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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은 태양을 쏘았다. 문도석과 ‘인 드림스’ 사이, 〈외계+인 2부〉을 다 보고 든 생각.

주성철편집장
〈외계+인 2부〉
〈외계+인 2부〉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2023)은 국내에서 4백만 관객을 가까스로 넘겼다. (2003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가동되기 이전의 1편과 2편을 제외하면) 가장 흥행 성적이 저조했던 <미션 임파서블3>(2006)도 512만 관객을 동원했고 지난 4, 5, 6편 모두 6백만 관객을 돌파했기에 한국 극장가 최고의 흥행 시리즈라 할 수 있다. 톰 크루즈라는 대배우의 액션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것이라고 하기에는, 한 해 앞서 개봉한 <탑건: 매버릭>(2022)이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 안에서도 무려 812만 관객을 기록했기에, 오히려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채로 개봉한 작품이었다. 북미 지역 흥행 성적도 충격적이었다. 요약하자면 제작비 자체는 전편들보다 2배 가까이 치솟았지만, 정작 흥행은 시리즈 중 유일하게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했다. 그렇게 뒤이어 개봉한 <바비>와 <오펜하이머>에 완전히 밀리며 박스오피스에서 사라졌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파트1과 파트2 구성에 따른 이질감과 거부감이 <외계+인>에도 그대로 적용됐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시리즈라 해도 보통 한 편의 완결된 이야기가 제 몫을 다한 채, 혹은 회수되건 말건 큰 관계없는 미미한 떡밥 정도만 던져놓고 마무리되는 게 정석이었다면, 마치 한 편을 제멋대로 뚝 잘라놓고는 관객을 극장 밖으로 떠미는 방식의 파트1과 파트2 구성은 좀처럼 시도되지 않은 방식이었다. 2000년대 들어 맨 처음 이런 극장 개봉을 시도한 <반지의 제왕> 3부작부터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파트1(2010)과 파트2(2011),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 <브레이킹 던> 파트1(2011)과 파트2(2012), 그리고 최근의 <듄: 파트1>(2021)과 <듄: 파트2>(2024)에 이르기까지, 이런 시도는 거대한 팬층을 거느린 원작이 있는 영화들이나 하는 것이었다. 완결되지 않은 1부만 보고 극장 문을 나섰다고 해도 이미 다음 이야기를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크기 때문이다. 원작을 접하지 않은 관객이라 해도 이후의 이야기를 충분히 찾아볼 수 있으니, 오히려 후속편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갈 수도 있는 노릇이다.

 

〈외계+인 2부〉
〈외계+인 2부〉

타란티노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킬 빌 - 1부>(2003)과 <킬 빌 - 2부>(2004)의 사례도 있지만, 이는 1편과 2편이 인물들만 같고 딱히 떡밥이 회수되지 않아도 답답할 게 없는, 완벽하게 현재와 과거가 나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애초에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을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개봉한다고 했을 때 이미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이었다. 전대미문의 야심이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왜냐하면 <외계+인>은 원작 없이 자신이 직접 쓴 시나리오였기 때문이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의 경우처럼 1부를 재밌게 본다 해도 그 어쩔 수 없는 미완성의 미진함을 상쇄하기 힘들어 보였다.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004)을 시작으로 연이은 쌍천만 영화 <도둑들>(2012)과 <암살>(2015)에 이르기까지, 놀랍게도 그는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창작 시나리오로 채워온 몇 안 되는 감독 중 하나다. 심지어 <외계+인>은 여러 캐릭터가 쉴 새 없이 엮이는 판타지물이다. 사실 이건 어느 규모 이상의 영화를 꾸준히 내놓는 메이저 영화감독들을 기준으로 할 때, 세계영화계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다.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외계+인 2부>는 최동훈 감독의 절치부심이 엿보인다. 1부의 떡밥을 무난히 회수하면서 코미디와 액션을 강화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일단 2부는 지난 1부의 내용을 길고 쉽게 요약하며 시작하는데, 다소 복잡한(혹은 1부를 안 본 채로 2부를 볼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기에) <외계+인>의 세계관을 정리하며 문을 여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 장면이 꽤 길게 이어진다. 지난 1부에 대한 여러 평가 중 대략 공통된 견해들을 살펴보면 ‘영화 속 과거와 현대를 비교하자면, 과거 장면이 좀 더 재밌다’,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이라는 두 신선만큼은 확실히 웃게 만든다’는 얘기들이 많았기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문제에 얼마나 신경 쓰며 작업했는지 잘 엿보인다. 특히 마지막 폐공장에서의 대규모 액션 장면은 이제껏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물량과 특수효과가 투입되어 눈길을 끈다. 더구나 광량이 충만한 대낮의 야외 장면에서 이처럼 매끄럽고 효율적인 특수효과가 구사된 사례가 있었는지 되짚어 보게 된다. 그래서 이쯤에서, 창작자로서 새로운 유니버스를 시도하고자 한 최동훈 감독의 작가적 야심과 1부의 흥행을 맞바꾸었다고 표현하기에는 1부를 극장에서 감상한 이들에게 너무나 송구스럽고, 어쨌건 감독과 배우를 포함한 제작진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정도로 정리하고 싶다. 참고로, 앞서 얘기한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1부>(2010)는 280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에서 시리즈 중 가장 흥행성적인 낮았던 186만 관객의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 다음으로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2부>(2011)는 442만 관객을 동원하며 거의 2배 가까운 흥행 성적을 올렸다.

 

이장호 감독 〈그들은 태양을 쏘았다〉 (1982) 포스터
이장호 감독 〈그들은 태양을 쏘았다〉 (1982) 포스터
〈블루 벨벳〉(1986) 개봉 30주년 포스터
〈블루 벨벳〉(1986) 개봉 30주년 포스터

1부와 2부에서 개인적으로 눈길이 갔던 요소는 바로, 이미 1부에서 외계인 설계자의 숙주가 된 문도석(소지섭)이라는 캐릭터 이름과 썬더(김우빈)의 테마라고도 할 수 있는 2부의 삽입곡, 로이 오비슨의 ‘인 드림스’였다. 먼저 문도석은 한국 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2인조 총기 무장 강도였던 이종대와 문도석의 ‘M1 카빈 강도사건’에서 왔다. 1972년부터 1974년까지 이종대와 문도석은 예비군 무기고에서 탈취한 M1 카빈 소총으로 강도 및 살인을 저질렀으며, 결국에는 가족까지 다 죽이고 자살했다. 이를 소재로 최인호 작가는 1978년부터 소설 「지구인」을 연재했고, 이를 바탕으로 이장호 감독은 <그들은 태양을 쏘았다>(1982)를 만들었다. 이명세 감독의 데뷔작 <개그맨>(1989)과 연극 <등신과 머저리>도 여기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과거 MBC <수사반장>에서도 이를 드라마화했으며, 최근에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한국판 <내일을 향해 쏴라>’로 불렸던 이 사건은 한때 많은 감독들이 영화화를 꿈꿨던 소재였고, 실제로 최동훈 감독도 <범죄의 재구성>으로 흥행에 성공한 이후 차기작으로 준비했던 작품이 바로 이종대와 문도석의 카빈 강도 사건이었다. 결국 제작이 무산되면서 두 번째 영화로 연출하게 된 작품이 바로 <타짜>(2006)였다.

 

로이 오비슨의 ‘인 드림스’는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선명하게 기억될’ 음악을 선곡하고 싶었던 최동훈 감독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단 하나의 곡이다. <펄프픽션>(1994)으로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90년대 영화광 감독 최동훈에게 데이빗 린치의 <블루 벨벳>(1986)으로 기억되는 ‘인 드림스’는, 다른 비슷한 세대 영화광에게도 그러하겠지만 사실상 헤쳐나오기 힘든 마력의 곡이다. 한국영화 중에서는 과거 배창호 감독 <젊은 남자>(1994)에서 성공을 꿈꾸며 포기를 모르고 달려가는 이한(이정재)의 테마곡이기도 했다. 뭐랄까, 문도석이라는 이름과 ‘인 드림스’를 들으면서 최동훈 감독이 자신의 과거에 보내는 작별인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감독으로서 애타게 만들고 싶었지만 이제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그리고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증거로서, 이제는 다시 돌아가지 않을 시간에 바치는 이름이자 선곡으로 보였다.

 

최동훈 감독 (제공=CJ ENM)
최동훈 감독 (제공=CJ ENM)

<외계+인> 기자간담회에서 최동훈 감독이 했던 말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40대에 시작한 영화가 50대에 끝났다”는 얘기였다. 돌이켜 보면 강윤성, 우민호, 류승완, 나홍진, 임필성, 한재림, 윤종빈, 연상호 감독 등 이른바 90년대 영화광 감독들, 즉 1970년대 아메리칸 뉴시네마와 1980년대 홍콩 장르영화 사이 어딘가, 혹은 마틴 스코세이지와 쿠엔틴 타란티노 사이 어딘가에서 영리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모색했던 70년대생 감독들의 계보 안에서,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은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실험이었다. 다른 동료 감독들이 보다 실화에 매달리고, 과거로 회귀할 때 어쨌건 미래의 시간으로 간 사람은 최동훈이 유일하다. 사실 그게 가장 놀랍고 당대 한국영화계가 필요로 하는 시도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한국영화는 <외계+인>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 이라는 얘기는 반은 농담이지만 반은 진담이다. 얼른 그의 다음 프로젝트에 대해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