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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파묘〉 장재현 감독, “그동안 아껴둔 아이디어들을 〈파묘〉에 다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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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장재현 감독 (제공=쇼박스)
〈파묘〉 장재현 감독 (제공=쇼박스)

 

<파묘>가 땅을 파고 세상에 ‘험한 것’의 정체를 드러내기 한참 전, 그러니까 재작년 한창 이 영화를 만들 때쯤 장재현 감독을 만나 영화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마련한 ‘괴담 기획개발 캠프’에서 이른바 ‘한국형 오컬트의 장인’ 장재현 감독의 창작의 노하우를 캐내는 토크 때였다. 사실 본격적인 재미는 토크 후 시작됐다. 감독님이 한창 지금 준비 중인 작품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번엔 관을 옮기는 이장이 소재라고 했다. 묫자리, 조상, 미신, 풍속, 화, 이건 뭐, 말 다 했지. 어느 모로 보나 한국인이 거부할 수 없는 ‘매운맛’이었다. 

장재현 감독이 누군가. 전작 <검은 사제들>(2015)과 <사하바>(2019)로 장르에 대한 깊이와 재미를 놓치지 않고 정말 ‘파 내려가는’ 솜씨를 입증한 감독이 제대로 각 잡고 한국 무속 이야기를 접목한 오컬트 장르를 만든다고 하니, 이건 터지겠다 싶었다. 그날 이후 영화를 향한 호기심도 증폭됐지만, 그날 내게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장재현 감독이 시나리오를 빌드업 해 나가는 그 과정의 이야기였다. 

아는 무속인들, 그러니까 시나리오를 쓰는데 취재원이 될 라인이 여럿 있다는 그는 시간만 나면 차 타고 멀리 지방까지 가서 그분들과 교류하고 이야기를 듣는다는데(각 잡고 만나는 관계라기보다는 그분들과 서스럼 없이 마치 지인처럼, 동생처럼 허물없이 지내는 분위기로 보였는데, 실제 교회 집사인 장재현 감독에게서 <사바하>의 박 목사(이정재)와 좀 닮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날 그렇게 감독님이 말해 준 취재원들로 부터 들은 이야기, 업계의 메커니즘만 해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한 둘이 아니라, 지금 생각해 보면 <파묘>의 후속편 여럿이 시리즈로 만들어질 수 있겠다 싶다. 

<파묘>가 개봉 2주 차에 접어들며 벌써 3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동안, 관객 모두 목격한 장르의 재미, 매혹적인 스토리, 그리고 김고은의 물오른 연기력, 최민식, 유해진의 탄탄한 연기력, 그리고 <더 글로리> 전이었지만, <스위트 홈> <화양연화>로 요즘 이도현 배우가 눈에 들어온다고 하자, “지금까지는 그 친구가 가진 잠재력의 반도 안 보여준 거다”라며 “<파묘>가 공개되면 정말 깜짝 놀랄 거라고” 장담했던 기억도 난다. 

<파묘>는 관 아래 관이라는 ‘첩묘’의 개념을 곧장 극의 미스터리와 긴장감을 불러오는 데 활용하고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은’ 것을 바탕으로 한 주제의식을 마치 2개의 장이 나뉜 것 같은 극의 구조로 활용하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촘촘한 디테일로 짜인 영화다. 분할 구조와 달라진 톤에 호불호를 가질 수 있지만, 그 호불호를 논하는 것도 <파묘>를 보는 재미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게다가 <파묘>는 결과적으로는 그렇게도 보이지만, 사실 사명감을 가지고 뭉친 ‘어벤져스’팀의 귀신사냥 이야기가 아니다.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 둘이 각자의 ‘직업’으로 의뢰받은 일이, 일파만파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역사적인 상처를 캐는 작업까지 부지불식간에 전개되는 이야기로 보자면 감독의 전작의 적당히 속물근성을 가진 평범한 인물들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장르의 묘미 뒤에 깔린 주제적 측면에서 영화를 본 관객들이 이들 상덕, 화림, 상근, 봉길 캐릭터의 이름이 독립운동가로부터 온 이름이고, 상덕의 차 번호 0815를 발견하는 동안, <파묘>에 숨은 재미들을 극장에서 함께 ‘파 내려가는’ 작업이 한창 거세다. 마치 나홍진 감독의 <곡성>(2016)을 맞닥뜨렸을 때 가졌던 열기처럼 <파묘>를 향한 호기심도 증폭되는 때다. 장재현 감독을 만나 <파묘>의 첫삽을 뜨던 때부터 완성까지, 이야기를 들었다.


〈파묘〉 장재현 감독 (제공=쇼박스)
〈파묘〉 장재현 감독 (제공=쇼박스)

 

<검은 사제들>에서는 가톨릭 구마 의식, <사바하>에서는 사이비 종교가 소재였는데요. 이번에는 풍수와 무속 신앙이 소재인데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사바하> 끝나고 이 소재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땐 굉장히 하드한 호러 영화를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다들 마스크 끼고 극장 가고 그럴 때여서 제작비가 큰 영화들은 거의 개봉이 밀리고 대부분 작가주의 영화들이 많았어요. 어렵게 극장에 갔는데 좀 답답한 게 싫더라고요. 그래서 영화 방향을 좀 바꿨어요.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좀 화끈하고 체험적인 걸 해보자 했어요.

취재 과정에서 무속인들과의 친분을 이야기하셨는데, 영화를 만들기 전에 어떤 계기가 있으셨는지 궁금해요.

<검은 사제들> 때부터 무속에 푹 빠져서 가톨릭 영화를 만들었어요. 이게 강신무와 세습무 그런 이야기예요. 무당, 무속인의 아이덴티티로 두 사제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저의 작가적인 의도였어요. 그때부터 무속 신앙에 관해서 관심이 좀 많았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무속인들을 많이 만나면서 <사바하> 할 때도 도움을 많이 받았고 이제 무속 신앙으로 피날레를 하고 싶어서 아껴놨던 아이디어들을 이번 영화에 다 쏟아냈습니다.

감독님이 실제 교회 집사라는 것이 마치 반전처럼 다가오는 포인트인데요.(웃음) 취재 과정에서 거리감을 느끼거나, 혹은 그분들에게서 그런 배척감을 느끼시지는 않으셨나요.

제가 느낀 바로는 탑클래스들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들은 서로의 리스펙이 있어요. 좋은 목사님들을 만나면 그거에 대해서 아무 거리낌이 없기도 하고요. 정말 그러더라고요.

〈파묘〉
〈파묘〉

 

그렇게 취재원과 교류를 통한 사전조사가 충실히 반영된 게 작품 결과로 드러나는데요. 그 과정은 어느 정도 소요가 됐나요.

사전조사와 시나리오 작업이 거의 한 2~3년 정도 됐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 쓰다가 막히면 또 돌아다니고 사람들 만나고 놀고 막 그렇게 또 시간 보내고 그렇게 해서 또 시나리오를 풀어가고 이렇게 해서 이야기 골격을 잡아 나갔어요.

호러의 장치로 볼 때는 무서움의 난이도는 낮은 편인데요. 톤앤매너와 장르를 어떻게 계획하셨나요.

무섭게 만들려고 하는 장면은 그냥 한두 개 장면 정도였어요. 그것 역시 좀 드라이하게 하려고 했지, 무섭게 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유명한 공포영화들 보면 주인공이 피해자여야 하죠. <검은 사제들>도 제가 순수 공포영화로 만들려고 했다면 악령에 씐 영신(박소담)과 그 가족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무섭게 풀어갈 수 있는데, 제가 그런 무섭고 답답한 걸 안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막상 저도 공포영화 개봉하면 잘 안 봐요.(웃음) 왜냐면, 뒷맛이 안 개운해. 어렵게 극장에 왔는데 말이죠. 확실히 제가 봐도 제가 호러과 DNA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 베를린국제영화제 갔더니 해외 기자가 그러더라고요. 제 작품을 다 봤는데 ‘그로테스크한 신비로움’이 있다고. 제가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이번에는 동아시아적인 그로테스크한 신비로움을 보여준 게 아닌가 싶어요.

‘한국형 오컬트의 장인’이라는 수식에 대해서 감독님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사바하>에도 영적인 존재, 약간 모호한 종교적인 존재가 나오긴 하니 오컬트긴 하지만, 한국에 이런 류의 장르물이 별로 없으니까 저도 모르게 제가 오컬트 대표 감독이 됐는데 사실은 제 영화도 결국 미스터리 영화인 것 같아요. 한국형 오컬트라고 불리는데, 걱정이죠. 크게 다른 거 했다고 혼날까 봐.(웃음)

〈파묘〉
〈파묘〉

앞선 두 작품처럼, 사건의 피해자보다 사건을 해결해 가는 ‘팀’의 활약이 도드라지는 구성인데요. 작당모의를 하는 인물들이라기보단, 이 업계의 바삭한 메커니즘에 이미 익숙한 직업인들처럼 보이는 건조한 팀워크로 시작하는데요. 

처음엔 박지용(김재철)을 주인공으로도 써봤어요. 호러로 가려고 했다면, 주인공이 사건을 의뢰하는 박지용이 되어야 해요. 그래야 일이 일어나고 조력자가 오고 자신의 업 때문에 죽는다 이런 구조가 되어야 호러 색깔을 강력하게 띨 수 있는 거죠. 그런데 따지고 보면 결국에 지금의 주인공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 영화 주인공이 다 그러더라고요. 전문가들이 이야기를 파헤치고 해결해 가는 영화죠. 그 연장선에서 이 작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걸 보면 좀 어두운색에 밝은 인물들이 들어가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는 달라져도 그 색깔은 좀 변하지 않을 것 같긴 해요. 가령 제 영화의 캐릭터들이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거나 그런 되게 뭐라고 할까 다크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사실 <파묘>의 인물들도 다 돈 때문에 먹고산다 주의의 사람들이잖아요. <사바하>도 이정재가 자기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지만 좀 밝죠. 이번에도 사람들이 참 먹고살려고 열심히 사는 부지런한, 어떻게 보면 우리랑 크게 떨어지지 않은 옆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밝은 사람들인데 점점 더 깊게 어두운 데로 들어가는 그런 개념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장 풍속은 한국의 장례문화에서도 중요한 개념인데요. 이 부분을 이번 작품의 메인 소재로 활용하신 이유가 있으셨나요.

제가 경북 영주 출신인데요. 어렸을 때 막 놀던 뒷산에서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무덤을 이장하더라고요. 고속도로가 뚫려 산이 없어지게 돼서 이장을 하는 건데 제가 매일 놀던 곳을 땅을 파고 무속인이 굿을 하고 이런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요즘은 그렇게 꺼낸 관을 화장하는데 옛날엔 그걸 다른 데로 옮기거든요. 이장을 하거든요. 관이 이사를 가는 거죠. 그때 땅을 팠을 때 나던 흙냄새부터, 뭐 나올까 긴장하고 보던 모습, 100년이 다 된 섞은 관을 사람들이 줄에 묶어서 끌어올리는데 정말 복합적인 감정이 들더라고요. 보고 싶지는 않은데 보고 싶기도 한 그런 이상한 감정들이 <파묘>를 만드는데 중요한 개념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들어야 되겠다는 그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신박한 지점이자 찬반일 수도 있는 건 역시 이야기의 구조인데요. 관 아래 관이 또 묻힌 ‘첩장’의 개념이 마치 이야기의 구조와 맞물리는 아주 특별한 구성인데요. 하나의 이야기가 허리가 끊긴 것처럼 끝났다가 다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이 구조는 어떻게 구성하게 된 건가요.

첩장이 실제로 있대요. 풍수 선생님과 이야기하면서 알게 됐는데, 옛날에 가난한 사람들이 명당자리가 너무 비싸니까 돈이 없어서 밤에 부잣집 묘에 가서 실제로 자기 조상 관을 넣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장을 하다 보면 관 밑에 또 다른 관이 나오기도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구조적으로 마치 2개의 장처럼 구분되는 데는 저의 작가적인 욕심이 컸어요. 사실 말끔하게 만들 수도 있었는데 이야기도 허리가 끊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더라고요. 그게 주제와 더 잘 맞겠구나 싶어서 이야기의 허리를 끊어 버린 거죠. 2초 정도 거기서 정막이 나옵니다. 사실 잘 쓰는 방법이 아니라 반대가 좀 심했는데 이건 정말 저의 욕심이었어요.

〈파묘〉
〈파묘〉

민족의 정기를 끊는 쇠말뚝 설정에서 확실히 <퇴마록>을 연상하게 만드는데요. 영향을 받으신 부분이 있으셨나요.

이우혁 작가님께 <퇴마록> 사인북도 받고 굉장히 리스펙 하는 작가인데 제가 가는 방향과는 좀 많이 다르지 않나 생각이 들긴 해요. 그 작품은 사실 굉장한 판타지에요. 그런데 저는 판타지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에요. 이 영화에 다소 그런 요소가 있긴 한데 자세히 보시면 제가 미친 듯이 이 이야기를 땅바닥에 붙이려고, 별 난리를 친 게 보이실 거예요.

그 부분의 리얼리티를 얻는 데 풍수사의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그린 것이 컸던 것 같아요. 영험한 기운을 가진 무속인이 아닌, 풍수사에게 후반부 사건 해결의 열쇠를 준 것에 대해서 어떤 의도가 있으셨나요.

서사 전개상 하자고 한 사람이 희생해야 해요. 원래 서사상 사명을 띤 사람이 해결을 하는 게 맞는 거죠. 전 무언가를 막 처단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귀신 잡으러 가는 우리의 어벤저스’ 이렇게 영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알고 보면 이들도 원래 하려던 일이 틀어져서 극한의 상황에 처하게 되고, 어떻게 보면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꼴인 그런 개념일 수 있는데, 작정하고 귀신 잡으러 가자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너무 이야기가 쉬워지는 거죠. 사실 풍수사와 장의사가 뭐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풍수사는 실제 만나보면 지질학과 교수님 같아요. 우리는 미신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그분들은 굉장히 과학에 가깝죠. 어떻게 보면 무속인들과 사이가 안 좋기도 하죠. 그런데 가끔 진짜 협업을 하기도 해요.

풍수사 상덕의 캐릭터를 연기한 최민식 배우가 현재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과거 동아시아 지역에 영향력을 끼친 ‘험한 것’의 존재와 만나는 설정까지 가는 걸 무리 없이 이끌어 주는, 리얼리티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선배님의 연기력은 말 안 해도 다 알잖아요. 제가 배우님을 생각하기까지는 아버지 같은, <라스트 맨 스탠딩>(1996)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연기한 주인공 존 스미스(돈에 의해 움직이던 살인청부업자인 그가, 어떤 계기에 의해 조직에 맞서 혼자 승부를 벌인다)와 최민식 선배님의 이미지가 좀 맞아서였던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본 모습은 정말 저는 선배님이 촬영장에서 술 드시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촬영장에 늦게 오신 적도 한 번도 없고, 현장에 와서 대본을 보거나 이런 적도 없어요. 이미 모든 걸 완성하고 현장에 오시고, 후배 배우들이 혹여나 어려워할까 봐 항상 자신을 낮추세요. 제가 너무 감사한 게, 한번은 어깨만 한번 걸어줘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6시간을 기다려서 그 어깨만 나오는 걸 6시간을 기다려 찍고 가셨어요. 조심스럽게 여쭤봤더니 작품에 필요하면 뭐든 하신다면서 흔쾌히 임해주셨어요.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신인 배우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어요. 선배님에게서 진짜 프로페셔널의 모습을 본 것 같아요. 이번 작업하면서 서로 너무 잘 맞았는데 선배님이 워낙 명쾌한 걸 좋아하시는 분이고, 저 역시 솔직하게 감정 표현을 하는 스타일이라 허울 없이 가까워진 게 아닐까. 그리고 저희가 개그 코드가 좀 잘 맞아요.(웃음)

〈파묘〉
〈파묘〉

경력이 많은 풍수사와 대조적으로 기성세대와 대조되는, 일종의 세대교체 같은 대비구조를 통한 효과도 극에 긴장을 불어 넣어주는데요. 실제 취재와 조사에서 오는 실제 이 업계의 분위기,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의 팀 구성, 일종의 커넥션 같은 이런 업계의 상황, 또 신구의 변화 지점을 반영한 캐릭터 설정이 아닐까. 그리고 영화적으로 이런 대비와 구성을 활용하신 이유도 있으실 것 같고요.

나이 든 그런 장인들 있잖아요. 꼰대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풍수사라든가 장의사들, 특히 옛날 1세대 장의사들 분들 만나면 꼬장꼬장하시거든요. 그래서 이 꼬장꼬장한 꼰대들을 생각했죠. 요즘 무속인은 유튜브도 진짜 많이 하고 연령대도 그분들에게는 자식뻘이에요.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서로 다른 세대들이 기댈 수밖에 없는 그런 협업을 좀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 세대들이 같이 아기를 구하면 좋겠다. 또 상덕의 손자는 혼혈이 될 것이고, 그 새로운 세대들이 살아갈 길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무속인 화림을 젊은 세대로 설정하기까지 실제 모델이 있지 않았을까 짐작하게 되는데요.

실제 무속인을 보면 20대부터 70대까지 엄청 많아요. 친한 무속인들도 30대 무속인이 꽤 많고 그분들 중에 잘나가는 무당 무속인들도 좀 많아요. 마침 제가 이 영화와 제일 잘 맞는 60대 무속인을 운 좋게 만나기도 했는데, 그분 며느리가 한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무속인의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자기 아들하고 결혼을 시켰어요. 그 이유로 결혼을 시킨 건지는 물론 모르겠는데.(웃음) 아무튼 그분이 30대 중반의 무속인인데, 경력 5년 차인데도 제자가 80명 정도가 될 정도로 영향력이 커요. 제자분들도 무속인으로 레벨이 완전 달라요. 우리 영화를 촬영하는 데도 도움을 많이 주셨고, 특히 대살굿 장면에 보면 뒤에 살짝 나오기도 해요. 그런 인물들의 모습이 물론 반영이 되었다고 할 수 있죠.

화림 역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김고은 배우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하셨는데요.

김고은 배우를 다른 영화 시사회 뒤풀이 때 멀리서 봤는데, 정말 여러 가지 감정이 느껴졌어요. 한눈에 반했다고도 하죠. 감독으로서 배우 김고은이 정말 매력적이었는데, 이제 진짜 전성기가 오겠구나 생각했어요. 예전에는 젊은 배우의 느낌이었다면, 이제 연륜도 더해진 배우로 모습이 왔다 싶었어요. 세 번의 굿 모두 직접 연기하는데요. 첫 번째 대살굿이 퍼포먼스의 목적이고, 두 번째 굿이 실제 혼을 제자인 봉길이한테 부르는 장면인데 그게 정말 어려운 연기거든요. 그걸 혼자 다 해요. 세 번째 굿은 누군가를 속여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알아내는 건데, 일종의 연극이죠. 그것도 정말 훌륭하게 연기해냈어요.

〈파묘〉
〈파묘〉

봉길 역의 이도현 배우에 대해서도 영화가 공개되면 모두 깜짝 놀랄 거라고 하셨었는데요.

봉길 캐릭터는 일단 신인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캐스팅 당시만 해도 잠재력이 부글부글 하긴 했죠. 그런데 <더 글로리>가 그렇게 잘 될지는 몰랐죠. 그거 보고 조심스럽게 웃었습니다.(웃음) 지금 군대에 있는데, 베를린국제영화제 다녀온 사진도 보내주고 그랬더니, 열받으니까 보내지 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박정자 배우의 등장이 주는 환기와 극적 긴장감이 엄청났는데요. 잠깐 등장에도 배우 특유의 강렬한 포스는 정말 대한민국 최고죠. 이번에도 영화에 긴장감과 무게감을 딱 맞게 더해주는데요. 특히 배우님의 젊은 시절 김기영 감독의 <이어도>(1977)에서 무당 역할로 카리스마를 보여준 기억이 나는데 캐스팅에 그 작품의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 짐작했습니다.

<이어도>로 인해 캐스팅한 건 아니었는데, 김고은 배우와 촬영장에서 그 경험을 많이 나누어주셨어요. 스크린에 나와서 그렇게 탁월한 영향력을 뿜어낼 수 있는 분이 몇 명 없습니다. 허리가 끊어진 이 이야기를 이어줄 수 있는 유일한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해주셨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처음엔 출연을 고사하셨었어요. 제작사 대표님과 찾아뵙고 설득을 해서 다행히 참여해주셨어요. 오랜만의 현장이는데 정말 재밌게 촬영하고 가셨어요. 저희에게 밥도 사주셨고요. 얼마 전에 최민식 선배님과 함께 박정자 선생님이 하시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도 보러 가서 또 함께 신나게 놀았어요. 정말 행복한 순간들이었죠.

‘험한 것’의 비주얼적인 구현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이자, 구현에 있어서 중요한 지점인데요.

캐스팅 고민을 하다가 오디션도 봤어요. 저희가 바디 더블로 2m 25cm 농구 선수를 한 명 캐스팅해놨어요. 왜냐하면, CG가 너무 어렵기도 하고 CG를 진짜 너무너무 하기 싫었거든요. 이게 크리처 영화면 그 배우만 있으면 되죠. 그런데 이 역할은 대사도 하고 감정 표현도 하고 클로즈업 장면도 있기 때문에 연기를 해줘야 하거든요. 그래서 고민이 컸죠. 제가 원하는 얼굴은 일본 배우 와타나베 켄 같은 이미지였어요. 그러던 차에 김민준 배우가 저희 동네에 사는데 밤에 서울숲을 조깅하다 보면 가끔 마주쳐요. 모르는 사이인데, 보자마자 저 사람이다! 싶더라구요. 정말 와타나베 켄이예요. 와타나베 켄을 젊을 때 보면 그렇게 보일 것 같더라고요. 김민준씨가 흔쾌히 또 해 주시고 고생도 진짜 많이 해 주시고 하고 대사도 진짜 멋지게 해주셨어요. 대사는 성우랑 김민준 선배가 해준 걸 잘 섞어서 썼거든요. 요즘 기술이 좋아서 그게 가능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찍으니까 김민준 배우가 눈이 굉장히 착해요. 서글서글해요. 그래서 그 부분을 좀 많이 조정했던 것 같습니다.

〈파묘〉
〈파묘〉

‘험한 것’을 두고 타노스 같은 존재라고 하셨는데, 동아시아를 지배하는 영적인 존재에 대해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으셨나요.

어떻게 보면 뱀파이어와 강시, 미이라 세 개가 섞인 것인데요. 사실 일본의 이 정령 사상을 보면, 생각보다 우리 바로 옆에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뱀파이어 같은 서양 것에만 친숙하죠. 뱀파이어가 나왔다고 하면 어색하지 않은데, 또 미라나 이런 거는 우리가 많이 봤는데 막상 옆 나라에 있는 ‘오니’는 문신으로는 많이 하고 다니는데도 그 존재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전 이 존재를 악으로 그리자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함축하고 있는바를 드러내고자 했어요. 이 존재는 아직도 전쟁하는 사람이에요. 심지어 친절하게 본인을 전쟁의 신이라고 소개하기도 하죠. 어떤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 모두가 잘 알 텐데, 아직도 호시탐탐 계속 전쟁을 하려고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죠.

이번이 3번째 장편인데, 초반부터 관객의 호응이 관객수로 입증되는데요. 스스로 이번 작업의 의미를 평가 해주신다면요.

<검은 사제들>은 항상 많이 들었던 얘기가, ‘왜 이야기가 별로 없어?’ 였고 <사바하>는 반대로 ‘이야기가 너무 헤비하지 않냐, 그래서 캐릭터들이 너무 손해 봤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은 본능적으로 그 둘의 절충안을 찾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제일 좋은 평이 이 사람이 했던 거 안 했다, 그리고 발전하고 있구나 하는 이야기예요. 그 이야기가 제일 기분 좋고 저의 목적이고 사명이에요. 흥행은 진짜 상황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호응해 주시는 걸 보면서 너무너무 감사하죠. 그리고 사실을 흥행을 기대하죠. 요즘은 모든 감독이 다 그럴 거예요. 일단 내 흥행을 떠나 극장이 좀 잘 됐으면 좋겠다. 보통 감독들은 다른 작품을 그렇게 많이 응원하지 않거든요.(웃음) 그런데 요즘에는 진짜 다 응원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한국영화는 무조건 극장 가서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