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기사 카테고리

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인터뷰

[인터뷰] “파독간호사·성소수자 아닌 두 사람 일상에 집중…그들의 사랑이 밖으로 퍼져나가길” 〈두 사람〉반박지은 감독

씨네플레이
〈두 사람〉포스터(사진 제공 = 시네마달)
〈두 사람〉포스터(사진 제공 = 시네마달)

파독 간호사와 기독교(와 한인교회)를 배경으로 사랑, 결혼, 가족, 종교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 <두 사람>(감독 반박지은)이 2월 12일 관객을 만난다. 인생의 절반을 베를린에서 함께 살아온 파독 간호사 출신 이수현, 김인선이 주인공이다. 이수현은 1970년, 150명의 파독 간호사와 함께 함부르크에 도착했다. 김인선은 1972년 파독 광부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1985년 독일의 여신도회 수련회에서 처음 만났다. 김인선에 첫눈에 반한 이수현이 꽃을 건넸고, 김인선 역시 이수현에게 마음을 열었다. 하지만, 한국보다는 개방적인 유럽, 독일일지라도, 이민자로서, 동양인으로서, 여성으로서, 신앙인으로서 그리고 성소수자로서 두 사람은 힘든 삶을 보내야 했고, 노년에 이르러 서로의 보호자가 되기로 결심해 2022년 결혼한다. 46년 만에 퀴어 퍼레이드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에 온 김인선의 고백이다.

“내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그렇게 한 사람을 아프게 하고, 더군다나 이혼을 하고 여자를 좋아해가지고, 이게 정말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인가?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해서 신학교 교수를 찾아갔더니, ‘내가 보기엔 아무 문제 없다. 당신이 하고 싶은, 당신 마음이 가서 정하는 대로 행동해라. 당신은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라고 말하더라.”

영화는 노년의 레즈비언 커플, 두 사람의 일상을 면밀히 따라가며 더 넓은 사회적 맥락에서 성소주자와 디아스포라의 삶을 탐구한다. 서로에게 보호자가 되기 위해 황혼에 결혼한 두 노인의 일상을 담담하게 전하며 영화는 동성애에 대한, 이민자에 대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에 균열을 일으킨다. 영화 <두 사람>의 반박지은 감독을 만났다.

〈두 사람〉으로 장편 데뷔한 반박지은 감독(사진 제공 = 시네마달)
〈두 사람〉으로 장편 데뷔한 반박지은 감독(사진 제공 = 시네마달)

개봉 앞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신이 없어요. 혼을 쏙 빼놓는 느낌이랄까요?(웃음) 2019년부터 찍기 시작해서 2022년에 완성했고요. 조금 시간이 걸려서 2025년 겨울에 관객을 만나게 됐네요.

<두 사람>이라는 제목 참 와닿아요. 어떻게 짓게 된 제목인지 영어 제목과 함께 설명해주세요.

제목 정하는 거 정말 오래 걸렸어요. 두 분께 여쭤봤더니 ‘찰떡궁합’ 어떻겠냐고.(웃음) 너무 예스러운 느낌이 나잖아요. 제목은 김다형 PD 의견입니다. 여자 대 여자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난 느낌이 좋더라고요. 영어 제목인 ‘Life Unrehearsed’(리허설되지 않은 삶)입니다. 수현 님 대사 중에서 “사람이 한 번 살고 가잖아요. 인생에 예행연습이라는 게 없잖아. 어떻게 됐든 한 번 살고 가면 끝이니까. 본인의 의무와 권리를 다하고 보장받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기가 정말 사랑하고 함께 생활하고 싶은 사람하고 살고. 그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라는 대사가 있어요. 번역가가 의견을 냈고,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두 사람〉스틸컷(사진 제공 = 시네마달)
〈두 사람〉스틸컷(사진 제공 = 시네마달)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됐다’는 내레이션으로 영화가 시작해요. 두 분이 손을 잡고 환히 웃고 있는 그 사진은 어디서 접했는지, 왜 그런 매력을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국경을 넘어, 경계를 넘어’라는 전시회가 열렸어요. 파독 간호사 관련 전시였죠. 우리는 흔히 파독 간호사를 ‘백의의 천사’라든가 ‘경제 부흥을 이뤄낸 사람’ 정도로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 전시는 파독 간호사의 개인적 역사를 자세히 다뤘더라고요. 전시회에서 두 분이 환히 웃는 사진을 발견했는데, 그 배경이 제가 아는 장소인 거예요. 그때 이미 베를린에 살고 있었거든요. 두 분 뒷배경에 검은색 조형물이 바로 나치에게 박해받은 동성애자를 추모하는 비였어요. 와, 이런 우연이라니! 내가 살고 있는 그 베를린이라니!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두 분이 손잡고 사진을 찍기까지 얼마나 많은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까 궁금하더라고요. 독일에 돌아가서 수소문해서 연락처를 받았고 인선 님 먼저, 다음에 수현 님까지 촬영을 허락하면서 영화가 시작됐습니다.

영화에 집회나 파독 간호사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유독 두 분의 일상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시위도 물론 중요하죠. 그래도 저는 두 분의 일상을 최대한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 사람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같이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죠. 대신 두 분의 사랑을 보여줄 때, 그 사랑이 두 분 안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두 분과 비슷한 사람들에게 그러니까 성소수자이기도 하고 이민자이기도 하고, 때로는 여성이기도 한 그 모두에게 퍼져나간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연대일 수도 있고, 시위에서 발언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그걸 존경하기에 두 분의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항상 두 분 옆에서 ‘당신들 몸 건사하기도 힘드실 텐데, 어떻게 저런 목소리를 내실까’ 존경스러웠어요. 그래서 더 그런 일상을 담고 싶었습니다.

〈두 사람〉스틸컷(사진 제공 = 시네마달)
〈두 사람〉스틸컷(사진 제공 = 시네마달)

3년 넘게 두 분을 촬영하셨어요. 두 분이 함께 한 40년 넘는 역사를 다 본 건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뭉클했던 순간도요.

두 분의 관계를 카메라에 담았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두 분과 저 사이에도 관계와 감정이 생긴 거잖아요. 이제 그런 감정들이 점점 커지는 거 같아요. 사실 인선 님이 호스피스 창립자신데, 거기서 “이제 사는 날보다 죽을 날이 가까워졌다”고 하시며 점점 쇠약해지고, 노쇠해지는 모습을 보이죠. 두 분이 ‘이종문화 간 호스피스’ 기관을 만드셨는데, 언젠가는 손님이 되겠다는 걸 문득문득 느끼면 좀 아쉽기도 합니다.

말씀하신 기관이 ‘이종문화 간 호스피스’더라고요. 이민자들이 모여서 호스피스를 운영하는데, 참으로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짠해지는 기관입니다. 좀 더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인선 님과 수현 님이 2005년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창립했어요. 독일 최초 이종문화 간 호스피스라는 의미를 크게 인정받아서 인선 님은 메르켈이 수여하는 상도 받으셨대요. 그게 이슈가 되면서 한국도 다녀오셨고, 책도 내셨죠. 그러다가 동행이 파산하면서 사라지고, 동반자라는 이름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자원봉사를 하려면 130시간의 교육을 수료해야 해요. 아까 제가 손님이라 말씀드렸는데, 호스피스 병원에서는 환자를 ‘손님’이라고 부르더라고요. 교육을 이수하면 손님을 만나러 갈 수 있는 거죠. 의료 행위를 하는 게 아니라 같이 동행한다는 의미로요.

〈두 사람〉스틸컷(사진 제공 = 시네마달)
〈두 사람〉스틸컷(사진 제공 = 시네마달)

영화에서 보면 김인선 씨는 2019년에 한국에 다녀왔어요.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날 정도로 인터뷰도 많이 했고요. 다시 돌아간 독일에서 교회 분들과 함께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두 분이 성소수자 커플인 걸 몰라요. 감독님이야 당연히 아시겠고, 외국 생활을 해본 분들은 한인교회가 한인 사회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알 텐데요. 46년이나 함께 생활한 교인들에게도 자신들의 상황을 터놓고 알리지 못한다는 점이 충격이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교회니까… 하는 마음으로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뒤이어 두 분이 너무 외롭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수현 님이 먼저 베를린에 살고 계셨고, 인선 님이 이사를 온 거니까 사실 한인교회는 40년 이상 다니신 거죠. 아시겠지만, 베를린의 한인교회는 파독 간호사들이 많아요. 서로 엄청 소속감, 연대감이 컸겠죠? 몇십 년 동안 서로의 역사를 지켜봐 왔을 테니까요. 그런데 지금 제가 보기로는, 서로 챙겨주는 공동체 의식이 훨씬 강한 거 같아요. 아플 때 서로 병문안하면서 챙겨주면서요. 교인 한 분을 인터뷰했는데, 두 분의 관계에 대해 짐작은 했지만, 따로 물어보지는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조심스러워서요. 그래도 알고는 있었대요. 한인 사회가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 사회의 축소판인데, 그래도 오랜 세월을 같이했기에 서서히 두 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나 생각해요. 세월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게 서로 인정하는 거 같아요.

두 분이 한국에서 살았다면 뭔가 달라졌을까요?

그런 질문을 두 분께 드렸던 적이 있어요. 당연히 달라졌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가족도 있고 하니까요. 외국의 한인교회는 작은 한국 같은 분위기잖아요? 두 분이 처음 한인교회에 갔을 때 좀 어려웠대요. 주변 교인들에게 만류나 압박이 들어오기도 했고요. 그래도 두 분은 계속 교회에 가셨대요. 그러다 한 분이 못 가는 날에는 짝꿍 어디 갔느냐고 물어본대요.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커플은 아니지만, 그렇게 서로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생각해요. 두 분 말씀에 독일 사회는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인식이 많아서, 동성 커플에 대해 신경을 덜 쓰는 편이니 그나마 좀 쉬웠다고요.

〈두 사람〉스틸컷(사진 제공 = 시네마달)
〈두 사람〉스틸컷(사진 제공 = 시네마달)

두 분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증명이 되기에 성소수자들에게 위로가 됩니다. 조금은 조심스러운 질문을 드릴게요. 한국보다는 개방적이라는 유럽이긴 하지만, 실타래 같은 인생을 살면서 그런 아픔을 나눠질 사람이 서로뿐이었던 두 분입니다. 그 모습이 저는 못내 외로워보여 눈물이 났고요. 그래서인지 후반부에 두 분이 다른 집회에 참석해 북을 치는 장면이 한 편으로는 열정에 감동하면서, 또 한 편으로는 여자, 동양인, 노인이 자국 악기를 타국 집회에서 치는 모습으로 소비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더라고요. 감독님이 보시기에 두 분은 독일 사회로부터 이민자로, 여성으로 또 성소수자로 존중받는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감정이 들기도 해요. 영화에서 두 분께 제가 “왜 손 안 잡고 다니세요?”하고 여쭤봤는데, 그 장면이랑 연결되는 질문인 거 같습니다. 두 분은 어쨌든 독일이라도 사회가 어떠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 서로에 대한 사랑, 감정을 표현하는 게 독일이라고 해도 쉽지만은 않았죠. 사랑의 감정을 언어화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고요. 그런데 또 어떤 때는 “당당하면 돼!”라고 하세요. 항상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정립할 수는 없지만, 오랜 세월 두 분이 함께 보내며 서로가 그 안에서 좀 단단해진 게 있겠죠.

저 역시 영화를 찍고 나서 새롭게 생긴 관계들이 있어요. 한 60대 독일인은 두 분에 대한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제안하셔서 실제 사진을 찍기도 하셨어요. 또 영화에서 수현 님과 문자를 주고받던 독일인도 새롭게 교류를 시작한 사람이고요. 충분히 서로 연대하며,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살고 계셔요. 물론 연세가 드시기 전만큼 활발하지는 못하지만, 그렇게 서로 안부를 물으면서 지내는 뭔가가 있는 것은 분명해요.

〈두 사람〉스틸컷(사진 제공 = 시네마달)
〈두 사람〉스틸컷(사진 제공 = 시네마달)

다행입니다. 영화에서 레인보우 축제인 ‘스톤월 50주년 축제’를 담으셨더라고요.

촬영한 해가 50주년이더라고요. 베를린에서는 원래 크게 열거든요. 보통 50만 명 정도 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촬영할 수 있었어요. 한국 분량은 김다형 PD가 찍었어요. 그런데 혐오 세력 쪽에서 촬영하면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한국에서는 성소수자인 게 드러나면 차별받게 되니까 얼굴 담는 데 있어서 조심스럽기도 했다고요.

독일의 퍼레이드는 정말 축제 같은데, 한국은 저주와 혐오의 말을 쏟아내죠. 그런 분위기가 좀 옅어지려면 어떻게 돼야 한다고 보세요?

인선 님이 자주 하는 말씀 중에 “그래서 어쩌라고”가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좋을 거 같아요. 제가 오랜만에 한국에 왔는데요. 공항 도착한 순간부터 정말 많은 소리를 듣는 거 같아요. 이건 이래야 하고, 저건 저래야 하고…. 정해둔 룰을 따라야 하는 거 같은데, 꼭 따라야 할까, 내가 살고 있는 모습 그대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퍼레이드도 마찬가지예요. 반대하는 집회에 가보면, 이게 그렇게까지 큰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독일에서는 시청, 구청, 심지어 슈퍼에 무지개 깃발이 걸려 있어도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문제가 되니 괴리감이 느껴져요. 그럼에도 조금씩 한국이 바뀌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두 사람〉스틸컷(사진 제공 = 시네마달)
〈두 사람〉스틸컷(사진 제공 = 시네마달)

그러면 좋겠습니다. 두 분이 40년 넘는 세월을 함께 보냈지만, 결혼은 최근인 2022년에 하셨어요. 결혼을 미룬 이유가 궁금합니다.

먼저 설명할 것이, 인선 님은 한국에 남은 가족이 없어요. 수현 님은 형제가 있는데, 가족들에게 둘 사이가 커플이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커밍아웃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독일은 2017년부터 동성 결혼이 합법화됐습니다. 두 분은 결혼 제도에 대해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어요. 인선 님 같은 경우는 이미 한 번 결혼을 하셔서 결혼 생각은 없으셨고요. 그러다 인선 님이 큰 병 앓게 된 걸 계기로 서로에게 보호자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셨고, 그렇게 결혼을 하신 거죠.

알겠습니다. 혹시 두 분은 영화 보셨나요? 뭐라고 하시던가요.

한국 오기 전에 보여드렸어요. 볼 때마다 예전에 안 보였던 장면이 보인다고도 하셨고요, 언제 저런 장면을 찍었느냐고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너무 좋아하세요. 볼 때마다 굉장히 새롭다고요. 그냥 영화 잘 만들었나, 못 만들었다는 말씀은 안 하시고, 수고했다, 응원한다고요.

〈두 사람〉스틸컷(사진 제공 = 시네마달)
〈두 사람〉스틸컷(사진 제공 = 시네마달)

지금 두 분 건강은 어떠세요?

영화 찍을 때는 70대 초반이셨는데, 지금은 중반, 후반이세요. 인선 님은 큰 병을 이겨내긴 했지만, 암이라는 게 5년이 지나야 완치라고 하잖아요. 계속 병원 다니시고요. 수현 님도 무릎이 아파서 병원 다니시죠. 그래도 친구들 만나며 본인들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어요.

<두 사람>이 데뷔작입니다. 첫 영화에 ‘퀴어’ 소재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첫 영화라서 선택한 게 아니고 그냥 냅다 뛰어든 거예요.(웃음)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 같아요. 처음 두 분 사진을 봤을 때부터 다큐멘터리 만들 생각은 했어요. 중편이나 장편 같은 길이는 생각하지 못했고요. 그냥 몰랐으니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두 분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은 게 저였기 때문이었겠죠.

〈두 사람〉스틸컷(사진 제공 = 시네마달)
〈두 사람〉스틸컷(사진 제공 = 시네마달)

3년 넘게 찍고, 코로나19로 인해 편집도 2년 넘게 하셨을 테죠. 원 소스가 방대했을 텐데, 어떤 편집 원칙을 세웠나요?

첫 장편 영화다 보니, 중심 잡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파독 간호사.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 투쟁. 호스피스 이야기, 이민자로서 삶, 여성으로서의 삶 등등 너무 많은 소재들이 있었고, 저 역시 영화가 다양한 레이어를 보여줄 수 있길 바랐죠.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처음에도 말씀드렸듯이 두 분의 사랑 이야기였어요. 다 집어넣고 싶었지만, 현재 모습에 가장 초점 맞춰서 두 분이 어떻게 일상 살아가고 있고,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수현 님이 오토바이 타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에피소드들이 다 빠져서 좀 아쉽긴 합니다.(웃음)

해외 개봉도 할 예정인가요? 독일에서는 요청이 있을 거 같은데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022년에 월드 프리미어를 했고요, 이듬해 3월 런던의 LGBTQIA+(BFI London Film Festival) 영화제에서 프리미어를 했어요. 독일에서 개봉을 물어보는 분들이 계세요. 저 역시 마음은 있는데, 환경이 돼야 하는 거잖아요. 아직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공동체 상영이 들어오면 하고 있긴 합니다.

〈두 사람〉스틸컷(사진 제공 = 시네마달)
〈두 사람〉스틸컷(사진 제공 = 시네마달)

차기작으로는 어떤 영화 준비하고 계세요?

저 사실 영화를 안 하고 싶었어요.(웃음) 원래 전공은 ‘내러티브 필름’이라고 서사 있는 영상에 대한 공부를 독일에서 했어요. 그런데 예전에 한 다큐멘터리에서 조연출을 한 적이 있는데,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좀 미화된 건지, 다시 찍고 싶긴 해요. 제가 지금 이민자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이민자들의 어려움, 현실을 보여주는 작업은 하고 싶어요. 아, 저 이번에 영화 개봉 홍보하려고 회사에 휴가 내고 왔거든요.(웃음) 지금 당장 환경은 안 되는데, 영화를 또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듭니다.

〈두 사람〉포스터(사진 제공 = 시네마달)
〈두 사람〉포스터(사진 제공 = 시네마달)

<두 사람>은 누군가에게는 반가운 영화겠고요,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영화겠죠. 마지막으로 영화를 볼 관객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세요?

개봉 시기가 추운 겨울이다 보니까, 영화를 보시고 따뜻함을 얻어 가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만들 때는 비장한 마음이긴 했지만요.(웃음) 한국에서 성소수자들이 힘든 삶을 살고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 롤모델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분들이 타국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이니까요. 그런 거창한 생각은 영화 찍을 때 했고요, 지금은 작은 위안이라도 얻어 가실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런 소재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들, 안 좋아하실 분들도 당연히 있겠죠. 그런 분들을 만나면 성경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참 많거든요? 그런데 두 분도 교인이세요.(웃음) 같은 교인 중에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죠. 성경에 ‘죄인이 아닌 사람만 돌을 던지라’고 하셨는데,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