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간지’ 소지섭 배우가 13년 만에 누아르 액션 시리즈 <광장>으로 돌아오면서 이번에도 ‘멋짐’을 증명했다. 소지섭은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에서 복수를 위해 다시 어둡고 냉혹한 세계로 돌아온 자 남기준 역을 맡았다. 소지섭의 절제된 감정 연기는 속을 알 수 없지만, 동시에 묵직한 존재감과 카리스마를 자아낸다. 뒤로 절대 물러서지 않고 오로지 전진하는 그의 액션은 소지섭표 액션의 에너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그를 만나 작품과 인물 또 배우 이외의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광장>으로 13년 만에 누아르 액션 장르에 복귀하셨는데, 이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일단 제가 누아르 장르를 굉장히 좋아하고요. 그리고 요즘에 이 장르의 시나리오가 되게 귀하거든요. 많이 있지는 않아요. 제가 알기로는 저에게 첫 번째로 주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되게 감사해요.
장르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다른 이유도 있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오래간만에 제가 잘하는 걸 좀 하고 싶었어요. 잘한다기보다 저한테 어울리는 거.
<광장>은 기준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기준이 멈추지 않고 전진하는 데, 그 이유가 복수심 하나뿐이라고 봐야 할까요?
물론 시작점에서는 복수심이 그 에너지이긴 하지만, 4화에서 구준모(공명)를 죽이고 나서는 복수보다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끝나려면 (관련된) 사람들을 다 해치우는 게 아니라 기준이 스스로가 죽어야 끝난다는 걸 인지한 것 같아요. 스스로 끝내고 싶은 그런 마음. 그래서 중간에 기준이 봉안당에 가서 “곧 보자”라는 대사를 동생한테 하잖아요. 그게 기다리고 있으면 나도 간다는 그런 뜻이거든요. 속죄 의식 같은 거죠. 그리고 기준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사는 게 의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출연 제의를 받으셨을 때, 웹툰에 대한 인지도는 어느 정도 있으셨는지 궁금해요.
일단은 웹툰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받았고요. 그리고 나중에 1순위라는 얘기를 들었고, 웹툰을 봤는데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이제 저희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 웹툰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요. 그걸 지금! 왜냐하면 작품을 찍을 때는 잘 모르니까. 근데 되게 많더라고요. 깜짝 놀랐습니다. (웃음)
사실 원작 팬들은 웹툰의 설정을 많이 바꾸거나 제거해서 아쉬워하기도 하거든요. 원작 팬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원작이 있는 작품을 한 게 한 서너 번째 되는 것 같거든요. 그런 얘기는 늘 있었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떤 웹툰을 사 와서 큰 제작비를 들여서 만드는데, 원작을 해하려고 만들지는 않거든요. 어떻게 보면 원작보다 뛰어난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지. 그렇기 때문에 완성품이 나왔을 때 거기에 대한 호불호가 생기는 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럼, 시리즈 <광장>만의 장점을 어필한다면요?
둘의 매력이 너무 달라요. 그러니까 시리즈 <광장>으로 따지면 약간의 서사가 조금 더 있는 것 같고, 직진하는 에너지와 그 액션이 뿜는 에너지가 원작이랑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이미 각색이 된 대본을 받고 수락했기 때문에 그 세계관을 인지하고 연기했어요.

소지섭 배우가 ‘입금 전 입금 후’가 다른 배우로도 유명하잖아요. 이번에도 다이어트하신 것 같은데 체중 감량하는 건 힘들지 않으셨어요?
제가 일이 없을 때는 많이 찌는 스타일이어서요. 입금 전 입금 후가 확실히 달라요.(웃음) 작품 정하고 나서 다이어트를 많이 했고요. 19kg을 감량했어요. 그리고 진행되면서 힘들고 처절한 느낌을 더 주고 싶어서 살을 조금씩 더 뺐죠.
시청자들 사이에서 ‘한국판 존 윅이다’는 반응도 많은데, 제작할 때 레퍼런스로 삼았는지, 또 이런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존 윅>과 비교되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만들 때는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얘기를 해 주시니까 되게 재미있기도 하고, 그냥 감사해요.

남기준은 아킬레스건 한쪽이 끊긴 인물이잖아요. 그래서 이동을 최소화한 액션이 돋보였는데, 기준의 그런 핸디캡이 액션을 구성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핸디캡이 있잖아요. 그래서 기준의 액션을 디자인할 때 직진하고 멈출 수는 있지만 뒤로 물러나지는 않게 했어요. 또 제가 걷고 있으면 그들에게 달려가는 게 아니라 상대 배우들이 들어오는 편이에요. 일 대 다수의 액션을 해야 해서 공간 자체도 웬만하면 좁은 데로 선택했고요.
기준이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는 인물인데, 액션마다 기준의 감정이 조금씩 다르게 들어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옛 동료를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할 때와 다른 인물들을 죽일 때는 기준의 감정이 좀 달랐거든요. 그럴 때 감정 표현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하셨어요?
촬영을 하면서 계속 만들어 갔던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내가 가는 길에 방해되니까 처벌만 할 것이냐, 완전히 응징을 할 것이냐 그런 기준도 많이 정했던 것 같고요. 동료를 죽일 때는 감정을 조금 더 진하게 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 챌린지 같은 느낌이어서요.
가장 힘든 액션씬은 어떤 거였어요?
4화의 개미굴 액션씬(감독의 말에 의하면, 4화에서 남기준이 구준모를 죽이러 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액션을 담은 장면을 현장에서 개미굴 씬이라고 불렀다고 한다)이 특히나 힘들었어요. 제가 액션을 그래도 적게 하진 않았는데, 여태까지 했던 액션씬 중에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최근까지도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가 다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요. 그런 반응을 볼 때는 어떤 느낌이 드세요?
기분 되게 좋고요. 개인적으로 요즘 친구들이 드라마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일지 아주 궁금하긴 해요. 과연 그때의 감성이 와닿을까 이런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참 신기하긴 한데, 하지만 따라 하면 안 된다고 얘기했죠. 큰일 납니다. 잘못하면 잡혀가요. (웃음) 옛날 드라마 보고 따라 하면 안 돼요.

소지섭 씨는 연기뿐만 아니라 영화 수입도 하고 계시잖아요. 수입하신 작품이 <미드소마>나 <서브스턴스>처럼 잘 된 작품이 많지만, 돈을 벌기 위한 대작이 아닌 예술 영화들을 들여오고 계시는데, 어떻게 그런 좋은 작품들을 고르세요?
제 손은 똥손이고요. 배급사 ‘찬란’의 대표님이 개봉 영화를 가져오세요. 예전에는 저에게도 영화제 가면 “이런 영화, 저런 영화 있어요”라고 알려주셨는데, 요즘에는 제가 믿으니까 (대표님이) 선택하시면 전 뒤에서 그냥 힘을 보태는 거죠.
그래도 함께 보고 결정하지 않으세요?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지금은 100% 다 믿고 가죠. 저보다 손이 좋으시기 때문에 제 손을 믿으면 안 됩니다. 영화계가 너무 힘들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되게 조심스럽긴 해요. 그리고 저의 이름이 계속 나오는 게 부담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론 저의 이름 때문에 극장에 한두 명이라도 더 온다고 하면 저는 그걸로 감사하거든요. 그러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SNS에 ‘소지섭이 픽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굉장히 많이 있거든요. 혹시 보신 적이 있을까요?
그럼요. 기사를 접하기도 하고 (주변에서) 알려주기도 하셔서요. 그렇게 해서라도 한두 명이라도 더 극장에 간다면 얼마든지 감사한 일이죠.

한국의 다양성 영화나 저예산 영화의 투자, 제작에도 관심이 생기실 법도 한데, 혹시 그런 계획이 있으신가요?
다양한 계획은 있지만 아직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고요. 근데 저는 솔직히 배우로서 (영화제의) 마켓에 가는 게 아니고 업자로서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현장에서 선택을 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긴 하죠.
한국 영화의 다양성이 줄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배우로서의 위기감 내지는 아쉬움이나 안타까움도 드시나요?
그거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어서요. 전 세계적으로 영화가 힘들기 때문에. 저 하나로 뭔가 바뀔 수 있는 건 아니고 제시할 수도 없고요. 그냥 스스로는 극장에 많이 가고 있어요. 웬만하면 개봉한 영화는 극장에서 보자고 얘기를 많이 하고, 그게 저에게는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요.

본인에게 어울리는 걸 오랜만에 하고 싶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하셨는데, 그럼 하고 싶었던 액션에 대한 여한은 다 푸셨어요?
액션은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고요. 나이가 들어도 하고 싶어요. 누아르는 그냥 되게 하고 싶은 장르예요. 이 몸끼리 부딪치는 액션이 주는 에너지가 심장을 뛰게 하는 것 같아요.
그럼, 배우님께서 꼽는 최고의 누아르 작품들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일단 <대부>(1972)가 있을 거고, 근데 그건 너무 클래식한 거고, <피키 블라인더스>(2013~)라고 그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되게 좋아하고 그런 작품을 많이 찾아서 보는 것 같아요.
다양한 분야에 관심도 많으시고 활동도 하셨는데 예전에는 래퍼로 음악 활동도 하셨잖아요. 음악 활동은 다시 안 하시나요?
기회가 되면 또 할 수도 있고요. 지금 그래도 얼마 전까지 일본이나 대만에서 같이 공연도 했고요. 근데 정식 앨범은…(웃음) 제가 그 노래를 하는 공간이 팬들을 만나는 공간 아니면 잘 안 하거든요. 그런 기회가 있을 때 새로운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곡 작업을 하는 거라 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다양해지면 아마 또 앨범을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에 차학연 배우가 인터뷰에서 “소지섭 배우는 늘 저의 작품 첫 회가 끝나면 독려의 전화를 한다”고 말하면서 존경심을 표현하더라고요. ‘소옥차’(소지섭, 옥택연, 차학연)로 활동도 같이한 멤버로서 소옥차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세분의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공개되기도 했잖아요. (소지섭의 <광장>은 6월 6일, 옥택연의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은 6월 11일, 차학연의 <노무사 노무진>은 5월 28일부터 방영 중이다)
소옥차 얘기는 더 이상 안 나왔으면 좋겠는데. (웃음) 농담이고요. 활동이 겹쳐서 더 자주 보게 되니까 너무 좋고요. 늘 응원을 하고, 둘 다 되게 좋은 사람들이거든요. 그냥 앞으로도 꾸준히 지금처럼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작품 준비하면서 아내분은 어떤 얘기와 응원을 해 주셨는지 궁금해요.
일단은 재미있게 본 것도 있지만, 제가 고생한 게 보여서 고생했다고 얘기해 준 것 같아요. 촬영할 때는 특별히 뭐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그냥 뭐 이렇게 이렇게… (웃음) 이게 와이프 얘기하는 게 되게 조심스럽긴 해서요. 민망해가지고… 되게 행복합니다!
넷플릭스 유튜브에서도 아내분 얘기를 해 주셔서 ‘사랑꾼’이라는 말도 많이 나오고 있더라고요. 사랑꾼이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감사하죠. “결혼한 게 좋습니다”라고 얘기했는데 그렇게 됐더라고요. 결혼한 거 만족하냐 그래서 만족하고 되게 좋다고 했는데 갑자기 사랑꾼이 되어 가지고 되게 좋습니다. 휴, 제일 힘드네. (진땀)(웃음)
근데 결혼하신 지 꽤 됐는데도 이런 얘기가 나오면 아직도 화끈거리고 수줍고 조심스럽고 하신 가봐요?
그런데 이게 결과적으로는 그 친구가 얘기를 해야 되는 게 있으니까 그게 되게 조심스럽거든요. 지금은 비연예인의 삶을 살고 있잖아요. 그래서 조금 더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그 친구만의 인생을 살아야 되는데 자꾸 언급이 되면 좀 그런 게 있거든요.

촬영 끝나고 나서 스태프분들에게 다 금 한 돈씩 줬다는 얘기도 화제가 됐어요.
금이어서 이렇게 이슈가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주인공이 된 뒤로 꾸준히 했거든요. 끝나고 같이 고생했다는 의미로 많이 줬는데, 이번에 금이라서 더 이슈가 된 것 같아요.
스태프분들한테 금을 선물한 것도 그렇고, 영화를 수입하는 데 힘쓰시는 것도 그렇고, 돈을 멋있게 쓴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기부 활동도 하셨고, 돈을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쓰는 게 아닌 것 같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앞으로도 돈을 어떻게 쓰고 싶으세요?
말씀해 주신 것처럼 돈을 멋있게 쓰고 싶고요. 그리고 더 많으신 분들이 더 멋있게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이게 뭐 생색을 해도 괜찮아요. 그래도 괜찮으니까 좀 다양한 곳에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렇게 쓰는 걸 많이 응원해 줬으면 좋겠어요.

돈을 멋있게 쓰려는 게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되려는 노력에서 오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근데 멋있어 보이려고 그런 건 아니지만, 나이가 점점 들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내가 좋은 사람이 돼야 좋은 기운이 뻗어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노력은 해야겠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이어야 그 사람이 연기하는 것을 봤을 때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배역이랑 상관없이. 그래서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으셨는데, 긴 시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일단 작품이 끝나면 몸을 회복하는 데 최대한 에너지를 쓰는 것 같아요. 근데 지금도 ‘연기를 왜 아직 하고 있지’ 이런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저의 성격이랑 맞지 않는 부분들이 되게 많긴 해서요. 근데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해요. 근데 하고 있어요. 그게 너무 신기한 거예요. 하기 힘든데 또 다음 작품을 보고 있고 연기를 하고 있어요. 또 한 후에 오는 만족감도 있고요. 그러니까 이게 가면 갈수록 어렵지만 연기를 할 때 오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쉽지는 않지만 계속하고 싶은… 이게 표현이 잘 안되네요. 그러니까 저에게 힘듦은 49%인 것 같고, 연기를 하고 싶은 게 51%인 것 같아요.
씨네플레이 추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