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활명수
감독 김창주
주연 류승룡, 진선규, 이고르 페드로소, 루안 브룸, J.B. 올리베이라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연신 빗나가는 웃음 과녁
★★
유머와 감동을 스포츠에 얹은 전형적인 기획 영화. 감동은 어느 정도 점수를 내는데, 유머는 점수판마저 비껴간다. 과장이 허용되는 게 코미디이긴 하지만, 과유불급의 무리수가 이어지니 소화불량이 생긴다. 스포츠 진행 방식은 빤해서 긴장감이 거의 전무. 문화 차이를 코미디로 삼을 땐 접근 방식 등에서 섬세함이 필요한데, 그런 고민도 거의 잡히지 않는다. 여러모로 과녁을 잘못 쏜 영화다.
롱레그스
감독 오즈 퍼킨스
출연 마이카 먼로, 니콜라스 케이지, 알리시아 위트, 블레어 언더우드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떨쳐지지 않는 악몽의 잔상처럼
★★★☆
<양들의 침묵>으로 대표되는 1990년대 미국 범죄 스릴러 영화들의 DNA를 경유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입힌 뉴 빈티지 호러. 충격을 위한 충격 효과를 내세우는 것이 아닌 우리 발 밑의 느리고 음습한 공포를 마주하게 하는 방식의 영화다. 친절하게 웃는 누군가에게 문을 열어주는 순간, 기도로써 무언가를 갈구한 순간 열리는 지옥을 구현하는 인상적 세공법. 반복해 볼수록 더 많은 것들이 보일 만한 영화다. 첫 관람으로는 악마가 뿌려둔 수많은 퍼즐 가운데 단 몇 개만 손에 쥘 수 있을 뿐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악마를 찾아라
★★★☆
공포 장르에서 주목받는 오스 퍼킨스 감독의 네 번째 장편 영화. 30년간 이어진 일가족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 ‘롱레그스’를 추적하는 FBI 요원의 이야기로, <양들의 침묵>(1991), <세븐>(1995) 등 1990년대 심리 호러 스릴러에 오컬트를 결합해 기이하고 독특한 공포를 선사한다. 트라우마와 초자연능력을 지닌 여성 수사관, 사탄 숭배자, 1970년대와 1990년대의 분위기가 뒤얽혀 보는 이를 충격에 빠트린다. 의문을 순순히 해소해 주지 않고 상상을 자극하는 공포 효과도 영리하다. 기괴한 분장을 뚫고 나오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광적인 연기야말로 ‘찐’ 공포다.
럭키, 아파트
감독 강유가람
출연 손수현, 박가영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혐오 사회의 공간학
★★★★
다큐멘터리 감독 강유가람의 첫 극영화. 그는 첫 작품 <모래>(2011)에서 ‘은마아파트’에 살고 있는 자신의 가족을 주인공으로, 대한민국 사회의 ‘성장과 개발’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보낸 바 있었다. 13년 후 감독은 첫 극영화를 만들며 다시 아파트로 돌아온다. 한국의 욕망 기제인 아파트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여전히 비판적이며, 10여 년 전보다 더욱 입체적인 방식으로 그 공간을 바라본다. 사적이면서도 공동의 공간인 아파트 단지에서 성 정체성을 숨기며 살아야 하는 선우(손수연)와 희서(박가영). 어느 날부터 아랫집에서 악취가 올라오고,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점점 균열을 맞이한다. 우리 사회가 지닌 폐쇄성과 혐오 구조를, ‘집 값’에 대한 집착이 세워 올린 아파트라는 공간과, 퀴어 시네마의 갈등 서사와 결합한 작품. 감독의 지향점이 명확한 연출과 함께, 손수현과 박가영 두 배우의 연기가 좋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혐오를 넘어 연대의 가능성이 있는 다음 층으로
★★★☆
악취와 혐오는 공통의 속성을 공유한다. 오인된 채 쉽게 퍼지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빠르게 일상으로 스며든다. ‘냄새’라는 소재로 사회의 단면을 포착해 내면서 주인공들을 점점 더 넓은 이야기로 향하게 하는 구성이 돋보인다. 극 중 공동 공간인 아파트는 의심할 바 없이 사회의 축소판이다. 주거용이라는 본질보다 부동산으로 먼저 얘기되고, 공존을 추구하기보다 혐오와 차별의 온상이 되는 곳. 동시에 아파트는 타인의 고독과 슬픔을 모른 척하지 않으려는 일말의 인간성이 발휘되는 공간이다. 집단성은 늘 그렇게 맞붙은 양가적 성질을 가진다는 점에서 여전히 포기하기 어려운 가치다. 언뜻 스릴러의 기운이 풍기는 영화이기도 한데, 연출적 의도라기보다 동성 커플인 주인공들을 둘러싼 사회적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는 데서 오는 감흥으로 보인다. 다큐멘터리를 넘어 극영화로 넓어진 강유가람 감독의 다음을, 배우 손수현과 박가영의 또 다른 얼굴을 기다리고 싶어지는 영화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아파트로 그려낸 혐오와 차별의 지형도
★★★
아파트는 한국사회의 축소판이다. 주거공간이자 사유재산이 되는 이곳은 욕망의 전시장이며 집값을 목표로 두고 일치단결해야 하는 공동전선이다. 그러니 어느 날부터 등장한 악취의 근원을 찾고 해결하고자 하는 선우(손수현)는 튈 수 밖에 없다. 집값 떨어질까봐 모른 척 했던 냄새가 고독사한 노인의 집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선우는 주민들로부터 더욱 배척 당한다. 레즈비언 커플인 선우와 희서(박가영)를 향해 존대했던 주민들의 은근한 반감은 고약한 냄새를 풍기면서 더욱 노골적으로 변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를 악취로 감각하게 한 강유가람 감독의 시선이 인상적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한국 사회의 복합 문제를 열어젖히는 아파트 영화
★★★☆
안정적인 주거 생활을 위해 작은 아파트를 마련한 성소수자 커플의 이야기. 보금자리만 마련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대출이자, 실직,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악취 등 연이은 골칫거리들이 둘 사이에 균열을 만든다. 여성주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강유가람 감독의 첫 번째 장편 극영화로 한국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 아파트로 귀결되는 부동산, 주거 문제를 들춘다. 캐릭터 설정과 배우들의 연기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데 그 중 손수현이 빼어난 연기력을 보여준다.
최소한의 선의
감독 김현정
출연 장윤주, 최수인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각자의 최소가 만드는 최선
★★★☆
이 영화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인물에게 가졌을지 모르는 앞선 편견을 부수면서 시작한다. 이를테면 임신한 고등학생이 당연히 자퇴를 선언하거나 숨어버리듯 시설에 찾아갈 것이라는 생각. 학생을 도우려는 선의만으로 가득한 담당 교사의 열의 넘치는 분투가 있으리란 예상. 학생은 그저 학교에 다시 나가고 싶고, 자기 문제만으로 벅찬 교사는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 어쩌면 자신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려던 것뿐인 사람들. 그들은 영화의 경로 안에서 각자의 도덕성을 시험받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충분한 고충을 감내하며 나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발휘하는 ‘최소한의 선의’가 만들어낼 수 있는 어떤 최선의 결과에 도달한다. 생략하고 뛰어넘는 것이 많아 과감한 편집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불충분한 설명의 방식이 아닌 관객 각자에게 넉넉하게 열어주는 사유의 공백으로 보인다. 새로운 인상의 캐릭터를 입은 장윤주, 출연작들의 시간을 먹고 훌쩍 자라난 최수인의 조화가 안정적.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선의를 믿습니까?
★★★
선의란 무엇인지 되묻고, 선의의 힘을 발휘하는 영화다. 고등학생 교사와 임신한 학생의 관계를 다룬 영화는 인간 대 인간으로, 사제지간으로, 같은 여성의 입장으로 두 주인공이 주고받는 영향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최소한의 선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타인의 선의를 받아들이되 기대지 않는 인물들의 모습은 선의의 진심을 믿게 한다. 장윤주와 최수인이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두 배우의 연기가 관객과 통한다.
허바디
감독 나탈리 사사로브스카
출연 나탈리아 게르마니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몸이 말하기를
★★★
1990년대 체코 다이빙 선수였던 실존 인물 안드레아 압솔로노바의 삶을 영화로 옮겼다. 올림픽 유망주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포르노 배우로 전향한 안드레아의 사연을 다큐처럼 담아낸다. 몸 때문에 좌절을 겪었지만, 다시 몸으로 일어서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최대한 선입견 없이 보여주고자 한다. 영화는 안드레아의 몸을 통해 결국 정신을 이야기한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욕망이라는 이름의 생존력일까. 옳고 그름을 떠나 인간의 존재 방식에 대해 골똘히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하와이 연가
감독 이진영
출연 리처드 용재 오닐, 김지연, 케올라 비머, 이그나스 장, 예수정, 게리 박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감동의 선율
★★★☆
한 시간 정도의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그 여운과 감동은 깊고 깊다. 1902년 태평양을 건넜던 102명의 조선인에서 시작된 ‘하와이 이주사’를 다룬 이 작품은, 우리 선조들이 낯선 땅에서 겪었던 말 못할 수많은 사연들을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에 얹어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인상적인 디아스포라 영화로, 꼼꼼하게 챙긴 아카이빙 자료와 평화의 메시지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미주 이민의 시작지에 울려퍼지는 구슬픈 선율
★★★☆
미주 한인 디아스포라 역사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음악 영화. 미주 한인 이민이 시작된 하와이를 배경으로 세계적인 한국계 음악가들이 한인 이민자들의 애환을 위로하는 연주를 들려준다. 프랑스 태생 미주 한인 2세 이그나스 장, 한인 2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13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김지연 그리고 하와이의 기타 거장 케올라 비머가 참여해 하와이 이민사 121년을 뜻깊게 정리했다. 각색과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예수정과 엔딩곡을 부른 소프라노 조수미도 영화에 큰 몫을 한다.
열개의 우물
감독 김미례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더불어 사는 삶
★★★
인천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1970~80년대부터 현재까지 공동체적 가치를 실천하며 살고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노동자를 무자비하게 탄압했던 유신 시대부터 시작하는 영화는 빈곤의 시대를 살면서도 연대의 힘으로 극복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구성된다. 한 지역에 존재했던 공동체들에 대한 미시적 접근이면서, 동시에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여성운동, 그 생명력이 흘러온 기록
★★★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누락돼 있던 여성 운동의 역사를 길어 울리는 다큐멘터리. 오랜 시간 가혹한 노동을 버텨내고, 탄압에 투쟁하고, 아이들을 지켜 온 우물들의 생명력이 어떻게 흘러 강한 물줄기를 이뤘는가를 기록하고 보존해 낸다. 이 우물들이 하나둘 한자리로 모여 더 큰 강을 이루는 후반부 장면은 뭉클한 동시에, 기록으로서의 다큐가 해야 할 역할을 증명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한국 여성 운동의 깊은 우물물이 되어준 여성들
★★★
다큐멘터리스트 김미례 감독의 여섯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1980년대 인천의 빈민 지역에서 탁아 운동을 함께 한 여성 노동자와 여성 활동가들을 만나 한국 여성 노동 운동의 역사를 듣는다. 생존을 위한 절박한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나눔과 돌봄을 실천한 여성들의 이야기에서 온갖 문제가 첩첩이 쌓인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길어 올릴 만한 해답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이 동고동락하며 함께 연대했던 시절을 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진행형의 삶과 목소리까지 진솔하게 담아 더 깊은 울림을 전한다.
극장판 고래와 나
감독 이큰별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고래의 경고
★★★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고래들의 생활 방식을 담아낸 방송 자연 다큐멘터리처럼 보이지만, 후반부로 가면 인류에 대한 준엄한 경고가 된다. 인간의 환경 파괴가 야기한 해양 생물, 특히 고래의 위기는 매우 심각한 수준. 고래의 아름다운 삶과 비참한 죽음을 동시에 전달하며 관객을 각성시키는 다큐멘터리. 실천을 촉구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