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새론 [카카오TV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2%2F17297_204481_3934.jpg&w=2560&q=75)
배우 김새론이 25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며 연예인을 겨냥한 악성 댓글, 이른바 '악플'과 언론의 자극적 보도 문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연예계에서는 연이어 비슷한 비극이 발생할 때마다 고인을 애도하며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스타들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비난 여론이 고개를 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악플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20년부터 주요 포털 사이트는 연예뉴스 댓글을 폐쇄했으며, 연예기획사들도 강경한 법적 대응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익명성을 바탕으로 감정을 배출하는 일부 네티즌뿐 아니라,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선정적인 내용을 담은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사의 태도 또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는 개인의 정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우 김새론은 2022년 음주운전 사고로 비난의 중심에 서며 3년간 활동을 중단했다. 그녀는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에서 하차했고, 연극 무대로 복귀를 시도했지만 대중의 싸늘한 시선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마저도 '음주운전'이라는 낙인과 함께 기사화되었으며, 생계를 위해 카페에서 일하는 모습까지 조롱 섞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배우 이선균 [CJ엔터테인먼트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2%2F17297_204482_4034.jpg&w=2560&q=75)
배우 이선균도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당시 그의 피의 사실은 물론이고 사생활까지 무분별하게 언론과 인터넷 상에서 공개됐다. '사이버 렉카'라는 유튜브 채널들은 그의 사적인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다뤘고, 기성 언론조차 사적인 녹취 내용을 보도하며 윤리적 논란을 빚었다. 온라인 상에서는 인격 모독에 가까운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와 같은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가수 설리(본명 최진리)와 구하라가 잇달아 세상을 떠날 때에도 악플 문제는 심각하게 제기됐다. 설리는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일상 사진과 영상을 공유했으나, 이는 성희롱성 댓글과 모욕적인 표현으로 돌아왔다. 그녀를 향한 관심은 때때로 지나치게 집요했고, 그 부담을 감내해야 했다.
구하라 역시 전 연인으로부터 협박당해 긴 법정 공방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누리꾼들의 성희롱 섞인 댓글에 시달렸고, 생전 이에 대한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악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국내 포털 사이트는 2020년 연예 기사에 대한 댓글 서비스를 폐쇄했다. 이는 악성 댓글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악플은 다른 플랫폼으로 자리를 옮겨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그 대표적인 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악플의 심리적 배경에 대해 "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사람들은 연예인을 자신의 감정을 배출하는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특히 유명인이 실수를 저지를 때 이를 통해 위안을 얻거나 자신들만의 소속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또한 악플이 상대방에게 끼치는 피해에 대해 경고하며, 성숙한 온라인 문화를 위한 개인의 자제와 절제를 강조했다. 그는 "(악플은) 상대방에게 엄청난 폭력이며, 자신과 무관한 사안에 대해 과격한 언행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제도적인 개선 방안으로 "악성 댓글 작성자의 실명 공개 및 플랫폼에서의 퇴출 같은 강력한 제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연예인의 사건·사고에 대해 유독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이를 공공연히 비판한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부원장은 이에 대해 "연예인의 인기는 상황 변화에 따라 쉽게 깨질 수 있는 성질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론이 밀면 밀리고, 바로 사과하거나 자숙하는 경우가 많아 뉴스 소비자들이 이를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언론 역시 연예인을 다루는 방식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극적인 영상이나 사소한 일상까지 세세히 다루는 보도가 악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박영흠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정치인에게는 비교적 관대한 반면, 연예인에게는 과도하게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는 문화가 존재한다"며 이 같은 현상이 언론을 통해 확대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언론과 누리꾼이 상호작용하며 이러한 비난의 강도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소규모 미디어와 주요 언론사들 모두 조회수를 목표로 선정적인 기사 작성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박 교수는 "비난과 공격으로 클릭 수를 증가시키려는 방식은 결국 수익 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연예인에게 기회를 주려 하지 않는다"며 제목부터 덜 자극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연예계가 악성 댓글 및 유해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강화하며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중의 사랑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들이 악플을 감내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이를 단호히 거부하는 태도로 전환되었다.
방탄소년단(BTS)과 세븐틴이 소속된 하이브는 주기적으로 악성 게시물 작성자를 고소하고, 그 진행 상황을 팬 커뮤니티 위버스를 통해 공개해왔다. 빅히트뮤직(하이브 산하 레이블)에 따르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여러 피고인이 최대 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며, 블로그를 통해 수백 건의 모욕·명예훼손 게시글을 작성한 이는 500만 원의 벌금을 확정받았다.
SM엔터테인먼트 역시 NCT와 에스파 등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2023년 '광야119'라는 온라인 신고 센터를 개설하며 적극적으로 대응 중이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뿐 아니라 이른바 '사이버 렉카'라 불리는 특정 유튜브 채널 등을 대상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아이브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멤버 장원영에 대한 허위 루머를 퍼뜨린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 운영자를 고소한 사건이 있다. 뒤이어 강다니엘 및 방탄소년단 뷔와 정국도 같은 채널 운영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각각 수천만 원 상당의 배상 판결을 이끌어냈다.
가요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송 비용 부담으로 인해 기획사가 법적 대응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최근 연예인이 악성 댓글로 인한 충격 때문에 공황 장애와 활동 중단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악성 댓글은 당사자는 물론 스태프들에게도 심각한 정신적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