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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에밀리아 페레즈〉 자크 오디아르 감독과의 단독 화상 인터뷰

카를로 소피아 가스콘의 과거 발언 논란, 멕시코 묘사에 대한 문제 등에 대해 진솔한 답변을 들려줬다.

주성철편집장
씨네플레이 유튜브에서 진행한 자크 오디아르 감독과의 인터뷰
씨네플레이 유튜브에서 진행한 자크 오디아르 감독과의 인터뷰

 

<에밀리아 페레즈>의 자크 오디아르 감독과 단독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당초 한국을 찾을 예정이었던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그 계획이 무산되면서, 많은 한국 영화 팬들에게 사과 인사부터 전했다. ‘귀를 기울이다’라는 뜻을 가진 보리스 라종의 원작 소설 「에쿠트」(Ecoute)에서 출발한 <에밀리아 페레즈>는 성전환 수술을 받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마약상(카를로 소피아 가스콘)의 이야기를 그린다.

조 샐다나
조 샐다나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에밀리아 페레즈>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조 샐다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조 샐다나가 부른 노래 ‘El Mal’(악)는 주제가상도 수상했다. 스페인, 포르투갈 및 중남미 국가에서 제작되는 일일 연속극인 ‘텔레노벨라’(Telenovela) 장르로부터 깊게 영향받은 이 작품은 실제로 이 장르를 가장 폭넓게 소비하는 국가 중 하나인 멕시코를 배경으로 스페인어로 제작됐다. 가족관계 안에서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일들도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장르, 이른바 한국의 ‘막장 드라마’와도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카를로 소피아 가스콘
카를로 소피아 가스콘

 

실제 트랜스젠더이기도 한 카를로 소피아 가스콘은 아카데미 시상식 이전에 과거의 발언 등으로 인해 여러 논란이 있었다. 멕시코 묘사에 대한 지적들도 있었다. 화상 인터뷰로 만난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이에 대해 비켜가지 않고 진솔한 답변을 들려줬다. 그와의 대화를 옮긴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과의 화상 인터뷰(씨네플레이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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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튜브 캡처
씨네플레이 유튜브 캡처

 

이번 한국 방문이 어렵게 되어 감독님의 많은 팬들이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먼저 한국 팬들을 향한 인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가고 싶었는데요. 건강상의 문제로 이동을 자제해야 되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자크 오디아르 감독님이 <에밀리아 페레즈>라는 영화로 뮤지컬 장르에 도전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일단 놀랐습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감독님께서 영화감독으로서 끊임없이 무언가에 도전하신다는 게 반가웠는데요, 그래서 혹시 감독님이 원래 뮤지컬 장르를 좋아하셨는지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프랑스라고 하면 자끄 드미의 <쉘부르의 우산>(1964)과 <로슈포르의 숙녀들>(1967) 같은 걸작 뮤지컬 영화들이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레 미제라블> <물랑 루즈> 같은 뮤지컬 영화들의 배경이 모두 프랑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혹시 감독님이 오래 전부터 뮤지컬 영화를 꿈꿨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일단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자크 드미 감독님을 언급을 해주셔서 기쁘네요. 오래 전부터 자크 드미 감독님의 영화를 보고 굉장히 강한 인상을 받았어요. 물론 뮤지컬에 대한 지식이 있는 상태는 아닙니다. 오히려 예전부터 오페라를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그래서 아주 짧게 오페라를 쓰고 음악감독과 함께 어떤 인물에 대해서도 구상을 하다가, 뮤지컬로 대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동안 써온 대사를 노래로 바꾸게 된 거죠.

 

<에밀리아 페레즈>는 성전환수술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려고 합니다. 어쩌면 감독님이 이번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마치 주인공처럼 ‘아무도 나를 모르는 어딘가에 가서 살고 싶다’는 바람 때문은 아니었나,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뭐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고 싶다’ 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시작한 건 아니었고요. 모국어인 프랑스가 아닌 다른 언어로, 저에게 친숙하지 않은 장르에 도전한 것 자체가 바로 그런 새로운 여행과 같았습니다.

그럼 혹시 에밀리아처럼 실제로 주변 인물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프랑스가 아닌 어딘가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싶으신 가요?

이런 질문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놀랍긴 한데요. (웃음) 제 자랑은 아닙니다만, 우선 많은 사람들이 제 영화를 보면 ‘서로 비슷한 영화가 없이 다르다’ 라고 해주시는데요. 영화를 중심에 두고 답변드리자면, 제가 항상 매번 서로 다른 영화를 찍을 때마다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고, 또 다른 누군가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사실 매번 새로운 지옥에 가는 것 같은 느낌이죠. (웃음) 그렇게 매번 각각의 영화 한 편 한 편이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입니다.

 

이번 작품은 멕시코를 묘사한 장면들이 비판받기도 했습니다. 혹시 그런 비판이 생기기 이전에 감독님 스스로 영화를 완성하고 난 다음, 혹시 이런 점들이 문제가 될 것 같다, 하고 먼저 고민하셨던 지점들이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게 일상에서 일어나는 비극적인 사건을 가지고, 노래라는 형식을 빌렸기 때문에, 그런 점으로 인하여 마음을 다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많은 비극적인 사건들이 보통 실종자 1만 6천 명, 살해된 여성 3천 명, 그런 식으로 숫자로만 표현되는데, 그걸 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점들로 인해 상처를 입으신 분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스페인어 사용에 대한 지적도 꽤 있었습니다. 감독님은 2019년에 제이크 질렌홀과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을 <시스터스 브라더스>라는 첫 번째 영어 장편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때 다른 나라 언어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대한 매력을 좀 뒤늦게 느끼시지 않았나 하는 추측도 해봤습니다.

제가 이렇게 외국어로 영화를 찍는 것은 저 스스로의 도전같은 건데요. 가령 <예언자>(2010)도 아랍어를 차용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아랍어를 하진 않죠. <디판>(2015)도 타밀어를 사용하는데 역시 전혀 모르는 언어죠. 사실 제가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스페인어도 잘 모르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영화를 찍으면, 그 언어가 풍기는 음악성에 더욱 집중을 할 수 있어요. 프랑스어로 영화를 찍을 때는 문장 하나 하나, 그 문장들 사이의 쉼, 같은 것들에 세세하게 집착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요, <에밀리아 페레즈>처럼 다른 언어를 가지고 영화를 찍으면 그 언어의 음악적인 측면에 더욱더 집중할 수 있어요. 그래서 가끔씩 다른 나라 언어를 통해 영화를 찍는 그런 도전을 해왔던 게, 어쩌면 이번에 나를 뮤지컬 영화라는 곳으로 이끈 여정이 아니었을까, 내게 숙명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가령 저는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데,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웃음)

그럼 그 멋진 한국어로 “에밀리아 페레즈 막장 뮤지컬!”이라고 해주시면 안 될까요? (웃음)

에밀리아 페레즈 막상 무지컬, 잘 했나요? (웃음)

 

이번 영화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과거에 했던 발언들로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감독님 입장에서도 굉장히 난처하셨을 것 같습니다. 혹시 그런 논란들이 있고 난 다음에 배우와 만나 나눈 얘기도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네, 물론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굉장히 불만족스럽다, 그리고 그런 발언에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얘기했습니다. 그가 정확히 언제 그런 발언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가 그런 사람들에게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그게 또 이 영화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에서 “내 속엔 두 사람이 있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나는 도대체 누구일까”라고 노래했던 내용들이 오롯이 배우에게 적용됐다고 생각하는데요, 오히려 이런 논란을 통해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 속 에밀리아 페레즈와 현실의 카를로 소피아 가스콘을 같은 자리에 두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논란이 영화의 주제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기회를 주지 않았나, 라고도 생각됩니다.

저도 굉장히 안 좋은 논란이 있었지만, 그 논란을 통해서 좀 긍정적인 면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지금은 절대 그런 발언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편으로 저 자신도 돌아보게 됐습니다. 이런 허구의 픽션을 쓸 때, 현실 속의 배우가 영화 속의 인물과 결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인간관계에서 참 놀라운 점을 이번 계기로 다시 깨닫게 됐어요. 감독으로서 여러 배우들과 작업을 하다 보면 굉장히 내밀한 관계를 갖게 되고, 내가 그 사람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결국은 그 사람의 반도 모르고 그냥 피상적으로 알고 있다는 거죠. 이처럼 인간의 깊은 면을 다 안다는 게 참 힘들구나, 하는 걸 이번에 다시 또 깨달았죠. 제가 이번 영화를 찍는 이유 중의 하나가, 한 인물에 대해서 깊이 이해하고 파악하는 그런 욕구였습니다. 그런데 나조차도 간과한 측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것, 그게 굉장히 놀라운 것 같습니다.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칸영화제에서 감독님은 <에밀리아 페레즈>를 ‘구원’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셨습니다. 그건 감독님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리고 그걸 이야기하는 방식은 종종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문제와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가령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2005)의 주인공 ‘토마’는 범죄세계에 한 발 걸치고 있는 부동산 브로커이면서 피아니스트라는 완전히 다른 두 세계의 경계 위에 있고, <예언자>의 ‘말리크’도 교도소 내에서 이것저것 배우고 성장하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고, <디판>의 주인공 ‘디판’도 실제로 디판이 아니고 디판이라는 사람의 신분증을 산 사람입니다. 이번 영화의 에밀리아도 그 연장선에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다른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애쓰고, 신분증을 사는 것을 넘어 아예 성전환수술을 감행합니다. 감독님이 추구해온 그 문제를 가장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케이스인데요. 그런 점에서 <에밀리아 페레즈>는 감독님의 이전 영화들과 많이 달라 보이지만, 그래도 결국 자크 오디아르 감독님다운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그처럼 자세하게 언급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말씀하신 대로 제 영화에서는 항상 새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첫번째 삶을 어떤 대가를 통해서 포기하고 두 번째 삶을 살아갈까, 그 두 번째 삶을 위해서 어떤 희생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가령 에밀리아 같은 경우는 자식이 되겠죠. 새로운 삶을 찾은 대신 그 대가로 아이들을 잃은 셈이죠. 거기서 또 다른 관심 주제는, 우리가 삶을 바꾸려는 그런 욕망을 가질 때 항상 목표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 영화의 주인공들이 그 다다르고자 하는 목표를 항상 정확히 맞추지 못합니다. 항상 5cm 정도 떨어진 옆을 맞추는 모습을 보실 수가 있어요.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같은 경우에는 주인공이 자기가 목표했던 것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그걸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묻습니다. 정확하게 타겟을 맞추지 못하고 그 옆을 맞췄지만 어쩌면 그게 그 사람의 진정한 자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시스터스 브라더스>로 첫 영어 장편 영화를 연출하셨고 다음 작품인 <파리, 13구>(2021)로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의 셀린 시아마 감독과 시나리오를 협업해 감독님의 기존 영화들과 정서적으로 굉장히 다른 로맨스 영화를 선보이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번 영화는 첫 번째 뮤지컬 영화였죠, 그래서 아직 이르긴 하지만 다음에는 어떤 도전을 보여주실까 궁금한데요, 이후 계획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솔직히 전혀 모르겠습니다. (웃음) <에밀리아 페레즈> 이후 다른 것을 구상하고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요. 그건 매번 같은 과정인데요, 현재는 내가 영화를 통해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고민 중입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서 엄청나게 충격적이고 위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영화가 어떤 형식으로 그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변화를 다룰 수 있을까. 바로 지금, 내가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찾는 과정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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