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김장하
감독 김현지
출연 김장하, 김주완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졌다
★★★
<어른 김장하>의 김장하 선생은 많은 기부를 행하면서도 늘 구석진 자리를 고집하고 자신이 베푼 것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말 그대로 무주상보시의 현현. 주변 인물들의 증언으로 한 인물을 구성해내는 구성 또한 흥미롭다. 특히 김장하 선생의 기부를 받거나 그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선생님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 했다는 고백은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영화는 엄청난 선행을 쌓아온 인물을 칭송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로부터 시작되는 또 다른 한 걸음을 독려한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지, 그것이 어른으로 가는 시작일 것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선한 영향력이 퍼져나가는 순간들의 기록
★★★☆
무주상보시(無主相布施). 내가 내 것을 누구에게 주었다는 생각조차 버리는 것. 그런 태도가 가능하다는 것을 제 삶으로 평생을 증명해 온 ‘김장하 선생’. 자기 자랑이 될 법한 사안엔 입에 자물쇠를 채워 버리는 그런 김장하의 삶을 취재하기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나간 ‘김현지 PD’. 좋은 사례를 발굴하는 것 역시 기자로서 사회에 일조할 수 있는 일임을 보여준 ‘김주완 기자’, 김장하라는 어른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라도 있다는 듯 자신들이 겪은 선생의 미담을 쏟아낸 ‘증언자들’. 그러니까 <어른 김장하>는 선한 영향력이 퍼져나가는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 모인 기록물이다. 사부작사부작, 그렇게, 스며든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그대들은 어떤 어른으로 살 것인가
★★★☆
2023년 올해의 시작에 큰 울림을 주었던 TV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영화 버전으로 재탄생했다. 60년 동안 경남 진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며 나눔을 실천한 ‘시대의 어른’ 김장하 선생의 발자취를 담은 인물 다큐멘터리로, 방송분에 담기지 않았던 내용을 추가해 영화 버전의 의의를 살렸다. 김장하 선생을 취재한 다큐의 또 다른 주인공 김주완 기자와 연출을 맡은 김현지 감독이 보여준 투철한 저널리즘 정신도 값지게 다가온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
감독 유지영
출연 한해인, 이한주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단절되는 몸, 펜 끝으로 가르는 관계, 가능한 균열
★★★
원치 않는 임신으로 개인의 존재가 지워지고 엄마로서의 역할이 요구되는 사이, 인정투쟁은 단순한 이기심으로 치부된다. 유지영 감독은 그 과정의 틈을 벌려 개인의 몸, 사회적 역할, 욕망하는 존재로서의 갈등을 세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임신 주체인 여성의 시각만이 아닌 연인의 상황 전체를 비슷한 비중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각각 요구받는 성 역할들이 어떻게 관계의 균열을 만드는지로 향해 있는 영화의 의도 또한 보다 선명해진다. 날카롭게 금이 간 유리 같은 한해인의 연기가 색다른 긴장을 만드는 사이, 이한주의 해석은 인물과 관계의 변화를 한층 더 이해 가능한 방향으로 이끈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냉혹한 현실에 베인 연인들
★★★☆
부유하는 청춘의 삶을 담은 <수성못>(2018)으로 인상적인 데뷔식을 치른 유지영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각자의 일에 충실하며 동거 생활을 하던 평범한 커플이 계획에 없던 임신으로 겪는 갈등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커리어를 쌓는 시기에 뜻하지 않은 임신부가 된 여성 주인공이 겪는 심리적 문제와 사회적 압력, 가장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의 무게와 고용주의 횡포에 짓눌린 남성 주인공의 심리 변화가 155분의 러닝타임에 촘촘히 박혀 파국으로 향한다. 상처 입은 연인이 간절히 얻고자 했던 것, 끝내 잃은 것, 다시 찾으려 하는 것들이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더 챔피언
감독 다니엘 그레이엄
출연 러셀 크로우, 맷 후킹스, 레이 윈스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복서의 초상
★★☆
19세기 초에 영국에서 활동했던 복서 제임스 벨처에 대한 전기 영화. 전형적인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주인공 벨처(맷 후킹스)는 타고난 재능으로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지만 곧 욕망에 휘둘리고, 그런 모습을 어머니가 애타는 마음으로 바라본다.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나 복싱 액션 장면 등도 무난한 편. 주인공을 맡은 배우 맷 후킹스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전기 영화와 스포츠 영화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이 부분에서 어떤 임팩트를 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기억해야 할 복싱 영웅
★★☆
최연소 복싱 챔피언 젬 벨처의 실화를 다룬 복싱 영화. 젬 벨처가 복싱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정통 스포츠 드라마로 그렸다. 주로 현대를 배경으로 한 복싱 영화들과 다르게 19세기 초반 영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복싱의 역사까지 다루고 있어 시대극에서 복싱을 보는 신선함을 안긴다. 전설의 복싱 영웅을 기리는 의미 있는 영화임에도 전형적인 성공 신화로 풀어낸 연출 방식은 진부하다. 영화 초반을 장악하는 러셀 크로우의 존재감, 주인공을 연기한 맷 후킹스의 열연이 돋보인다.
너를 부르는 시간
감독 황빈, 치우성
출연 장설영, 신운래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짝사랑의 비밀
★★☆
바웨창안의 소설이 원작으로 드라마로 만들어진 바 있으며, 이번에 영화 버전이 개봉되었다. 뤄즈(장설영)와 성화이난(신운래)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8살 때 스치듯 인연이 맺어져 성인이 될 때까지 우연과 필연으로 얽히게 되는 감성적 로맨스를 보여준다. 숨겨 왔던 첫사랑의 감정이 뒤늦게 그 진실성을 드러낸다는 설정은 그다지 신선하지 않지만, 남녀 배우의 매력이 영화를 이끌고 간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배우들 매력에 빠지는 짝사랑 로맨스
★★★
바웨창안의 청춘 소설 「암련귤생회남」을 원작으로 한 짝사랑 로맨스 영화. 2019년과 2021년에 나온 두 편의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같은 원작에 다른 캐스팅을 내세운다. 주인공 뤄즈와 성화이난을 연기한 청춘스타 장설영과 신운래가 두 드라마의 주연배우들과 또 다른 개성과 매력으로 영화를 몰입도 있게 이끈다. 학창 시절 주인공들이 메모를 나눈 장소와 결말 등 드라마와 차별화에도 주력했다.
금의 나라 물의 나라
감독 와타나베 코토노
출연 하마베 미나미, 카쿠 켄토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평화 동화
★★☆
이와모토 나오의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겼다. ‘금의 나라’ 알하미트의 공주 사라와 ‘물의 나라’ 바이카리의 청년 나란 바야르의 이야기로, 로맨스의 이야기 속에 평화의 메시지를 담았다. ‘전체 관람가’이긴 하지만 초등학생들이 보기엔 약간은 버거운 요소들이 있다. 이야기가 필요 이상으로 복잡한 대목들이 있어 조금은 몰입을 방해한다. 캐릭터 묘사와 작화는 괜찮은 편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평화의 나라를 만드는 사람들
★★★☆
이와모토 나오의 순정 만화를 원작으로 한 판타지 로맨스 애니메이션. 적국의 남녀 주인공이 나라의 안위를 위해 가짜 부부 행세를 하다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동화처럼 펼쳐진다.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매드하우스의 작품으로 따뜻한 분위기의 작화와 캐릭터, 하마베 미나미와 카쿠 켄토의 목소리 연기까지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전쟁의 시대인 만큼 주인공들이 전하는 사랑과 평화의 가치가 각별하게 다가온다.
이빨요정 비올레타: 요정나라로 돌아갈래!
감독 캐롤라인 오리거
출연(한국어) 박시윤, 정해은, 서정익, 김용, 김한나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소녀들의 특별한 연대
★★★
인간세계에 갇힌 사고뭉치 이빨요정과 새로운 가족 환경에 적응 중인 소녀의 만남과 우정을 그린 판타지 모험 애니메이션. 아이가 빠진 이빨을 베개 밑에 두고 자면 이빨요정이 동전으로 바꿔 준다는 민담을 변형해 요정과 마법, 가족과 환경 메시지를 유쾌하게 엮었다. 이빨요정 비올레타 캐릭터의 엉뚱한 매력이 흥미를 끌고, 두 주인공의 모험은 자아 발견과 연대의 가치, 도전 정신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