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기사 카테고리

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영화

강인함과 여림이 공존하는 배우 폴 메스칼의 작품들

추아영기자
폴 메스칼
폴 메스칼

 

아일랜드 배우 폴 메스칼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미남 스타와는 거리가 멀다.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매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멧 데이먼의 계보를 잇는다고 할까. 맑고 파란 눈과 그리스 로마의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높은 코가 돋보이는 그의 외모는 강인함과 여림을 동시에 품고 있다. 이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엿보인다. 폴 메스칼은 드라마 <노멀 피플>과 영화 <애프터썬>에서 단단하지 못한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의 인물들은 정신적 성숙의 과정에서 자아를 잃고 휘청이거나,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져 우울에 잠식되어 갔다. 

 

〈글래디에이터 Ⅱ〉
〈글래디에이터 Ⅱ〉

 

​폴 메스칼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글래디에이터 Ⅱ>에서 막강한 검투사가 되어 돌아왔다. <글래디에이터 Ⅱ>는 막시무스의 죽음으로부터 20여 년 후, 콜로세움에서 로마의 운명을 건 결투를 벌이는 루시우스(폴 메스칼)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강인한 남성성을 선보인다. 그는 <글래디에이터 Ⅱ>에 이어 또다시 리들리 스콧 감독과 협업할 예정이다. 그는 리들리 스콧이 연출을 맡은 영화 <도그 스타스>(The Dog Stars)에 출연할 예정이다. 또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20년 장기 프로젝트인 <메릴리 위 롤 얼롱>에 주연으로 캐스팅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세 배우로 떠오른 폴 메스칼의 작품들을 돌아봤다.


<노멀 피플>(2020)

〈노멀 피플〉
〈노멀 피플〉

폴 메스칼은 그의 첫 주연작인 아일랜드 드라마 <노멀 피플>로 대중에게 자신의 얼굴을 각인시킨다. <노멀 피플>은 전 세계에서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많은 사랑을 받은 샐리 루니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각색했다. 소설 「노멀 피플」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드라마는 원작 작가인 샐리 루니가 앨리스 버치, 마크 오로와 함께 각본 작업에 참여하면서 10대의 사랑과 계급, 정서적 트라우마를 아우르는 원작의 주제를 고스란히 가져온다. 이번 작품에서 폴 메스칼은 모든 것이 편안했던 고향을 벗어나 더블린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정신적 성장을 겪는 코넬 역을 맡았다. 

〈노멀 피플〉
〈노멀 피플〉

 

아일랜드 서부의 작은 마을.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창밖을 바라보는 메리앤(데이지 에드가 존스)은 학교에서 겉도는 아웃사이더다. 똑똑한 그녀는 자신의 지성을 거만하게 드러내고, 주변으로부터 스스로 벽을 세운다. 메리앤은 까칠한 이미지로 인해 친구들의 놀림을 받으며 학교생활을 이어간다. 교내에서 인기 많은 럭비 선수인 코넬(폴 메스칼)은 특유의 자상함과 모난 데 없는 성격으로 항상 친구들과 함께한다. 남들보다 성숙한 그는 학교에서 혼자 있는 메리앤을 이따금 주시한다. 코넬은 메리앤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엄마를 데려오기 위해 종종 그녀의 집에 들른다. 그 시간 때면 둘은 조금씩 대화를 나눈다. 너무도 다른 그룹에 속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림을 느끼며 빠져든다. 

〈노멀 피플〉
〈노멀 피플〉

 

코넬은 친구들로부터 조롱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메리앤과의 연애를 비밀에 부친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친구들에게 놀림받는 메리앤을 혼자 둔다. 폴 메스칼은 인물의 미성숙한 면모와 단단한 갑옷에 휩싸인 그의 복잡한 내면을 모두 전달한다. 친구들의 가벼운 언행에 압박감을 느끼고 공황 상태에 빠진 코넬의 모습은 <애프터썬>의 캘럼을 떠오르게도 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 드라마를 보고 폴 메스칼의 연기에 감명받아 <글래디에이터 2>의 주연으로 그를 캐스팅했다.


<로스트 도터>(2021)

〈로스트 도터〉
〈로스트 도터〉

 

<로스트 도터>는 모성과 개인의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이 오랜 시간 외면해 왔던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는 여정을 따라간다.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잃어버린 사랑」을 각색한 작품으로 배우 매기 질렌할의 첫 연출작이기도 하다. 비교 문학 교수인 레다(올리비아 콜맨)는 그리스의 해변으로 혼자 휴가를 떠난다. 그곳에서 그녀는 딸을 가진 젊은 여자 니나(다코타 존슨)를 마주한다. 레다는 모녀의 모습을 보면서 육아의 압박감과 자아실현에 대한 갈망에 허덕이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다. 쉴 새 없이 틈입하는 플래시백은 관객들을 그녀의 감정에 이입하게 한다. 

〈로스트 도터〉
〈로스트 도터〉

 

폴 메스칼은 해변의 젊은 관리인이자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 윌 역을 연기한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단역에 가까운 조연으로 등장하지만, 레다의 내면으로 향하는 여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레다에게 친절하게 대하면서도 미스터리한 매력을 지닌 인물의 다층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레다에게 일시적인 위안의 시간을 제공했던 그는 이내 그녀가 과거에 저질렀던 과오로 이끈다.


<애프터썬>(2022)

〈애프터썬〉
〈애프터썬〉

샬롯 웰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애프터썬>은 폴 메스칼의 진가를 드러낸다. <노멀 피플>에서 그의 얼굴에 미약하게 배여 있는 멜랑콜리는 <애프터썬>에서 더 넓게 번져 영화의 주요 정서로 자리한다. 영화는 아빠와의 추억이 담긴 캠코더 영상을 바라보는 소피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20년 전 아빠의 나이가 된 31살의 소피는 당시 이해할 수 없었던 아빠 캘럼의 정서적 파고를 뒤늦게 헤아린다. 샬롯 웰스는 과거를 반추하는 인물의 기억을 그리는 영화로 인간의 불완전한 기억을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애프터썬〉
〈애프터썬〉

 

당시 25살이었던 폴 메스칼은 이번 작품에서 11살 딸을 둔 30대의 젊은 아빠 캘럼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다. 싱글 대디인 캘럼은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던 고향 스코틀랜드를 떠나 런던에서 자리를 잡으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박탈감에 허덕이고 있다. 캘럼은 딸을 사랑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이따금 그를 조여오는 슬픔과 우울이 자리한다. 그의 우울은 오랜만에 만난 딸과 함께하는 휴가지에서도 그치지 않는다. 캘럼은 소피가 알아채지 못하는 곳에서 우울에 잠식당하지 않으려 발버둥 친다. 

〈애프터썬〉
〈애프터썬〉

 

폴 메스칼은 샬롯 웰스의 구상에 자신의 해석을 덧붙여 인물을 완성한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인물 캘럼에 대해 “딸을 사랑하는 만큼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폴은 무겁게 짓눌린 인물의 내면을 몸짓과 눈빛 등의 비언어적 요소를 통해 드러낸다. <애프터썬>으로 폴 메스칼은 타임지 선정 ‘2022 최고의 배우’로 뽑히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오르며 대세 배우의 입지를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