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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안전불감증을 없애줍니다…14년 만에 돌아온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의 명죽음(?)들

성찬얼기자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포스터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포스터


요즘 많이 쓰는 “세상이 나를 억까한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가 돌아온다. 5월 14일 개봉하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은 2000년에 시작한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의 6편으로 무려 14년 만의 신작이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시리즈는 대형사고를 운 좋게 피해 간 사람들이 의문의 사고로 계속 죽어나가는, 즉 죽음을 피해도 언젠가 다시 찾아온다는 설정이 핵심인 고어 영화다. 시리즈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 대형사고로 오프닝을 열고, 이후 한 사람의 기적 같은 예지몽으로 몇몇 사람이 살아남지만 정말 ‘억까’에 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는 전개로 영화를 채운다. 매번 반복적인 구성에도 이 영화가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는 건 기발하다 못해 창의적인 사고 장면들 덕분. 이번 6편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개봉을 앞두고 영화 속 가장 끝내주는(!) 죽음 장면들을 소개한다. 



0. 타이틀별 ‘대형 사고’ 정리
 

개별 사고를 살펴보기 전,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에서 ‘믿고 보는’ 오프닝 장면, 즉 각 영화를 대표하는 대형 사고를 먼저 만나자. 영화 속 인물들이 맞이하는 사고만큼 대형 사고 또한 창의적이면서 동시에 현실에서 겪을 만한 재난이란 점에서 더 무섭게 느끼는 관객도 많다. 시리즈는 사고를 미리 겪는 주인공의 시점을 오프닝 시퀀스로 보여주면서 관객들이 안도의 한숨을 돌리게 하고, 그럼에도 따라붙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강화한다. 참고로 제각각이었던 국내 개봉명도 함께 정리한다.


<데스티네이션> - 항공기 추락 사고

<데스티네이션 2> - 고속도로 연쇄 추돌 사고

<데스티네이션 3 -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롤러코스터 고장 사고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 - 자동차 레이싱 대회 사고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5> - 대형 교량 붕괴 사고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 레스토랑 파티 사고


 
<데스티네이션> - 테리의 버스 사고
 

0.5초 뒤가 보이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테리의 모습
0.5초 뒤가 보이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테리의 모습


무서우면서 웃기고, 또 어딘가 섬뜩한 죽음. 바로 극중 테리(아만다 데트머)가 갑작스럽게 버스에 치여 사망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이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아무래도 정말 ‘갑자기’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인물들의 죽음이야 뭐든 복선이 있고, 기계장치처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우연들이 있지만 이 장면은 그야말로 갑작스럽게 일어난다. 그럼에도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의 기본적인 태도와 다를 바 없다. 죽음은 어디서든, 어떻게든, 심지어 자신에게 멀어지려고 할 때조차 일어난다는 것. 테리는 학우들을 대형사고에서 피하게 해준 알렉스(데본 사와)를 자꾸만 괴롭히려는 남자친구에서 떠나려는 순간, 사고를 당한다. 호러 세계관이라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인물이 사망하는 장면은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의 가차없는 설정을 보여준다.

 

<데스티네이션 2> - 차량 사고 후 캣과 로리의 죽음
 

〈데스티네이션 2〉 캣
〈데스티네이션 2〉 캣
〈데스티네이션 2〉로리
〈데스티네이션 2〉로리


1편의 성공으로 나온 속편 <데스티네이션 2>는 전편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이런저런 변주를 가미한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치 오프닝처럼 대형사고로 이어질 듯 장면을 이어가다 관객이 안심할 타이밍에 기막히게 등장인물을 사망시키는 지점이다. 그런 점이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임산부를 찾으러 가던 일행이 타이어 펑크로 큰 사고를 겪지만, 다행히 모두가 살아남는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던 것, 그런 긴박한 상황이 지나고 모두가 안심하는 사이, 결국 캣(키건 코너 트레이시)과 로리(조나단 체리)가 죽음을 맞이한다. 관객들에게 이 두 인물의 죽음이 특히 뇌리에 남은 건 사망 요인이 충격적인 것도 있지만, 둘 다 조금씩 나은 사람으로 돼가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 당장 그 까칠한 캣만 해도 위험한 사고 이후 클레어(알리 라터)에게 “난 괜찮아”라며 사건의 실마리를 좇으라 다독이고, 마냥 약쟁이 같던 로리 또한 멍하니 있던 소년을 구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죽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예상 못 한 죽음을 당하니, 인생무상을 떠올릴 수밖에.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3> - 애슐리&애슐린의 태닝 기계 사고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3〉애슐리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3〉애슐리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3〉 애슐린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3〉 애슐린


이 시리즈를 고어로만 본다면, 이 장면의 수위는 낮은 축에 속한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날 법한, 적어도 현실 속 불의의 사고를 상상해봤을 N들에겐 이 사고가 가장 공포로 다가왔을 것이다. 더불어 폐소공포증이 있거나 작은 화상이라도 입어본 사람들에게도. 애슐리(첼랜 시몬스)와 애슐린(크리스탈 로우)은 함께 태닝을 받으려고 왔다가 태닝 기계에 완전히 갇힌 채 죽는다. 신체가 절단되거나 압사되는 다른 죽음에 비하면 시각적인 충격은 덜하지만, 태닝 기계에 갇힌 채 전신 화상으로 죽는 과정은 그 여느 죽음보다 길고 고통스럽게 묘사된다. 실제로 작열통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통증 중 하나이니, 두 인물이 느꼈을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참고로 시리즈의 팬들은 잘 알지만,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3>는 독특한 시도를 했다. 발매한 DVD에 부록으로 사용자가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버전이 있었는데, 여기서 선택지를 잘 고른다면 등장인물들이 다르게 죽음을 맞이하거나 혹은 크게 다치기만 할 뿐 살아남기도 했다. 물론 부록이니만큼 이야기가 완전히 새롭게 진행되지도, 본편보다 아귀가 안 맞지만 시리즈 팬들에겐 신선한 재미를 안겨줬다. 안타깝게도 애슐린과 애슐리은 이 부록에서조차 살아남지 못한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 - 로리의 에스컬레이터 사고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 닉(위)과 로리​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 닉(위)과 로리​


전편들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 그럼에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면, 나도 모르게 자리를 뜨고 싶어지는 장면이 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극장이 있는 대형 쇼핑몰에서 사고가 일어나기 때문. 자넷(헤일리 웹)이 영화를 보다가 얼굴과 배에 ‘빵구’(!)가 나며 죽는 것을 시작으로 간신히 도망친 닉(바비 캠포)과 로리(샨텔 반샌튼) 역시 위기를 맞이한다. 이 부분에서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건 로리가 당하는 사고. 바로 에스컬레이터 내부 기계에 몸이 분쇄돼 죽음을 맞이한다. 아무래도 국내 극장 대부분이 쇼핑몰 내에 있는 멀티플렉스라서 한국관객이라면 더욱 움찔했을 것이다. 다만 이 장면은 나름의 반전이 숨어있다는 것이 함정.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5> - 캔디스와 올리비아의 죽음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5〉 캔디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5〉 캔디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5〉 올리비아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5〉 올리비아


4편의 부진으로 ‘또 나오냐’ 소리를 들었지만, 시리즈의 명성을 어느 정도 복구하는 데 성공한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5>.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보통 두 가지가 나오는데, 하나는 영화의 시작을 끊는 캔디스(엘렌 로)의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올리비아(재클린 막클네스 우드)의 죽음이다. 캔디스는 체조 훈련을 하던 도중 갑자기 초크가 휘날리자 당황하며 착지에 실수하고, 그대로 허리로 꺾인 채 사망한다. 이 장면은 해당 영화에서 첫 죽음이라 그런지 수많은 서스펜스를 쌓아가다 단번에 충격적인 장면을 선사하며 관객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다(참고로 엘렌 로는 이 장면을 위해 8주간 체조 훈련을 받았다). 올리비아는 레이저 라식 수술을 받던 중 과충전된 수술 기계가 엄청난 강도로 레이저를 쏘는 바람에 눈을 잃고, 거기다 당황한 나머지 병원 창밖으로 미끄러 떨어져 죽음을 맞이한다. 사실 이 장면은 죽는 과정보단 사망한 올리비아의 시체에서 안구가 그대로 튀어나온 마지막 순간이 가장 충격적이라 관객들의 뇌리에 남았다. 이 정도면 안과에서 단체 소송을 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