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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남 비-사이드〉 지창욱 "어떤 인물,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결핍에 매력을 느낀다"

추아영기자
지창욱 배우 (사진 제공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지창욱 배우 (사진 제공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로맨스와 코미디 장르에서 주로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지창욱은 최근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최악의 악>, 영화 <리볼버>에 이어 이번 작품 <강남 비-사이드>까지 액션의 정점을 찍고 있다. 그는 느와르와 액션 장르까지 섭렵하며 올라운더 배우로 거듭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강남 클럽 일대를 부여잡는 악명 높은 브로커 윤길호 역을 맡았다. 밑바닥에서 홀로 자생한 윤길호는 자신의 경계 안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폭주하며 선과 악의 경계에 걸쳐 있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지창욱 배우에게서 직접 최근의 행보와 인물 윤길호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강남 비-사이드〉
〈강남 비-사이드〉


글로벌 시청자들 사이에서 <강남 비-사이드>에 대한 반응이 좋습니다. 이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기분 좋죠. 저뿐만 아니라 저희 팀원 모두 정말 고생하면서 지지고 볶아서 작품을 만들었는데, 많은 분이 봐주셔서 기분 좋은 것 같아요.

박누리 감독님과 함께한다고 했을 때 어떤 기대를 하셨고, 현장에서 감독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사실 박누리 감독님에 대한 소문을 엄청 많이 들었어요. 작품 결정을 하기 전에 감독님에 대해서 주변 친구들한테 많이 물어봤던 것 같아요. 어떤 연출을 하시고, 현장에서는 어떻고 그런 것들을 많이 들었는데, 대체로 엄청 끈질기고, 멘탈이 좋고,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은 끝까지 한다는 말을 들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 사람이 <강남 비-사이드>를 만들 때 새로운 시너지가 생길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죠. 그리고 저희 작품이 수위도 조금 높고 여자로서는 화가 날 만한 장면들도 많기 때문에 그래서 박누리 감독님을 더 믿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라면 잘 표현해 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현장에서도 디렉션을 굉장히 명확하게 해주시고, 멘탈이 정말 강하셔서 믿을 수 있는 파트너이자 연출자라고 생각했어요.
 

〈강남 비-사이드〉
〈강남 비-사이드〉


윤길호 캐릭터의 외양이 특이한데요. 화려한 옷을 많이 입는데, 지창욱 배우의 의견이 반영됐는지, 캐릭터의 외양은 어떻게 만들려고 했는지 궁금합니다.

​윤길호라는 캐릭터를 처음 만들어 가면서 비주얼적인 부분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머리를 어떻게 할지 어떤 액세서리가 어울릴지, 어떤 옷을 입을지가 저한테는 연기를 하는 것만큼 중요했어요. 사실 의상도 일부러 독특하고 센 옷들을 많이 선택했어요. 의상 피팅도 여러 번 해서 의상 팀장님을 좀 괴롭혔죠. (웃음) “팀장님 더 보여주세요”, “다른 옷도 보여주세요”. 이런 식으로요. 진짜 끈질기게 찾았던 것 같아요. 저는 윤길호가 사람들이랑 다 같이 있을 때, 군중 속에서도 뭔가 달랐으면 했어요. 이 사람은 다른 사람일 것 같다고 느낄 수 있도록요.
 

의상으로 예를 들자면 이제 가을이 올랑말랑한데 혼자 퍼 입고 다닌다거나 이런 이미지를 상상했었는데, 아쉽게도 계절감이 맞지 않아서 그렇게까지는 못했죠. 대신에 귀에 피어싱을 하고 목걸이를 한다든가, 관리가 안 된 장발인 듯한데, 그냥 막 넘기고 다니는 이런 모습들을 신경 써서 많이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메이크업을 아예 안 했거든요. 분장 팀장님이 눈을 살리기 위해서 눈썹을 안 그리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주셔서 그렇게 했어요. 어떻게 보면 캐릭터의 전사 이런 것보다도 비주얼적인 부분을 설정하는 데 시간을 더 많이 들였던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강남 비-사이드〉
〈강남 비-사이드〉


2화에서는 싸이키와 노준서가 만든 함정에 빠져서 일 대 다 액션을 선보이셨어요. 이 장면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항상 액션은 힘들어요. 그때도 진짜 너무 추웠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액션도 일 대 일 액션보다 일 대 다 액션이 더 어려워요. 이게 사실 어떻게 보면 거짓말이잖아요. 그 많은 사람들과 싸운다는 게 거짓말이고, 가끔 그럴 때가 있어요. 여러 명하고 싸우는데 꼭 사람들이 저를 안 때리는 거죠. 안 때려 나를. (웃음) 둘러싸기만 하고. 이런 거를 최대한 감추기 위해서 정말 노력을 많이 해요. 근데 다행히도 액션 팀이랑 합을 잘 맞춰서 생각보다 쉽게 찍었어요.
 

비비 - 〈강남 비-사이드〉
비비 - 〈강남 비-사이드〉


<최악의 악>에 이어서 이번에도 '비비' 김형서 씨랑 가까운 관계로 등장합니다. 그때랑 비교했을 때는 두 분의 호흡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인물의 관계도 달라졌고요.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 비비 씨와 좀 편해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비비 씨가 생각보다 엄청 낯을 가리는 성격이더라고요. 그래서 <최악의 악> 때는 알게 모르게 어떤 거리감과 긴장감이 있었어요. 근데 <강남 비-사이드> 하면서는 되게 편하게 작업을 했고, 비비 씨도 나를 이전보다는 편해하는 구나란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극 중 재희와 윤길호의 관계는 어떻게 보시나요?

재희와 윤길호는 유사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저는 개인적으로 재희를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윤길호는 재희가 자신의 마음을 모르기를 바라고 있죠. 사실 초고에는 윤길호와 재희의 서사나 멜로씬이 훨씬 많았어요. 감독님이랑 대본 회의를 하다가 그런 것들을 조금 더 많이 덜어냈어요. 왜냐하면 재희와 길호의 서사들이 많이 나올수록 굵직한 균형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강남 비-사이드>는 사랑 이야기가 아닌데, 그게 너무 세게 다가오면 이 작품의 색이 흐려져서 그런 서사들을 많이 덜어냈어요.

〈강남 비-사이드〉
〈강남 비-사이드〉


조우진 배우가 작품 전에 굉장히 치열하게 준비하는 걸로 유명하잖아요. 현장에서는 어떠셨어요?

​우진이 형은 보기와는 달리 굉장히 예민하고, 작품을 치열하게 준비해요. 그러니까 우진이 형을 보면 뭔가 엄청 예민할 것 같지는 않잖아요. 수더분하고 좋은 게 좋은 거고 이럴 것 같잖아요. (웃음) 근데 진짜 예민하게 준비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다시 생각했어요. 내가 지금 치열하게 준비한 게 이게 끝이 아니구나, 더 할 수 있구나, 사람이 더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수 있구나. 그렇게 해서 저 정도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구나를 느꼈어요. 그래서 저한테는 굉장히 존경할 만한 선배님이자 동시에 든든한 파트너였어요. 그리고 저도 우진이 형한테 어떤 신선한 충격을 주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때로는 되게 날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현장이기도 했고, 때로는 푸근하기도 했던 이게 현장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게 해준 동료이자 선배님이었어요.
 

지창욱 배우 (사진 제공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지창욱 배우 (사진 제공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리즈 <최악의 악> 이후에 영화 <리볼버>도 하시고, 이번 작품 <강남 비-사이드>까지 느와르 장르에 액션을 선보이는 작품들을 계속하고 계시는데, 연이어 이런 작품에 끌리신 이유가 있을까요?

​<최악의 악>을 하면서 굉장히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그 작업으로 좋은 현장과 좋은 팀원들을 만났고, 되게 재밌게 작업을 했어요. 그리고 이후에 <최악의 악> 제작사 사나이픽처스에서 <리볼버>라는 작품을 제안해 줬어요. 근데 뭔가 저한테는 그 작품을 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서 했었고요. <강남 비-사이드>도 또 같은 제작사잖아요. 사실 <강남 비-사이드> 같은 경우에는 제가 고민을 조금 했었어요. 이 작품을 내가 과연 할 수 있나 고민을 하던 찰나에 되게 익숙한 팀이랑 함께 하게 될 거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팀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또 윤길호라는 캐릭터가 재밌었어요.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결핍에 끌렸어요.


극중에서 강동우(조우진)가 윤길호라는 친구를 어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잖아요. 그런 시선들이 되게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거기서 오는 상실감이 그의 결핍일 수도 있고, 또 그 자체가 어떻게 보면 세상이 바라보는 윤길호에 대한 색안경인데 누구나 그런 것들을 가지고 살잖아요. 사실 저 또한 사람들의 색안경에 비친 제 모습이 있을 거고, 게다가 저는 드러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더 많이 느끼기도 해서 그런지 그런 부분이 재밌었어요.


그리고 사실 <최악의 악> 때는 그런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 봤던 느와르는 선배들의 느와르였거든요. 이제는 후배들이 젊은 느와르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강남 비-사이드> 같은 경우에는 이미지의 변신이라거나 배우로서의 욕심 그런 거는 없었어요. 윤길호라는 캐릭터에 대한 매력 때문에 했던 거였어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액션을 많이 좋아하지는 않아요. 근데 막상 하니까 재미있기는 하더라고요.
 

〈강남 비-사이드〉
〈강남 비-사이드〉


<최악의 악>, <리볼버>, <강남 비-사이드>까지 거치면서 배우 지창욱의 연기가 선이 굵어졌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는데요. 예전에는 외모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면 지금은 연기력에 대한 호평이 많이 나와서 배우로서도 기분이 좋으실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한 소감도 듣고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갖고 있는 숙제인 것 같아요. 사실 어렸을 때 했던 작품들 그리고 시장에서 바라보고 원했던 저의 모습들은 대체로 누군가의 아이돌이거나 한류 스타 등 스타에 대한 어떤 모습들을 바라고 또 그렇게 많이 비쳤어요. 앞으로는 지창욱이라는 배우로서 뭔가를 더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그게 배우로서 제가 갖고 있는 큰 숙제인데요. 그 숙제를 하기 위해서 드러나지는 않지만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고민도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하고 있고요. 근데 사실 작품 하나로 저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뀌지는 않잖아요. 그래도 조금씩 스스로 저의 영역을 넓혀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많은 분들이 배우로서의 더 많은 부분을 바라봐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럼 지금 자신의 행보가 만족스럽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반반인 것 같아요.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아쉬움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저의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 많이 바라봐주고 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도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있어서 복합적인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강남 비-사이드>는 저에게 새로운 도전이었고요. 앞으로 제가 할 작품 또한 도전이고 모험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강남 비-사이드〉
〈강남 비-사이드〉


기존에 지창욱 배우가 선택해 왔던 역할들 중에서는 주로 어떤 역할에 흥미를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대체로 결핍에 흥미를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그 사람, 어떤 인물이 갖고 있는 부족함, 결핍 그런 것에서 매력을 많이 느끼는 것 같고, 그런 것들을 더 많이 부각하려고 해요. 윤길호라는 인물의 결핍은 어른의 부재와 가족의 부재, 사람에 대한 결핍이 가장 큰 결핍이었던 것 같아요.

시청자에게는 윤길호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나쁜 놈을 쫓는 미친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디즈니플러스의 시리즈 <조각도시>가 차기작으로 확정되었잖아요. 이번에도 액션이 굉장히 많은 작품을 하게 되었는데, 간단하게 작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네 슈퍼 액션입니다. (웃음) 제가 예전에 했던 영화 <조작된 도시>를 시리즈 화한 거예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들어가게 된 남자가 이 누명을 씌운 사람을 찾아서 복수하는 이야기입니다.

 

〈강남 비-사이드〉
〈강남 비-사이드〉


지창욱 배우는 실제로도 액션을 잘한다고 정평이 나 있더라고요. 평소에도 액션을 위해 준비하는 게 있으세요?

​어렸을 때 제가 밖에서 뛰어노는 걸 좋아했어요. 남들보다 조금 활동적이었고 축구하는 거 좋아했고, 태권도장이랑 합기도장도 다녔고요. 그리고 대학교 때는 학교에서 할 게 없으니까 아크로바틱 같은 걸 막 연습했죠. 그런 경험치들이 복합적으로 쌓여서 몸을 쓸 줄 알게 된 거죠. 근데 액션을 위해서 따로 훈련을 하거나 이런 거는 없어요. 요즘에 취미로 복싱을 배우고 있긴 한데, 그것 또한 사실 액션 때문에 배우는 건 아니거든요.

최근에 배우 소통 플랫폼 ‘하이앤드’를 시작하셨어요. 해보시니까 어떠세요?

​너무 재밌었고, 유료 소통 플랫폼이라고 해야 되나요? 여튼 그거를 왜 이제야 했지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오늘 인터뷰하러 오면서도 눈 사진 찍어서 보냈어요.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제가 문자를 쓰면 가입한 팬분들이 그 문자를 보는 거예요. 근데 거기에 프랑스 사람들도 계시고 그런 게 너무 신기한 거예요. 저희와 시차가 큰 나라에 계시는 팬분들은 간혹 제가 있는 곳은 아침인데 그분들은 밤에 보기도 하는 거죠. 이런 게 너무 신기했어요. 사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재밌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웃음)

배우로서 갖는 최종 목표 혹은 사람 지창욱으로서 도달하고 싶은 지점들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이렇게 하다가 언제 또 힘이 빠져서 더 이상 못 하겠다고 할지 모르겠어요. 언제 배우를 그만두고 내가 다른 일을 할지 혹은 언젠가는 어떤 제작자도 나를 찾아주지 않아서 작품이 없어질지 이런 거는 잘 모르겠으나 마지막 순간에 내가 배우로서 할 만큼 했고, 되게 재밌게 잘했다 이 생각만 들면 만족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