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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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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등 11월 셋째 주 개봉작 전문가 별점

씨네플레이

 


위키드

감독 존 추

출연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유일한 단점은 파트2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

★★★★

중력을 넘어서 날아오른 엘파바(신시아 에리보)처럼 30년 전의 이야기가 시간을 넘어 마침 맞게 도착했다. 말하는 동물들의 입을 막고 그들을 구경거리로 전락 시키려는 마법의 세계 오즈는 지금과 다르지 않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차별과 혐오의 악의가 요란한 시대에 <위키드>는 모른 척 하지 않는 용기야말로 서로를 구할 수 있다고 노래한다. 뮤지컬의 후광을 적절하게 구현하면서도 영화만이 가능한 순간들을 만들어 넣은 덕분에 고유의 개성을 획득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볼거리 많은 엔터테이닝 무비

★★★☆

인물을 빌드업하느라, 세계관 설명하느라, 더 큰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실패한 파트1 영화들이 종종 취해 온 변명은 허락하지 않는, 그 자체로 볼거리 가득하고 감정의 고저가 리듬감 있게 짜인 엔터테이닝 무비다. <스텝 업> 시리즈, <인 더 하이츠> 등을 통해 영화+음악+춤의 결합을 탐구해 온 존 추의 경험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뻗어있다. 누구나 잘 아는 고전을 비틀어 보편성을 획득한 저력은 원작 뮤지컬이 인기를 얻은 이유이기도 했는데, 이러한 장점도 스크린으로 잘 이식했다. 16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90분으로 느껴질 정도의 마법을 부리는 작품은 아니다. 다소 처지는 구간이 있다는 얘기. 그러나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을 (말 그대로) ‘빵’ 터트리는 순간의 엔딩이 상당해서 다음 편을 빨리 보고 싶게 한다. 그러니까, 이 정도면 성공적인 파트1.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걸작

★★★★☆

명작 반열에 오른 원작 뮤지컬 영화화에 대한 부담감, 파트 1의 숙명을 떨치고 대작 뮤지컬 영화의 정상까지 힘차게 날아오른다. 시작은 반신반의하지만, 서서히 오즈 세계관에 동화되어 영화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제작진의 능력이 특출나다.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조합은 기대 이상이고, 원작 뮤지컬과 차별화된 영화적 연출이 눈을 즐겁게 한다. 원작 뮤지컬 팬과 고전 <오즈의 마법사> 팬을 만족시키는 요소도 즐비하다. 후반부(에메랄드 시티)로 향할수록 걸작에 가까워지는 영화를 보면서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 뮤지컬 영화 계보에 새로운 걸작이 탄생했다.

 


한 채

감독 정범, 허장

출연 임후성, 이수정, 이도진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집과 가족

★★★★

아파트 분양을 위한 위장 결혼으로 만나 가족을 이룬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 목적을 달성한 후에, 가족은 해체되어야 하는 걸까? 부동산으로 상징되는 한국식 로또 자본주의에 휴머니즘을 대조시키는 이 영화는, 그 내용과 톤 모두 황량해 보이면서도 조금씩 의외의 온기를 더해간다. 집을 위해 가정을 꾸리는 아이러니컬한 현실 속에서, 작게라도 희망을 보려고 노력하는 영화. 임후성, 이수정, 이도진 등 배우들의 호연이 인상적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그렇게 가족이 된다

★★★☆

아무리 노력해도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주거 현실을 비추는 영화. 아파트 청약 당첨을 위해 위장결혼으로 가족이 된 주인공들의 상황을 함부로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 불안하고 막막한 현실 속에서 이들은 따뜻한 보금자리 한 칸이라도 마련할 수 있을까. 영화 시작부터 날 선 긴장감을 조성하던 카메라는 인물들을 차분히 응시하면서 끝내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지점에 다다른다. 정범, 허장 감독의 주관 뚜렷한 연출과 임후성, 이수정, 이도진의 사실적인 연기가 영화 ‘한 채’라는 집을 튼튼하게 일궜다.

 


미망

감독 김태양

출연 이명하, 하성국, 박봉준, 백승진, 정수지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광화문 연가

★★★☆

광화문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세 개의 시간대가 마치 반복되듯 전개되는 영화. 시공간이라는 서사의 두 축을 미묘하면서도 섬세하게 조율해, 이렇다 할 기승전결 없이도 매력적인 서사를 만들어낸다. 세상의 사라져가는 것들과 그럼에도 남아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감성적인 영화. 제자리인 것 같아도 조금씩 달라지는, 공간에 깃든 정서를 잔잔하게 드러낸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기억을 함께 공유한 시공간은 강력하다

★★★☆

공간은 시간을 온전히 보존할 수 없다. 그때 그 공간에 머물다 간 사람만이 추억의 형태로 시간을 반추하거나 보존할 뿐이다.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한 시공간은 강력하다. <미망>은 그 공간의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헤어진 연인의 우연한 재회(迷妄)와 시간이 흐른 후 또 한 번의 재회(彌望)를 그린다. 그 사이, 여자의 시공간엔 새로운 인연이 나타난다.(未忘) 추억은 그렇게 또 다른 시간으로 뒤덮이고, 또 하나의 추억이 된다. 단편에서 시작한 영화가 장편으로 발전한 경우이지만, 이음이 어색하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에피소드를 단순히 이어 붙인 게 아니라 지층처럼 쌓이는 과거와 현재, 감정의 작용과 반작용이 사려 깊게 담아낸 덕이다. 세운상가, 광화문, 서울극장, 청계천... 종로와 광화문 일대의 매력을 포착하고, 걷고 싶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추억과 낭만의 거리를 함께 걷는다

★★★☆

단편이 쌓여 한 편의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로 탄생할 수 있다니 시도마저 낭만적이다. 단편 <달팽이>(2020), <서울극장>(2022)에 새롭게 찍은 <소우>를 더해 두 남녀의 이야기를 3막으로 구성했다. 종로와 을지로, 광화문 거리를 가로지르며 남자와 여자의 우연한 재회, 운명 같은 만남, 예정된 이별이 주마등처럼 펼쳐진다. 서울 배경과 트릴로지 형식을 로맨스 영화에서 이렇게 완성도 높게 활용한 경우도 드물다. 김태양 감독과 주연배우 이명하, 하성국의 행보를 ‘멀리 넓게 바라보고’ 싶다.

 


딜리버리

감독 장민준

출연 김영민, 권소현, 권소현, 강태우, 동방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소동극 혹은 교훈극

★★★☆

모든 게 있지만 아기만 없는 부자 부부. 덜컥 아기가 생겨 버린 가난한 부부. 우연히 만난 두 부부는 거래를 한다. 아기를 준다면 큰 돈을 주겠다는 것이다. ‘대리모’ 모티브를 변주한 <딜리버리>는 코미디 톤의 소동극으로 시작하지만, 출산(딜리버리) 날짜가 다가오면서 조금씩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돈 주고 아기를 파는 건 옳은 일일까? 그렇다고 해서 심각해지거나 갑작스레 모성애에 기대어 신파로 빠지지 않는 건 이 영화의 장점. 따스한 톤을 잃지 않고 엔딩으로 향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임신과 출산을 둘러싼 가족 블랙 코미디

★★★

아기가 필요한 커플과 돈이 필요한 커플이 만나 임신 거래에 합의한다. 영화는 이 위험한 거래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각자의 사정과 이유를 보여주면서 한국 사회의 계층화, 경제 문제들을 끄집어낸다. 임신 소동을 다룬 가족 코미디로 시작해 갈등 점화까지는 매끄럽게 이어지는데 절정 단계에서의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과 마무리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독립 영화 규모여도 김영민, 권소현, 권소현, 강태우 네 배우의 호연이 영화를 풍성하게 채운다.

 


자기만의 방

감독 오세호

출연 김환희, 김리예, 김민규, 백현진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대가족 코미디

★★★

9남매 중 넷째인 우담(김환희). 21평의 집 안에 살고 있는 그들 가족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난다. 오빠 우주(김민규)가 결혼하겠다며 경빈(김리예)을 데려왔는데…. 하필이면 우담과 경빈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앙숙. 게다가 경빈은 임신까지 했으니… 안 그래도 북적대는 집안은 더욱 아수라장이 된다. 이야기 전개에 약간의 무리와 막판에 신파 색채가 강하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자기만의 방>은 가족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쾌함을 지닌 영화다. 요즘 보기 힘든 대가족의 풍경이 낯설면서도 귀엽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온돌방처럼 따뜻한 가족 코미디

★★★☆

9남매 가족의 일상을 유쾌하게 그린 코미디 영화. 가족 구성원 중에서 넷째인 10대 소녀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10대의 우정과 성장 이야기까지 아우른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아기자기하게 엮어나가면서 마지막까지 일관된 톤앤매너를 유지하는 연출 감각이 돋보인다. 저출산, 청소년 문제를 가족 코미디 장르 안에서 무리 없이 풀어내고, 온기로 품어낸다.

 


킹덤4: 대장군의 귀환

감독 사토 신스케

출연 야마자키 켄토, 오오사와 타카오, 요시자와 료, 하시모토 칸나, 오구리 슌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팬심 자극하는 왕기 장군의 대활약

★★★☆

올해 1월 개봉한 3편의 아쉬움을 만회하는 4편이다. ‘대장군의 귀환’이라는 부제에 부응하듯 천하대장군 왕기의 존재감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주인공 신과 그가 이끄는 비신대는 조나라 총대장 방난을 만나 위기를 겪고, 악연으로 얽힌 진나라와 조나라 양군의 총대장 왕기와 방난이 다시 맞붙는다.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쌓인 캐릭터들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후반부 결전 장면에선 왕기 캐릭터가 어마어마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오오사와 타카오가 연기한 캐릭터의 승리다.

 


저니 투 베들레헴

감독 아담 앤더스

출연 피오나 팔로모, 마일로 맨하임, 안토니오 반데라스, 조엘 스몰본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뮤지컬 영화로 만나는 예수 탄생

★★★

예수 탄생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많은데 이 영화는 뮤지컬 형식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뮤지컬 드라마 <글리>와 영화 <락 오브 에이지>의 음악감독 아담 앤더스가 연출을 맡아 엄숙하고 경건한 종교 영화에 발랄한 분위기와 개성을 불어넣었다. 작품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음악과 캐스팅은 인정할 만하다. 할리우드 스타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미국 CCM 가수 조엘 스몰본이 헤롯왕과 헤롯의 아들로 출연해 눈길을 끌고, 마리아와 요셉을 연기한 젊은 배우 피오나 팔로모와 마일로 맨하임이 뛰어난 실력으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는다.

 


씨앗의 시간

감독 설수안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씨를 뿌리는 사람들

★★★☆

지구가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생명체들에 의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인간이 다양한 음식을 통해 종의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씨앗’이라는 자연의 섭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씨앗의 시간>은 점점 귀해지는 토종씨를 보존하는 농부와 그들과 함께 토종씨 보존에 힘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굽은 허리로 힘겨운 노동을 하면서도 매년 씨앗을 심고 또 씨앗을 거두는 농부의 모습은 어떤 숭고한 느낌을 준다. 절기에 맞춰 다양한 작물을 배치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씨앗을 심고 수확하고 또 씨앗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 인류를 유지시켰던 ‘신성한 노동’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토종 씨앗을 심는 사람들

★★★☆

똬리호박, 파랑콩, 작은댑싸리, 앵두퐅은 토종 식물의 이름이다. 전국을 다니며 토종 씨앗을 수집해 증식, 보급해온 시민단체 ‘토종씨드림’의 작업과 토종 씨앗을 심고 가꾸는 농부의 1년을 절기에 맞춰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씨앗을 고르고 알알이 심는 수고로운 작업을 지켜보면서 한국의 농업과 노동의 숭고한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