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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주전쟁〉 유해진 “안주는 노가리로! 회식 장면은 자문 필요 없어”

추아영기자
〈소주전쟁〉
〈소주전쟁〉 유해진 배우 (사진 제공 = 쇼박스)

 

회사에 인생 전부를 바친 종록. 밤낮으로 회사 생각, 퇴근 후에는 과음을 곁들인 잦은 회식으로 아내와 딸도 모두 그를 떠났다. 그는 진심으로 오랜 시간 몸담은 회사 국보소주에 충성했다. 그렇다. 종록은 과거 우리네 아버지들이 열심히 일해 온 시간과 노고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유해진 배우는 특유의 인간미로 종록의 노력과 진심을 관객에게 살뜰히 전한다. 그는 <소주전쟁>에서 이제훈 배우와 함께 일과 성공을 대하는 신구 세대의 가치관 대립을 여실히 드러냈다. 종록의 가치관은 현재의 시각에서 보면 다소 낡아 보일 수 있지만, 유해진의 노련한 연기는 이를 충분히 설득한다. 그를 만나 작품과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소주전쟁〉
〈소주전쟁〉 종록


이번 작품에서 종록이라는 캐릭터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휴머니즘을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늘 인간적인 모습을 굳이 표현하기보다 그 장면에 스며 있게 하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러니까 당연히 대사는 쓰여 있고, ‘이거를 어떻게 어색하지 않게 표현하냐’가 중요한 거죠. 모든 작품이 다 그런 것 같아요.
 

이제껏 수많은 캐릭터를 맡으셨는데, 캐릭터를 처음 구성해 나갈 때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작품을 할 때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어색하게 보이지 않을까’ 고민해요. 이게 저에게는 제일 큰 과제인데요. 이를테면 <올빼미> 같은 경우는 관객분들이 쉽게 보지 못했던 저의 모습을 보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등장했을 때 확 웃어버리면 어떡하나 걱정했어요. 다 아는 그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때 제안을 했던 게 원래는 제가 처음으로 등장할 때, 느닷없이 갑자기 등장하는 거였어요. 근데 이러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카메라가 천천히 밀고 들어오게 했어요. 그래서 저 앞에 왕 같은 애가 있는데, 가까이 가보니 유해진이네 이렇게 될 수 있게요. 처음부터 제가 나타나자마자 “네 이놈!” 이렇게 했으면 어색했을 거예요.

그러니까 관객한테도 “저 사람이 참 이번에 왕을 한다고 했지”라는 그런 마음의 준비를 하게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어떤 작품이든지 초반에 그런 시간을 갖고 가려고 해요. 어떻게 보면 관객과 저 사이의 신호 같은 거예요. 보이지 않는 신호요. 이번에도 처음부터 ‘이런 색깔을 보여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 인물(종록)은 자기의 가치관을 회사에 두고, 회사가 자기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이에요. 그런 큰 틀은 잡혀 있는 거고, 관객분들이 그렇게 인정하면서 작품을 볼 수 있게끔 하는 거죠.

 

〈소주전쟁〉
〈소주전쟁〉


배우님은 평소에 애주가이기도 하잖아요. 혹시 소주라는 소재가 작품을 선택하는 데 일조한 바가 있을까요?

그럼요. (웃음) 우리나라 음주 문화의 큰 장점은 빈부를 떠나서 공평하게 소주를 먹는다는 것 같아요. 이게 예전에 어렸을 때 들은 얘긴데, 그만큼 친근감이 있는 소주라서 하고 싶은 것도 있었죠.
 

영화에 소주를 마시는 회식 장면이 되게 많은데, 소주 애호가시니까 그런 장면을 만들 때 본인의 아이디어가 들어간 부분이 있을까요?

안주 같은 거는 노가리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거요. 그거는 뭐 자문이 필요 없으니까. (웃음)

 

〈소주전쟁〉
〈소주전쟁〉


<소주전쟁>은 기업 인수에 관한 영화이기도 해서 여러 경제 용어와 비즈니스 용어가 나오는데요. 이런 부분은 관객이 영화를 어렵게 받아들이는 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흥행은 어렵겠다는 생각도 하셨을까요?
 

그래서 처음부터 제가 늘 제기했던 건 그거예요. “쉬워야 된다!”. 그래서 제 대사는 웬만하면 다 풀어서 얘기하려고 했어요. 제 대사는 그렇게 했던 게 되게 많았어요. ‘전문 용어를 최대한 풀어도 볼까 말까다’ 싶었어요. 그래서 대사로 쉽게 풀고,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그래프 이미지도 많이 반영한 것 같아요. 중요한 거는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어디에 가치를 두면서 살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거였어요.

근데 이런 작품을 왜 했냐면, 어떤 작품은 그냥 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설사 이 영화가 흥행이 안 되더라도 의미가 있지 않냐는 거죠. 물론 이 영화가 그런 것만 생각하고 만든 건 아니죠. 이 영화는 그래도 관객이 영화에 안착해서 흥행도 같이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죠.
 

이 작품은 한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영화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생각하게 하셨어요?

행복하게 사는 분들을 보면, 돈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되게 필요한 요소지만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사냐가 중요한 거죠. 경제적인 측면만 보면 어려울 것 같은데도 참 오손도손 잘 살고 아무것도 아닌 거에 막 행복해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 ‘그렇지! 저게 사는 거지’라고 생각해요. 우리 영화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소주전쟁〉 유해진 (사진 제공 = 쇼박스)
〈소주전쟁〉 유해진 (사진 제공 = 쇼박스)


영화가 IMF를 배경으로 하잖아요. 배우님은 IMF를 겪으셨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영화를 찍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그때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연극을 할 때였거든요. 국민이, 온 나라가 힘들다는 것을 뉴스를 보고 알았지만, 저는 힘든 게 없었어요. 원체 없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진짜로 힘든 저의 생활은 똑같았으니까요. 진짜 버스비 아껴서 소보로빵 하나 사 먹을 때였으니까요. 만약에 그것마저 없어졌더라면 와닿았겠지만, 저는 그렇게 큰 변화가 없었어요.
 

근데 보통 그 시절을 떠올리면, 그때 내 가족들을 보면서 체감하기도 하잖아요.

우리 집도 참 못 살았어요. 그리고 저는 고향을 떠나 서울에 있었어요. 제가 당시에 아르바이트라도 했으면 들어오던 수익이 줄었을 테니 느꼈을 텐데, 우리 극단은 아르바이트할 처지가 못 됐어요. 맨날 불규칙하게 끝내주고 그러니까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했죠. 새벽 2시에 끝내주고, ‘내일 아침 여덟 시까지 와’ 이러니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새벽 2시까지는 어떤 일을 하신 거예요?

작업이요. 연습하면서 출연을 안 하는 사람은 뭘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제가 <삼시세끼>에서 막 뭘 만들었던 게 다 거기에서 나온 거예요. 그것도 못 만들면 꾸지람을 엄청나게 들어서 뭐든지 해내야 해요. “이걸로 차 좀 만들어” 그러면 차를 만들어야 했어요. 예전에 제가 연극에서 택시 운전사 역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택시 좀 만들어”라고 해서 만들었어요. 나무로 만들고, 폐차장에 가서 핸들 하나 구해서 붙이고, 쇠 파이프를 연결해서 만들었죠. 그리고 연기하고. 어쨌든 그렇게 뭐든지 해내야 하는 거였어요. 근데 그때 그렇게 했으니까 <삼시세끼>에서 다양하게 할 수 있었겠죠. 물론 다 엉성했지만.

 

〈소주전쟁〉 종록 역 유해진(왼)과 인범 역 이제훈
〈소주전쟁〉 종록 역 유해진(왼)과 인범 역 이제훈


이제훈 배우가 평소에 성실한 걸로 알려져 있잖아요. 함께 해보시니 어떠셨어요?

맞아요. 성실해요. 그 영어 대사 준비하는 거 봐요. 엄청 바쁘더라고요. 그 친구가 하는 것도 엄청 많은데, 그 사이에 그렇게 철저하게 준비하고… 영어 하는 거 보고 진짜 깜짝 놀랐어요. 되게 완벽한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이제훈 배우는 종록을 보면서 아버지 생각이 났다는 얘기했는데, 반대로 배우님은 인범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요즘 사람이구나. 이렇게 차이가 있을 수 있구나. 그러니까 진짜 세대 차이가 너무 느껴졌어요.
 

<소주전쟁>에 장재현 감독님(유해진이 출연한 <파묘>의 연출자)이 나오셨잖아요. 장 감독님의 연기력을 평가해 본다면요?

그때 현장에 저를 보러 왔다가 그렇게 됐는데, 감독님이 되게 똘똘하잖아요. 잘하는 것 같아요. (웃음)

 

〈소주전쟁〉
〈소주전쟁〉


인범과 종록은 일을 대하는 관점이 서로 상반되는데, 배우님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우세요?

우리 아버지 세대는 표종록처럼 살아가는 분들이 많았지만 요즘 세상에서 그렇게 살기에는 좀 아닌 것 같아요. 혼자 그렇게 산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살아도 되는 것 같은데, 그러려면 왜 결혼을 했을까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무책임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경제관념도 인범한테 배워야 할 게 있는 것 같아요. 도덕적으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인범의 마인드를 갖는 것은 요즘 세상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좀 두 인물을 잘 섞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생각도 같은 건가요?

근데 저는 연기를 위해서만 살고, 연기 때문에 다른 걸 포기하는 것은 못 해요. 저는 그러지 못해요. 저 혼자 살 때는 그렇게 할 수도 있는 것 같은데, 저는 그 정도 그릇은 못돼요.

 

〈소주전쟁〉 유해진 (사진 제공 = 쇼박스)
〈소주전쟁〉 유해진 (사진 제공 = 쇼박스)


<야당>에 이어서 연속으로 <소주전쟁>도 하셨고, 지금 촬영 중인 작품 <왕과 사는 남자>도 영화예요. 요즘은 배우분들이 OTT로도 많이 진출하시는데, 유해진 배우는 OTT에서는 못 뵙는 것 같아요. 제안이 많이 들어오실 것 같은데, 영화를 위주로 작업하시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다행히 영화 환경이 어려운데도 아직은 영화가 계속 들어와서 너무 감사하죠. 영화라는 시스템에 오래 있어서 그런지 익숙함이 있어요. 근데 OTT도 좋은 작품이라면 할 수도 있는 거죠. 어유,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서 엄청나게 울었는데… 어쨌든 좋은 작품은 안 할 이유가 없죠. 어떻게 보면 용기가 없는 거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영화가 좋아요.
 

말씀하셨듯이 작품이 계속 끊이지 않잖아요. 영화가 계속 들어와서 감사하다고도 말씀하셨는데, 감독이나 제작자들이 유해진 배우를 계속 찾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어느 작품이든지 현장에서 재미있게 하는 것 같아요. ‘재밌다’라는 게 현장 분위기를 떠들썩하게 계속 웃기고 이런 게 아니라 같이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서로 만들어가면서 좋은 영향을 미치면 다행인 거고, 제 의견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감독의 의견도 들어가면서 서로 퍼즐 맞추듯이 작업하는 게 좋은 거죠. 그러나 저를 늘 찾는 분은 없다는 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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