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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는 확실히 다르다!' 영화 〈여기는 아미코〉미리 본 후기

이진주기자
〈여기는 아미코〉
〈여기는 아미코〉

아미코에 대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평범하다고 하기엔 유별나고, 비뚤어졌다고 하기엔 선한 의도를 가졌으며, 사람을 사랑한다고 하기엔 스스로를 살피지 않는 아이 아미코를 뭐라 정의하기 어렵다. 영화 <여기는 아미코>는 우리가 ‘이상하다’며 슬며시 피할법한 이 아이의 신발을 신어보게 한다. 아미코의 신발이 데려다주는 곳으로 따라가다 보면 그제야 아미코의 진짜 마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는 아미코>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의 막내딸이다. 회사원인 아버지 데츠로는 무심한 듯하지만 성의 있게 아미코의 말에 응해주고 서예 교실을 운영하는 어머니 사유리는 단호하면서 따뜻하다. 두 살 터울의 오빠 코타는 독특한 동생을 잘 보살핀다. 그리고 아미코 옆에는 짝사랑하는 남자아이 노리도 있다.

영화는 이마무라 나쓰코의 데뷔 소설 「여기는 아미코」를 원작으로 한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작가인 이마무라 나쓰코는 이 작품으로 데뷔해 2010년 제26회 다자이 오사무상을 수상했고 이어 2011년에는 제24회 미시마 유키오상을 안았다. 그는 담담한 문체와 특유의 감성으로 단번에 일본 문학계의 촉망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영화 <여기는 아미코>의 연출 모리 유스케는 20대 초반에 원작 소설을 읽고 ‘두들겨 맞은듯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각색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는 모리 유스케는 결국 영화 <여기는 아미코>로 감독 데뷔를 했다. <여기는 아미코>가 제52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와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을 뿐 아니라 제25회 타이페이영화제 비평가협회상, 제8회 런던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상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모리 유스케 감독은 단숨에 세계의 주목을 받는 감독으로 부상했다.

'남동생의 묘'라고 써줘. 엄마에게 줄 선물이야.

<여기는 아미코> 중 아미코의 대사

〈여기는 아미코〉
〈여기는 아미코〉

초등학생인 아미코는 남다른 행동을 일삼는다. 쿠키 겉면의 초코만 핥아먹은 후 남은 것을 짝사랑하는 아이에게 건넨다거나 엄마의 서예반에서도 숙제를 하지 않아 쫓겨난다. 그리고 그저 철없는 아이의 행동으로 넘기기엔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야 만다.

아미코는 유산을 한 엄마에게 ‘선물’이라며 직접 만든 동생의 묘를 보여준다. 모두가 외면하는 상처였다. 서예반 학생들과 동네 사람들, 오빠와 아버지까지 차마 건드리지 못하는 죽음이 아미코에 의해 선명해진 셈이다. 찢어지게 우는 엄마를 보며 아미코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가족 모두는 각자의 심연으로 들어가게 된다.

〈괴물〉
〈괴물〉

어른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아이. 많은 이들이 영화 <여기는 아미코>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2023)을 연상하기도 한다. 지난해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영화 <괴물>은 제76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으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감독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각본의 사카모토 유지, 음악의 류이치 사카모토 등 일본 세 명의 거장이 모여 엄청난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평이다.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일본 영화 <괴물>과 <여기는 아미코>는 작품의 메시지, 톤 앤 매너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영화 <괴물>은 아들이 교사에게 폭력을 당했다는 엄마 사오리와 억울하게 사과를 할 수밖에 없는 교사 호리, 사건을 덮으려는 교장 선생 후시미 등 아이들을 둘러싼 어른들의 편협한 시선을 담는다. 사실(Fact)에 집착해 진실(Truth)을 보지 못하는 그들은 ‘나’가 아닌 괴물 찾기에 여념이 없다. 한편, <여기는 아미코>는 오롯이 아미코의 세상을 보여준다. 엄마가 유산했다는 것, 동생은 남자아이가 아니었다는 것, 귀신은 없다는 것 등의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아미코는 그저 죽은 동생이 귀신이 되어 나타났다는 생각과 귀신이 무섭지만 친구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가득할 뿐이다.

엄마는 점박이 괴물이야.

(머릿속을 보이며) 여기 내 땜통이야. 네가 보기엔 난 뭐야? 오빠야? 아니면 대머리야?

오빠야.

그럼 아까 만난 사람은 뭐야? 엄마야? 점박이 괴물이야?

엄마야.

<여기는 아미코> 중 아미코와 오빠의 대화

〈여기는 아미코〉
〈여기는 아미코〉

아미코는 몰랐을 것이다. 세상이 얼마나 복잡다단한지,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해야 하는지 말이다. 응답하지 않는 수화기에 전한 ‘다들 알려주지 않는다’는 아미코의 항변은 허망하게 흩어진다.

아미코의 상황과는 달리 영화는 퍽 유쾌하다. 영화 <괴물>이 인물들과 거리감을 두고 사건을 담담하게 풀어나간다면 <여기는 아미코>는 아미코의 감각에 집중해 그의 눈과 귀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비현실적으로 담아내려 한다. 아미코가 자신을 다그치는 엄마의 튀어나온 점을 바라볼 때는 이를 클로즈업 샷으로 과장해 보이거나 불량 학생들이 아미코의 정강이를 차며 괴롭힐 때는 빈 깡통을 소리가 나는 식이다.

모리 유스케 감독은 대본의 청각적 이미지를 최대한 생생하게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옥수수가 쿵 하고 떨어졌다’거나 ‘신발을 신은 채 발을 쿵쿵 내디디며 다가왔다’ 등을 말이죠. 대본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최대한 쉽게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영화가 이미지와 소리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매우 의식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영화는 아미코의 감각뿐 아니라 상상 속 모습까지 펼쳐 놓으며 초현실적인 기조를 놓치지 않는다. 귀신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노래를 부를 때 상상 속 유령들과 함께 춤을 추며 노는 다소 역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는 아미코〉
〈여기는 아미코〉

아미코 역의 오사와 카나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 배우로 약 33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었다. 모리 유스케 감독은 카나를 보자마자 아미코 역으로 점찍었다고 한다. 카나는 촬영을 해본 적이 없음에도 현장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그녀의 에너지는 굉장했어요. 매일 아침,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촬영장에 와서는 모든 팀원들의 복부를 강타했죠. 그게 그녀의 아침 인사였어요. 저는 그것이 촬영장에서 긴장하지 않는 그녀만의 방식이었다고 생각해요.”

카메라 뒤에서는 영락없는 아이였지만 연기를 할 때 그는 완전히 달라졌다. “어쩔 수 없이 테이크를 여러 번 찍어야 할 때, 카나는 약간의 불평을 하긴 했어요.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대머리 아이와 함께 등장하는 긴 교실 장면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어요. 저는 그게 어떤 장면인지 그녀가 본능적으로 이해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직도 그녀가 그 장면에서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모르겠어요.” 오사와 카나는 본능적으로 상황에 몰입하는 배우일지 모른다. 모리 유스케 감독은 “카나의 얼굴에는 미스터리가 있어요. 신비로움이 가득한 누군가의 얼굴을 찍는 것은 즐거운 일이에요”라며 그와 함께 촬영했던 즐거움을 상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