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해 서울독립영화제가 개막할 때면, 비로소 연말이 왔음을 실감하곤 한다. 한 해의 독립영화들을 결산하는 자리, 올해는 또 어떤 재기 발랄한 독립영화와 배우들이 선물처럼 관객들을 찾아올지 기대를 품기 마련이다.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는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을 모토로 매년 국내 유수의 독립영화와 수많은 배우를 배출해왔다. 올해로 49회째를 맞는 서독제는 ‘디어 라이프’라는 슬로건으로 모두의 삶을 환대하는 영화를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올해 서독제는 11월 30일 목요일 개막해 12월 8일 금요일까지 9일 동안 독립영화로 압구정CGV 일대를 물들일 예정이다. 상영작으로는 본선 단편경쟁 29편, 본선 장편경쟁 13편을 비롯하여 새로운선택 부문 21편(단편 15편, 장편 6편), 페스티벌 초이스 단편 쇼케이스 24편, 페스티벌 초이스 장편 쇼케이스 16편,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6편, 해외초청 7편 그리고 지역 영화 활성화를 위한 로컬시네마 부문 13편과 개막작 <신생대의 삶>까지 총 130편이 선정되었다. 서독제에서는 이와 더불어 영화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와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는 ‘토크포럼’과 ‘창작자의 작업실’, 창작자 중심의 독립영화 제작·배급 환경을 위한 ‘독립영화 매칭 프로젝트: 넥스트링크’, 신예 배우를 발굴하는 ‘배우프로젝트 - 60초 독백 페스티벌’, 영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네토크’ 등 다양하고 풍성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서울독립영화제2023, 주목할 만한 상영작은?

이번 서독제의 개막작으로는 <국경의 왕> 임정환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인 <신생대의 삶>이 선정되었는데, <신생대의 삶>은 2023 년 서울독립영화제의 후반제작지원을 받은 작품으로 이번 서독제에서 월드 프리미어 상영된다. 영화는 실종된 남편을 찾아 리투아니아에 온 주인공이 남편의 흔적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을 그린다.



한편, 김영우 프로그래머, 정지혜 영화평론가, 허남웅 영화평론가가 추천하는 경쟁 상영작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들은 본선 장편 경쟁작 중 안선경, 장건재 감독의 <최초의 기억>, 전국장애인철폐연대의 투쟁 현장을 기록한 민아영 감독의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물물교환처럼 과외를 주고받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는 김경래 감독의 <레슨> 등을 추천하며 “다양성에 대한 고찰과 한 층 넓어진 스펙트럼을 발견하고, 독립영화가 고군분투하는 현장을 경험하고 싶다면 서독제 상영작에 주목해 줄 것”을 당부했다.
명장 해외 감독들의 작품까지! 해외초청 상영작



매년 서독제는 해외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창작자들과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긍정적인 영감을 주는 해외 독립영화를 소개해오고 있다. 올해는 관객들이 직접 투표한 결과를 토대로 ‘우리가 사랑한 21세기 시네아스트’ 상영작을 선보인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아시아 작가의 탄생을 예고한 팜 티엔 안 감독의 데뷔작 <노란 누에고치 껍데기 속>(2023), 2019년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황금표범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마르델 플라타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실버 아스토르 남우주연상’ 수상작인 페드로 코스타 감독의 <비탈리나 바렐라>(2019)와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 대상인 ‘은사자상’을 수상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2023)를 상영한다.




이번 서독제를 통해 한국에서 최초 공개되는 영화도 있다. 총 킷 옹 감독의 <오월의 눈>(2023)은 중국계와 말레이계가 충돌하며 인종학살이 벌어졌던 1969년 5‧13 사건을 중심에 두고, 두 개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영화를 통해 역사와 예술과 인간을 위무하는 주목할 만한 성취를 보여 주는 영화로, 국내 최초로 상영된다. 또한 올해 칸 영화제 초청작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의 일상과 문화를 보여주는 리산드로 알론조 감독의 <유레카>(2023), 왕빙 감독의 새로운 다큐멘터리 <청춘(봄)>(2023), 알리체 로르바허의 신작 <키메라>(2023) 등, 영화팬들이 사랑하는 감독의 작품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지역 영화 문화 활성화 위해 '씨네플레이 로컬시네마상' 시상
로컬시네마 섹션은 서울과 경기권을 제외한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감독들의 작품에 주목하는 부문으로, 씨네플레이의 후원으로 작년에 신설되었다. 서울독립영화제2022에서는 <무릉>의 서원태 감독이 로컬시네마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는 총 223편의 작품이 로컬시네마 부문 심사를 거쳤으며, 이중 13편이 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이 섹션에서는 2080년에 거주하는 가상의 화자가 60여 년 전에 속한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내용을 담은 박한나 감독의 다큐멘터리 <유령의 풍경>을 비롯해 과로하는 저승사자의 계획을 다룬 애니메이션 <일출전야>(황시원 감독), 정동진독립영화제 제작지원작이자 관객이 직접 뽑는 제25회 정동진독립영화제 땡그랑동전상의 수상작인 김선빈 감독의 <수능을 치려면> 등 다양한 작품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절해고도> 등의 김미영 감독, <나는보리> 등의 김진유 감독, 최은정 미디액트 실장은 로컬시네마 부문의 상영작을 선정하며 "삶의 결정적 순간을 담아낸 많은 영화 중에서 13편의 영화는 각각의 방식으로 지역영화의 가능성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들이 지역영화를 매개로 관객과 만나 서로 연결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영화제 기간 중 로컬시네마 섹션의 심사는 동의대학교 교수이자 전 부산영화평론가횝회장인 김이석, <태어나길 잘했어>의 최진영 감독이 담당한다. 심사를 거쳐 선정된 작품에는 '씨네플레이 로컬시네마상' 상패와 함께 상금 200만원을 수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