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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2부〉 최동훈 감독, “난 최동훈이 아니야! 내 뇌를 속이면서 편집하고 또 편집했다.”

씨네플레이
〈외계+인 2부〉 최동훈 감독(제공=CJ ENM)
〈외계+인 2부〉 최동훈 감독(제공=CJ ENM)

<외계+인>이 한 편으로 완결되는 작품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나란히 천만 관객을 돌파한 <도둑들>(2012)과 <암살>(2015)의 흥행술사 최동훈 감독의 작품, 순 제작비 330억 원, 대형 배급사의 작품, 여름 시장을 여는 텐트폴 작품이 154만 명의 믿기지 않는 관객으로 극장에서 종영했을 때, 영화를 본 사람도, 보지 않은 사람도, 모두가 시장에서 외면받은 1부의 부진을 딛고 나올 2부의 제작을 걱정하거나 또 기대했다.

1부의 반응이 2부를 물고 가는 ‘도전적’인 구성, 그 시도의 무게와 대가를 모두 버텨야 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감독 자신이었다. OTT로 뒤늦게 1부를 본 관객들이 수치를 더해가는, 전에 없는 플랫폼 환경이 체감되는 지난 1년 반 동안 최동훈 감독은 심기일전, 한눈팔지 않고 시리즈의 속편 편집 작업을 했다. <외계+인 2부>는 150번 이상 본인이 만든 영화를 다시 보고 무려 52가지 버전의 편집본을 새로 내놓으면서 완성한 작품이다. 매일 편집실에 가서 편집하고 다시 집에 와서 ‘관객의 마음’으로 빠지거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을 파악해 다음 날 편집에 빈틈없이 반영해 나가기를 반복했다. 최동훈 감독은 그간의 이런 작업을 ‘어부’가 아닌 ‘농부’의 스타일이었다고 빗대어 말한다.

〈외계+인 2부〉 (제공=CJ ENM)
〈외계+인 2부〉 (제공=CJ ENM)

2부의 큰 뼈대는 외계인의 지구 침공, 외계인 죄수의 탈옥을 막으려다 과거에 갇혀 버린 이안(김태리)의 본격적 활약을 중심으로 현대와 과거를 오갈 수 있는 ‘신검’을 되찾기 위한 캐릭터들이 종횡무진하는 동안 숨겨둔 반전이 드러나고 떡밥이 모두 회수된다. 1부에서 ‘놓쳤다’고 지적받고 2부에서 ‘되찾았다’고 호평받는, 지금부터 관객들이 보게 될 최동훈식 캐릭터 플레이와 화려한 액션, 찰진 대사, 코믹한 바이브는 그 무수한 시간의 결과치다.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필요’에 의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2부의 서사는 낯설거나 꼬인 지점들을 제거해 확실히 친절하고 매끄러워졌다. 첫 공개되던 기자회견에서 ‘울컥’하고 그간의 마음고생을 내비쳤던 최동훈 감독은 “이 영화를 보여주게 된다는 게 아직도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고, 걱정도 된다”며 드디어 관객과 만나는 소회를 밝혔다. 2004년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으로부터 올해로 20년 차. 시리즈 통틀어 6년의 세월이 소요된 프로젝트 <외계+인>을 마침내 끝낸, 최동훈 감독을 만났다.


〈외계+인 2부〉 최동훈 감독 (제공=CJ ENM)
〈외계+인 2부〉 최동훈 감독 (제공=CJ ENM)

1부에 대한 호응과 반응이 2부의 편집 방향에 영향을 끼치는 구조의 제작 방식이라 그 과정에서 아무래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작업이었습니다. 1부 공개 후 2부까지, 1년 반의 시간이 걸렸는데요. 어떻게 완성해 나갔나요.

1부의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아서 2부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1부 개봉한 다음에 2부를 작업해야 하는데 그게 되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앞으로 1년 반 동안 나에게 일상은 없는 거야, 이제 이것만 하는 거야, 그런 마음으로 집 밖에도 나가지 않고 그냥 일만 했죠. 사실 처음에는 어디서 작업의 의지를 끌어와야 할지 힘들었어요. 그런 가운데 묘하게 이번 후반작업을 하면서 깨우친 게, 영화를 만드는 건 힘든 일이지만 원래 너무 재미있는 일이었어! 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마지막 한 6개월은 너무 신나고 재밌었고 어쩌면 2부 작업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죠.

2부의 편집 버전이 52가지나 있었다고 밝힐 정도로, 여러 고민 끝에 완성된 버전인데요. 편집의 방향성을 어떻게 가져가셨나요.

제가 담배를 1년 반 끊었다가 후반 작업하면서, 다시 편집실을 박차고 나와 담배를 사서 피웠어요. “다시 편집해야겠다” 하고 재편집에 매달렸죠. 가장 크게 고민했던 부분이 과거와 현재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시나리오에는 현대가 먼저 나오고 천천히 풀려나가면서 (사건을 목격한) 민개인(이하늬)에 대한 스토리부터 나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그 방향으로 두세 달 편집하다가 그걸 다시 과거로 시작하는 걸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지금은 ‘과거-현대-과거-현대’의 순서로, 커다란 네 개의 시퀀스로 나뉘어 있어요.

〈외계+인 2부〉 (제공=CJ ENM)
〈외계+인 2부〉 (제공=CJ ENM)

편집의 방향이 바뀌면서 재촬영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전에 8개의 시퀀스였는데, 그런 구성을 바꿔가는 게 가장 시간이 오래 걸렸죠. 현대가 두 번째 시퀀스에 시작해야 그게 좀 더 빠르고, 인물 소개도 간단해야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이하늬씨 나온 첫 번째 장면을 하루 동안 재촬영한 거예요. 하늬씨가 나오는 현대 첫 장면, 그리고 중간에 그 “조상님, 이제 조상님이 말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라고 하는 두 장면을 찍어 시퀀스의 배열이 만들어진 거죠. 그렇게 시간 순서에 대한 배열이 끝난 후에는, 어떻게 하면 액션을 임팩트 있게 가져갈 것인가, 고민했어요. 실제 시나리오보다는 ‘벽란정’ 장면은 좀 더 길게 갔고요. 매일 편집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불 꺼놓고 다시 영화를 보는 거죠. 나는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아니야, 나는 이 영화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그냥 보통의 관객이야, 하고 내 뇌를 속인 후에 영화를 보고 구성이 걸리거나 중복 설명이 된다거나 디테일이 부족하다 싶으면 다시 편집하고 또 집에 와서 불 꺼놓고 보면서 생각했어요. 영화를 다 외울 정도로, 그 과정의 무한 반복이었어요.

1부 흥행 저조에 대한 분석이 많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방대한 세계관과 복잡한 설정, 인물들의 다양성 때문에 애초에 OTT 시리즈로 갔어야 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어요. 여러 지적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셨었나요.

맞아요. ‘애초에 드라마로 하지’ 그런 이야기가 많았죠. 그런데 이 작품을 하는 데 6년이 걸렸어요. 이걸 시작할 때만 해도 영화로 해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할 때였죠. ‘다시 재편집해서 드라마로 해도 되지 않겠어?’란 말도 들었고 ‘이 IP를 그대로 드라마로 해도 되지 않겠어?’란 말도 있었어요. 물론 제 머릿속에는 온통 ‘영화’ <외계+인 2부> 밖에 없어서 이걸 잘 마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소년이 꿈꾸는 것처럼 이런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매달렸어요. 제가 <외계+인> 시나리오만 2년 넘게 썼는데, 원작이 없는 이야기라 여러 버전을 썼어요. 1부나 2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도 많고요. 저희끼리는 웃으면서 ‘나머지를 가지고 또 발전시켜서 영화를 만들어도 재미있겠다’는 말도 했어요. 막상 만들어 보니 난이도가 되게 높은 영화더라고요. 특수효과도 많고, 세계관을 만드는 것도 어렵고요.

〈외계+인 2부〉 (제공=CJ ENM)
〈외계+인 2부〉 (제공=CJ ENM)

 

세계관 말씀을 하셨는데, 외계인의 지구 침략과 관련한 거대한 이야기가 바탕에 있을 텐데 아직 전체의 이야기가 풀리지 않았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1부, 2부 안에서는 그 부분이 없었고요. 이 외에 바깥의 이야기로 더 있어요. 제가 작년에 런던에 가서 이 작품을 상영할 때 시리즈에 대한 요구를 많이 접했는데요. 후속작에 대해서 저는 단 1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후반 작업을 하면서 3부 이야기가 나왔는데, 지금 그런 이야기할 때냐 2부나 열심히 하자 했어요.(웃음) 개봉하고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선택을 해야 되겠죠. 그런데 1부 끝나고 OTT로 공개되고 반응을 접하면서 극장에서 관객들이 가졌던 낯선 시선이 OTT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소비되면서 조금씩 바뀌는구나, 이런 영화에 대한 진입장벽이 좀 낮아지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이 시리즈가 한국영화 안에서 그런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어요.

2부에서는 최동훈 감독 특유의 캐릭터 플레이와 대사의 재미가 강화되었다는 평이 지배적인데요.

제 생각에는 아마 1부를 보셨던 분들에게는, 조금 더 보기가 편한 영화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찍을 때 저도 이성적으로 스토리를 잘 전달해야지 하고 가는데 이하늬씨나 두 신선 염정아, 조우진씨 같은 분들과 찍으면 철저하게 무장된 이성의 갑옷이 깨지는 경험을 하게 돼요. 염정아씨와는, “우리는 코미디를 찍는 게 아니야. 원래 이 사람은 이랬다, 그러니까 우리는 정극 드라마 연기를 하는 거다”라고 서로 그렇게 얘기하면서 했던 거거든요. 오히려 저는 1부에 코미디가 더 많았고 2부는 코미디가 적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캐릭터의 매력에 대해서 말하자면, 저한테 좋은 영화가 뭐냐고 물어보면 영화가 끝난 다음 그 영화의 캐릭터들이 기억에 잘 남으면 굉장히 멋진 영화라고 생각하거든요. 캐릭터가 가지는 고유의 향기 같은 게 있어요. 이상하게 자기랑 맞는 온도의 비슷한 캐릭터들이 있거든요. 예를 들면, 2부에서 누군가는 무륵을, 누군가는 이안을, 또 누군가는 두 신선을 좋아할 수도 있고 그런 캐릭터에 대한 기억들이 관객에게 의미 있게 남을 수 있다면, 저한테는 그게 좋은 영화로 기억되더라고요.

〈외계+인 2부〉 (제공=CJ ENM)
〈외계+인 2부〉 (제공=CJ ENM)

 

2부의 시작은 이안(김태리)이 지난 1부를 요약하는 6분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데요. 전체 1부, 2부 구성안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연결할지는 애초부터 크게 고민되는 지점이었을 것 같아요. 특히 대사나 말로 상황을 설명하는 것에 대한 영화적 위험 부담도 있는데요. 내레이션은 원래 시나리오에 있던 설정이었는지, 아니면 재편집 후 추가한 부분인가요.

애초에 계획 자체가 써머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어요. 1부를 보지 않은 관객도 이 영화를 보려면 필요한 시퀀스였죠. 그래서 2부 시나리오 맨 앞에 ‘1부에 대한 간략한 스토리가 나오며 타이틀 시퀀스가 펼쳐진다. 그다음에 제목이 나온다’까지는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만드는 게 어렵더라고요. 편집을 조금씩 수정하다 보니 최종으로 만드는 데 한 6개월이 걸렸어요. 이걸 누구의 내레이션으로 해야 할지 고민도 컸죠. 그러다 이안으로 최종 결정을 했죠. 10 줄 밖에 안 되는 분량으로 정말 간단하고 6분 밖에 걸리지 않는 신인데도 오래 걸린 이유는, 이 영화가 ‘설명을 하면서 시작되는구나’라고 느껴지면 안 될 것 같아서였어요. 설명이 아닌 개인의 스토리를 말하는 것처럼 관객이 느끼게 오랫동안 공을 많이 들인 장면이에요.

과거와 현대를 오가면서 극의 중심이 되는 이안은 감독님의 전작을 통틀어서 물리적으로 가장 어린 주인공인데요. 내적인 성숙함으로 따지자면 훨씬 완성된 형태의 인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전 고독한 주인공을 좋아하긴 해요. <타짜>(2006)의 고니(조승우)도 속내를 잘 안 내비치는 주인공이었죠. 그런데 또 그런 사람 옆에 틈만 나면 속내를 드러내는 고광렬(유해진) 같은 사람이 있길 바라는 거죠. <도둑들>(2012)의 마카오 박(김윤석)도 자기 속내를 드러내지 않지만, 뽀빠이(이정재)는 계속 드러내는 그런 식의 밸런스가 좀 있길 바라는 거예요. <외계+인>의 이안은 제 안에서는 다른 작품에서도 종종 등장했던 그런 고독한 운명을 가진 사람의 연속에 있는 캐릭터였어요. <암살>(2015)의 안옥윤(전지현)과도 비슷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데, 저는 그런 캐릭터를 만들 때 재미있어요. 동시에 주인공들의 연령대가 좀 낮아졌죠. 영화를 만들면서 성별이나 연령의 배치를 아주 깊이 생각하지는 않지만, 캐릭터들 간의 앙상블이 쌓여가는 그런 재미를 주려면 다 조금씩 달라야 하잖아요. 누군가는 50대 여자여야 되고 누군가는 50대 남자여야 되고, 누군가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20대 청춘 남녀가 있어야 되고요. 이번에 원칙이 있었다면 얼치기 같은 무륵이 있고, 그 옆에는 더 이상한 우왕, 좌왕이라는 캐릭터가 있고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기만 하면 쫓아가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두 신선이 있고, 현대로 오면 또 상대 캐릭터가 있고 이런 콤비네이션으로 재미를 주려 했어요.

〈외계+인 2부〉 (제공=CJ ENM)
〈외계+인 2부〉 (제공=CJ ENM)

결과적으로 <외계+인>은 ‘소녀’ 이안을 중심으로 자신의 친구를 구하러 가는 구성인데요. 최동훈의 영화를 새롭게 접하는 관객층에게도 소구할 수 있는 캐릭터들의 진입입니다.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낮아진 캐릭터를 중심으로 운용하면서 꾀하고자 한 변화는 어떤 것이었나요.

<전우치> 때 그런 얘기를 들었었거든요. <타짜> 같은 성인 영화를 찍다가 이런 소년·소녀 취향의 영화를 찍다니 붕괴하지 않을 수 없다.(웃음)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서 <외계+인>은 소년·소녀 영화 같은 느낌이 안 나게 해야지, 라고 생각했었고 그것과는 좀 다른 청춘의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이안이 20대 초반으로 설정이 돼 있고 이 이야기는 실은 이안이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죠. 그래서 김태리씨와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수사관 민개인은 생존을 위해 싸워서 액션이 다 처절한데, 이안은 사명감을 위해 싸우는 캐릭터라고. 그랬더니 김태리씨가 “너무 사명감만 있으면 재미없지 않나요?”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초반에 신선들과 액션을 할 때는 이안이 그들보다 액션에 있어서 한 수 위이기 때문에 경쾌하고 재밌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후반에 와서 이안이 여러 상황을 겪은 후에는 뭔가 성취감도 있지만 허탈감과 그런 것들이 좀 잘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톤을 잡아갔어요.

1부를 본 관객도 눈치채기 힘든 장면일 수 있는데요. 1부 초반에 잠깐 등장해 이안의 엄마(전여빈)을 해치는 맹인 검객 능파(진선규)가 2부의 새로운 캐릭터로 본격적으로 활약합니다. 고전 무협 영화들의 재미에서 따 온 감독님의 회심의 캐릭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 영화의 시간 구성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능파가 언제 나오느냐잖아요. 진선규씨는 많이 나오지는 않아요. 한 5번 나오나 하는데, 그럼에도 재밌는 게 능파가 등장하면 관객이 ‘이 낯선 사람은 뭐지’ 하고 잠깐 머리를 비워놓고 또 영화를 보다가 마지막에 가면 그가 중요한 역할을 하죠. 선규 씨와 능파의 액션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맹인 검객은 정말 수많은 영화에 나왔고, 게다가 한국에서 이 연기의 최강자인 황정민 씨가 한번 끝까지 보여줬으니(<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맹인 검객 황정학) 우리는 좀 다르게 가자 했어요. 내가 생각하는 맹인 검의 핵심은 멋지고 잘생긴 거야, 라고 했더니, 선규 씨가 배시시 웃더라고요. 그런데 눈을 가리고 삿갓을 쓰고 약간 듣기 위해서 미동도 하지 않고 귀를 대는 선규 씨의 자태가 너무 아름다웠어요. 액션을 할 때 태권도 같은 동작을 하자고 했는데 그때 선규 씨가 복싱을 소재로 한 영화 <카운트>(2023)를 찍고 있을 때여서 자꾸 권투 동작이 나오긴 해서 다시 여러 번 많이 찍었죠. 선규 씨가 본인이 가장 잘 생기게 나온 영화라고 엄청 좋아했어요.(웃음)

〈외계+인 2부〉 (제공=CJ ENM)
〈외계+인 2부〉 (제공=CJ ENM)

 

옛스러운 톤의 대사가 주는 재미도 도드라지는데요. 특히 이안을 향한 무륵의 여러 대사가 풍자와 해학적인 톤의 재미를 더하는데요.

전 대사를 잘 쓴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지금도 기억나는데 <범죄의 재구성>(2004) 시나리오를 처음 사람들이 읽고, 이게 무슨 시나리오야, 대사가 너무 이상하다고 했어요. 그래서 별로 매력이 없는 대사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배우들이 하면 되게 매력 있어지는 거예요. 뭔가 그냥 툭 하 툭 나오듯이 약간 다 애드리브처럼 들리는 대사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때 좋은 대사는 다 배우들이 만든다고 생각하게 됐죠. <외계+인>은 <암살>이나 <전우치> 때도 사극이긴 했지만, 사극 대사를 써야 하니까.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말했는지 참고할 만한 그런 책들을 많이 읽었어요. 채만식 작가의 작품이나 홍명희 작가의 「임꺽정」, 김주영 작가의 「객주」 같은 소설을 읽으면서 옛날 말에 대해서 체감하는 거죠. 위트 있는 말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지금 현대인들보다 더 솔직하게 말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런 분위기를 최대한 살렸어요. 현대 대사를 쓰는 것보다 더 어려웠어요. 그렇게 쓴 대사를 배우들과 계속 반복해서 말해보고 이야기하면서 만들어 나갔죠.

마지막에 이 영화의 캐릭터들이 모두 ‘어셈블’ 되어 펼치는 액션신은 마블 영화와 80년대 할리우드 고전영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은데요. 1부에서부터 시공간을 넘나드는 장치로 80년대 할리우드 장르물의 느낌이 컸고요. 특히 데이비드 린치의 <블루 벨벳>(1986)의 음악으로도 유명한 로이 오비슨의 ‘인 드림스’를 사용해 서정적 느낌을 강화시킨 지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마지막 장면 고민을 하다가, 대사 없이 하나의 음악적 느낌을 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초고속 카메라를 가지고 찍었어요. ‘인 드림스’는 그날 현장 편집 때 깔았는데, 너무 서글프지도 않고 발랄하지도 않은 미묘한 헤어짐과 그리움의 느낌이 있었어요. 그러고 나서 1년 반 동안 다른 음악도 찾아봤는데 ‘인 드림스’에 길들여져서인지 더 좋은 음악을 찾질 못했어요. 요즘 MZ들은 이 음악을 모를 텐데 이 음악을 이 영화로 기억한다면, 얼마나 반가울까 뭐 그런 생각도 했어요.

〈외계+인 2부〉 촬영현장 (제공=CJ ENM)
〈외계+인 2부〉 촬영현장 (제공=CJ ENM)

 

이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는데요. <외계+인> 시리즈는 2004년 <타짜>로 데뷔 후 적어도 2~3년에 한 편씩 장편을 내던 감독님의 프로젝트에서 시간적으로도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작품인데요. 긴 시간을 함께한 이 작품이 감독님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을 찍을 때는 영화를 어떻게 찍는지 잘 몰라서 좀 휘둥그레하면서 찍었고 <타짜>는 영화 찍는 게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찍었어요. <도둑들>과 <암살>은 되게 멋있네, 자기 색깔이 있네, 하고 좋아했는데 <외계+인>은 규정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우여곡절도 많고 힘들기도 하고, 상처도 많은 영화예요. 그런데 이 후반 작업을 끝내고 나니 이 영화가 이제는 가장 사랑스러운 영화가 됐어요. 다른 영화들은 만들고 난 뒤 잘 빠져나왔는데, <외계+인>은 6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해서 그런지, 빠져나오는 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