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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폴리 아 되〉 1편을 두고 새로운 도전을 하다

성찬얼기자
〈조커: 폴리 아 되〉
〈조커: 폴리 아 되〉

과연 어떤 영화일까. 2019년, 흥행과 평가 모두 성과를 거둔 영화 <조커>의 속편은 제작 착수 이후 모든 관객들의 관심사였다. 실조증을 앓고 있는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일련의 사고를 겪으며 고담시를 흔든 조커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1편은 코믹스라는 비현실적 원작을 현실적인 묘사로 풀어내며 극찬을 받았다. 반면 범죄자에게 연민의 서사를 부여해 도리어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비판도 일렀다. 그런 극단적인 반응 속에서 <조커>는 성공했고, 곧바로 속편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탄생한 <조커: 폴리 아 되>는 1편의 아서 플렉에게 새로운 뮤즈를 대령한다. 레이디 가가가 연기한 할리 퀸젤, 자칭 '리'이다. 공유정신병적 장애를 뜻하는 부제 '폴리 아 되'처럼 리의 등장은 살인죄로 아캄 수용소에 수감된 아서 플렉에게 또다른 자극이 된다. 그렇다면 <조커: 폴리 아 되>는 1편의 확장이 될 수 있을까. 9월 26일 언론시사회로 미리 영화를 만나고 온 입장에서 말하겠다. 대답은 'NO'이다.


1편과 완전히 다른 영화

설명을 덧붙인다. NO라는 건 <조커: 폴리 아 되>가 1편의 확장이 아닌, 1편과 다르다는 의미이다. 정말 독특한 속편이다. 전작의 주역이 다시 돌아왔음에도, 그리고 전작에서 곧바로 이야기가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1편과는 톤이 다르다. 그것은 이야기의 주공간이 고담이란 거대한 도시에서 수용소로 상대적 축소가 이루어진 것과 이야기의 새로운 경로를 제시하는 리의 등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음악이란 요소를 보다 적극적으로 아용한 것에서 발생한다.

〈조커: 폴리 아 되〉
〈조커: 폴리 아 되〉
〈조커: 폴리 아 되〉
〈조커: 폴리 아 되〉

보충하자면 음악보다는 '노래'란 표현이 어울린다. 제작 단계에서 '뮤지컬 영화'라는 루머가 돌았던 것처럼, <조커: 폴리 아 되>는 다양한 삽입곡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중 몇몇 곡은 극중 아서나 리가 직접 부르며 독특한 판타지의 캔버스로 작용한다. 그렇지만 과연 이 영화가 '뮤지컬'인지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보통 뮤지컬에서 노래(넘버)는 사건의 축약 및 전개, 인물의 심리 묘사 등의 기능을 하는데 <조커: 폴리 아 되>에선 그보다 아서와 리의 정신적 교류의 장치로 활용한다. 그러니까 굳이 따지자면 '스토리' '플롯' '대사'의 기능보다 '무드'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이번 <조커: 폴리 아 되>에서 넘버로 채택된 삽입곡은 전부 사랑을 얘기한다. 언론시사회 직후 이어진 라이브 컨퍼런스에서 토드 필립스 감독이 직접 "전부 사랑에 관련한 노래를 사용했다"며 1편에서 음악을 사용했던 것처럼, 그 기능이 2편에서도 이어져 "아서 플렉의 로맨틱한 부분"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해당 장면은 그가 언급한 로맨스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며 때로는 할리우드 고전 뮤지컬처럼, 때로는 라스베가스의 쇼처럼 연출돼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즉 1편의 아서 플렉이 종종 느꼈던 판타지가 리와 사랑을 하며 더욱 극대화되는 것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조커: 폴리 아 되〉 토드 필립스 감독(왼), 호아킨 피닉스의 라이브 컨퍼런스
〈조커: 폴리 아 되〉 토드 필립스 감독(왼), 호아킨 피닉스의 라이브 컨퍼런스

1편의 반대편에 선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새롭게 합류한 레이디 가가
〈조커: 폴리 아 되〉 새롭게 합류한 레이디 가가
〈조커: 폴리 아 되〉
〈조커: 폴리 아 되〉

그렇다면 <조커: 폴리 아 되>는 아서 플렉과 리, 즉 조커와 할리 퀸이 그들의 판타지를 세상에 풀어헤쳐놓은 이야기일까? <조커>가 예상 밖의 이야기를 들려줬듯 <조커: 폴리 아 되>도 관객의 예상을 슬쩍 빗나간다. 1편에서 조커로 고담의 암적인 부분을 상징하게 된 아서 플렉은 그래봤자 인간이다. "1편보다 더 안 좋은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 체중을 더 감량했다"는 호아킨 피닉스의 말처럼, 아서 플렉은 수용소에서 약을 복용하며 산송장처럼 살아간다. 그러다가 수용소에 있던 리와 교감을 하게 되며, 그리고 그의 살인 혐의로 재판이 진행되며 그는 다시금 조커라는 정체성을 꺼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조커: 폴리 아 되>는 1편에서 '울분에 찬 소외계층의 최후의 발악'처럼 보였던 조커가 정말 그런 의미가 맞는지 관객에게 묻는다. 아서 플렉의 변호사는 조커가 다른 인격이라고 주장하며 그를 환자로서 치료해야 한다 주장하지만, 리는 아서 플렉을 조커로서 받아들인다. 리와 주고받는 조커라는 판타지, 그리고 그의 사형을 집행하기 위해 진행되는 재판. 여기서 아서 스스로도 괴리가 발생한다.

이상과 현실의 충돌은 전작 <조커>에서도 다뤘던 부분이지만, 이번 영화는 간극을 더욱 극대화한다. 전작에 이어 무채색에 가까운 현실과 뮤지컬의 화려함으로 중무장한 판타지는 아서 플렉과 조커라는 같은 듯 서로 다른 캐릭터의 다리를 관객이 다시 건너게끔 손짓한다.


〈조커: 폴리 아 되〉
〈조커: 폴리 아 되〉

문제는 그 과정이 1편보다, 혹은 1편처럼 흥미롭거나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는지다. 뮤지컬은 음악을 사용해 관객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데 탁월하지만, 반대로 현실과 전혀 다른(누가 노래 부른다고 음악이 흐르거나 합창해주지 않으니) 판타지의 장치이기도 하다. 즉 <조커: 폴리 아 되>가 조커/아서 플렉 두 정체성의 거리감을 위해 선택한 뮤지컬적 연출은 반대로 관객에게도 거리감을 주는 역효과까지 발생시킨다. 거기다가 이 영화에 삽입된 곡은 한국 관객 기준으로 아주 대중적이거나 친숙하다 할 수 없으니, 어쩌면 한국 관객들에겐 그 거리감이 더 크게 생길지도 모르겠다.

반면 1편의 장점이 여전히 계승된 부분도 있다. 호아킨 피닉스에 레이디 가가가 합류한 주연진은 연기만 봐도 황홀한데 두 사람 모두 뮤지컬 파트에서도 극한의 존재감을 남긴다. 호아킨 피닉스는 "매일 2시간씩 6주~8주 정도 연습했다"는 말처럼 노래뿐만 아니라 춤도 완벽하게 보여주고, 레이디 가가가 제안한 대로 현장 녹음을 사용한 탓에 각 장면의 감정선 또한 영화를 꽉 채운다. 실조증으로 아서 플렉의 심리와 상황의 부조화를 묘사해 긴장감을 유발하는 순간들은 2편에서도 유효하다. 1편에 이어 촬영을 맡은 로렌스 셔는 차갑기 그지없는 고담시의 풍경과 아서와 리의 교감에서 오는 뮤지컬의 화려함 모두 유려하게 담아낸다. 그 와중 서슬 퍼런 현실을 알리는 힐두르 구드나도티르의 음악 또한 여전히 인상적이다.

다만 난점은 앞서 여러 차례 언급했듯 '전작'의 존재감이다. 일반적으로 전작의 장점을 발전시킨 속편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조커: 폴리 아 되>는 도전을 선택했다. 관객들에게 이 도전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 평론가보다 관객이 먼저 호응했던 전작처럼, 이번 영화도 관객들의 호응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조커: 폴리 아 되>는 오는 10월 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