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기사 카테고리

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영화

〈리빙: 어떤 인생〉 등 12월 둘째 주 개봉작 전문가 별점

12월 개봉작 〈리빙: 어떤 인생〉,〈쏘우 X〉, 〈조이랜드〉, 〈노 엑시트〉, 〈말하고 싶은 비밀〉, 〈엘리자벳과 나〉, 〈매드 하이디〉 등 전문가 별점

씨네플레이

리빙: 어떤 인생

감독 올리버 허머너스

출연 빌 나이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당신은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요

★★★

〈리빙: 어떤 인생〉은 구로자와 아키라의 〈이키루〉를 원작으로 두고 있다. 가즈오 이시구로가 각색한 버전은 원작보다 인간 환멸은 줄이고 온기는 높였다. 영화는 인물들과 거리를 둔 원작과 달리 시한부를 선고받은 주인공 윌리엄스(빌 나이)에게 더 다가간다. 얼마 남지 않을 생을 가치있게 쓰고자 한 윌리엄스의 몇 달은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그것은 기억의 형태로 남아 그가 떠난 뒤에도 생을 유지한다. 결국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는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와 다르지 않다는 윌리엄스의 가르침이 울림을 가진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품위 있는 리메이크 

★★★☆

원작에 대한 경의와 공감의 폭을 넓히는 각색이 뛰어나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걸작 <이키루>(1952)를 리메이크한 영화로, 원작의 배경인 1950년대 도쿄를 1953년 런던으로 옮겨와 죽음을 앞두고 삶을 돌아보는 시청 공무원의 마지막 나날을 재구성했다. 일본계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정교한 각본과 빌 나이의 웅숭깊은 연기가 원작과 다른 정서적 감흥을 일으킨다. 남아 있는 나날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나침반이 되어줄 만한 영화다. 


쏘우 X

감독 케빈 그루터트

출연 토빈 벨, 쇼니 스미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멈추지 않는 응징

★★★

2005년 1편이 나온 후 전 세계의 수많은 호러 마니아들에게 찬사와 혹평을 함께 얻었던 <쏘우> 시리즈의 10번째 작품. 타임라인으로 보면 1편과 2편 사이가 배경이다. 시리즈 특유의 하드고어는 여전하지만 그 수위는 유지한 채 전작들에 비해 그다지 양적으로 많은 편은 아니다. 대신 서사의 치밀함과 강렬함은 시리즈 초기를 연상시키며, ‘막판 뒤집기’의 통렬함은 관객의 박동수를 높인다. 토빈 벨의 연기도 시리즈 중 최고. 11편을 기다리게 한다.


조이랜드

감독 사임 사디크

출연 알리 준조, 라스티 파루프, 알리나 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젠더와 가족

★★★★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그랑프리와 퀴어 상을 수상한 작품. 파키스탄을 배경으로 한 가족 시네마이자 주인공의 성 정체성에 대한 드라마다. 억압적 사회에서 남성으로서, 여성으로서 강요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보여준다.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사임 사디크 감독이 캐릭터에 지닌 진심 어린 애정은, 영화의 온기를 만들어낸다. 약간은 우울하면서도 활기를 잃지 않는, 오묘한 톤을 지닌 영화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이토록 가슴 시린 통찰극 

★★★★

쉽게 재단할 수 없는 영화다. 그래서 매력적이고 자꾸 곱씹게 되는 영화다. 파키스탄 영화, 가부장제를 다룬 가족 영화, 이슬람 사회의 성소수자를 그린 퀴어 영화, 부부 관계를 소재로 한 영화,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여성 문제를 풀어낸 인권 영화, 가슴 아픈 사랑 영화 등등 어떻게 보아도 빛나는 대목과 마주한다. 인물들의 행동이 불러온 결과가 비극으로 향할지라도, 부조리한 세계에 파동을 일으키는 이들의 과감한 결단은 관객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는다. 감정의 파도가 몰아치는 마지막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사임 사디크 감독은 위력적인 장편 데뷔작으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다. 

 


노 엑시트

감독 프랭크 칼포운

출연 카밀 로우, J, 존 빌러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악몽의 편의점

★★☆

인적 없는 외딴 지역. 기름을 넣기 위해 들른 주유소와 그곳 편의점에서 벌어지는 폐소공포증 스릴러. 어디선가 날아오는 총알이 목숨을 노리고, 주인공은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인다. 반전의 장치들을 통해 긴장감을 이어가는데, 전체적으로 볼 땐 관객을 붙잡아 놓는 힘이 있지만. 클라이맥스로 치달을 때 ‘마지막 한 방’은 조금 미약하다. 눈앞의 상대역 없이 오로지 날아오는 총알에 리액션을 하며 스릴을 만들어내는 주인공 역할을 맡은 카밀 로우의 연기가 영화를 상당 부분 살린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뒷맛 씁쓸한 사생결단 

★★☆

고립된 상황에서 홀로 사투를 벌이는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스릴러. 한밤중 외딴 주유소 편의점에 들른 주인공은 때아닌 괴한의 저격을 받는다. 괴한과 대치하던 중에 손님들이 찾아들고,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의심하거나 지켜야 하는 난관에 처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기지를 발휘하는 주인공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범인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끄집어낸다. 의도에 비해 납득할 만한 심리전으로 이어지진 못한다.  


말하고 싶은 비밀

감독 타케무라 켄타로

출연 타카하시 후미야, 사쿠라다 히요리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알면서도 속는 풋풋한 청춘 로맨스 

★★☆

일본 하이틴 로맨스의 정석을 따르는 영화. 오해에서 싹튼 인연, 인기 남학생과 소심한 여학생의 만남, 여기에 쪽지, 교환일기, 방송부 등 학원물의 단골 소재를 적절하게 활용해 재미를 일으킨다. 비밀 로맨스와 우정, 청춘의 성장통을 자연스럽게 엮었으나 예상 가능한 전개가 진부할 수도 있다. 주연배우 타카하시 후미야, 사쿠라다 히요리는 청춘스타의 성장세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엘리자벳과 나

감독 프라우케 핀스터발더

출연 산드라 휠러, 수잔느 볼프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시시에 관한 전복적 시선 

★★★☆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시시)의 말년을 여성적 관점에서 다룬 영화. 황후의 시녀였던 헝가리 백작 이르마 스타러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시대와 관습에 억눌린 여성의 사랑과 욕망, 자유와 해방을 과감한 연출로 보여 준다. 황후와 이르마의 관계, 황후의 죽음에 관한 재해석이 흥미롭다. 이르마 역의 산드라 휠러는 역시 독일 여성 감독들의 뮤즈답게 첫 등장부터 마지막까지 담대하고 뛰어난 연기를 펼쳐 보인다. 감탄스럽다. 


매드 하이디

감독 요하네스 하트만, 산드로 클로프스

출연 앨리스 루시, 캐스퍼 반 디엔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하드코어 B급 액션 호러의 풍미

★★★

제목의 하이디는 알프스 소녀가 맞다. 등장인물로 하이디의 할아버지, 염소치기 페터, 하이디의 친구 클라라도 나온다. 장르는 다르다. 고전 동화를 패러디해 고어, 액션, 코미디, 호러 등을 버무린 19금 B급 영화로 탄생했다. 파시스트 국가로 설정된 스위스 배경이 고약한 풍자의 냄새를 풍기고, 하이디는 화끈하고 통쾌한 여성 복수극의 주인공으로 변모해 파시스트들을 처단한다. 그라인드하우스 영화의 싼맛, 매운맛, 거친 맛을 익히 안다면 기꺼이 즐길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