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을 파는 놈과 그들을 잡는 놈 위에는 엮는 놈 ‘야당’이 있다. 영화 <야당>은 마약 수사의 뒷거래 현장에 실존하나 베일에 싸여 있는 존재 야당을 주요 소재로 다룬 범죄 액션 영화다. 4월 16일 개봉하는 이번 영화는 14년 만에 돌아온 황병국 감독이 전체 판을 설계하고,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 류경수, 채원빈 배우가 이 판을 끌어간다. 치밀한 조사가 엿보이는 리얼리티와 현실의 답답함을 그럴듯한 가상의 이야기로 대신 풀어주며 통쾌함을 선사하는 <야당>은 상반기 저조했던 한국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야당>의 후기와 함께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감독과 배우들의 말을 전한다.

누명을 쓰고 마약사범이 된 이강수(강하늘)는 검사 구관희(유해진)의 제안으로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이 된다. 관희로부터 감형을 약속받은 강수는 야당이 되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그의 욕망을 채워준다. 한편, 마약수사대의 ‘옥황상제’라 불리는 형사 오상재(박해준)는 마약범죄 소탕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차기 유력 대선후보 아들 조훈(류경수)이 벌린 마약판에 얽힌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마주한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선 이들

영화 <야당>의 소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야당은 마약판에서 수사기관의 실적을 채워주기 위해 브로커 역할을 수행하며 이익을 취하는 마약범을 뜻하는 은어다. <야당>은 한국 영화에서 다룬 적 없는 독특한 소재로 배후에서 마약판을 뒤흔드는 존재를 조명한다. 황병국 감독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선 이들의 복잡한 정체성”에 매료되어 <야당>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야당으로 활동했던 전직 브로커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영상과 음성을 배우들에게 공유하는 등 영화에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다소 수위 높은 장면들도 배치되어 있는 영화는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고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싶었다”는 감독의 제작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황병국 감독은 전작 <나의 결혼 원정기>에서 당시 주요 사회 현상으로 대두되었던 농촌의 무분별한 국제결혼의 현실을 장르적으로 유쾌하게 풀어낸 바 있다. 또 영화 <특수본>에서는 경찰 내부의 부패한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버디무비의 형식을 취한 범죄 스릴러 장르로 풀어내며 장르적 재미를 선사했다. 이번 영화 <야당>도 두 영화와의 접점을 지닌다. 최근 가장 큰 사회문제로 손꼽히는 마약판을 심도 있게 다루면서 마약판과 부정부패를 일삼는 바퀴벌레들로 가득한 정치판을 유비하며 주제를 선명하게 전달한다.
폭발하거나 머금는 에너지

야당 이강수는 마약판에 얽힌 모든 이들이 자신의 발아래에 있다는 듯이 자신만만해한다. 그는 선악의 경계에 위치해 있지만, 자신의 악행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반면 구관희는 겉으로 드러나는 젠틀함 속에 자신의 욕망과 악행을 숨기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대조적인 두 인물을 연기한 두 배우의 연기 방식도 정반대로 흘러간다. 강하늘은 그의 감정을 모조리 드러내고 에너지를 내뿜는다면, 유해진은 깊이 담금질한 감정을 그의 얼굴에 품고 있다. 유해진 배우는 구관희 역을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구관희는) 내면에 야망이 있는 사람인데, 극 전체적인 것을 봤을 때 많은 캐릭터가 활기차고 다양한 색을 갖고 있어서 저는 색을 좀 죽이면서도 내면의 야망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강하늘은 “제목부터 야당이다 보니 관객들이 이강수 캐릭터를 따라오셔야 하는데, 너무 악해 보이면 비호감 캐릭터가 될 것 같고, 그렇다고 또 이 인물이 하는 행동을 정당화하면서 선하게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 중간을 맞추는 것에 대해 감독님과 가장 많이 상의했다”고 전했다.

<야당>은 타격감 넘치는 액션씬으로 장르적 재미 또한 놓치지 않는다. 카 체이스부터 수산물 운반 차량 안에서 벌어지는 장면까지 액션씬이 다수 등장하며 긴박감을 선사한다. 다만 <야당>의 액션은 허명행 무술 감독의 고심 아래 캐릭터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이강수가 자신의 허머 차량으로 마약 사범들이 탄 차량을 들이박고 올라서는 장면은 앞뒤 안 가리고 돌진하는 강수의 저돌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야당>의 장르적 재미는 사회의 환부를 깊이 응시한 감독의 적확한 시선이 뒷받침되어 있기에 더욱더 통쾌함을 자아낸다.
씨네플레이 추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