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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블록버스터 〈쉬리〉, 속편 제작될 수 있을까?

데일리뉴스팀
강제규 감독 [CJ ENM 제공]
강제규 감독 [CJ ENM 제공]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영화 〈쉬리〉의 속편이 제작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강제규 감독은 18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재개봉 기념 관객과의 대화에서 속편 제작을 위한 시나리오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쉬리〉가 일본에서 특히 성공을 거두면서 아직도 속편 제작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한 강 감독은 "〈탑건〉은 30년이 지나서도 속편이 나왔다"면서 "어떻게 하면 관객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를) 2년째 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쉬리〉 재개봉은 1999년 정식 개봉 이후 26년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디지털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관객들이 깨끗한 화질로 감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강 감독은 "그동안 깊은 지하 심연에 숨어 있었던 영화"라며 "집 나간 자식을 찾은 기분이라 너무 기쁘고 반갑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쉬리〉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영화 〈쉬리〉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쉬리〉는 국가 일급비밀정보기관 특수요원들이 북한군 대장, 남파 간첩, 내부 첩자와 벌이는 첩보전을 그린 작품이다. 한석규, 최민식, 김윤진, 송강호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출연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제작비를 투입해 대규모 총기 액션과 서울 잠실주경기장 로케이션 촬영 등 전례 없는 시도를 감행했다. 이러한 혁신적 접근으로 "한국 영화계는 〈쉬리〉 전과 후로 나뉜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쉬리〉는 약 6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개봉 당시 기준 역대 최고 흥행 한국 영화로 기록됐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1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일본에서는 지난해 재개봉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영화 〈쉬리〉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영화 〈쉬리〉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하지만 그간 지식재산권(IP) 관리 부실로 IPTV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도 접하기 어려웠던 작품이 CJ ENM의 IP 활용 대행으로 다시 관객과 만나게 됐다.

〈쉬리〉는 당시 삼성전자의 영상산업 진출을 위해 설립된 삼성영상사업단이 22억원을 투자한 작품이다. 이는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제작비 20억원을 넘긴 프로젝트였다.

강제규 감독은 "원래라면 50억원은 족히 들었을 작품이었지만 삼성전자 공장, 삼성플라자, 삼성SDS 사무실 등 삼성의 각종 인프라를 활용해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주변에서 〈쉬리〉를 재개봉한다고 하니 영화 속 헬기에 새겨진 삼성 로고를 못 지우냐고 묻더라"며 "오늘도 영화를 보는데 낯이 뜨거웠다"고 웃으며 말했다.

강 감독은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인 잠실주경기장 촬영 과정에서 지금이라면 있을 수 없는 '도둑 촬영'을 감행했다고 고백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촬영 허가를 해주질 않았어요. 그래서 아는 KBS 기자한테 부탁해서 KBS 스티커를 얻어다가 카메라에 붙이고 (취재하러 온 것 처럼) 경기장에 들어갔지요," 라고 강 감독은 회상했다. "한석규 씨하고 저는 화장실에 몰래 숨어 있다가 나왔고요. 마치 007 작전 같았어요. 거짓말 같은 현실이었지요."

영화 〈쉬리〉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영화 〈쉬리〉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쉬리〉는 스케일과 장르적 성취를 통해 한국 영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또한 남북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로맨스와 우정을 절묘하게 결합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강 감독은 〈쉬리〉의 전작인 〈은행나무 침대〉(1996) 시나리오 작업 중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유학생들과의 만남이 영화 구상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알던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비로소 북한을 이해하게 됐다"고 강 감독은 회상했다. 그는 "우리와 똑같이 잘 살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은 동포이고 국민이더라고요"라며 당시 만난 북한 친구들을 통해 들은 사랑 이야기를 영화화하려 했다고 전했다. 그러다 "종합선물 세트 같은 장르 영화로 만들어야 변별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판단에 방향을 전환했다고 감독은 설명했다.

〈쉬리〉의 흥행 성공은 이후 한국 영화계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영화에 출연한 조연과 단역 배우들의 면면도 주목할 만하다. 주인공 유중원(한석규)의 친구이자 동료 이장길 역을 맡은 송강호는 조연으로, 황정민, 김수로, 장현성, 이종혁 등이 단역으로 출연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장길 역이 처음에는 차인표에게 제안됐다가 거절당한 후 송강호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이다. 당시 송강호는 〈넘버 3〉에서 코믹 캐릭터로 연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가던 시기였다.

강 감독은 송강호의 캐스팅에 대해 "〈넘버 3〉를 보며 대한민국에 어떻게 이런 배우가 있는지 충격을 받았다. 엄청난 서프라이즈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송강호 씨의 리얼리티 있는 연기가 앞으로 대세가 될 거라 생각해 캐스팅했다"고 당시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