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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서사 츄라이츄라이, <미지의 서울>처럼 쌍둥이 캐릭터 기막히게 소화했던 1인 2역 배우들

성찬얼기자

〈미지의 서울〉 포스터
〈미지의 서울〉 포스터

이 시대 가장 따듯한 위로를 건넨 <미지의 서울>이 6월 29일 12화로 막을 내렸다. 마지막까지 시청률 경신한 <미지의 서울>은 겉모습은 똑같지만 모든 부분이 다른 쌍둥이 미지와 미래(박보영 1인 2역)가 서로의 삶을 바꿔 살아보며 겪는 일을 담았다. 미지와 미래를 통해 현대사회 속 젊은이들의 고충을 묘사하고 그럼에도 살아가야 할 용기를 한 <미지의 서울>, 시청자들은 무엇보다 미지와 미래를 완벽하게 소화한 박보영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1인 2역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며 배우 박보영의 연기력과 존재감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쌍둥이는 촬영 여건상 묘사하기 어려운 소재였는데, 사전제작 시스템이 자리 잡으며 이렇게 쌍둥이 주인공을 내세운 드라마도 등장하게 됐다. 그 어려웠던 환경에서도 쌍둥이 인물을 내세웠던 드라마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피고인>

차선호-차민호 = 엄기준

〈피고인〉 엄기준의 차민호(왼), 차선호
〈피고인〉 엄기준의 차민호(왼), 차선호
〈피고인〉
〈피고인〉

엄기준의 ‘명품 악역’ 중 하나. 드라마 <피고인>에서 엄기준은 차선호-차민호 쌍둥이로 출연, 1인 2역을 선보였다. 그가 연기한 차선호와 차민호는 드라마에서 흔히 그려지는, 똑같은 모습이지만 완전히 다르게 자란 쌍둥이로 엄기준은 선과 악의 얼굴을 모두 담아낸다. 이야기는 기억을 잃은 채 구치소에서 깨어난 박정우(지성)가 기억을 되찾아가며 자신의 누명을 벗으려는 이야기인데, 그 가운데엔 차선호와 차민호의 서사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차민호가 형 차선호를 살해한 후 그의 인생을 살아가려는데, 박정우가 차민호의 ’자살’에 의구심을 품었던 것이 드라마 속 사건의 도입부. 엄기준은 1인 2역뿐만 아니라 ‘차민호가 차선호인 척 살아가는 모습’을 연기하는 것에 특히 흥미를 느껴 드라마에 참여했다고. 지성과 엄기준의 연기 대결은 <피고인>의 다소 느린 전개에도 극적 긴장감을 끌어냈고, 드라마가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인기를 얻었다.


<후아유-학교 2015>

고은별 - 이은비 = 김소현

〈후아유-학교 2015〉 김소현의 고은별(왼), 이은비
〈후아유-학교 2015〉 김소현의 고은별(왼), 이은비

<미지의 서울>이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미지-미래 모두 드라마를 이끄는 주역이란 점이다. 쌍둥이를 다룬 한국드라마 대부분은 보통 쌍둥이 쪽의 한 사람이 사망하고, 남은 쪽이 그가 되거나 그의 삶을 뒤쫓으며 복수에 나서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무래도 쌍둥이 모두 연기하는 배우의 부담을 줄이고, 쌍둥이를 한 화면에 담아야 하는 어려운 제작 과정을 단순화시키는 방향이었으리라. 과거 그런 드라마의 클리셰에서 살짝 비튼 작품이 <후아유-학교 2015>다. 여기도 쌍둥이 중 한 사람이 사망하고, 다른 사람이 그 삶을 이어받는 전형적인 흐름이긴 한데 주인공이 10대 소녀라는 점이 독특하다. 고은별-고은비 쌍둥이 자매를 맡은 건 김소현. 당시 김소현은 작중 쌍둥이 자매처럼 10대였는데 그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들었다놨다 하며 베테랑 아역다운 존재감을 입증했다. 사실 바로 1년 전 드라마 <리셋>에서도 조은비-최승희라는 1인 2역을 맡았을 당시에도 불량청소년과 기억 속 순진무구한 첫사랑이란 상반된 이미지를 소화했던 바 있다.


짧아도 강렬한 단막극의 두 배우

도은창 - 도신우 = 박형식

유수연 - 유정연 = 노정의

〈시리우스〉 박형식의 도신우(왼), 도은창
〈시리우스〉 박형식의 도신우(왼), 도은창

쌍둥이라는 소재가 주는 창의성 때문일까, 단막극에서도 쌍둥이를 맡아 1인 2역을 선보인 배우도 있다. 박형식에게 ‘배우’라는 단어보다 ‘제국의 아이들’이란 타이틀이 더 많이 붙던 2013년, 그는 4부작 <시리우스>에서 쌍둥이 형제의 아역 시절을 맡았다. 서준영이 연기한 도은창-도신우 형제는 살인전과자와 형사라는 기묘한 관계로 자라는데, 그 서사를 담당하는 것이 박형식의 역할이다. 물론 이야기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건 두 사람이 성장한 7년 후지만, 이들이 왜 이렇게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게 됐는지 그 뿌리가 유년기에 있으므로 박형식의 분량 또한 중요했다. 그리고 그는 이 드라마에서 자신의 얼굴에 담아낼 수 있는 포텐셜을 보여줌으로써 화제를 모았다. 흔히 배우의 캐릭터에 따라 ‘매운맛’과 ‘순한맛’을 나누는데, 박형식은 이 드라마에서 그 두 가지 맛 모두를 보여준 셈.

〈모두 그곳에 있다〉  노정의의 유수연(왼), 유정연
〈모두 그곳에 있다〉 노정의의 유수연(왼), 유정연

2020년 들어 단번에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활동 중인 노정의도 단막극 <모두 그곳에 있다>에서 유수연-유정연 자매를 맡았다. 좋은 집안에 입양돼 자랐지만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유수연과 반대로 불우한 환경에서 거칠게 살아온 유정연이 상담사 일영(금새록)을 통해 재회하고, 가해자에게 보복을 나선다는 이야기를 다뤘다. 한없이 유약한 수연으로 시작해 수연을 돕고자 점점 악의로 가득차게 되는 정연까지, 완전히 상반된 성격을 소화한 노정의는 드라마 전체를 쥐락펴락하며 저력을 드러냈다. 바로 같은 해 <18 어게인> 홍시아 역으로 스타로 발돋움했다.<모두 그곳에 있다>는 노정의뿐만 아니라 금새록, 이유미 등 당시 주목받던 여성배우들의 활약이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