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호아킨 피닉스, 바네사 커비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전쟁 같은 사랑, 사랑 같은 전쟁
★★★
그야말로 ‘사랑과 전쟁’ 서사다. 일생에 걸친 조세핀과의 관계 안에서 조명되는 면이 많은 인물이기에, 두 사람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서로를 향한 애증이 극의 상당 부분을 채우고 있다. 그 안에서 리들리 스콧은 나폴레옹을 타고난 전략가, 전쟁 영웅, 그러나 야심과 전술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서툴렀던 한 인간으로 바라본다. 전투 장면은 웅장한 스펙터클보다는 불필요한 희생이 난무하는 현실감이 강조된 편.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나폴레옹에 대한 리들리 스콧의 해석
★★★☆
영화가 공개되고 프랑스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데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프랑스 앙숙인 영국 출신 거장이 자국의 역사적 인물이 일군 성과는 평평하게 누르고 지질한 면모는 입체적으로 해석했으니 표정 관리가 안 될 수밖에. 그 많은 역사적 사실 중 나폴레옹 전투에서의 사상자 수를 ‘굳이’ 선별해 자막으로 친절하게 알려주는 엔딩 자막에 이르면 리들리 스콧의 의중이 너무 투명하게 보여서, 앞선 장면을 다시 복기하게 되기도. 여러모로 관객이 상상한 나폴레옹 영화 이미지에서 멀리 나간 결과물이 아닐까 싶은데, 영화의 성격을 미리 인지하고 간다면 즐길 부분이 적지 않다. 전투 신은 그중 확실한 볼거리. 장엄하고 대담한 동시에 전략도 잘 보인다. 얼어붙은 호숫가를 배경으로 한 아우스터리츠 전투 장면에선 리들리 스콧의 내공이 힘을 발휘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문제적 인물 나폴레옹
★★★
리들리 스콧 감독은 나폴레옹을 매력적인 인물로 치장하는 데 관심이 없다. 전쟁 영웅, 혁명가, 황제의 업적보다는 나폴레옹의 삶과 이면에 초점을 맞췄다. 전장에서 긴장한 모습, 툭하면 눈물을 훔치는 모습, 말년의 초라한 모습까지 인간 나폴레옹의 나약한 면을 부각한다. 익숙한 연대기 형식을 따르면서 나폴레옹과 조제핀의 관계에 무게중심을 놓고, 유명 전투 장면들의 스펙터클을 철저히 통제한 것도 감독의 전략적 의도로 읽힌다. 158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다가 마지막에 나폴레옹을 정의한 방식은 영화의 주제에 쐐기를 박는다기보다 미봉책처럼 여겨진다.
3일의 휴가
감독 육상효
출연 김해숙, 신민아, 강기영, 황보라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부르면 눈물 나는 이름, 엄마
★★★☆
표면적으로는 <애자>와 <리틀 포레스트>의 편안한 조합 방식. 내적으로는 자신이 가진 가장 최선의 것을 내어주고도 늘 미안한 엄마와, 그런 마음을 알면서도 늘 서툴게 실수하고 후회하는 세상 모든 딸들의 이야기. 세상 모든 사랑을 이어주고 완성하는 궁극의 소재인 ‘기억’의 활용 방식이 인상적이다. 슬픔을 위해 캐릭터와 상황이 극적으로 다듬어진 대목들이 조금씩은 있지만 불필요한 억지라고 느껴지진 않는다. 놀라운 영화적 자극과 새로운 발견이 있는 건 아니더라도, 충분히 따뜻하고 좋은 작품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알면서 속아주는
★★☆
<사랑과 영혼>을 모녀 판으로 살짝 비틀어, <리틀 포레스트> 식으로 상차림을 하고, <미워도 다시 한번> 류의 애절한 모성을 듬뿍 넣어 섞었다. 좋게 말하면 안전하고 엄격하게 보면 빤한 구성의 영화인데, 김해숙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존재감이 여러 부분에서 안전핀 역할을 하는 터라, 알면서도 속아주게 된다. 판타지 요소가 이 영화 안에서 그 자체로 힘을 발휘한다기보다는, 모녀의 극적 화해를 위해 편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은 크게 아쉽다.
물비늘
감독 임승현
출연 김자영, 홍예서, 정애화, 설시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물의 사연
★★★☆
<홈리스>(2022)의 임승현 감독이 만든 두 번째 장편. ‘그날’의 사건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의 시간대가 교차하면서 미스터리 장르 요소를 만들어낸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손녀 수정의 죽음에 자신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예분(김자영)은 매일 강가에 나가고, 수정의 절친이었던 지윤(홍예서)도 친구의 죽음을 잊지 못한다. 여기서 영화는 그들의 트라우마와 함께, 그들 각자의 가족과 그들의 외로운 처지를 함께 보여준다. 죽음을 잊지 못하는, 마음의 빚을 진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영화.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상실의 강을 함께 건너기
★★★
60대 여성은 금쪽같은 손녀를 잃었고, 10대 여성은 친한 친구를 잃었다. 두 여성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가까스로 버티며 산다. 남겨진 이들을 힘겹게 하는 건 상실의 슬픔보다 큰 죄책감, 자책감이다. 영화는 죽음을 둘러싼 두 사람의 비밀을 조금씩 벗겨가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진실을 대하는 태도에 주목한다.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딛고 나아가기. 촘촘한 서사와 독특한 연출 시도, 김자영과 홍예서의 연기가 물결처럼 흐르며 잔잔한 반향을 일으킨다.
신 울트라맨
감독 히구치 신지
출연 사이토 타쿠미, 나가사와 마사미, 니시지마 히데토시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추억의 히어로
★★★
1960년대 TV 시리즈를 통해 등장한, 일본 특촬물의 대표적 캐릭터 중 하나인 울트라맨의 장편 극영화다. 등장한 지 반세기가 훌쩍 넘은 캐릭터를 TV 버전도 아닌, 애니메이션도 아닌, ‘실사 장편’의 주인공으로 부활시켰다는 점만으로도 관심을 끈다. 아날로그 시대의 톤을 바탕으로 디지털의 질감을 결합했는데, 그 느낌이 묘하다. 이 시리즈의 팬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될 듯. 그렇지 않은 관객들에겐 조금은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영화적 경험이 될 듯하다. 정치적 상황이나 일본의 관료주의 등을 비틀어 유머 코드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후반부에 서사의 템포가 조금은 처지는 건 아쉽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안노 히데아키의 히어로 부활 프로젝트
★★☆
<울트라맨> 시리즈 55주년 기념작. <신 고지라>(2017), <신 가면라이더>(2023, 국내 미개봉)까지 일본 대표 특촬물 리메이크 작업을 지휘한 안노 히데아키가 제작 전반에 참여해 초대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와 함께 자신의 스타일을 불어넣는다. 반대로 이러한 시도가 새로운 관객과 기존 팬들에겐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시리즈 마니아가 아니라면 사이토 타쿠미, 나가사와 마사미, 니시지마 히데토시 등 화려한 캐스팅에 만족하는 데 그칠 수 있다.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감독 아만다 김
출연 백남준, 스티븐 연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백남준이 현재진행형이 이유
★★★
‘글로벌 노마드’였던 백남준의 삶을 다양한 문화 속에서 자란 한인 2세 아만다 킴이 끈기와 애정으로 추적했다. 전반적으로 새로운 영화적 방식을 고민했다기보다는 백남준이 남긴 수많은 일기와 편지, 작품, 영상 등을 한자리에 모으고 효과적으로 압축해 전달하려 힘쓴 정공법의 다큐멘터리다. 백남준이 직접 쓴 글을 독백 형식으로 읽은 스티븐 연의 내레이션, 백남준과 친분이 두터웠던 고(故) 사카모토 류이치가 음악, 여기에 박서보를 비롯한 예술가들의 인터뷰가 꼼꼼히 더해져서 백남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백남준이라는 달로 향하는 첫걸음
★★★☆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의 삶과 예술 세계를 다룬 첫 다큐멘터리 영화. 독일 유학시절 존 케이지와 만남부터 뉴욕에서 플럭서스 활동 등 백남준의 결정적 순간들과 개인사를 그가 남긴 비디오 작품, 아카이브 영상, 그와 교류했던 예술계 인사들의 인터뷰로 구성했다. 백남준의 육성과 백남준의 글을 읽는 스티븐 연의 내레이션이 교차하면서 위대한 예술가의 말과 메시지가 오롯하게 전해진다. 백남준에 대한 연출자의 관심과 열정, 헌사가 물씬 느껴지는 아카이브 다큐멘터리다. 백남준을 알고 싶다면 앞으로 이 영화가 든든한 가이드 역할을 할 것이다.
홈그라운드
감독 권아람
출연 윤김명우, 최옥진, 윤수, 전해성, 루시아, 이드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둥지
★★★☆
공간과 인물을 중심으로 오래도록 쌓여 온 시간성과 기억을 충실하게 읽어낸 결과, 흥미진진한 대한민국 레즈비언 사(史)가 완성됐다. 이 안에서 발견된 ‘레스보스’는 오래도록 퀴어들에게 심리적이고도 물리적인 거점이 되어준 곳이자, 모두에게 각자의 단절과 고립을 부른 팬데믹의 상황을 버텨낸 용기의 증거다. 자기 자신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투쟁을 이어온 이들의 둥지에 기분 좋게 초대받는 듯한 작품. 때론 중심인물의 캐릭터가 다큐 전체의 흥미를 좌우하기도 하는데, 그런 점에서 ‘명우 형님’을 보유한 <홈그라운드>의 인물 매력도는 만점에 가깝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환대와 연대의 공간 속으로
★★★☆
한국 최초의 레즈비언 바 ‘레스보스’를 운영하는 ‘명우 형’ 윤김명우의 삶과 일상을 다룬 퀴어 다큐멘터리 영화. 한국 레즈비언 커뮤니티의 산증인이자 레즈비언들의 정신적 지주와 같은 그가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 속에 한국 레즈비언의 역사가 담겨 있다. 한 개인사에 머무르지 않고 여성 퀴어들의 ‘홈그라운드’ 공간 변천사와 세대 변화, 현실 문제까지 폭넓게 다뤄 값진 기록물의 의미를 지닌다.
뉴클리어 나우
감독 올리버 스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찬핵 프로파간다
★★☆올리버 스톤 특유의 선동적인 톤이 다소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다큐멘터리. “이 세상에 두려워할 것은 하나도 없다. 이해할 것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마리 퀴리의 말을 자막으로 내세우며 시작하는 다큐는,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어떤 환경적 재앙을 입을지 모르는 ‘지구’를 위해 친환경적인 원자력 사용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핵’이 얼마나 안전한 에너지인지 강변한다. 아쉬운 건 형식적 진정성인데, 역사 다큐처럼 시작된 <뉴클리어 나우>는 중반엔 마치 ‘핵과 환경’을 테마로 한 TED 강의처럼 이어지고, 후반부에 가면 최근 대안적인 방식을 내놓고 있는 원자력 관련 업체들을 보여주는 기업 홍보 영상 같다. 이 다큐의 주장에 대한 찬반은 전적으로 관객의 선택. 하지만 <JFK> 때부터 그랬듯, 올리버 스톤의 주장은 그럴 듯하면서도 언제나 찝찝한 뒷맛을 남긴다.
매직 프린세스: 얼음 괴물과 사라진 열쇠의 비밀
감독 안드레이 콜핀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과 모험 넘치는 마법 세계
★★★
마법 세계의 모험을 그린 판타지 애니메이션. 극중극 구조로 마법의 힘을 가진 나무 요정과 인간 용사가 힘을 합쳐 왕국을 지키는 과거 이야기가 중심이다. 다양한 생김새와 능력을 지닌 정령, 거인, 괴물, 난쟁이, 동물 캐릭터에 말하는 칼, 양탄자와 구슬 등 마법과 관련한 볼거리가 풍성하다. 얼음 괴물이 등장하는 장면도 규모감 넘친다. 현재 시점에 마법 소녀 경찰 캐릭터들을 배치해 남녀 주인공의 사랑과 모험을 다룬 마법 동화 부분을 돋보이게 한 구성도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