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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명화] 남의 연애 과몰입러 주목! 〈시라노연애조작단〉

성찬얼기자

부부가 함께 영화를 봅니다. 멜로물을 보며 연애 시절을 떠올리고, 육아물을 보며 훗날을 걱정합니다. 공포물은 뜸했던 스킨십을 나누게 하는 좋은 핑곗거리이고, 액션물은 부부 싸움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훌륭한 학습서입니다. 똑같은 영화를 봐도 남편과 아내는 생각하는 게 다릅니다. 좋아하는 장르도 다르기 때문에 영화 편식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편집자 주-


“언니, 나 내일 소개팅남이랑 첫 데이트해요.” 첫째 시누에게서 급히 온 연락. 순간 도파민이 팡팡 치솟는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부부는 ‘남의 연애’ 과몰입러다. <나는 솔로> <환승연애> <하트시그널>. 주말이면 TV 앞에 앉아 ‘남의 연애’를 응원하기 바쁘다. 그런 우리로서 가족의 연애 이야기는 언제든 땡큐베리 감사란 말씀! 그리고 곧장 시누에게 답장을 한다.

자자, 우리가 시키는 대로만 해봐.

〈시라노; 연애조작단〉
〈시라노; 연애조작단〉

부부연애조작단에 시누가 찾아왔다면,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는 상용(최다니엘)이 찾아온다. ‘시라노연애조작단’은 연애에 서투른 사람들을 대신해 연애를 이루어주는 연애조작단이다. 때로는 영화 촬영장을 방불케 하는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때로는 비밀 작전 수행처럼 완벽하게 짜인 각본으로 의뢰인의 사랑을 이루어주는 연애 에이전시. 연애는 꽝인 상용이 사랑에 빠진 여자는 속을 알 수 없는 사랑스러운 외모의 희중(이민정)이다.

상용은 시라노연애조작단(이하 조작단)의 지시에 따라 이어폰을 장착한다. 꽤나 고가의 장비다.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것은 조작단의 연애코치. 상용은 조작단이 준비한 대본을 그대로 읊기 시작한다.

우선 희중의 취미인 스쿠터를 통해 접근한다. 상용은 조작단이 미리 숙지시킨 스쿠터 지식을 맘껏 뽐낸다. 상용의 이상한 애드립에는 조작단이 주의를 준다. 둘의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 때에 나서는 것도 조작단의 역할. 대화가 비는 중간중간 로맨틱한 음악을 틀어주며 둘 사이를 이어준다.


영화 속 조작단이 순항하는 사이, 부부 조작단도 꽤나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누의 외향을 가꿔주는 것은 나의 몫. 데이트 날짜를 살펴보고 날씨를 빠르게 캐치한다. 데이트룩으로는 뭐니뭐니해도 핑크가 아니겠는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토론에 토론을 거듭한다. 상대 남자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나의 일이다. 남편보다 나에게 별별 이야기를 털어놓는 시누를 통해 소개팅남의 별별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는 남편의 차례. 남자 마음은 남자가 잘 아는 법이다. 타지에 살고 연애 경험이 별로 없다는 소개팅남에게는 ‘밀당’ 기법 보다는 ‘직진’ 기법이 낫다는 판단을 내놨다.

연애를 대신해준다니, 그게 말이 돼?

​이쯤 되면 궁금해지는 대목. 왜 남에게 연애를 맡기는 걸까. 하지만 이는 조작단의 100% 성공률에 기인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100% 이어준다는 말은 연애 초짜들에게 꽤나 솔깃할 광고가 아니겠는가.

〈시라노; 연애조작단〉
〈시라노; 연애조작단〉
〈시라노; 연애조작단〉
〈시라노; 연애조작단〉

 

실제로 성용이 조작단을 찾기 전, 성용보다 10배는 더 찌질한 의뢰인 현곤(송새벽)이 있었다. 조작단은 우선 현곤의 옷차림부터 어투까지 환골탈태 시킨다. 동시에 현곤의 그녀 선아(류현경)의 신상부터 취향까지 철저히 조사하여 치밀한 연애조작 작전을 세운다. 현곤에게 행동지침 하나하나를 일일이 지시하며, 선아 주변을 맴돌아 질투심도 유발하고, 밀당도 하면서 선아를 들었다 놨다를 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프러포즈! 그렇게 현곤과 선아를 커플로 탄생시키며 조작단은 실적을 올렸다는 것.

시누가 ‘부부 조작단’을 찾은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사실 시누가 전남친을 잊을 수 있었던 것에는 내 공이 컸기 때문. 사랑을 이어준 것이 아니라 이별을 만들어 준 셈이니. 연애 조작단보다는 솔로 조작단에 가깝겠다. 여사친이 많고, 미래가 불투명하며, 우유부단한 성격임에도 시누는 전남친을 추앙했다. 하지만 그 콩깍지를 벗겨준 것은 바로 나. 스스로 깨닫는 것도 중요했지만 주변의 조언도 반드시 필요하다.

거기에다 우리 부부는 꽤 많은 조언을 해준 경력자다. 연애 5년에 결혼생활 3년. 도합 8년의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헤어지지 않고 사랑을 지켜낸 데에는 그만의 비법이 있기 마련. 주변인들은 우리 부부에게 꽤 많은 연애 상담을 해온다. 그럴 때마다 우리 부부는 “우리는 이랬어”라는 방식으로 해결해 왔다. 연애란 자고로 경험의 축적 아니겠는가. 우리 부부가 연애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한 세월이 경력 증명서로 작용했을 뿐이다.


조작단이 있어도, 선택은 너의 몫

영화 속 조작단은 잠깐 위기를 맞는다. 조작단의 무능력 때문은 아니다. 바로 조작단 대표의 ‘사심’이 문제였다. 사실 조작단 대표 병훈(엄태웅)은 희중의 옛 연인이다. 그래서 병훈은 처음부터 상용의 의뢰를 받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조작단은 재정난으로 의뢰인 한 명 한 명이 절실한 상황. 그렇게 전 연인을 향한 의뢰인의 구애 작전을 맡기로 하는데… 병훈의 태도가 영 이상하다. 그의 마음은 대표와 전남친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한다.

상용을 향해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일부터 시작한다. “허우대 멀쩡하고 연봉도 센데 왜 우리 찾아왔냐”는 말부터, 사채업과 연관된 상용의 직업을 헐뜯기까지 시작한다. 게다가 우연히 다시 만난 희중에게 흑심까지 품는다. 결국 상용과 주먹다짐까지 나누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희중의 마음. 희중은 어느새 상용에게 마음이 기울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상용의 마음은 100% 진심이다. 조작단이 도와주는 것은 코치일 뿐. 상용의 진심이 어느새 희중에게 와닿은 것이다. 상용은 희중을 위해 떳떳하지 못한 자신의 직업도 정리를 한다. 희중이 없으면 못 산다며 조작단에게 눈물의 호소를 한다.

그렇게 조작단 프로젝트는 다시 이어가고, 상용의 의뢰는 성공으로 돌아간다. 상용과 희중이 키스를 나누는 장면에서 이는 증명된다.

〈시라노; 연애조작단〉
〈시라노; 연애조작단〉

여러분, 우리 시누도 연애를 시작합니다!

시누의 연애도 해피엔딩이다. 이것은 우리 부부 조작단의 성과일까? 하나의 사례를 말해 보겠다. 며칠 전 회식을 간다던 시누의 현남친(구소개팅남)이 3시간가량 연락이 되지 않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물론 시누의 마지막 카톡이 “나 신경 쓰지 말고 재밌게 놀아~”였지만. “언니~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돼요?”라는 질문에 나는 답장을 하지 말라는 답변을 내놨다. 그리고 다음날까지 연락이 없다면 따끔하게 혼내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시누는 고민 끝에 “연락은 하고 놀아야지~”라는 답장을 보냈다. 부부 조작단의 코치를 무시한 것. 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남자는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미안하다는 문자를 전해왔고, 시누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점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조작단의 코치가 전부는 아니다. 본인의 판단이 중요할 때가 있는 법. 내 말을 듣고 답장을 하지 않았다면 이 남자에게는 오히려 역효과가 났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조화가 아닐까. 자신의 감정에 주변의 조언이 더해지면 최상의 성과가 나올 것. 그런 의미에서 우리 부부 조작단은 항시 열려있다.

연애를 넘어 결혼까지 보장해드릴게욧!