘의 사이는 더욱 끈끈해진다. 둘은 재희에게 일어난 뜻밖의 소동으로 인해 파란만장한 동거를 시작한다.
김고은 X 노상현 찐친 케미스트리!

<대도시의 사랑법>은 김고은 배우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그녀가 분한 인물 재희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뛰쳐나가서 담배를 태우고, 학과에 퍼진 자신을 둘러싼 루머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대응하는 등 자유분방 그 자체이면서도 특유의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는다. 김고은 배우는 재희의 캐릭터를 잡아가는 데 있어 “재희는 시나리오상에서도 굉장히 톡톡 튀고 눈길을 바로 사로잡는 그런 성격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런 성격을 최대한 잘 표현하고 싶었다. 또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오해를 사기도 하는 인물인데, 그것을 너무 1차원적으로 단순하게 보이지 않고 이면의 것들도 와닿을 수 있게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좀처럼 남 눈치 보는 법이 없는 재희는 보기와는 다르게 속이 깊다. 그녀는 언제 어디서 아웃팅(타인에 의해 성 정체성이 공개되는 행위) 당할까 봐 마음 졸이며, 타인의 편견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는 흥수에게 처음으로 “네가 너인 게 어떻게 약점이 될 수 있”는 지 알려주며, 사랑도 꿈도 회피하는 흥수를 세상과 대등하게 맞서도록 돌려세우고 손을 잡아준다. 흥수는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바라봐 주는 재희와 함께하며 진정한 자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Apple TV+ 드라마 <파친코>에서 타국에 온 아내의 든든한 남편이자 올곧은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목사 이삭 역을 연기했던 노상현 배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파격 변신한다. 그는 진정한 사랑과 연애는 회피하고 짧은 사랑으로 외로움을 채우는 게이 흥수로 분한다.

노상현은 흥수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묻는 말에 “인물의 성장 과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 친구가 어렸을 때 느꼈을 만한 답답함과 고립감, 수치스러움 등 다양한 감정들이 맞물렸을 텐데, 이런 것들을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성소수자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참고했다. 흥수가 재희와 교류하면서 위로를 받고 성장해 나가는데 이제야 비로소 정말 자신답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인물의 모습을 잘 표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원작에서 ‘객관적인 자기판단 능력’을 장점인 양 말하곤 했던 ‘영’과 달리 영화 속 흥수는 원작의 캐릭터에도 내재되어 있던 회피성을 더욱 극대화한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그는 더욱 거짓에 숨어들고, 타인의 왜곡된 생각에 맞서지 못하고 받아들인다. 이에 대해 이언희 감독은 “원작의 인물을 다르게 만들었다기보다 자신을 깎아내리면서 농담하는 원작 속 캐릭터에게서 느껴지는 표정이 있었다. 글로는 그게 드러나지 않는데, 그런 부분을 영화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 표정들을 서사로 풀어내다보니 디테일한 에피소드들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사회의 사각지대를 드러내다

단편 소설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두 아웃사이더의 일상은 영화 속에서 더 세심하게 그려진다. 스무 살 대학생 새내기 때부터 사회 초년생의 시기를 지나 서른 셋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두 인물이 각각의 단계에서 마주하는 고민은 보편적인 서사로 녹아들어 공감을 일으킨다. 영화에 더해진 새로운 에피소드는 재희와 마마보이 남친의 유쾌한 에피소드처럼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성소수자 혐오 세력에 린치를 당하는 흥수의 에피소드처럼 뒤틀린 현실을 거울처럼 비추기도 한다. 또 가족에게도 진정한 자신의 모습에 대해 털어놓지 못하는 흥수와 엄마의 여러 에피소드는 웃음과 슬픔을 동시에 자아낸다. 애써서 판타지가 아닌 현실에 발 디디려 노력하는 영화는 데이트 폭력이 만연하고 아직까지 부조리한 직장 문화가 남아 있는 사회의 사각지대를 드러낸다.

이언희 감독은 “단편 소설을 장편 영화로 각색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량적으로 더 많은 것들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이 책을 너무 재밌게 봤다. 두 인물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들을 더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기본적으로는 박상영 작가님의 단편 소설을 기반으로 했지만, 저 나름대로 그들의 서사를 채워가면서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데이트 폭력과 같은 사회 문제를 녹여낸 이유로는 “두 인물이 겪는 사건들이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해서 이들이 두려워하거나 피하기보다는 잘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언희 감독은 흥수와 재희 두 인물에 대해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하는 사람. 어떻게 보면 판타지일 수 있지만 그런 존재로 보이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다름을 틀림으로 결부 짓는 사람들에 의해 소외되는 두 인물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 함께하는 동행이자 일반과 정상의 케케묵은 경계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