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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 세두부터 마동석까지, 영화인 인맥 싹 다 모아 써먹는 성덕

성찬얼기자

덕질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볼 만한 상상. 내가 유명하고 부자라면 이 사람들 다 나오는 작품 하나 해야지. 그런데 게임계엔 이 상상을 실현 중인 사람이 있다. 특이하게도 '게임'개발자이면서 수상하리만큼 영화감독과 배우를 자주 채용하는 이 남자는 한국에서 박찬욱의 절친으로도 유명한 코지마 히데오다. ‘메탈 기어’ 시리즈와 ‘데스 스트랜딩’의 디렉터인 그는 게임 개발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유명 배우나 영화감독을 캐스팅해 게임 캐릭터로 출연시키며 성덕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번 신작 ‘데스 스트랜딩 2: 온 더 비치’에서 출연을 예고한 의외의 인물처럼, 그와 함께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한 영화인들을 모았다.

 

마가렛 퀄리

마마
마마
마가렛 퀄리(왼)와 코지마 히데오
마가렛 퀄리(왼)와 코지마 히데오

<서브스턴스>가 2024년 영화계를 휩쓸면서 마가렛 퀄리의 인지도가 높아진 요즘, 이보다 일찌감치 그의 잠재력을 알아본 사람이 코지마 히데오다. 2019년 발매한 ‘데스 스트랜딩’에서 마가렛 퀄리는 꽤 비중있는 조연 캐릭터 마마로 출연했다. 모델만 빌려준 것이 아니라 극중 컷씬(게임의 영상 시퀀스) 속 연기도 모두 소화했다. 꽤 터프한 모습의 남성 배우들이 주연인 ‘데스 스트랜딩’에서 알이 큰 안경을 쓰고 ‘공대 여신’ 분위기를 풍기는 마마는 단연 눈에 띄었고, 이를 통해 배우 마가렛 퀄리를 알게 된 플레이어도 적지 않았다.

 

노만 리더스

노만 리더스(왼)와 샘 포터 브리지스
노만 리더스(왼)와 샘 포터 브리지스

<워킹 데드>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노만 리더스는 게이머들에게 ‘데스 스트랜딩’의 주인공으로 더 친숙하다. 그가 맡은 샘이 플레이어의 분신이기에 노만 리더스의 팬이라면 샘을 보기 위해 ‘데스 스트랜딩’을 플레이해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멸망한 문명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미국의 동부와 서부를 이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그래서 게임 내내 사방팔방 돌아다니는 고된 일을 한다. 게임 플레이 도중 온갖 독특한 표정이나 행동을 취할 수 있는데, 이것도 모두 노만 리더스가 직접 연기했다(메이킹 필름에서 볼 수 있다). 참고로 노만 리더스를 코지마 히데오와 연결해준 영화감독은 본인도 게임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기예르모 델 토로

데드맨
데드맨
페이셜 캡쳐 중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페이셜 캡쳐 중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노만 리더스와 코지마 히데오를 이어준 감독은 다름아닌 기예르모 델 토로다. <판의 미로>, <헬보이> 시리즈를 연출한 그는 코지마 히데오와 호러게임 ‘사일런트 힐즈 P.T.’를 함께 제작할 정도로 돈독한 파트너다. ‘사일런트 힐즈 P.T.’가 어른의 사정으로 개발 취소되고 ‘데스 스트랜딩’ 개발에 들어갈 때, 델 토로는 노만 리더스에서 연락해 코지마 히데오에게 연락오면 꼭 승락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겜돌이’가 아니라 히데오를 몰랐던 리더스는 델 토로의 말만 믿고 히데오와 미팅을 가졌다. 델 토로는 게임 개발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대신 페이스 모델(실존 인물을 3D 스캔해 캐릭터의 모델로 사용하는 것)로 참여했다. ‘데스 스트랜딩’ 예고편에서 기예르모 델 토로가 깜짝 등장했을 때의 반응은 반가우면서도 ‘형이 왜 거기서 나와?’. 다만 모델링만 빌려줬을 뿐, 실제 연기는 성우 제시 코티가 연기했다.

 

조지 밀러

타르맨
타르맨
코지마 히데오(왼)와 조지 밀러 감독
코지마 히데오(왼)와 조지 밀러 감독

2편에선 델 토로보다 더 파격적인 영화감독의 출연이 예고됐다. <매드 맥스> 시리즈의 창시자 조지 밀러 감독이다. 다큐멘터리를 제외하면 카메오로조차 작품에 얼굴을 비춘 적 없는 조지 밀러는 ‘데스 스트랜딩 2: 온 더 비치’에서 타르맨이란 캐릭터에 얼굴을 빌려줬다. 델 토로와 마찬가지로 연기는 다른 성우에게 맡겼지만, 이 노장 감독의 얼굴을 게임에서 볼 수 있다는 것부터 흥미를 일으킨다. 코지마 히데오는 영화덕후답게 조지 밀러가 의사 출신인 걸 반영해 타르맨 또한 군의관 출신으로 설정했다. 게임 발매 전이라 비중이 얼마나 될진 알수 없지만, 주인공 샘의 동료이니 그의 얼굴을 적잖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매즈 미켈슨 / 레아 세두 / 엘 패닝

클리프(왼)와 매즈 미켈슨
클리프(왼)와 매즈 미켈슨
생일이 되면 매즈 미켈슨이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낸다
생일이 되면 매즈 미켈슨이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낸다
프래자일(왼)과 모션 캡쳐 준지 중인 레아 세두
프래자일(왼)과 모션 캡쳐 준지 중인 레아 세두

코지마 히데오의 게임에서 얼굴을 비춘 주연급 배우들 삼인방을 한 번에 소개한다. 매즈 미켈슨은 1편에서 클리프로 등장했는데, 극중 밀리터리 복장을 입은 모습이 섹시(!)한 면모를 보여주며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게임에서 생일을 정하면 그날 클리프가 생일 축하 인사를 전하는 장면이 나오고, 매즈 미켈슨에게 생일 축하를 받고자 자신의 생일로 입력했다는 후기가 꽤 있었다. 2편까지 함께 한 배우는 레아 세두. 프래자일 역을 맡은 그는 특유의 모호한 분위기로 ‘데스 스트랜딩’의 기묘한 세계관을 한층 더 확장했다. 1편에 이어 속편에서도 같은 캐릭터로 출연하는데, 팬들은 전작의 서사가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반면 새로 합류한 배우로는 엘 패닝이 가장 눈에 띈다. 지금까지 공개한 정보로는 악역쪽 인물 같지만, 코지마 히데오 본인이 ‘미스테리한 인물’이라고 서술한 만큼 어떤 인물일지 좀 더 궁금해진다.

투모로우(왼), 3D 모션 캡쳐 작업 전 엘 패닝
투모로우(왼), 3D 모션 캡쳐 작업 전 엘 패닝

 

니콜라스 윈딩 레픈 / 파티흐 아킨

하트맨. 극중 ‘따봉’ 하는 장면이 유명하다.
하트맨. 극중 ‘따봉’ 하는 장면이 유명하다.
하트맨. 극중 ‘따봉’ 하는 장면이 유명하다.
하트맨. 극중 ‘따봉’ 하는 장면이 유명하다.
니콜라스 윈딩 레픈(왼)과 코지마 히데오
니콜라스 윈딩 레픈(왼)과 코지마 히데오

영화감독 중 페이셜 모델로 참여한 사람은 두 명 더 있다. <드라이브>, <네온 데몬> 등 스타일리시한 영상미로 유명한 니콜라스 윈딩 레픈은 ‘하트맨’이란 캐릭터로 얼굴을 빌려줬다. 어딘가 성실해보이면서도 은은하게 눈빛이 돌아있는 그의 모습이 죽은 가족을 찾고자 하루에 한 번씩 심장을 멈추는 하트맨의 광기 어린 사랑을 그대로 보여준다. 2편에선 독일 영화감독 파티흐 아킨이 인형(!) 돌맨으로 변신한다. 목각인형으로 짙은 눈썹과 깊은 눈두덩이, 하관 전체를 덮은 수염자국에서 아킨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파티흐 아킨과 코지마 히데오는 서로의 신작을 리뷰할 정도로 친한 사이인데, 인형으로 친구의 얼굴을 빌리는 개발자나 그걸 흔쾌히 응하는 영화감독이나 참 범상치 않다.

돌맨(왼)과 페이셜 모델 파티흐 아킨
돌맨(왼)과 페이셜 모델 파티흐 아킨

 

마동석

‘데스 스트랜딩 2: 온 더 비치’ 예고편의 마동석
‘데스 스트랜딩 2: 온 더 비치’ 예고편의 마동석

마무리는 한국 게이머, 게이머가 아니어도 한국인이라면 기대할 만한 소식. 마동석 또한 코지마 히데오의 ‘보석함’에 들어간다. ‘데스 스트랜딩 2: 온 더 비치’ 예고편에서 잠시 얼굴을 비췄는데, 이후 소식에 따르면 이번 작품에선 카메오로 출연하고 두 사람의 진정한 협업은 다음 작품에서 이어진다고 한다. 마동석이라면 당연히 액션 장르에 적합한데, 코지마 히데오가 개발한 게임 중 잠입 액션은 있어도 정통 액션 게임은 또 없어서 어떤 식으로 마동석의 캐릭터성을 게임에 녹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마동석(왼)과 코지마 히데오
마동석(왼)과 코지마 히데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