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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라 오랜 덕후들이여! 지금도 명작이라 불리는 것들의 리메이크를 보라

성찬얼기자

요즘은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곤 한다. 이제 추억에 묻혔다고 기억되는 콘텐츠들이 갑자기 부활의 신호탄을 쏘며 돌아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마저 오리지널보다 속편에 치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인기 있는 작품을 재소환하는 건 기대 이상의 보상 값을 가져오곤 한다. 최근 리메이크 한/할 작품들도 든든한 팬덤에 힘입어 화제성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옛날부터 덕질 좀 했다 하는 사람들의 심장을 뛰게 한 리메이크 소식 몇 가지를 살펴보자.


원피스 -> 더 원피스

「원피스」
「원피스」

 

연재 25주년 돌파, 연재 1000회 돌파, 애니메이션도 1000회 돌파, 극장판 애니메이션 15편 보유. 이 어마무시한 기록의 주인공이자 일본의 대표 만화 「원피스」. 이 원피스가 리메이크된다. 완결도 안됐는데 리메이크? 그리 생각할 수 있는데 이번 리메이크의 대상은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 <원피스>는 1999년 10월 첫 방영을 시작했다(현지 기준). 벌써 26년 전 애니메이션이니 뒤늦게 <원피스> 열풍에 합류하려는 사람에겐 화면비부터 16:9가 아닌 4:3인 옛날 애니메이션 감성을 보는 것부터 진입장벽일 것이다.

 

애니메이션 〈원피스〉 (출처=라프텔)
애니메이션 〈원피스〉 (출처=라프텔)

 

그래서인지 2023년 8월 <원피스> 실사 드라마를 공개한 넷플릭스는 그해 12월, 파격적인 소식을 하나 전했다. 바로 <원피스>를 1화부터 리메이크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방영 중인 일본산 애니메이션 <원피스>와 구별하기 위해 <더 원피스>라고 명명한 이 애니메이션은 <진격의 거인>(~3기), <스파이 패밀리> 등을 제작한 위트 스튜디오(WIT STUDIO)가 전담한다.

 

새로운 애니메이션 〈더 원피스〉 (출처=넷플릭스)
새로운 애니메이션 〈더 원피스〉 (출처=넷플릭스)

 

2023년 제작 발표 후 현재까지, 언제 공개할지조차 미공개인데 그래도 그간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이번 애니메이션은 <원피스>의 전개보다 스피디할 것으로 보인다. <원피스>는 원작의 연재 과정에서 방영한 애니메이션으로, 원작의 연재 속도를 맞추기 위해 오리지널 에피소드나 기존 전개를 좀 더 장황하게 풀곤 했다(이는 연재 중인 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이 자주 겪는 일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시청하는 팬들조차 몇몇 구간은 건너뛸 것을 추천할 정도인데, <더 원피스>는 그런 부분을 축약할 것으로 보인다.

 

 〈더 원피스〉 아트
 〈더 원피스〉 아트

 

또 <더 원피스>는 배경을 CG로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CG 공간에 인물만 작화를 그리는 방식인데, 위트 스튜디오가 과거 그런 방식으로 작업한 <진격의 거인>을 보면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공간감과 애니메이션만의 빠른 속도감을 모두 잡는 액션 시퀀스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현재 어느 정도 분량으로 기획 중이며(제작진은 완결까지 하고 싶다고 밝혔다) 언제 방영될지 전혀 공개된 것이 없어 더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란마 1/2 -> 란마1/2

 

「란마 1/2」
「란마 1/2」

 

걸출한 작가가 즐비한 일본 만화계에서도 한국 팬들이 ‘여사님’이라 부르며 칭송하는 작가가 있다. 「시끌별 녀석들」, 「메종일각」, 「이누야샤」를 집필한 타카하시 루미코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세련된 설정으로 작품마다 엄청난 인기를 모았는데, 특히 러브 코미디는 지금까지도 타카하시 루미코의 영향력을 받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루미코의 주특기이다. 그런 그의 장기가 가장 발휘된 작품은 「란마 1/2」. 스토리는 아버지들의 약속으로 얼떨결에 정략결혼을 하게 된 소년소녀의 러브 코미디인데, 딱 한 가지 설정을 더해 반향을 불러왔다. 바로 주인공 란마가 (무술을 연마한 건강한 소년임에도) 기묘한 신성을 띤 ‘낭익천’에 빠진 후 찬물을 뒤집어쓰면 여자아이가 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더한 것. 여타 만화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설정은 일본을 넘어 전 세계의 히트작으로 자리매김하는 원동력이 됐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행했던 바 있다. 1990년대 초, 일본 문화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던 시절 비디오테이프와 TV 방영으로 수입됐는데 당시 신문 기사로도 그 인기가 보도됐으니 그 반향을 가늠할 수 있겠다. 그 시절을 지나왔다면 “야빠빠, 야빠빠”라고 첫 운만 떼도 오프닝 노래를 중얼거릴 수 있을 정도.

 

첫 애니메이션 〈란마 1/2〉(위)과 리메이크 애니메이션 〈란마1/2〉
첫 애니메이션 〈란마 1/2〉(위)과 리메이크 애니메이션 〈란마1/2〉

 

원작은 1996년, 애니메이션은 1992년 막을 내린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의 만화’ 정도로 남아있던 「란마 1/2」은 2024년 갑작스럽게 애니메이션 리메이크를 발표하며 부활을 선언했다. 루미코의 데뷔작이자 대표작 「시끌별 대모험」의 애니메이션 리메이크판이 방영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발표 이후 같은 해 10월에 방영을 시작하며 제작 발표 시점에서 이미 완성된 수준이었음이 알려졌다. 방영 전엔 원작의 성별에 관한 고정관념, 다소 직접적인 노출이나 스킨십 장면 등이 과연 현대에 먹힐 수 있을 것인가 기우가 있었는데, <시끌별 대모험> 리메이크를 성공시킨 제작진은 <란마 1/2> 리메이크 또한 현대에 걸맞은 감성으로 조정하고 트렌디한 색감을 활용해 다시 한번 ‘란마 신드롬’을 이끌었다. 2024년 12월 종영한 <란마1/2>은 곧바로 시즌 2 제작에 착수해 현재 열심히 제작 중이다.


환상수호전 2 -> ?

 

이 제목을 듣고 기쁘거나 반갑다는 마음이 든다면, 꽤 열성적인 게이머일 가능성이 높다. ‘환상수호전’은 코나미그룹에서 발매한 RPG 게임 타이틀이자 시리즈의 이름이다. 중국 4대 소설 중 하나로 유명한 「수호전」(시암중)을 재해석한 시리즈인데, 영웅호걸 108명이 등장하는 원작처럼 수많은 캐릭터를 데리고 부패한 국가 권력에 대항하는 서사를 내세웠다. 동양 고전과 서구식 판타지를 융합한 1편의 성공으로 시리즈는 (외전 등을 포함해) 총 11편의 타이틀로 이어졌다. 정식 넘버링 시리즈는 2006년 ‘환상수호전 5’로, 시리즈 전체는 2012년 ‘환상수호전: 이어지는 백년의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게임 ‘환상수호전’
게임 ‘환상수호전’

 

직설적으로 말하면 ‘실패 가능성이 큰 오리지널’ 대신 ‘이미 인기 많은 시리즈 이어가기’ 풍토는 게임계도 비슷한데, 과거 발매한 게임을 리메이크(현 기술력에 맞게 다시 만드는 것)가 아닌 리마스터(현 기기에서 돌아가도록 개량하는 것)로 ‘재탕’하는 경우가 잦다. ‘환상수호전’도 그 시류에 올라타려는지, 1995년 발매한 1편과 1998년 발매한 2편을 엮은 리마스터판을 2025년 3월 발매했다. 다만 이 쏟아지는 구작 관련 게임들 사이에서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는데, 바로 ‘환상수호전’ 시리즈 최초의 애니메이션화를 함께 발표한 것이다. 팬들도 이 갑작스러운 소식에 환호하면서 동시에 ‘왜 지금 와서’라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애니메이션 〈환상수호전〉 티저
애니메이션 〈환상수호전〉 티저

 

애니메이션 <환상수호전>은 딱 하나의 티저 이미지만 공개하며 ‘환상수호전 2’를 애니메이션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환상수호전> 애니메이션은 <하코즈메 ~파출소 여자들의 역습~>을 연출하고 20년 넘게 다양한 작품에서 콘티 작가로 활동하는 사토 유조가 연출을 맡았다. 제작은 코나미그룹의 코나미 애니메이션이 담당하고 TV에서 방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발매한 1,2편 리메이크 ‘환상수호전 I&II HD 리마스터’. 아래가 애니메이션화 중인 2편 이미지
최근 발매한 1,2편 리메이크 ‘환상수호전 I&II HD 리마스터’. 아래가 애니메이션화 중인 2편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