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라이카〉 공연 장면 [라이브러리컴퍼니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3%2F17891_205505_2933.jpg&w=2560&q=75)
1957년 11월 3일 모스크바의 거리는 소련 국기를 든 시민들의 환호로 가득 찼다.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으로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소련은 이번에는 최초로 생명체를 우주로 보내는 역사적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스푸트니크 2호에 탑승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탐사견 라이카였다.
지난 19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 창작 뮤지컬 〈라이카〉는 이 역사적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탐사견 라이카가 어느 행성에 불시착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냉전 시대 소련의 우주 개발 경쟁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공연은 구체적인 시공간을 제시하며 소련 국기를 든 앙상블의 등장으로 시작해 작품의 역사적 배경을 관객들에게 명확히 전달한다.
![뮤지컬 〈라이카〉 공연 장면 [라이브러리컴퍼니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3%2F17891_205506_3010.jpg&w=2560&q=75)
뮤지컬 〈라이카〉는 탐사견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이 다른 생명체를 대하는 태도를 예리하게 조명한다. 라이카는 위험한 우주 탐사에 인간 대신 투입된 존재다. 소련 시민들이 라이카에게 보내는 환호는 단지 마르크스·레닌 사상의 우수함을 전 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도구로서의 가치 때문이었다. 결국 라이카는 인간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당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작품은 인간의 행태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해 생텍쥐페리의 명작 「어린왕자」의 요소들을 차용했다. 라이카가 우주선을 타고 도착한 행성에는 어린왕자와 장미, 바오밥이 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어린왕자는 원작과 달리 인간을 혐오해 지구를 파괴하려는 외계인으로 재해석됐다. 어린왕자가 지구를 파괴하려는 과정에서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며, 관객들은 이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라이카의 감정 변화는 작품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처음에는 인간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사랑하던 라이카가 자신이 단지 소모품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의 선택이 작품의 주제 의식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뮤지컬 〈라이카〉 공연 장면 [라이브러리컴퍼니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3%2F17891_205507_3039.jpg&w=2560&q=75)
무대 연출에서는 「어린왕자」 속 캐릭터들을 활용한 창의적인 노래와 안무가 돋보인다. 앙상블 바오밥은 "바오밥"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내고, 캐스터네츠를 활용한 춤으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장미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내며 동화적 요소를 더한다. 특히 로케보트의 로봇 춤과 중독성 있는 노래는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또한 우주선 형태의 무대 장치와 스크린에 투사되는 우주 영상은 작품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조성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