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보이그룹 플레이브 [블래스트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3%2F17874_205480_349.jpg&w=2560&q=75)
'K팝 비주류'로 여겨지던 가상(버추얼) 아이돌들이 정상급 아이돌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앨범 판매량 100만장 돌파와 대형 공연장 입성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어가며 K팝 시장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제작사 패러블엔터테인먼트는 23일 가상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이 오는 5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오프라인 행사 '이세계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가상 아이돌 역사상 최초로 고척스카이돔에서 공연하는 사례다.
K팝 걸그룹 전체를 통틀어도 고척스카이돔 입성은 2023년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이후 두 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계 아이돌'은 인터넷 방송인 '우왁굳'이 2021년 결성한 6인조 걸그룹이다. 실제 퍼포머가 노래와 안무를 소화하면 2차원(2D) 캐릭터가 이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멤버들은 가수이자 버튜버(가상 유튜버)로 활동하며 탄탄한 팬덤을 구축해왔다.
이들은 지금까지 3장의 싱글과 다수의 커버곡을 발표했으며, 2023년에는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첫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 '이세계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국내 최대 규모 실내 공연장인 고척스카이돔으로 무대를 확장하게 됐다.
![이세계아이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3%2F17874_205481_422.jpg&w=2560&q=75)
김영민 패러블엔터테인먼트 본부장은 "버추얼 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한 화려한 무대 구성은 물론, 최신 기술을 접목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공연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5인조 가상 보이그룹 플레이브는 K팝 산업의 공식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음악과 강력한 팬덤을 바탕으로 가상 아이돌 시장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월 발매된 미니앨범 '칼리고 파트.1'(Caligo Pt.1)은 한터차트 기준 발매 첫 주 103만여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랐다.
해당 앨범의 타이틀곡 '대시'(Dash)는 국내 주요 음원 플랫폼 멜론의 '톱 100' 차트 정상에 오른 데 이어,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 195위로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발매 첫 주 밀리언 셀러 달성 기록과 빌보드 글로벌 차트 진입 모두 가상 아이돌 최초의 기록으로 남았다.
2023년에 데뷔한 플레이브는 청량한 팝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음악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라이브 방송을 통한 적극적인 팬 소통으로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가상 아이돌은 음악 콘텐츠뿐 아니라 예능, 실시간 콘텐츠의 생산·소비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댓글을 달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는 점이 SNS와 닮아있어서 가상 아이돌의 낯선 면은 희석하고 재밌는 콘텐츠로 받아들이게 하는 작용을 한다"고 덧붙였다.
![걸그룹 에스파와 무대 오른 가상 아티스트 나이비스(가운데) [SM엔터테인먼트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3%2F17874_205482_512.jpg&w=2560&q=75)
가상 아이돌의 인기가 지속되면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이들의 활동 영역이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첫 가상 아티스트 나이비스는 '서울디자인 2024' 공식 홍보대사로 발탁되며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나이비스는 최근 에스파의 단독 콘서트에서 신곡 '센서티브'(Sensitive) 무대를 선보였다.
패러블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월 인기 가상 그룹 이세계 아이돌의 성공을 발판으로 새로운 가상 걸그룹 아이리제를 데뷔시켰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7인조 가상 보이그룹 스킨즈와 4인조 가상 걸그룹 아이시아 등도 올해 안에 데뷔를 앞두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가상 아이돌이 서브컬처에서 주류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있다고 분석한다. 제작사들은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웹툰, 웹소설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대중과의 친밀감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TV보다는 극장, 유튜브 플랫폼을 활용하는 등 기존 공식과 다른 접근법을 찾고 있다"며 "아이리제는 뮤직비디오를 줄거리가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연출하는 등 음악과 함께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플레이브 오프라인 콘서트 사진 [블래스트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3%2F17874_205483_544.jpg&w=2560&q=75)
그러나 가상 아이돌에 대한 대중의 낯선 시선을 극복하는 것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가상 아이돌만의 강점인 소통 능력을 더욱 특화해 대중과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상 아이돌은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보다는 상호 소통을 강화하는 기술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콘서트에서 대중들과 호흡하는 모습도 보여주는 만큼 기존 강점인 소통을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