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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외계+인 2부〉김태리, “연기는 기세다! 최대한 뻔뻔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씨네플레이
배우 김태리 (제공=CJ ENM)
배우 김태리 (제공=CJ ENM)

<외계+인>에서 외계인의 지구 침공으로 위기에 빠진 ‘현재’에서 이안은 10살 소녀, 그가 인간의 몸속에 가둬진 죄수의 탈옥을 막기 위해 간 ‘과거’에서 이안은 훌쩍 나이를 더해 20살 청춘이 된다. 그렇게 이안은 나이를 점프업한 채 몇백 년의 시간을 가뿐히 오가며 실은 현재의 시간으로 ‘단 5분 만에’ 결정될 절체절명 멸망 직전의 지구를 구해야 하는 영웅의 운명을 짊어진다. 이안은 그러고 보면 최동훈 감독의 영화 캐릭터를 통해, 우리가 아는 한 가장 어린, 또 젊은 캐릭터인데, 주어진 고난과 사명감의 압박과 무게는 전에 본 적 없는, 가늠할 길이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혼종 장르의 재미와 시도가 접목된 <외계+인> 시리즈에서 이안은 어드벤처, 멜로, 액션, 감정의 모든 것들을 수행해 내는 중심 중의 중심 캐릭터다. 그런 이안을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배우 자신이 쏟아부은 자신의 ‘재료’의 총합은 어느 정도였을까. 누군가 이안에게서 <리틀 포레스트>(2018)의 청춘 혜원의 감정을 봤다거나 <스물다섯 스물하나>(2022)의 나희도 같은 엉뚱한 매력을 빼놓지 말라고 한다면 모두 수긍이 갈 거다. 방금 전까지 우주에서 활약하는 <승리호>(2020)의 장선장처럼 도약을 하던 이안이 <악귀>(2023)의 구산영처럼 전혀 본 적 없던 얼굴로 2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려 거침없이 직진할 때, 관객들은 김태리가 가진 능력치를 바로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다.

​앞선 작품들이 준 영향이 재료로 스며들고 다음 작품의 촬영에도 <외계+인> 시리즈의 경험치는 배우에게 중요한 재료로 사용된다. “아마도 <악귀> 때 <외계+인>의 도움을 많이 받았나 보네요”라고 김태리 배우 스스로 말할 정도로, 이안의 연기는 지금의 김태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금의 김태리가 줄 수 있는 총합의 연기이기도 하다.

​호평과 아쉬움, 시도와 성취 사이, 한국 장르물이 걸어가는 ‘현재’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서 결국 김태리의 도전을 빼놓고 말하기는 힘들다. 김태리는 분명히, 지금도 많은 감독이 새로운 작품을 기획하고 상상하고 도모할 하나의 ‘설정값’이다. 기획, 구성, 장르 모두 새로운 시도 안에서 최동훈 감독이 한국 영화가 가진 가장 ‘새로운’ 배우와 손을 잡은 건 어쩌면, 이 영화가 굴러가는 작동원리 중 하나인 ‘운명’처럼 당연한 선택처럼 보인다. 2부 개봉을 앞둔 김태리 배우를 만나 2024년 새해, 가장 지금의 김태리다운 답변들을 들어 봤다.


배우 김태리 (제공=CJ ENM)
배우 김태리 (제공=CJ ENM)

2부 기자 시사 때 영화를 같이 보셨는데요. 류준열 배우 말로는 “다 아는 내용인데 태리가 제일 빵 터지더라” 라고 하셨어요. (웃음)

​진짜 관객처럼 잘 본 것 같아요. 보통은 아쉬운 것들이 많이 보이고, 또 제 장면에서는 으악 하고서는 눈도 가리고 이제 막 못 보기도 하고 그러는데, 그냥 관객처럼 본 것 같아요. 사실 전부 다 합치면 어제 세 번째 본 것이긴 한데, 앞서 두 번과 너무 다르게 훨씬 완성도 있는 그런 영화를 본 것 같아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2부에서 가장 꽂힌 장면이 있다면요?

​가장 좋았던 건 역시 사랑하는 두 신선이죠. 개인적으로 <외계+인>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게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인데요. 두 신선의 팬이에요.(웃음) 코미디가 정말 어렵거든요. 아, 이하늬(민개인 역) 언니도 정말 좋았어요. 하늬 언니는 같이 촬영한 분량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서, 오히려 영화 보면서 많이 본 거예요. 너무 웃기고 진짜 잘하시더라고요.

1부 공개할 때와 완전히 마무리되는 2부를 공개할 때의 기분이 또 다를 것 같은데요.

​설렘은 항상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 2부가 좀 더 큰 설렘이지 않을까 싶어요. 뭔가 새해를 연다는 그런 기분도 있고요. 또 지금 영화관 찾아주시는 관객분들도 되게 많고 그래서 좀 설레는 느낌이 큰 것 같습니다.

 

〈외계+인 2부〉
〈외계+인 2부〉

1부가 예상외로 저조한 흥행 성적을 거두면서 많은 생각을 하셨을 텐데요. 준비된 2부를 빨리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컸을 것 같고요.

​배우에게 영화가 흥하고 흥하지 못하고는 거의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일단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역할을 온전히 해내는 거기까지가 배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들 아쉬움 같은 건 있었지만 어떤 부정적인 생각들보다는 2부를 어떻게 할까 하는 데에 좀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2부를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 감독님이 빨리 마음을 다시 집중하실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응원하는, 모두가 다 한마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2부에서 시작부터 큰 역할을 하셨어요. 극의 도입부에 이안이 내레이션으로 1부의 상황을 설명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부여받았는데요.

​추가적인 녹음을 좀 해야 해서 녹음실에 자주 가서 작업을 했는데요. 그런데 아무래도 다른 작업을 할 때도 있고 그래서, 시간이 안 맞을 때는 스마트폰으로도 많이 녹음했어요. 생각나는 에피소드 하나는 제가 굉장히 여러 장소에서 매번 좋은 데를 찾아서 읽어서 보내드렸어요. 새벽에 보내드릴 때도 있고 그랬는데, 집에 고양이가 있으니까 고양이는 모르고 소리를 내잖아요. 그래서 ‘쉿, 조용히 있는 거야’ 하면서 녹음하고 그랬어요.(웃음)

2부는 내레이션부터 확실히 친절하게 따라갈 수 있는 구성을 취하는데요.

감독님이 편집을 50번 넘게 하셨다고 하는데요. 그 과정이 대부분 서머리(개요)에 대한 편집이 많았을 거라고 예상해요. 1부와 2부 사이에 시간의 간극이 크기도 했고, 또 어떤 식으로 관객분들께 다가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했고요. 그래서 계속해서 발전시키다가 최종 형태가 지금이 된 건데, 저도 어제 관객으로서 영화를 보는데 1부를 보지 않고도 초중반까지는 충분히 영화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외계+인 2부〉
〈외계+인 2부〉

2부에서 이안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데요.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감정의 표현에 주의한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요. <악귀> 때의 모습이 많이 떠올랐어요.

그러고 보면 <악귀> 때 <외계+인> 연기의 도움을 많이 받았나 보네요.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요. 저는 요즘 드는 생각이 ‘연기는 기세다!’라는 건데요. 왜냐하면, 연기에 정답은 없는 거니까 뻔뻔하게 하는 것, 그래서 내 것을 정답으로 만들어 관객과 시청자를 설득시키는 것,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외계+인> 시리즈는 아무래도 아예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어요. 내 몸에 맞지 않는 뭔가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걱정들을 계속 떨쳐내는 것이 좀 중요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저의 무표정한 표정이 우빈 오빠의 그 쫄쫄이 슈트 같은 느낌이랄까.(웃음) 뻔뻔하게 하려고 계속 노력을 했고 어려운 신들은 감독님과 상의하고 그러면서 답을 찾아 나갔죠.

이안은 큰 성장을 보여주는 변곡점 없이 이미 완성된 모습을 가진 인물이기도 한데요. 그 안에서 이안이 가진 다채로움, 입체적인 지점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핵심 키워드는 인간적인 모습을 계속 찾으려고 노력을 했어요. 이안은 보통 인간보다 훨씬 발달된 신체 능력과 높은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좀 비인간적인 면모, 굉장히 냉철한 계산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죠. 그런데 이안이 안에 있는 어떤 다정함이나 어떤 선함이나 혹은 그런 부분, 즉 신체 능력과는 별개로 이루어지는 약간의 허술함 그런 부분들을 좀 찾으려고 노력을 했었어요. 그리고 후반부에 집중을 했던 건 무륵(류준열)을 만났을 때의 감정을 많이 표현하려고 했어요. 10년 동안 혼자 지냈던, 거의 기억에서 가물가물 잊혔겠지만 계속해서 내 마음속에 있었던 어떤 인연에 대한 어떤 끊어지지 않은 실 같은 게 어느 순간 탁 이어졌을 때, 그 애틋함이 굉장한 감정이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 애틋함을 표현하면 이안이가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외로움의 부분도 표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다양한 재미 요소를 표현하는 이 영화의 캐릭터들 사이에서 이안은 지구를 구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가장 무거운 톤을 가진 인물이기도 한데요.

​가령 최동훈 감독님 영화 하면 생각나는 어떤 엔터테이닝적인 캐릭터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중심 서사를 잡는, 시간을 소개하는 어떤 그런 선상에 있었던 그런 캐릭터라고 생각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작품 속 여러 캐릭터와 제가 연기하는 톤이 과연 잘 섞일까 하는 그런 고민을 좀 했었던 것 같아요. 그 고민을 듣고 감독님이 무조건 맞다라고 얘기해 주셨어요. 이안이가 중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셔서 그 말을 믿고 연기했죠.

 

〈외계+인 2부〉
〈외계+인 2부〉

후반부는 워낙 액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액션 장면 연기를 하는 데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보통 무술감독님이 액션 연기를 짜오시잖아요. 그럼 제가 항상 뒤에서 “좀 더 화려한 거 주세요”라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잘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어요.(웃음) 왜냐하면 이안의 무술은 좀 간결하고 정직한 동작들이어서 제가 원하는 화려함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아쉽기도 했지만, 사실 저는 몸 쓰는 걸 굉장히 좋아해가지고요. <악귀>나 <스물다섯 스물하나> 그런 작업들 할 때 몸을 되게 많이 썼잖아요. 몸을 씀으로써 감정을 보여주는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창작이고 저는 그게 되게 재밌는 것 같아요. 무술 연기는 액션이 전문이 아니니 언제나 부담이 있는데요.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하려고 했어요. 프리프로덕션 때 기본 동작들을 많이 연습해서, 현장에서 확 바뀌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유연하게 빨리빨리 동작들을 숙지해서 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리고 또 그 와중에 어려운 장면들 같은 경우는 이제 감독님이나 선배들한테 좀 여쭤보고 어떤지 모니터도 부탁하고 그러면서 진행을 했죠.

태리씨를 비롯해서 김우빈, 류준열 등 이번 영화의 배우들을 보면서 최동훈 사단의 새로운 유닛이 형성된 것 같았는데요. 일종의 소속감을 느끼시지 않았을까, 그 안에서 작업하는 즐거움이 좀 어떤 것이었는지 표현해 주신다면요.

​너무 행복했고요. 정말 되게 많이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많았던 것 같아요. 감독이 자기가 하고 있는 작품의 배우를 사랑한다는 일이 어떻게 보면 당연할지 몰라도 어떻게 보면 되게 대단한 일인 것 같거든요. 그 사랑을 받는 배우한테는 그게 굉장히 큰 힘이 된다는 거를 이번 작업을 하면서 느꼈고, 그래서 그냥 한마디로 감독님과의 작업이 저는 너무 행복했고 즐거웠고 꼭 다시 한번 만나고 싶어요. 현장 분위기도 무진장 화기애애했죠. 다들 그날 싸 온 간식들을, 이거 드세요, 오늘은 이거예요, 이러면서 나눠 먹었던 기억이 가장 많은 작품이었어요. 정말 현장에서 이만큼 한자리에 모여 연기했던 작품은 또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이 작품이 굉장히 행복했었다고 얘기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런 경험을 했던 것이 되게 소중했다는 거예요. 정말 흔치 않은 일이고 많이 즐겁고 행복한 현장이었습니다.

2024년을 여는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는데요. 올해 계획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는 신작 <정년이>라는 드라마를 계속 촬영할 것 같고요. 판소리하는 소녀 캐릭터라 머리도 짧게 잘랐어요. 일단 그 드라마를 기다려 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배우는 지점이 있는데, 함께 연기한 선배, 동료 배우들로부터 많이 배워요. <악귀> 때 오정세, 홍경 배우와의 작업을 통해서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는 작업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외계+인> 때는 준열 오빠가 그 역할을 많이 해줬거든요. 그렇게 소통을 했을 때 나온 결과물에 대한 어떤 믿음 같은 것을 좀 배웠던 것 같아요. <정년이>를 통해 이번엔 또 어떤 걸 배울지 기대가 돼요.

 

 

〈외계+인 2부〉
〈외계+인 2부〉

마침 <아가씨>로 김태리의 서막을 같이 한 박찬욱 감독과 지금의 김태리를 정의할 소스가 되는 <외계+인>을 같이 한 최동훈 감독과 GV 행사를 하셨어요. 두 감독에게서 받은 연기자로서의 영향을 생각해 본다면 어떤 것일까요.

​박찬욱 감독님은 프리 기간 때 굉장히 많은 것들을 다 안배하고 정리한 후에 촬영에 들어가서는 계획대로 쭉쭉 진행시키시는 편이고, 최동훈 감독님은 프리 작업 때도 열심히 작업을 하고 촬영 때도 계속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두 분 모두 철저하게 준비하시는 분들이어서 배우로서 얻는 것들이 꽤 많구요, 또 두 분의 공통점이라면 일단 이야기를 너무 잘 들어주시고 자신의 색깔에 더해서 그 이야기나 의견을 함께 섞어서 녹여내주시는 부분들이 좀 많이 닮았어요. 아무튼 두 분 다 아주 큰 영향을 주신 분들입니다.(웃음)

1부를 OTT로 보시고 후속편을 극장에서 보시려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2부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관람의 팁을 주신다면요.

​편한 마음으로 와서 봐주시는 게 가장 큰 관전 포인트일 것 같아요. 워낙 세계관이 독특하고 또 시대를 아예 오가는 그런 설정이다 보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와서 <외계+인>이라는 이야기와 세계 자체에 그냥 빠져서 보시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웃음)

배우 김태리 (제공=CJ ENM)
배우 김태리 (제공=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