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제8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배우가 있다.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된 <메이 디셈버>의 찰스 멜튼이다. 후보 호명을 받아 화면에 잡힌 찰스 멜튼의 미소에 완전히 녹아내렸다는 반응이 뜨겁다. 전 세계 21관왕의 실력파 배우이자, 늘 한국인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한국계 미국인, 말론 브란도를 연상시키는 터프한 외모로 사랑받는 찰스 멜튼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메이 디셈버>는 그 자체가 찰스 멜튼이 얼마나 뛰어난 배우인지에 대한 증거

<다크 워터스>(2019) <캐롤>(2016) 등 정체성에 대한 사유를 섬세한 감각으로 풀어낸 토드 헤인즈 감독이 <재키>(2017), <블랙 스완>(2011)의 나탈리 포트만과 <세이프>(1995)부터 <원더스트럭>(2017)까지 4번이나 함께 한 줄리안 무어의 손을 잡고 돌아왔다.
지난 13일 개봉한 <메이 디셈버>는 제76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각본상 노미네이트 등 수차례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할리우드의 쟁쟁한 두 배우, 나탈리 포트만과 줄리안 무어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찰스 멜튼에 대한 관심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영화는 한때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스캔들의 주인공 그레이시(줄리안 무어)와 23살 연하의 남편 조(찰스 멜튼)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20여 년 전 금지된 사랑으로 신문 1면을 장식한 그들의 이야기가 영화화되고 그레이시 역을 맡은 배우 엘리자베스(나탈리 포트만)가 그들을 찾아온다. 엘리자베스가 부부의 곁에 머물며 견고하게만 보였던 관계에 균열이 가고 갈등은 심화된다.
배우 찰스 멜튼은 10대에 나이에 36살의 여성과 사랑에 빠져 20여 년간 가정을 이루고 살아온 남자 ‘조’를 연기했다. 그는 세 명의 자녀를 둔 30대의 가장임에도 과거에 매여 전혀 자라지 못한 남자의 혼란스러움을 표현해냈다. 조는 그레이시와 엘리자베스에 비해 그리 많은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가장 많은 심적 변화를 일으키기에 수준급 연기력을 요하는 캐릭터이다. 오디션장에서부터 토드 헤이즈 감독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는 찰스 멜튼에 대해 토드 헤인즈 감독의 오랜 파트너 프로듀서 크리스틴 배콘은 “이 이야기에 더 깊이 빠져들수록 영화의 많은 부분이 조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더욱 명확히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메이 디셈버>는 그 자체가 찰스 멜튼이 얼마나 뛰어난 배우인지에 대한 증거”라는 극찬을 전달했다. 찰스 멜튼은 <메이 디셈버>에서의 인상적인 연기로 고담 어워즈를 시작으로 뉴욕, 워싱턴 DC, 시애틀, 플로리다, 필라델피아에 이어 전미비평가협회까지 전 세계 연기상 21관왕을 달성했다.
미식축구 선수→모델→배우, 15년의 이야기

2009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찰스 멜튼은 미식축구 장학금으로 캔자스 주립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이내 배우의 꿈을 품고 학교를 뛰쳐나왔고 바로 캔자스에서 LA로 이사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이후 돌체앤가바나, MAC 등의 브랜드 모델로 일을 하면서 수차례 오디션에 참여하는 등 연기의 끈을 놓치지 않았고 기회는 머지않아 찾아왔다.
찰스 멜튼의 데뷔작은 드라마 <글리>(2014)이다. 시즌5의 에피소드 14에서 그는 단 22초 동안 얼굴을 비춘다. 찰나의 순간이었음에도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었다’며 기뻐한 그는 바로 다음 해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5(American Horror Story: Hotel)에 연속으로 출연하며 커리어를 쌓았다. 그리고 2017년 그의 인생을 바꿀 작품을 만났다.

넷플릭스 <리버데일>은 2017년 1월 시즌1 방영을 시작해 7년간 무려 7개의 시즌을 방영한 인기 드라마이다. 하이틴 범죄물인 <리버데일>은 작고 평화로운 마을 리버데일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담는다. 찰스 멜튼은 스케줄 문제로 하차한 배우 로스 버틀러를 대신해 시즌 2부터 레지 맨틀 역을 맡아 연기했다. 무려 6년간의 대장정 후 <리버데일>이 막을 내리자 그는 “덕분에 많이 성장했다”며 “시원섭섭하다”고 밝혔다. “<리버데일>은 나의 줄리아드였다. 배우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 시원 섭섭하지만, 많은 분들에게 기쁨을 드릴 수 있어 행복하다.”
어머니는 나의 ‘왕(Queen)’이다.

찰스 멜튼의 SNS엔 어머니를 담은 사진이 유난히 많다. 그는 평소 어머니와 한국에 대한 애정을 자주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 그의 어머니는 주한미군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왔다. 다음 해 어머니가 찰스 멜튼을 가졌을 때 그의 아버지는 걸프전에 참전했다고 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의 가족과 알래스카에서 나를 낳아 길렀다”며 “엄마는 제가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여성”이라고 존경의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평소 어머니를 ‘왕(Queen)’이라 부른다는 그는 2024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남우조연상 수상 후에는 어머니에게 공로를 돌리기도 했다. “저는 자랑스러운 한국계 미국인 혈통입니다”라고 말하며 한국어로 ‘엄마’를 불러 감사의 뜻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찰스 멜튼은 TV 쇼에 출연해 가족과 돈독한 관계를 자랑하기도 했다. TV쇼 <지미 키멜 라이브!>에 출연한 그는 <메이 디셈버>의 오디션을 위한 셀프 비디오를 찍을 때 의학대학에 다니는 사촌 동생이 6시간에 걸쳐 촬영을 도와줬다고 밝혔다. 또한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김장을 해 주변에 나누기도 한다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 2의 스티븐 연’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시즌 2 출연

지난해 유수의 시상식을 휩쓴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의 시즌2 제작 소식과 함께 찰스 멜튼이 캐스팅되었다는 썰이 흘러나왔다. 미국 연예 매체 데드라인에 의하면 <성난 사람들> 시즌 2는 각본 작업이 마무리되었으며 올 가을에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커플의 불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에는 앤 해서웨이와 제이크 질렌할, 찰스 멜튼, 케일리 스패니 등이 물망에 올랐다. 찰스 멜튼이 <성난 사람들>을 통해 골든 글로브, 에미상, 크리틱스 초이스, 미국배우조합상 등 미국 4대 TV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스티븐 연의 뒤를 이을지 기대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